[MD 리뷰 대전] ‘쫌’ 이상한 당신이 있어 좋다
그림책은 아이만 읽는다는 건 미신이다. 읽어달라고 조르는 아이 때문에 읽기 시작했다가 빠져드는 아빠, 책 정리하려고 집어들었다가 결국 울었다는 엄마가 수두룩하다. 아이도 아이지만 어른도 함께 감동하고 감탄하는 그림책을 추천한다.
글ㆍ사진 한유리(유아MD)
2017.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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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6 쫌 이상한 사람들.jpg

 

다른 사람들이 보면 쉽게 이해하지 못 할 수도 있는 습관이나 버릇이 있는가? 아니면 당연하게 하는 당신의 행동을 보고 친구가 ‘뭐해~ 너 쫌 이상해 지금!’ 한 적은? 그렇다면 웰컴! 당신은 ‘쫌’ 이상한 사람들의 일원이 될 자격이 있다. 기쁘게도 나도 일단은 ‘쫌’ 이상한 사람이다. 토요일 아침에는 달걀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신나게 춤을 춰야 주말인 것 같고, 달리는 차를 타고 다리 위를 지날 때 고래고래 소리치며 노래를 부르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서강대교를 지나는데 옆 차가 시끄럽다면 나일 수도 있으니 모른 척 해줬으면 좋겠다.

 

『쫌 이상한 사람들』에는 제목 그대로 조금은 이상해 보일 수 있는 사람들이 나온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데 이상한 스텝을 밟으며 요리조리 길을 걷는 사람, 길을 건너다 갑자기 혀를 쭉 내밀고 괴상한 표정을 짓는 점잖은 아저씨, 모두 신나게 놀고 있는 놀이터 한 구석에서 나무를 꼬옥 안고 있는 어린아이와 같은 사람들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어딘가 ‘쫌’ 이상한 사람들. 첫 눈에 의아하더라도 그림을 찬찬히 살피다 보면 곧 흐뭇한 미소를 띄우게 된다.

 

이상한 스텝으로 춤추듯 걷던 사람은 줄지어 지나가는 개미를 밟고 싶지않았다. 점잖은 옷을 입고 괴상망측한 표정을 짓던 아저씨는 옆 차에 타고 있던 꼬마를 웃게 해주고 싶었고, 놀이터 옆 나무를 꼭 끌어안고 있던 아이는 미끄럼틀이 되어준 나무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었다. 관객이 한 명도 없지만 열정을 다해 연주하는 음악가들도 쫌 이상하지만 행복하고, 자전거를 타고 도착지를 향해 바쁘게 발을 놀리는 무리에서 벗어나 향긋한 차 한잔을 마시러 가는 사람들도 행복하다.

 

생각해보면 이런 사람들을 만난 적이 꽤 있다. 버스 기사님의 밝고 큰 아침인사에 깜짝 놀래다가도 하하 웃게 되고, 더운 여름 들어간 카페에서 옆 테이블 꼬마가 다가와 부채질을 해주면 에어컨만큼은 시원하지 않아도 더위로 인한 짜증이 확 가신다. 작가는 이 그림책을 통해 조금은 이상한 사람들이 어디에나 있고, 생각보다 드물지 않게 눈에 띄며, 그들로 인해 세상이 따뜻해진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파랑과 노랑, 몇 가지 색만을 사용해서 경쾌한 선으로 그려낸 ‘쫌’ 이상한 세상은 그 어떤 색보다 따뜻하고 밝다.

 

그림 속 무표정한 주위 사람들과 대비되어 쫌 이상한 사람들은 너무나도 행복해 보인다.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이유를 찾아낸 사람들도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책을 보던 나도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많이도 아니다. ‘쫌’ 이상해져서 스스로 행복하고 주위 사람들도 즐겁게 해줄 수 있다면. 어떤가? 한번 이상해져 볼 법 하지 않은가? 이미 이상한 당신이라면 남들의 시선에 주눅들지 말자. 당신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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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리(유아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