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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 지방은 비만의 주범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럼 주범은 누구일까요? 설탕입니다. 설탕은 우리 몸에 들어와 과당과 포도당이 됩니다. 그런데 설탕을 통해 섭취하는 과당은 당이 아니라 사실은 지방입니다. 몸 속에 들어와 바로 지방산과 중성지방이 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설탕을 먹으면 지방과 탄수화물(포도당)을 같이 섭취하는 셈이 됩니다. 비만으로 가는 고속도로입니다.
우리는 왜 설탕을 쓸까요? 맛있기 때문이지요. 무슨 맛? 예, 단 맛입니다. 설탕은 과당과 포도당이 된다고 했는데, 과당은 포도당보다 단 맛이 2배 더 강합니다. 그래서 단 맛을 내기 위해 설탕 대신 과당을 넣기도 합니다. 과당은 옥수수를 써서 대량생산이 가능합니다. 바로 액상과당, 즉 고과당 옥수수 시럽입니다. 이 흉악범들의 이름을 반드시 외워둬야 합니다. 설탕, 과당, 액상과당(고과당 옥수수 시럽)입니다. 사실은 모두 과당입니다. 박이 범인인 줄 알았더니 최도 있고, 우도 있고, 차도 있고, 별별별 기업도 있더라, 그런데 알고 보니 다 같은 놈이더란 얘깁니다.
문제는 설탕이 안 들어간 음식이 없다는 겁니다. 슈퍼나 빵집에서 파는 것에는 모두 설탕이 들어있습니다. 마트에 가서 자녀와 함께 식품마다 붙어있는 성분표를 보세요. 설탕, 과당, 액상과당(고과당 옥수수 시럽)이 들어있지 않은 식품을 찾기 어렵습니다. 요리 프로로 슈퍼스타가 된 분도 음식마다 설탕을 쓴다고 논란이 됐지요. 그러니 식당에서 먹는 음식에도 대부분 설탕이 들어간다고 봐야 합니다. 집에서 재료를 사다 요리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이때도 신경을 쓰지 않으면 설탕(과당)을 섭취하게 됩니다. 천연 감미료라고 해도 과당이 들어있는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설탕과 과당에 둘러싸여 피하기 어렵다면 방법이 없는 건가요? 4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1. 섬유소를 함께 섭취하세요
과당은 ‘과일에 들어있는 당’이란 뜻입니다. 과일은 과당이 들어있어도 몸에 해롭지 않지요. 섬유소가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음식에 섬유소가 많으면 소화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과당이든 포도당이든 천천히 몸 속에 들어오기 때문에 몸에서 처리할 시간이 충분합니다. 주스나 즙을 내서 먹으면 섬유소가 없어지기 때문에 이런 효과가 사라집니다. 이전에 쓴 글에서 ‘좋은 탄수화물’을 언급했습니다. 흰색이 나쁘다고 했지요. 백미는 현미로 바꾸고, 국수도 되도록 통곡식으로 만든 것을 쓰면 좋습니다. 밥에 잡곡을 섞거나, 야채를 듬뿍 넣어 비벼 먹거나, 쌈채소에 싸서 먹으면 아주 좋습니다. 단, 섬유소 음료나 보충제는 피하세요. 어린이에게 칼슘 흡수를 저하시켜 성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자연적인 방법으로 섭취해야 합니다.
2. 운동을 하세요
운동만으로 살을 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운동은 근육량을 늘리고 우리 몸의 대사를 향상시키며, 기분을 좋게 만들어줍니다. 꼭 운동복을 입고 비장한 각오로 30분 이상 하지 않아도 됩니다. 계단을 이용하거나, 가까운 거리는 걷는 습관을 들이거나, 집안 청소를 하거나, 자꾸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흔들어 주는 등 신체 활동을 늘리면 됩니다.
3. 나쁜 음식을 피하세요
나쁜 음식이란 설탕, 과당, 액상과당(고과당 옥수수 시럽)이 든 것과 단순 탄수화물로 된 것입니다. 슈퍼에서 파는 가공식품에 이런 것이 많지요. 특히 과자나 음료수가 문제입니다. 무제한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과자 한 봉지의 칼로리가 밥 두세 그릇, 콜라 한 병에는 각설탕 10개가 들어있습니다. 과자와 콜라를 같이 먹고 그만큼 칼로리를 소모하려면 몇 시간 동안 달려야 합니다. 원래 모습에서 많이 변하지 않은 것일수록 좋습니다. 고구마 케이크보다 찐 고구마가, 닭고기맛 칩보다 닭다리가 좋습니다. 그러니 간식으로 가공식품을 주지 말고 고구마를 쪄준다거나, 과일이나 야채를 먹기 좋게 잘라주거나, 닭다리를 구워 주세요.
4. 식품업계의 현실과 구조적인 문제를 똑바로 바라보세요
모든 사람은 개인적 성장과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데 구조적으로 불평등하여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한 사회에서 개인의 노오력만 강조하면 오히려 사람이 지칩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으로부터 개인으로 눈길을 돌리게 하여 부조리와 모순을 지속시킵니다. 자기계발서를 읽으면 화가 나는 이유입니다. 설탕(과당)과 비만, 그리고 성인병의 증가 사이에는 뚜렷한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새누리당에서 최순실 모르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오래 전부터 학계에서는 이놈들이 주범이란 사실을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설탕업계의 로비와 각국 정부의 미온적 대응 때문입니다. 그간 식품업계는 설탕이 문제라는 사실을 속이려고 학자들을 매수하고, 언론을 조작하고, 정부에 로비를 퍼부었다고 합니다.
식품업계가 이렇게 필사적인 이유는 설탕과 과당을 쓰면 가장 값싸게 음식의 맛을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제 그냥 둘 수 없는 지경입니다. 미국은 성인의 60%가 과체중입니다. 우리요? 우리는 무조건 미국 따라가잖아요. 고혈압, 당뇨, 지방간, 심지어 암까지 비만과 연관되기 때문에, 비만으로 인한 의료비 지출은 천문학적으로 늘어갑니다. 다 세금입니다. 우리가 땀 흘려 번 돈입니다. 지나친 단순화의 위험을 무릅쓰고 말하면, 세금을 걷어 식품업계의 배를 불려준 셈입니다. 설탕이나 과당 함량을 법으로 규제하든, 무거운 설탕세를 매겨 사용 감소를 유도하든 함께 살기 위해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선진국에서 이러한 조치들이 거대기업의 농간으로 무력화되는 모습을 보노라면 어느 정도 이상 자본이 집중된 기업은 인위적으로 해체시켜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비만은 개인적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그보다는 사회의 합의와 국가의 정책으로 건강한 먹거리를 쉽게 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훨씬 중요하고 효과적입니다. 인간이 어떻게 되든 이윤만 추구하는 자본의 생리상 스스로 개과천선할 리 없습니다. 우리 모두가 과학적 사실로 무장하고 깨어있어야 합니다. 지방이냐, 탄수화물이냐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화를 내고 고쳐야 할 대상을 올바로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지금까지 국가를 망쳐온 허수아비들이 물러가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민주적인 정부가 들어섰을 때, 주권자로서 올바른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주권을 올바로 행사하는 데도, 아이들을 올바로 키우는 데도,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데도 과학이 필요한 것입니다.
강병철(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꿈꿀자유 서울의학서적 대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소아과 전문의가 되었다. 2005년 영국 왕립소아과학회의 ‘베이직 스페셜리스트Basic Specialist’ 자격을 취득했다. 현재 캐나다 밴쿠버에 거주하며 번역가이자 출판인으로 살고 있다. 도서출판 꿈꿀자유 서울의학서적의 대표이기도 하다. 옮긴 책으로 《원전, 죽음의 유혹》《살인단백질 이야기》《사랑하는 사람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 때》《존스 홉킨스도 위험한 병원이었다》《제약회사들은 어떻게 우리 주머니를 털었나?》 등이 있다.
혜정
2016.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