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까지 밤샘 작업을 했지만 무척 상기된 표정이었다. 두 번째 책 『블로노트』를 펴내고 마주한 자리. 눈동자는 피로함을 증명했지만 달뜬 목소리는 상대를 기분 좋게 만들었다. ‘블로노트’는 타블로가 FM4U <타블로와 꿈꾸는 라디오>를 진행했을 때, 매일 짧은 글귀를 소개한 코너 제목이다. 타블로가 직접 쓰고 읽어 청취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타블로가 라디오 부스를 떠난 지는 1년이 돼가지만 여전히 그의 팬들은 ‘블로노트’를 기억한다. 『블로노트』가 책으로 만들어진 이유이기도 하다.
몇주 전, 타블로는 서점에 다녀왔다가 살짝 놀랐다. 짧은 글귀를 담은 책을 꽤 많은 책장에서 발견했기 때문. 누군가 “유행에 따라 책을 낸 게 아니냐?” 물으면 타블로는 할 말이 있다. “8년 전부터 쓴 거라서요.(웃음)” 타블로는 『블로노트』를 두고 “심야 라디오를 진행할 당시 끝인사를 대신했던 한 뼘짜리 조각들이다. 어떤 생각의 시작이 되고 어떤 고민의 끝이 되는 문장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물 책을 받아보고는 깜짝 놀랐어요
요즘 살인적인 스케줄이라고 들었어요.
젝스키스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있고, 에픽하이의 다음 앨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오늘도 새벽 5시까지 곡 작업을 하다 왔어요. 즐겁게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블로노트』가 출간 전부터 화제를 모았는데, 예약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1위에 올랐어요. 지금도 반응이 좋고요.
정말 감사한데, 사실 책이 이렇게 예쁠 줄 몰랐어요. 책이 나오기 전에 걱정이었던 게, 표지 이미지를 SNS에 올렸을 때 지나치게 반응이 좋았거든요. 화보 속 모습만 보고 실제 저를 만나면 실망하는 것마냥 독자들도 그럴 까봐요. 며칠간 걱정이 됐는데 실물 책을 받아보고는 깜짝 놀랐어요. 오히려 더 예뻐서요.
‘달’ 출판사 책이 표지가 예쁘기로도 유명하잖아요.
그런가요? 제가 양장본을 정말 안 좋아해요. 페이퍼북으로 만들길 원했는데, 출판사에서 초판만 양장본으로 가자고 하셔서 설득 당했거든요. 그런데 받아보니 너무 예뻐서요. 그냥 다 양장본으로 할 걸 그랬나 후회하고 있어요.
표지 글씨를 딸 하루 양이 썼다고 들었어요. 마치 서체처럼 예뻐요.
여러 개를 썼거든요. 출판사에 보내 드렸더니 가장 어울리는 글씨를 뽑아주셨어요.
하루 양의 글씨는 아빠의 아이디어였나요?
출판사에서 제안을 해주셨는데 처음엔 좀 싫었어요. 굳이 하루를 동참시키고 싶지 않았거든요. 이제 하루도 7살이라서 자기 생활이 꽤 많아요. 바쁘고요. 뭔가를 시키고 싶진 않았는데 처음 출판사로부터 받은 서체가 좀 덜 예뻤어요. 디자인은 너무 예쁜데 서체가 아쉬워서 고민을 하던 중에 하루가 글씨를 써봐도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어요. 10년 후쯤에는 하루가 재밌는 추억으로 여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하루에게 부탁했어요.
하루가 아빠의 제안을 반가워하던가요?
(웃음) 하루는 그런 성격이 아니라서요. 반응이라고 할만한 것도 없었어요. “아빠가 책 낼 건데 하루가 좀 써줄래?”, “응, 이 정도면 됐어?” 이게 다예요(웃음).
책을 내야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하셨나요?
팬 분들과 청취자 분들, 예전 제 소설을 좋아했던 독자들의 요청이 꽤 있었어요. <타블로와 꿈꾸는 라디오>를 진행했던 2008년부터 책을 내달라는 이야기가 많아 “진짜 할까요?” 싶었죠. 어쨌든 제가 고마워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일이니까요.
타블로의 음악을 좋아하는 팬들도 많지만, 소설 『당신의 조각들』을 좋아하는 독자도 꽤 많았어요. 타블로가 쓰는 글에 대한 기대치가 있기 때문에 ‘블로노트’의 뜻을 모르는 독자라면, 책을 읽고 약간 실망할지도 몰라요. 글이 많이 없으니까요.
사실 그런 걸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누구나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느껴지면 그렇게 느끼는 거고요. ‘블로노트’를 아시는 분들께만 의미가 있어도 괜찮은 거고요. 저는 ‘책에는 글씨가 많아야 한다, 노래는 목소리 부분이 더 많아야 한다, 영화에는 대사가 많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10여 년 전만해도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지금처럼 인기가 많진 않았잖아요. 저는 꽤 오래 전부터 짧은 글을 많이 써왔는데, 최근에 서점에 가서 깜짝 놀랐어요. 짧은 문장이 담긴 책들이 너무 많아서요. 반갑기도 했고요. ‘블로노트’를 모르는 분들이 “타블로, 요즘 유행하는 것 따라 했네?”라고 말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전 옛날부터 했던 거니까요.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아무래도 ‘블로노트’의 의미를 알고 책을 보는 게 중요하겠어요.
꼭 그렇지도 않아요. 짤막짤막한 문장을 읽고 여백의 의미를 느껴도 좋아요. 딱히 이 책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지 않아요. 친구 둘이 만났을 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지만 얘기를 꺼내기 어려운 순간이 있잖아요. 그 때 제가 운을 띄어줘서 친구의 감정이 훅 쏟아지는 순간이 있는데, 이 책이 그런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책을 준비하면서 특별히 마음에 와 닿은 문장이 있었나요?
몇 개를 고르긴 어려울 것 같은데, 때때마다 그 때의 저를 담고 있다는 점이 새롭게 다가왔어요. 처음 라디오를 시작했을 때는 결혼하기 전이었잖아요. 혜정이를 만나기 전이고요. 혼자였을 때의 글과 결혼 후, 아빠가 된 후 쓴 글들을 다시 꺼내 보니까 몇 년을 다시 사는 기분이 들었어요. 또 책을 낸다고 하니까 많은 팬 분, 라디오 청취자들이 그 때의 ‘블로노트’를 생생하게 복원해주시더라고요. 인터넷에 손글씨를 올려주셨던 청취자들도 생각나고 그래서, 더 설레고 더 떨렸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마운 것들
공효진, 박찬욱, 장범준, 권지용 등 스타들의 손글씨도 실렸어요.
<타블로와 꿈꾸는 라디오>를 진행했을 때, ‘블로노트’가 소개되면 많은 분이 손글씨로 글을 적어 인터넷게시판에 올려주셨어요. 훌륭한 글씨가 정말 많았는데 일일이 다 찾기가 어렵더라고요. 책으로 다시 소개해도 좋겠지만, 그 때만의 감성, 추억, 공간이 존재하는 거니까요. 책으로 소개할 때는 좀 다른 느낌이어도 좋을 것 같아서 각각의 글과 잘 어울릴 것 같은 분들에게 부탁을 드렸어요.
모두 흔쾌히 써주셨나요?
예, 거절을 안 하셨으니까요. (웃음)
특히 기억에 남는 손글씨가 있었나요? 문장과 정말 딱 맞아떨어졌거나 의외의 글씨체를 가져서 놀랐거나.
박찬욱 영화감독님은 글씨가 화려한 느낌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굉장히 평범해서 더 정감 있고 좋았어요. GD 권지용 씨는 낙서처럼 썼을 거라 예상했는데 예쁘더라고요. 만화가 이말년 작가님 같은 경우는 그림까지 함께 보내주셔서 하나의 작품 같았고요. 뭔가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들의 글씨가 글과 딱 맞아떨어졌을 때의 희열 같은 게 있었던 것 같아요.
에픽하이 멤버들의 손글씨는 없던데요. 미쓰라, 투컷은 ‘꿈꾸라’의 가장 오랜 게스트이지 않았나요?
(웃음) 그들은 본인이 라디오에 출연했을 때 말고는 제 라디오를 들어본 적이 없어요. 다른 코너가 어떤 게 있는지도 모르더라고요. 그뿐이 아니에요. 8년 전, 제가 소설을 출간했을 때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저를 놀려요. “타블로는 작가지~”, “작가하고 있네”라면서요. 그들은 제가 책을 읽고 있어도 놀려요.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읽는 것뿐인데, 마치 제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는 것처럼 놀려요. 그래서 그들은 이 책과는 안 어울려요.
(웃음) 두 번째 책이 나왔으니 이제 더 놀리겠어요.
책을 준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 4개월째 놀리는 중이에요.
어쩌면 이 인터뷰를 읽을지도 모르잖아요. 멤버들에게 하실 말씀은 없나요?
볼 리가 없어요. 그 친구들은 책과 관련된 것은 아예 보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블로노트』를 읽을 때, 함께 들으면 좋을 노래로 「고마운 숨」을 꼽아주셨어요.
2011년에 <열꽃>이라는 앨범을 냈는데, 저는 그렇게 느끼지 않았지만 많은 분이 매우 우울한 앨범이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거기서 딱 유일하게 밝은 노래가 「고마운 숨」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마운 것들. 감사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노래라서 책과도 이어진다고 생각했어요.『블로노트』도 비슷해요. 대책 없이 긍정적인 글도 한없이 우울한 글도 있고, 극과 극을 왔다 갔다 해요.
저자 소개가 매우 짧아요. “타블로는 노래를 쓰고 부릅니다”. 그리고 그간 작업한 앨범과 책 제목을 썼어요.
작가 소개 그런 걸 너무 싫어해요. 어디에서 태어났고 경력 같은 걸 길게 쓰는 게 너무 싫어요. 그래서 출판사 담당자 분께 그런 거 다 빼고, 내가 작업한 앨범 제목만 넣으면 안 되냐고 물었더니 괜찮다고 하셨어요. 책을 읽다가 ‘얘 괜찮네’ 싶으면, 제가 만든 앨범을 찾아 들어봐 주시면 좋을 것 같았어요. 뭐 안 그러셔도 괜찮지만요.
지금 굉장히 피곤한 상황이신데도 행복해 보여요. 억지로 꾸며서 예의를 차린 게 아니라 진심으로 기분이 좋아 보여요.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느낀 인상이 그대로 이어져요.
행복하기보다 고마워 하는 모습이 행복으로 느껴지는 걸 거예요. 뭐랄까, 예전에 비하면 고마운 순간들이 몇 만 배로 늘어났어요. 예전에는 고마움을 지금만큼 느끼지 못했던 걸 수도 있어요. 이런 인터뷰를 하는 것도 너무 즐겁고요. 지금 출판사 분들도 많이 놀라고 계세요. 8년 전에도 같은 출판사에서 책을 냈는데, 그 땐 뭔가 하자고 하면 거의 싫다고 했거든요. 지금은 다 ‘오케이’라고 하니까, 의아해 하세요.
이유가 있다면요?
언제까지 이런 일들이 허락될 지 모르니까요. 마음으로도 몸으로도 이런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니까, 고맙고 즐거운 것 같아요.
21쪽에 “행복. 행하면 복이 옴”이라고 쓰셨어요.
옛날의 타블로를 생각하면 가능하지 않은 글이에요. (웃음) 얼마나 제가 달라졌냐면, 예전에 라디오에서 이런 말도 했어요. “행복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즐거움만 존재한다. 행복이라는 단어로 이야기를 하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즐거움이나 행복이나 크게 다른 말이 아닌데, 왜 그렇게 말했는지 모르겠어요.
『블로노트』를 본 아내 강혜정 씨의 반응은 어땠나요? 사전에 의견을 묻기도 하셨나요?
아직 못 봤어요. 저희는 일할 때 서로의 의견을 물어보지 않는 한, 그냥 알아서 하는 편이에요. (웃음)
책만한 취미 생활이 별로 없어요
올해 여름에 찍었던가요? 에픽하이 콘서트 ‘현재상영중’ 영상을 봤는데 굉장히 들떠 있어 보였어요.
저는 그 일이 세상에서 제일 재밌어요. 공연 포스터를 기획하는 순간부터 정말 너무 좋아요. 이번에 공연이 8회였는데, 12회로 할 걸 후회했어요. 예전에는 음반 작업해야 한다며 공연이나 행사를 하기 싫어해서 멤버들을 힘들게 했는데, 이제는 너무 좋아요. 즐길 줄을 알게 됐어요. 에픽하이 무대를 보면 우리 셋이 너무 행복해 하는 게 눈에 보여서 그냥 너무 즐거워요.
스케줄이 워낙 바쁘니 책을 읽을 시간은 없죠?
시간에 관계 없이 다시 책에 꽂혔어요. 어렸을 때는 책을 굉장히 좋아했고 가수가 된 후로도 열심히 봤지만, 소설을 내고 나서 멤버들이 하도 놀려서 안 읽었거든요. 이유가 좀 웃기긴 하지만. 그런데 작년부터 다시 좋아지다가 지금은 책만한 취미 생활이 별로 없다는 결론이에요. 고요해서 좋아요.
최근에 재밌게 읽은 책이 있다면요?
『발칙한 현대미술사』를 재밌게 읽었고, 이석원 씨의 『언제 들어도 좋을 말』도 좋았어요. 평소 좋아하는 작가인 이병률 시인의 대화집 『안으로 멀리 뛰기』도 재밌었는데, 제 이야기가 나와서 깜짝 놀랐어요. 시인님과는 인연이 꽤 오래 됐는데 8년 동안 저한테 한 번도 하지 않은 이야기를 하셨더라고요. 어떤 작가가 저를 두고 안 좋게 이야기했는데 거기에 항변을 해주셨더라고요. 너무 궁금해서 어떤 작가냐고 물었더니, 말을 안 해주시더라고요. 역시 시인이에요.
아무래도 두 번째 책이다 보니, 첫 책 『당신의 조각들』 생각이 많이 났을 것 같아요. 좀 비교가 되던가요?
『당신의 조각들』이 원래 영어로 쓴 소설이었잖아요. 전문번역가가 번역을 했어야 했는데, 제가 괜한 똥고집을 부려서 직접 번역한 게 실수였던 것 같아요. 영어 버전이 월등하게 좋은데, 제가 욕심을 부렸죠. 이번 책은 그런 문제가 없었으니까요. 편하고 즐겁게 작업했어요.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그 생각을 그만뒀다”는 문장이 기억에 남아요. 혹시 지금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한 것들이 있나요? 생각이든 일이든 버릇이든.
글쎄요. 한 두 개가 아닌 것 같은데요. 쓸데없이 제가 좀 바쁘지 않나 싶어요. 내가 사랑하고 좋아하고 행복해 하는 일이면, 누가 시간낭비라고 해도 전혀 그렇게 느끼지 않거든요. 하지만 정말 온 마음을 다해서 할 수 없는 일도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와중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건 엄청난 축복이니까요. 다른 일을 놓치고 있다는 아쉬움보다는 지금 하는 일을 감사히 열심히 하면 되지 않나 싶어요.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할 시간에 고맙다는 생각을 해요. 고마워 할 일에 그 시간을 쓰면 되니까요.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통해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2014년 12월에 마지막 방송을 했으니 벌써 2년이 지났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어떤가요? 출연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나요?
저는 뭘 해도 잘했다, 못했다, 그런 걸 생각하지 않아요. 일단 좋은 기회가 있었고 덕분에 감사한 추억이 많아졌어요. 물론 저와 혜정이, 하루의 아름다운 추억도 있지만,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우리 셋만의 추억이 아니잖아요. 굉장히 많은 분이 도와주셔서 특별한 추억을 갖게 된 거니까 매우 감사한 일이에요. 아마 나이가 많이 들었을 때, 영상을 본다면 되게 고맙고 울컥할 것 같아요. 실제 지금도 종종 보는데요. 누가 제 딸의 모습을 이렇게 애정 깊게 담아주겠어요. 또 사랑도 받고 박수도 받았으니 정말 감사하죠. 전적으로 저희에게 추억을 만들어주셨는데 상까지 주셔서 신기하고 또 감사했어요.
딸 하루가 벌써 7살이 됐잖아요. 언젠가 사춘기를 겪을 때, “나 왜 이렇게 유명한 아이로 만들어놓았냐”고 화를 낼 일은 없을까요?
2년 전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찍던 중에 하루가 “아빠, 이제 그만하자”고 했어요. 사실 제가 평상시에도 하루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서 카메라가 있든 없든, 하루와 놀아주는 게 차이가 없었어요. 워낙 리얼하게 찍었으니까요. 다만 하루가 불편해 했던 게, 마이크를 교체하는 일이었어요. 아이들은 한 번 꽂혀서 놀기 시작하면 아무 것도 안 보이잖아요. 그런데 배터리 때문에 마이크를 교체해야 하니까 그걸 불편해했어요. 어느 날 “아빠, 카메라 없이 놀아도 돼?”냐고 물어서 그 날로 이제 그만 찍어야겠구나, 결심했어요. 지금은 제가 TV에 나오는 일이 거의 없잖아요. 하지만 하루가 친하게 지내고 좋아하는 공효진 이모, 태양 삼촌이 다 TV에 나오니까요. TV를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또 요즘은 유튜브 시대잖아요. 누구나 개인 채널을 갖고 있고 누구나 영상을 만드는 시대라서요. 자기만 TV에 나왔다는 개념 자체가 없어요. 우리 세대와는 다른 것 같아요.
누군가 나를 톡 건드려줬으면 싶을 때
지금 타블로 씨가 큰 시장에 갔는데 『블로노트』가 딱 1권 있어요. 누구한테 선물하고 싶나요?
가장 가까이에 서 있는 사람에게 드리지 않을까요? 실제로 그러고 있고요. 며칠 전에는 작업실 근처 미용실에 『블로노트』를 갖다 드렸어요. 미용실에 두고 여러 분들이 보면 좋겠다 싶었는데, 직원 한 분이 가져가셨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저를 좋아해주나 싶어 감사했어요. 실은 지금도 차에 잔뜩 책을 싣고 다녀요. 우연히 만나는 사람들, 연락 오는 친구들에게도 선물하고 싶어서요. 그런 식으로 나눠주려고 목표를 잡았어요.
멤버 미쓰라, 투컷 씨에게도 책을 보여줬나요?
이미 샀대요. 책 쓴다고 할 때는 그렇게 놀리더니 얘네들이 ‘츤데레(‘겉으로는 퉁명스러워 보이지만 속은 따뜻하다’는 뜻의 신조어)”예요. 뭐 조만간 라면받침으로 쓰고 있는 사진을 올릴 것 같지만요. 제가 백 퍼센트 보장해요. 며칠 전에도 사무실에서 투컷이 제 책을 들더니 가장 오그라드는 글을 제 눈앞에서 읽는 거예요. 저랑 단둘이 있는 데도요. 누구한테 웃기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저를 괴롭히는 거죠. (웃음)
책에 대한 반응이 두려운 상대는 있나요?
어떤 사람이 안 읽었으면 좋겠다 싶은 분이 딱 1명 있어요.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사장님이요. 제가 같이 일하는 사무실 식구에게는 웬만큼 책을 다 드렸는데 사장님께는 안 드렸어요. 왠지 욕할 거 같아요. (웃음) 사실 무서워서 못 드리겠어요. 사장님이 분명히 제가 책을 내는 걸 알고 있거든요. 제가 SNS에 책 사진을 엄청 올렸으니까요. 그런데 궁금해 하질 않으세요. 원래 정말 사소한 사진을 올려도 이야기를 하시는데, 책에 관해서는 한 마디도 안 하세요.
왜 그럴까요?
딱 두 가지예요. 책을 안 좋아하거나, 저를 싫어하거나. 사실 사장님도 얼마 전에 책을 내셨단 말이에요? 그런데 그 책도 저한테 안 주셨어요.
(웃음) 『블로노트』는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진심으로, 마음대로 읽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좋아하는 책 몇 권을 화장실에 두고 읽어요. 언젠가 한 작가 분께 “당신의 책을 너무 좋아해서 화장실에 두고 본다”고 말했더니 좀 당황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이건 굉장히 큰 찬사예요. 그만큼 이 책을 자주 찾아 읽는다는 뜻이니까요. 만약 어떤 분이 제 책을 화장실에 놓고 본다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 꼭 화장실이 아니더라도 필요할 때 손이 닿는 곳에 두면 좋을 것 같아요. 이 책은 소설도 아니고 시집도 아니기 때문에 꼭 처음부터 읽을 필요가 없어요. 어떤 일, 어떤 감정에 대해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까?,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누군가 나를 톡 건드려줬으면 싶을 때,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세 번째 책이 나온다면, 『블로노트』 두 번째 이야기일까요?
사실 써놓은 글은 더 많아요. 라디오 진행을 하지 않는 지금도 꾸준히 글을 쓰고 있고요. 하루에하나씩 짧은 글이라도 꼭 쓰는데, 제게는 운동 대신이에요. 회사에 헬스장도 있지만 솔직히 둘 다 할 시간은 없어요. 만약 『블로노트』가 많은 사랑을 받는다면 후속편을 내고 싶은 마음도 있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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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노트타블로 저 | 달
‘블로노트’는 타블로가 세상에 던지는 짧지만 강렬한 메시지다. 때로는 주변의 인간관계, 가족, 친구에 관한 냉철한 시각에서부터 나아가 다양하고 복잡해진 사회에 시원하게 내지르는, 타블로의 일관된 가치관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엄지혜
eumji01@naver.com
iuiu22
2016.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