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무는 달랐다. 많은 걸그룹이 최신 팝 사운드와 퍼포먼스 구성에 주력할 때, 이들은 목소리에 힘을 줬다. 흡사 유연해진 버블 시스터즈, 경량화된 빅마마처럼 보이기도 했다. 차별 지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작곡가 김도훈과 함께한 디스코그래피 면면은 레트로 소울, 펑크(funk)의 향연이다. 그룹은 트렌드에 관계없이 밀어붙인 장르 고집으로 아이돌 레드 오션 가운데서도 독특한 위치를 점할 수 있었다.
9개월여 만의 신보는 이러한 팀의 특색을 오롯이 드러낸다. 중심축은 지난 8월, 9월에 연이어 공개한 「NEW YORK」과 「Angel」 등 3곡. 지난 행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선에서 캐릭터 성을 강화한 노래들로 음반에 안정감을 부여했다. 록을 기반으로 한 펑크(funk) 사운드, 재지한 발라드, 힙합과 알앤비 등 팀의 색깔과 가수의 기량을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곡들이 균형 있게 담겼다. 수록 곡의 밀도가 정규 앨범 못지않다.
타이틀곡 「Decalcomanie」는 「Mr.애매모호」와 「Piano man」, 「넌 is 뭔들」로 확립한 마마무식 극적 연출의 진수다. 록의 재료를 활용한 소리 편성에 역동성과 속도감을 앞세운 유려한 전개, 여기에 탁월한 보컬 퍼포먼스가 곡의 맛을 제대로 살렸다. 보다 산뜻한 악기 구성과 진행으로 생기를 더한 「NEW YORK」, 솔라와 휘인의 하모니에 집중한 「Angel」, 1980년대의 뉴웨이브를 연상케 하는 낭랑한 신스 사운드와 펑크(funk) 리듬을 조화시킨 「기대해도 좋은 날」 등이 여느 때보다 근사하다.
재즈적 터치를 가미한 「그리고 그리고 그려봐」와 「Dab dab」, 어쿠스틱 기타로 밑바탕을 그린 미디엄 템포 「놓지 않을게」 역시 완성도와 흡인력의 층위에서 뒤지지 않는다. 눈여겨볼 트랙은 「Moderato」. 곡의 구조와 진행, 비트와 악기 사용, 심지어 피처링으로 참여한 래퍼 해쉬스완(Hash Swan)의 랩까지, 노래에는 지난 2013년 아리아나 그란데와 빅 션이 함께한 「Right there」의 흔적이 역력하다. 비록 디테일 측면에서는 조금씩 차이를 보이나, 노래의 오리지널리티에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기는 쉽지 않다. 그야말로 얄미운 레퍼런스의 전형이다.
그럼에도
정민재(minjaej92@gmail.com)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