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신에서 적재라는 인물은 이미 유명인사다. 동료 아티스트들 사이에서 실력 좋은 기타리스트로 먼저 알려졌다. 윤하, 정준영, 박지윤을 비롯한 많은 아티스트들과 세션으로, 때로는 작ㆍ편곡자로 협업하며 커리어를 탄탄히 쌓아왔다. 그랬던 그가 싱어송라이터 정재원이란 이름으로 대중을 찾아왔다. “괜찮다”는 포근한 위로의 메시지를 들고.
전작 <한마디>는 자신의 싱어송라이터 면모를 증명한 출사표 같은 앨범이었다. 그 후 3년을 거쳐 그는 한 단계 성장했다. 건네는 말은 더욱 신중해졌고, 표현 방식은 세련미가 더해졌다. 이는 사운드 측면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밴드사운드 구현에 집중했던 지난번과 달리, 어쿠스틱 기타와 스트링을 활용해 언플러그드 성향을 강화했다. 특히 「별 보러 가자」, 「툭」에 이런 성향이 짙게 묻어있다. 그는 완곡한 방식으로 감성을 이끌어 올리는데, 이 때 나무는 효과적인 질료다. 나무로 만든 사운드 그 특유의 온기가 곡의 정서를 청승맞거나 ‘오글거리지’ 않게 중화하여 듣는 이를 편안하게 한다.
연해진 마음 위로 그는 가사와 사운드의 상성이라는 결정적 한 방을 날린다. 일상의 억양을 닮은 멜로디, 익숙한 표현이 담긴 노랫말이 어우러져 듣는 이의 귀에 착 달라붙는다. 두 요소의 완벽한 조합은 듣는 이를 단숨에 곡의 깊은 곳으로 끌고 오며 몰입도를 높인다. 일상어와 구어체로 써내려간 트랙 대부분은 ‘노랫말(노래로 하는 말)’이라는 위치를 주지한다. ‘답을 말해주는 이 하나 없어도 우린 잘 해왔죠. 이제 더는 남들 얘기 따위는 신경 쓰지 말아요.’(「우연을 믿어요」)처럼 상대방을 향한 가사가 곡과 듣는 이 사이의 거리감을 단번에 좁힌다. 꾸미지 않은 말은 멋없어 보일지라도 진솔함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강력하다.
한마디로 ‘외유내강(外柔內剛)형’ 앨범이다. 매끈한 만듦새와 뚜렷한 기승전결을 가졌다. 그의 실력은 이미 다른 아티스트들을 통해 보증수표임이 확인됐고, 전에 비해 향상된 보컬 능력이 완성도를 높이는데 일조한다. 「FINE」, 「나를 찾아서」 간주에 등장하는 화려한 솔로에서 ‘기타리스트 적재’를 발견하는 것도 백미. 메시지는 안정적인 음악적 베이스 위에서 외연을 바꾸며 알맞은 농도로 용해됐다. 그가 전하는 마음은 확실하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결국, 정말 괜찮아질 겁니다. 정말로.”
강민정(jao1457@naver.com)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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