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학자 이창무, 박미랑 “살인자는 왜 친근한 얼굴일까?”
선진국이란 무엇일까, 선진사회란 무엇일까 고민을 많이 하거든요. 그것을 데이트 폭력이나 약자에 대한 범죄와 연결해보면 작은 범죄까지도 촘촘히 망을 만들어주는 것이 선진사회라 생각해요. 가해자를 다 처벌하자는 게 아니라 피해를 받는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촘촘히 만드는 사회가 선진사회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글ㆍ사진 신연선
2016.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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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어제도, 잔혹한 살인 사건이 뉴스에 보도됐다. 공개된 피의자의 얼굴은 평범한 이웃의 그것이었다. 영화에 나오는 매서운 눈매나 큰 덩치를 가진 살인자와는 많이 달랐다. 책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살인자는 왜 친근한 얼굴일까?’

 

살인, 강도, 성폭행, 영아살해,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범죄는 공기처럼 주변을 떠다닌다. 그런 소식을 들을 때면 사람들은 공포를 느끼고 주위를 경계한다. 범죄학자 이창무와 박미랑은 범죄의 모든 것을 다룬 책을 쓰면서 첫째, “지나친 두려움을 줄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둘째, “잘 몰라서 당하지 말았으면” 했다. 그것은 마치 질병의 원인과 예방법을 알면 질병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과 같다. 두려움에서 아는 것으로 넘어가는 것, 그것이 범죄 예방의 첫 걸음이다.

 

“누군가가 자신의 범죄 전력을 아는 것에 범죄자가 느끼는 두려움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범죄를 이해하고 예방하기 위해서는 범죄에 대한 우리의 두려움이 아니라, 우리에 대한 범죄자들의 두려움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 각자 개인화된 두려움은 우리 사회의 두려움이라는 그늘이 되기도 하지만, 우리의 두려움을 집단화의 과정을 거쳐 당당한 용기로 승화한다면 범죄가 갖는 영역을 포위하고, 줄일 수 있다.”(3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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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다

 

먼저 왜 범죄였는지 궁금하더라고요. 범죄를 공부하겠다고 결심한 두 분의 첫 장면이 듣고 싶습니다.

 

이창무: 기자 출신인데요. 사회부 기자를 하면서 범죄 전문가의 필요성을 많이 생각했어요. 전문가 멘트를 따야 하는데 당시만 해도 국내에 전문가가 많지 않았어요. 그때 이런 쪽을 공부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죠. 그때 중앙일보에 전문 기자가 막 생겨나기 시작했는데요. 범죄나 치안, 이런 쪽 전문기자는 없어서요. 처음엔 범죄 전문 기자를 생각하기도 했었죠.

 

박미랑: 사춘기 시절부터 약간 관심사가 약자에 쏠려있었어요. 저도 기자가 되고 싶어 언론학과를 갔는데 실망을 좀 했어요. 대학교 다니면서 내가 진짜 원하던 공부가 어디에 있을까 찾다가 사회학과 수업 중 ‘일탈 사회학’이라는 수업을 들은 거예요. 그러면서 이쪽 공부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공부하면서 사회의 최대 약자는 범죄자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범죄학을 공부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예요.

 

박미랑 교수님 이력을 보면 국내 최초로 ‘데이트 폭력’에 관한 범죄학 논문을 발표했다고 적혀있어요.

 

박미랑: 지금은 데이트 폭력이라는 단어가 뉴스에도 소개되고, 사람들도 알고 있지만요. 논문을 쓸 때는 그 단어가 너무 생소했기 때문에 이런 논문을 쓰고 있다고 이야기하면 현직 경찰 분들이나 다른 분들은 ‘왜 없는 범죄 만들어서 연구하느냐’는 반응이었거든요. 모르겠어요, 범죄학자들마다 관심 영역이 다른데요. 저는 작은 범죄, 약자에 대한 범죄, 이런 것에 민감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그러니까 거대한 범죄보다 일상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크고 작은 폭력이라든지 민감한 것들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던 거죠.

 

뒤에 질문하려 했었는데 이야기 나온 김에 드릴게요. 4부 ‘왜 피해자가 비난을 받는가’에서 다룬 사회적 약자의 범죄 피해 실상은 주목할 만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없는 범죄’라고 생각했던 것들이죠. 아직도 양지로 올라오지 못한 범죄들이 너무 많잖아요.

 

박미랑: 근데 그게 정말 음지에 있는 걸까요? 다 존재하고 있는데 이름 붙이기가 안 되는 거잖아요. 혹자는 이름을 붙이나 안 붙이나, 법으로 처벌하나 안 하나 실상이 똑같다면 그걸 굳이 처벌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응도 하고요. 데이트 폭력으로 박사 논문도 쓰고 그쪽에 관심을 두고 있지만 형사 사법 체제 자체가 갖고 있는 불합리성이라든지 불평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문제라고 생각해서 양형문제에도 관심을 많이 가졌어요. 그러면서 법학 공부도 하게 됐고요.

 

계속 연구를 하면서 선진국이란 무엇일까, 선진사회란 무엇일까 고민을 많이 하거든요. 그것을 데이트 폭력이나 약자에 대한 범죄와 연결해보면 작은 범죄까지도 촘촘히 망을 만들어주는 것이 선진사회라 생각해요. 가해자를 다 처벌하자는 게 아니라 피해를 받는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촘촘히 만드는 사회가 선진사회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이름 붙이기 자체가 어느 부분에서는 계속 문제제기를 하고, 피해자의 목소리가 나와야 하는 거잖아요. 하지만 어느 누가 선뜻 목소리를 내겠어요? 흔히 사람이 죽어야 관심을 갖는다고들 하는데 그런 상황을 보는 답답함도 커요. 전문가로서는 훨씬 답답함을 더 느낄 텐데 어떤 방향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박미랑: 여성학과 맞닿은 범죄를 가르칠 때 학생들에게 늘 이야기하는 페미니즘 운동의 모토가 있어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얘기거든요. 매우 개인적으로 여겼던 일들을 공유하면서 그게 사회적 이슈가 될 수 있는 건데요. 그러기 위해서는 에필로그에도 썼지만 우리가 갖고 있는 두려움이나 우리의 경험이 개인화된 것으로 머물러선 안 된다는 거예요. 공동체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도 계속 만들어줘야 하고요. 사소한 것이 아니라고 여기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들은 여전히 크고 강한 범죄에만 관심을 갖거든요. 더 변해야죠.

 

이창무: 형사 사법 체계 이런 것들이 지금까지는 지나치게 강자 중심, 남성 중심으로 되어 있었죠. 그렇다보니 숨겨진 범죄까지는 아닌지 모르겠지만 그런 것들이 우선순위에서 많이 떨어져있었던 건데요. 정상화가 되어가는 거죠. 비정상의 정상화죠.(웃음)

 

선진국이 무엇인지 생각한다면 한국 사회는 어느 수준까지 왔다고 볼 수 있을까요? 이제야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범죄를 조금씩 이야기하는 분위기기도 한데요.

 

박미랑: 가정 폭력 문제를 예로 들면 미국의 경우 1970년대에 법이 본격적으로 가정 안으로 들어갔어요. 경찰과 법원이 80년대에는 본격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거든요. 우리나라도 가정폭력특별법 자체는 1997년에 만들어지고 98년부터 시행됐어요. 그런데 일단 처벌 받는 사람이 없다는 게 문제예요. 공론화가 되고, 사람들이 인지하고, 경찰이 적극적으로 나서죠. 경찰이 체포하고 검찰로 넘겨요. 그러면 검찰이 이 사람들을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경찰은 움직여줬는데 검찰과 법원, 판사들은 생각이 바뀌질 않는 거예요. 체포는 됐지만 처벌 받는 이는 없는 시스템이 되는 거죠. 아직 멀었어요.

 

미국의 가정 폭력 판결 같은 걸 보면 그 안에서 판사들이 여성주의적 시각도 많이 가지고, 여성 운동이 판결에도 많이 영향을 끼쳤거든요. 그 1980~90년대 판결을 지금 우리가 인용하면서 공부한다 하더라도 바로 쓸 수 있죠. 4대악 개념에 가정 폭력이 들어오고 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판결문을 보고 있노라면 너무나 가부장적이고 너무나 남성중심적인 판사들의 시각을 볼 수 있어요. 거기까지 바뀌어야지만 뭔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얼마 전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데이트폭력을 다뤄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요. 지금 이 사회는 피해자가 용기 내 목소리를 높여도 잘 해결되었다는 경험이 없어요. 그러니까 그걸 본 숨어있는 피해자들은 다시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되는 악순환인 거고요.

 

박미랑: 가해자와 피해자만 신문에 나오죠. 그래서 어떻게 처벌을 받았고, 피해자가 어떤 지원을 받게 됐고, 어떻게 잘 지내게 되었다, 라는 아름다운 스토리가 전혀 안 나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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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격정 범죄

 

책은 지인에 의한 살인을 가장 먼저 다뤘습니다. 살인의 특성을 잘 보여주기도 하는데요.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다른 어떤 특성이 있는지 간략하게 소개 부탁드려요.

 

이창무: 뒤에서 다룬 미디어와도 관련이 있는데요. 같은 각종 범죄 드라마에서 주로 다루는 것들은 대부분 모르는 사람에 의한 살인이잖아요. 연쇄 살인도 영화 같은 데 많이 나오고요. 실질적으로 연쇄 살인범에게 살해당할 가능성은 극히 적어요. 그것이 문제가 안 된다는 게 아니라 확률 측면에서 보면 희박하다는 거예요. 자극적이고, 강렬하니까 그런 것이죠. 또 드라마나 영화는 현실에서 일어나기 힘든 주제를 다뤄야 사람들이 보게 되잖아요. <어벤져스>(웃음)처럼요. 그런 측면에서 현실과는 다르다는 거고요. 팩트는 대부분 아는 사람이라는 거예요. 하지만 이것도 너무 천편일률적인 이야기예요. 사이버 범죄가 아닌 다음에는 기본적으로 범죄가 발생하려면 피해자와 가해자가 만나야 하잖아요.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있어야 범죄가 벌어지니까 아무래도 아는 사람일 수밖에 없죠. 냉혈한, 청부살인에 의한 범죄도 있지만 살인을 격정 범죄라고도 얘기를 하니까요. 애증, 분노에 의한 게 살인이라면 모르는 사람과는 분노를 느끼고 말고 할 게 없어요. 감정이 쌓이려면 아는 사람이어야 하죠. 가까운 사이 중에도 제일 많이 벌어지는 살인은 배우자 살인이거든요. 동거하거나 사귀는 사이를 포함해서요.

 

박미랑: 한편 지인에 의한 살인 발생 확률이 높지만 그 살인 범죄 역시 계획적이지 않다는 게 사람들의 생각과 다른 점이죠. 사람들은 미디어에서 계획된 범죄 같은 걸 많이 접하잖아요. 그런데 실제 범죄 사건은 계획한 것이 아니라 격정적 상황, 즉 싸우다가 집에 있는 흥분 유발 단서, 방망이나 골프채, 부엌에 있는 칼이 보이니까 사용한 거거든요. 의도적으로 저걸로 사람을 죽어야겠다, 하는 경우는 별로 없어요.

 

확실히 언론의 영향이 크죠.

 

이창무: 살인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결국 미디어잖아요. 왜곡된 정보를 얻는다는 거고요. 픽션은 말할 것도 없고, 언론 보도가 그렇죠. 저도 기자 출신이지만 기사에 흔히 ‘야마’, 주제나 핵심을 잡아야 하니까요. 또 기자 욕심에 1단짜리보다 2단, 3단, 톱, 이런 걸 하려다보면 훨씬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튀고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기사가 나오게 되죠.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안 되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가 된다 하잖아요. 그런 측면에서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엽기 살인, 묻지마살인처럼 공포심을 갖게 하는 그런 것만 보도가 되는 거죠.

 

공포 역시 생각해 볼 문제 같아요. ‘개인화된 두려움과 타자화된 범죄는 우리의 두려움을 먹고 덩치를 키운다. 범죄자의 자유도도 높아진다.’고도 했어요.

 

박미랑: 해결이 아무것도 되지 않고 두려움만 계속 높아지는 상황이 되는 거죠.

 

강도로 버는 돈이 평균 100만원 미만이다, 방화범 중 어머니 없이 성장한 경우가 많았다, 강도가 흉기를 들었을 때보다 맨손일 때 더 위험하다, 등 흥미로운 사실들이 많이 있습니다. 범죄를 대중이 잘 안다는 것, 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무엇을 기대하고 책을 썼나요?

 

이창무: 두 가지 측면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방금 얘기처럼 지나친 두려움, 쓸데없는 두려움을 줄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 게 첫 번째고요. 또 하나는 잘 몰라서 당하지 말았으면 했어요. 절도뿐 아니라 성폭행 같은 것도 문단속만 잘해도 많은 부분 예방할 수 있거든요. 한때 ‘발바리’ 같은 연쇄 성폭행범으로 시끄러웠는데요. 나중에 진술한 것을 보면 문을 당겨봤는데 열려서 들어갔다, 이런 말도 나와요. 여러 강간 사건도 보면 특히 여름 같은 경우 창문이나 문이 열려 있는 경우 발생했거든요. 사소한 부주의를 조금만 조심하면 예방할 수 있어요. 보이스 피싱 같은 신종 범죄에도 조심하면 예방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요.

 

반론이 있을 수 있죠. 여름에도 문을 꼭꼭 닫고 살아야 하느냐, 편하게 살 수 없느냐 할 수 있어요. 글쎄요, 우리는 모든 걸 다 조심하잖아요? 보도를 걸어갈 때 안전 교육 측면에서 차도 쪽이 아니라 안쪽으로 걸어가도록 교육을 시키잖아요. 조심을 하면 그만큼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측면이 있으니까요. 범죄와 관련해서도 스스로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좋겠죠.

 

박미랑: 비슷한 생각이에요. 책에서 범죄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많이 이야기하고 있지만요. 범죄를 생각할 때 나는 늘 피해자가 될 것이고, 누군가가 날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꾸 남에게 책임을 묻는 거예요. 그런데 많은 범죄 안에는 사실 나의 책임도 있거든요. 당신이 뭘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했고요. 사회구조가 남 탓하는 구조로 되어 있으면 남의 피해, 아픔을 어우르지 못해요. 범죄에 대해서도, 안전에 대해서도 많이 민감해져야만 내가 범죄를 예방하고 남이 피해를 당했을 때 작은 것도 어루만져줄 수 있거든요. 그게 안 되면 뉴스에 보도되는 매우 큰 범죄가 아닌 이상은 너무 둔감해져요. ‘그럴 수도 있지’라면서요. 그런 걸 함께 얘기하고 싶었어요.

 

분명히 반론도 가능할 것 같아요. 문단속을 하지 않아도 안전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말이에요.

 

이창무: 결국은 그런 자유와 안전, 두 가지가 상충되는 부분이 있으니 판단을 잘 해야 하는 거겠죠. 교통사고 때문에 자동차를 없앨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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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교육이 필요하다

 

개인의 성장배경과 범죄는 얼마나 깊은 관련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창무: 거의 절대적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여러 연구 결과를 봐도 그래요. 범죄를 저지르는 결정적 변수가 뭐냐, 딱 한 가지를 말한다면 성장배경이라고 봐요. 저는 거기에 동의를 해요. 부모나 양육자의 관심, 애정, 더 나아가서 감시까지 얘기할 수 있을 텐데요. 어렸을 때 보호자가 관심과 감시를 기울이면 나중에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줄어드는 거죠.

 

청소년 범죄를 가르칠 때 그런 걸 강조하곤 했는데요. 우리는 부모가 자연스럽게 되잖아요.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경험으로 애들 키우는 방법을 터득하는데요. 훈육이나 양육은 제대로 된 교육이 필요해요. 악순환이거든요.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기술도 관심도 없으니까 그냥 함부로 하게 되면 그 사이에 학대로 인해 아이가 죽게 되는 경우도 있고, 시간이 지나면 당연히 청소년 범죄, 성인 범죄로 연결될 수 있어요. 그들이 또 아이를 낳고, 악순환이죠.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고, 거기에 부모 교육 같은 국가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해요. 아직은 부모의 친권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한 반론도 많이 있죠.

 

박미랑: 많은 범죄 이론이 있어요. 어떠한 요인이 범죄와 가장 연관이 깊은가 하는 연구를 많이 하는데요. 범죄 이론 중에도 자아 통제 이론이라는 게 있어요. 자아 통제력이 낮은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 이르렀을 때 범죄자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하기도 하는데요. 그렇다면 자아 통제력이 언제 형성되느냐고 할 때 만으로 세 살에서 여섯 살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부모가 어떻게 훈육을 잘했느냐가 되게 중요한 거거든요. 어렸을 때 부모가 잘 교육을 해야 하는데 이창무 교수님 말씀처럼 우리나라에선 어떻게 부모가 교육을 해야 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단 말이죠. 출산 수당을 그냥 주는 게 아니라 수당을 주면서 부모 교육을 받게 한다든지 그런 건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범죄학 연구를 하면서 교도소, 소년원 이런 곳을 자주 다니는데요. 거기서 만난 학생들 보면 늘 마음이 아픈 게 이들에게도 보통 중산층 부모의 역할을 하는 보호자가 있었으면 여기까지 왔을까 이런 생각을 늘 하게 되는 거예요. 그런 것과 맞닿아서 나도 저럴 수 있었는데 부모님 덕분에 이런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거지 내가 잘나서 된 게 아니구나 이런 생각은 정말 많이 하게 돼요.

 

부모 교육의 필요성은 정말 공감이 돼요. 스스로 학대를 하는지 모르는 경우조차 있잖아요.

 

이창무: 부모의 학력 수준이 높다고 꼭 좋은 부모도 아니잖아요. 예전에 유명했던 과천 토막 살인사건(2000년 발생)만 하더라도 중산층 가정에 명문대 나온 부모들인데 아들이 부모를 토막 살인했잖아요. 부모가 자녀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에 대한 훈련이 안 돼 있고,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면 위험해요. 에이드리언 레인(Adrian Raine)이라는 범죄심리학자가 있는데 영국에 있는 아주 유명한 슬럼에서 자랐어요.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다 범죄자가 됐어요. 왜 자기는 안 됐을까 스스로를 연구한 거죠. 원인이 부모의 사랑이었어요. 가진 게 없어서 슬럼에서 살았지만 친구들과 다르게 사랑으로 키웠다는 거예요. 아까 애정, 관심 등을 얘기했는데요. 사랑을 건조하게 말하면 감시죠.

 

어디까지가 훈육이고 어디까지가 학대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것도 문제예요.

 

이창무: 항상 그렇잖아요. 어떤 종류의 폭력도 그 기준이란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부모가 자신에게 이렇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는 건 자식에게도 똑같이 하지 않아야 할 것 아니에요. 혼날 만하다 생각이 들면 수긍하지만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너무 싫다, 그런 생각이 들면 학대가 되는 거죠.

 

박미랑: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고, 이런 폭력은 없다고 생각하는 거죠. 선생님이 학생을 때리는 건 되고, 학생끼리 싸우는 건 안 되고, 이런 폭력의 기준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아동이고, 학생이지만 하나의 주체자이자 인격체로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기준에서 폭력이 가능한가, 받아들여질 체벌이었고 폭력이었는지 판단해야지 내 가족, 내 아이, 내 애인, 이런 기준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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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범죄, ‘알파크리미널’

 

CCTV를 다룬 부분에서 벌써 많이들 잊은 것 같지만 필리버스터 정국까지 불러온 ‘테러방지법’이 떠올랐어요. 사생활보호와 범죄예방,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할까요?

 

이창무: 결국은 자유냐 안전이냐의 문제잖아요. 그런데 좀 다르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개인의 자유 안에 개인의 안전이 또 있잖아요. 사생활이라는 것도 본인의 보안이 될 수 있어요. 어떻게 보면 개인의 보안과 사회의 보안의 문제인 거죠. 보안과 자유의 문제가 아니라요. 그걸 어디까지 넓힐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해요. 결국 그에 대한 정답은 있을 수 없고 시대적 상황과 사회적 통념 등에 의해 달라질 수밖에 없거든요. 절충점이 어떻게 돼야 할 것인지 찾아야 하는데요. 역감시가 잘 돼야 하겠죠. 상호감시 시스템이 이루어지면 투명성,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겠느냐 생각해요. 걱정하는 것은 CCTV 등이 다른 목적으로 전용될 가능성이니까요. 테러방지법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철저하게 필요한 목적으로 사용되고, 모두 나중에 감사를 받고, 이렇게 해야 될 거예요.

 

박미랑: 저는 CCTV 논의를 보면 항상 이런 생각을 해요. 사회에서 CCTV가 활용도가 정말 많잖아요. 이건 범죄 예방과만 연결돼 있는 게 아닌데 사람들 머릿속에 ‘CCTV=범죄예방’이라는 공식이 자리 잡혔단 말이죠. 이게 영국에서 국가 주도로 CCTV를 설치하면서 범죄 예방을 홍보하면서 인식이 그렇게 됐다고 해요. 그런데 CCTV는 여러 감시 도구 중 하나인 거고, 기술은 계속 발전하면서 감시 기능을 가진 것들은 또 생겨나요. 그래서 저는 CCTV를 논하는 게 아니라 감시를 논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아요. 디지털화 되어 있고, 언제든 정보를 꺼내볼 수 있고, 영구성을 가지고 있는 게 문제잖아요. 게다가 사물인터넷 나오고 해서 모든 것을 연동시켜버리면 나라는 사람을 재조합하는 게 가능해지죠. 누구든지 재조합이 가능하다면 사생활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고요. 때문에 정보를 분절시키는 장치가 잘 마련돼야 하는데 거기까지는 안 가는 거죠. 그런 정보 분절이라든지 제한에 대한 기준이 너무 뒤떨어져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경각심을 같이 가져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새로운 게 등장하면 반드시 그걸 이용한 새로운 범죄가 나타난다고 했습니다. 여기에 범죄예방 및 대처의 어려움이 있을 거예요. 새로운 기술을 이해해야 하고, 처벌 규정도 미비하니까요.

 

이창무: 낮에 세미나에 다녀왔는데요. 주된 이슈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변화였어요. 그걸 들으며 생각한 게 인공지능을 이용한 범죄도 가능할 거란 거였어요. 인공지능이 경찰의 수사기법 등을 다 학습하게 되면 그걸 뛰어넘는 ‘알파크리미널’이 나올 수 있을 거예요. 또한 법이란 항상 맹점이 있기 때문에 그것도 학습하면 그걸 이용한 범죄도 가능할 거고요. 각종 증권 거래법부터 시작해 사람은 할 수 없는 것들을 학습하거나 새로운 금융 파생 상품을 만들거나 하는 일이 생기겠죠. 그런 것들이 가져올 폐해라는 건 섬뜩하죠. 강한 인공지능은 지금까지 겪어온 것들을 뛰어넘는 거니까요.

 

박미랑: 근본적으로 생각하면 범죄에 대한 긍정적인 정의를 형성하는 것, ‘이래도 돼’라는 걸 학습하게 되는 게 제일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사람은 늘 창의적이고 활용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웃음) 범죄에 대한 정의, 위법한 행동에 대한 정의가 비뚤어지면 어떤 것도 다 활용해서 범죄를 만들어낼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위법에 대한 태도를 어떻게 교육하는가가 제일 기본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태어나면서부터 가정 안에서 범죄의 정의를 어떻게 형성해나가는지 교육이 필요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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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가 범죄에 영향을 준다고 했는데요. 그렇게 본다면 가정 폭력이나 데이트 폭력, 아동이나 여성에 대한 혐오 정서를 너무 쉽게 내보내는 미디어가 큰 문제기도 한데요.

 

이창무: 기자 출신으로(웃음) 말씀드리면 위험성을 인식 못한다고는 생각 안 해요. 그것보다는 시청률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거죠. 아까 얘기했던 부모 교육도 같은 건데요. 결국은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잖아요.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일이 필요할 거예요.

 

박미랑: 문자 엄청 보내고, 전화 계속 걸고 이런 게 아침 드라마에 나오죠.(웃음) 여자나 남자에게 집착을 보이는 게 단순히 좋아해서 그러는 것이라고 여기고 그냥 그렇게 보여주는 거잖아요. 미디어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죠. 시청률 중요하니까요. 하지만요, 그걸 보는 시청자들이 그게 아프고, 불편함을 느끼고 항의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인식이 올라가야 해요. 그래서 캠페인도 중요하고 알아가는 게 정말 중요한 거죠. 한국에 돌아와서 개그 프로그램을 보고 너무 놀랐던 게 경상도 아빠가 엄마를 구박하는데 방청객들이 다들 웃고 있는 거예요. 어떻게 저런 폭력적인 모습이 개그가 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요. 이런 것들이 개그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현실이 너무 아픈 거죠. 사회가 남에 대한 폭력에 둔감하구나 생각했어요. 약자에 대해선 더욱 그렇죠. 한부모 가정도 그렇지만 드러나지 않은 약자, 성소수자들에 대한 비난이 정말 거침없잖아요. 같이 아파하지 않는 사회가 문제라는 생각을 늘 해요. 

 

최근 일어난 사건 중 가장 우려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박미랑: 동물학대요. 약자의 층위에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아동,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종교소수자 등 모두 포함해 발언권이 없거나 사회에서 소수 위치에 있는 이들에게 가하는 폭력의 연장이라고 생각해요. 여러 이론이 있지만 동물을 잔혹하게 학대하는 사람을 위험 인자로 보기도 하거든요.

 

이창무: 경제범죄, 특히 인터넷을 이용한 사이버 범죄요. 많은 일반 범죄가 형태는 같은데 사이버 상에서 벌어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절도, 사기, 이런 것들이죠. 피싱, 파밍, 큐싱 등 온갖 종류의 새로운 것들이 사이버에서 벌어진다는 거죠. 그것에 의해 피해자도 훨씬 많아질 수밖에 없고 잘 몰라서 당하는 경우도 많아져요. 기술도 계속 진화하니까 큰 문제죠. 최근에는 보이스피싱을 감별하는 소프트웨어도 나오는데요. 그걸 또 뛰어넘는 방법이 나오겠죠. 범죄도 더 많아지고 피해도 점점 더 늘어날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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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들은 우리를 파괴하는가 이창무,박미랑 공저 | 메디치미디어
살인, 성폭력, 강도 같은 흉악범죄의 피해자들은 잘못된 상식 때문에 당하는 경우가 많다. 가정폭력과 데이트폭력, 군대 성폭력 같은 ‘보이지 않는 범죄’는 사회의 무관심이 큰 원인이며 주변의 편견 때문에 2차 피해로 이어지곤 한다. 해외의 선진적인 형사사법학을 공부하고 한국의 대표적인 범죄학자로 부상한 두 저자는 무지를 타파하고 공포를 이겨낼 방법을 독자에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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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들은 우리를 파괴하는가 #범죄학자 #살인자 #폭력 #범죄
2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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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gwow01

2016.12.03

기사가 언제 개시된건지 날짜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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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onpen

2016.05.10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새삼 와 닿습니다. 범죄는 그 특성상 외면하고 싶은 주제이긴 하지만, 범죄의 두려움으로 부터 해방되려면, 정면에서 대면하는 게 필요한 거 같습니다. 흥미로운 인터뷰네요, 책도 꼭 읽어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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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선

읽고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