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칼데콧 아너상, 뉴베리상 동시 수상!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면, 자가용으로 갈 때와 다른 풍경들을 만난다. 창밖의 모습뿐 아니라 버스나 지하철에서, 의도하지 않아도 다양한 인종, 몸이 조금 불편한 사람들, 성별과 나이가 모두 다른 다양한 이들을 만나게 된다. 이렇게 다채로운 이웃의 모습을 함께하며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깨달아가는 이야기가 『행복을 나르는 버스』에 담겨 있다.
할머니와 어린 손자 시제이는 자동차가 없다. 하지만 소년에게는 마술을 보여주는 데니스 아저씨가 운전하는 ‘불 뿜는 악어 버스’가 있다. 기사 아저씨는 아이를 위해 동전 마술을 펼쳐 보이고 소년은 버스에서 여러 사람과 만나고 대화를 나눈다. 기타 치는 아저씨는 버스에서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고, 눈이 안 보이는 분과도 정답게 이야기를 나눈다. 문신을 한 백인 아저씨, 머리가 벗겨진 배불뚝이 아저씨, 단발이 잘 어울리는 임산부 흑인 여성 등 미국 사회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인종, 성별, 나이의 사람을 버스 한 대에서 만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이웃의 모습과 시제이와 할머니의 대화를 통해 이웃과 나누는 정, 그리고 사랑을 담뿍 느끼게 된다.
이 책의 눈부신 장점 중 하나는 우리가 그냥 스쳐 가기 쉬운 일상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고 있다는 점이다. 자동차만 타고 갔다면 느낄 수 없었던 이웃의 활기, 무료 급식소에 가지 않았다면 체득할 수 없는 이웃의 가난. 시제이는 이 모든 것을 직접 경험하며 삶의 진실을 깨달아간다. 무료 급식소가 있는 마지막 정류장 ‘마켓 스트리트’는 부서진 보도와 망가진 문, 낙서로 뒤덮인 유리창으로 슬럼가의 전형적인 모습, 하지만 시제이의 할머니는 아름다운 하늘을 가리키며 아름다운 것은 어디에나 있다는 평범한 진실을 담백하게 말해준다.
책 속의 주인공 할머니와 손자는 썩 여유로운 편은 아니다. 자동차도 없고 비가 많이 오는 날, 택시를 타지도 않는다. 하지만 무료 급식소에서 봉사활동을 할 만큼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과 여유로운 삶의 태도를 지니고 있다. 사는 모습도 생김새도 다 다르지만, 우리가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손을 내미는 것이 ‘함께하는 행복’임을 일깨워준다. 또한 아이의 어떤 질문도 허투루 듣지 않고 따뜻하고 진지하게 대화하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손자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또한 할머니의 현명한 대답에서 연륜이 묻어나는 삶의 지혜가 독자들의 가슴속에 깊은 울림을 준다.
『행복을 나르는 버스』는 휠체어를 타고 있는 백인 남성이나 정장을 잘 차려입은 눈이 안 보이는 아저씨처럼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웃들을 콜라주 기법의 그림체로 등장시켰다. 또한 지저분한 건물 위로 오색빛깔 무지개가 떠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웃과 사물의 틈 안에 숨어있는 아름다움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차분하고 따뜻한 분위기의 그림으로, 이 책은 2016 코레타 스콧 킹 일러스트레이터 명예상까지 함께 거머쥐었다.
이 책은 다양한 인종과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미국 도시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미국에서는 출간되자마자 월스트리트 저널, 뉴욕 타임스, 퍼블리셔스 위클리 등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할 만큼 큰 화제를 모았으며 다양한 상을 섭렵했다. 담담하면서 위트 있는 글은 진정한 행복에 대해 일깨워주고, 미국 도시의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낸 그림은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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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나르는 버스맷 데 라 페냐 글/크리스티안 로빈슨 그림/김경미 역 | 비룡소
할머니와 어린 손자 시제이가 버스를 타고 마지막 정류장까지 가는 동안 다채로운 이웃의 모습을 마주하며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깨달아 가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에 담담하면서 위트 있는 글과 따뜻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그림이 더해져, 보는 이로 하여금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느끼게 합니다.
김규영(유아/청소년/잡지 MD)
마음은 유아, 몸은 중년. 비록 나이는 먹었지만 여전히 그림책처럼 아름다운 세상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