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나라보다 1인당 GDP가 높은 나라에 골프 여행을 가서 싸다고 말하는 사람은 스페인 사람과 한국 사람뿐이다.”
2008년 리먼 사태 전까지 이런 말이 있었다. 영국에 가는 스페인 사람과 일본에 가는 한국 사람을 비꼬는 듯한 말이다. 경기 후퇴로 스페인에서는 이런 일이 사라졌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도쿄를 방문하는 한국인 관광객의 정규 관광코스에는 온갖 잡화를 싸게 파는 ‘돈키호테’나 가전 판매점인 ‘빅 카메라’, 대형 문구점 ‘세계당’ 등이 반드시 들어가 있다. 이곳에 가 보면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놀라며 바구니 가득 물건을 담는 한국인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마치 서울의 대형 할인점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한국인들에게 “일본 물가는 비싸다.”라는 말은 이미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스타벅스’의 커피 가격이 가장 비싼 나라가 한국이며, 맥도날드의 빅맥 가격도 일본보다 한국이 비싸다. 유니클로의 히트텍도 한국이 20% 정도 비싸고, 도쿄 아파트보다 비싼 서울의 아파트는 얼마든지 있다.
이러한 현상은 그만큼 한국경제가 성장했다는 증거로, 꼭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다. 그러나 2015년 기준으로 일본의 GDP는 3만 2,480달러, 한국의 GDP는 2만 7,189달러로 5,000달러 이상 차이가 나고. 최저임금 또한 일본은 약 9,100원(830엔), 한국은 6,030원으로 3,000원 이상 차이가 난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보다 한국의 물가가 훨씬 더 비싼 것은 이상해 보인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난 것일까? 표면적인 이유는 일본의 물가하락과 한국의 물가 상승이다. 일본은 버블경제가 무너지고 ‘잃어버린 20년’ 동안 ‘디플레이션’에 빠졌다. 일본 거리에 넘쳐나는 ‘가격인하’ ‘가격파괴’라는 문구가 말해주듯 일본의 물가는 확연하게 떨어졌다. 소비자물가지수를 보더라도 일본은 ‘잃어버린 20년’ 동안 물가상승이 멈춰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반대로 일본의 불황기 동안 한국은 평균 6% 이상을 웃도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경기호황을 누렸다. 그래서 물가는 상승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몇 년 전에 끝났고, 반대로 한국은 2011년을 기점으로 최근 5년 동안 2%대의 낮은 경제성장률을 보이는 디플레이션 기조로 돌아섰는데, 여전히 일본의 물가는 싸고 한국의 물가는 비싸다는 것이다.
왜 그런 것일까? 그것은 바로 한국의 경제 구조가 공급자(제조사) 중심으로, 소비자의 희생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제도 과거에는 공급자 중심이었지만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장기불황을 겪으면서 시장 상황이 소비자 중심으로 변했다. 일본 유통업자들의 소비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 것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싸고 좋은 품질의 상품을 공급하지 않으면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유통업자들은 아직 자신들이 강하다는 생각으로 제 마음대로 싼 상품을 고르고 판매한다. 자신들보다 압도적으로 강한 존재가 ‘소비자’임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기 나라보다 1인당 GDP가 높은 나라에 골프 여행을 가서 싸다고 말하는 사람은 한국 사람뿐이다.”라는 말이 계속될 것이다. 한국의 기업들은 이제 다시 생각할 때가 되었다. ‘물건 가격은 한 번 올라가면 내려오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한국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술책일 뿐이다. 원가 절감과 유통의 효율화를 통해 일본처럼 더 싼 가격으로 상품을 제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동시에 한국의 소비자도 비싼 물가를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힘을 모아 적극적인 권리 행사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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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돈의 배반이 시작된다타마키 타다시 저 | 스몰빅인사이트
이 책에는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장기불황의 시기에 일본의 기업과 국민이 겪어야 했던 수많은 고난과 역경, 그리고 그 어려움을 극복해 낸 방법이 고스란히 녹아 있을 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한국에 거주하면서 저자가 느끼고 깨달은 한국경제의 문제점과 대처 방안이 전문가적 식견으로 제시돼 있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