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미술관』은 블로그에 매일 한 편씩 올린 ‘미술스토리’를 엮어 만든 책인데요. 어떻게 하루에 한 편씩 꼬박꼬박 연재할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내가 아는 것을 나누고 싶다는 마음에 취미로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시간 날 때마다 블로그에 짧게 ‘미술스토리’라는 이름으로 한 편씩 올렸지요. 그런데 반응이 좋더라고요. 교육 자료로 사용하고 싶다며 인터넷 카페나 단체, 회사 등에서 공유를 요청하기도 하고요.
하루 평균 방문자가 300~500명이던 제 블로그는 이제 평균 방문자 2,000명 이상, 포털 사이트 메인에 오르는 날에는 10만 명이 넘기도 합니다. 자연스럽게 매일 새로운 미술스토리를 기다리시는 애독자 분들도 생겼습니다. 개인 사정으로 못 올리는 날에는 아쉬워하시면서 예전에 올린 미술스토리에 댓글을 남겨주시기도 하고요. 그래서 매일 꾸준히 한편씩 올리게 됐습니다.
하지만 제게는 이 활동이 아직도 취미, 즉 즐거워서 하는 일입니다. 저도 공부가 많이 되고요. 하다 보니 이렇게 책 출간도 하게 됐습니다. ‘돌아이짓’도 꾸준히 하다 보니 공감해주고 응원해주고 사랑해주는 팔로워 분들이 생겨나네요.
가장 좋아하는 화가는 누구인가요? 혹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당연히 저죠! 그림을 너무 잘 그리더라고요. 두 번째로는 38개월 된 제 아들!
그다음으로는 너무 많아요. 저도 20년 이상 그림을 그리고 있고, 미술을 공부 중이지만 아직 수천억 원짜리 작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모나리자>에 왜 가격을 매길 수 없는지, 빈센트 반 고흐에게 왜 많은 사람이 열광하는지 몰라요.
미술인으로서 ‘가장 충격이었던 작품’을 꼽을 수는 있습니다. 암스테르담에서 빈센트 반 고흐의 마지막 작품 중 한 점인 <까마귀 나는 밀밭>을 실물로 처음 접했을 때, 30분은 넋 놓고 봤어요. 사람의 실력으로는 도저히 그릴 수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는 37년간 말도 안 되는 양의 공부를 통해 쌓은 철학과 10년간 누구도 따라 하지 못할 만큼의 노력으로 얻은 자신의 개성을 1미터 남짓 되는 작은 캔버스에 쏟아 부었죠. 하나님의 터치가 가미된,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걸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책 제목처럼 가장 비밀이 많은 화가를 꼽는다면요?
당연히 1위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지요. 평생 열다섯 점밖에 그리지 않았는데, 각각의 작품에 적게는 수백 개에서 많게는 수만 개의 다른 연구결과물이 발표됐잖아요. 말 그대로 ‘까도 까도’ 계속 나오는 신비의 작품들이 아닌가 싶어요. 물론 다빈치라는 인물 자체도 비밀이 많지요. 외계인이라고 모시는 분들도 많답니다. 그래서 저를 포함한 많은 미술계의 사람들은 내일은 또 어떤 다빈치의 비밀이 세상에 알려질까 늘 궁금해합니다.
물론 그런 신비함보다는 요하네스 베르메르가 작품에 숨겨둔 엉큼한 ‘19금 코드’ 등이 서양 미술을 더욱 재미있게 할지도 모릅니다.
책 내용 중에 처음 보는 내용들이 많은데, 모두 다 근거가 있는 내용인가요?
근거가 없는 이야기를 출간하면 사기죄로 잡혀가겠죠? 물론 정확한 근거가 없는 이야기도 몇 가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렘브란트가 그린 <반닝 코크 대위의 비밀>에 대한 추측은 전 세계에 저밖에 하지 않을 겁니다.
피카소가 마약을 했다는 이야기 역시 피카소 자신이나 지인의 증언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뒷받침할 학자들의 연구는 엄청나게 많이 있죠.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 성화라는 주제 역시 현재는 약 7:3으로 아니라는 학자들이 더 많습니다. 그러나 ‘교회의 불은 꺼져 있고 주변의 집들의 불은 켜져 있다’는 발견이 세간의 의견을 반대로 뒤엎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렇다면 자료는 주로 어디서 수집하시나요? 빈센트 반 고흐의 수입(테오가 보내준 돈)을 계산한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었어요.
약 20년 동안 꾸준히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약 15년 동안 미술사를 공부 중이고요. 우연한 기회로 그리스신화를 고대 그리스어로 배웠고 그 계기로 라틴어와 이슬람교, 불교, 도교, 힌두교, 조로아스터교, 고대이집트 종교, 수메르 종교, 원시종교 등을 거쳐 결국 기독교까지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전시 모임을 운영할 정도로 작품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유명하다는 서양화 작품은 거의 다 실제 원화로 봤다고 봐도 될 정도로 많이 돌아다녔어요. 심심할 때는 인터넷이나 책을 통해 그림을 보고 있고요.
이런 바탕 위에 이상한 것들만 잘 찾아보는 저의 눈, 거기다 돌아이 마인드까지 더해지니 미술 작품이 단순히 작품으로만 보이지 않습니다. 종교, 역사, 심벌, 코드 등, 연결된 것들이 모두 보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근거를 찾아보면 그게 정말이에요. 보다 정확한 근거를 찾기 위해서는 전문서적들과 뉴스 사이트들을 주로 봅니다.
『비밀의 미술관』에는 포함되지 않은 이야기지만, 1582년 영국 우드스터의 동사무서에서 라틴어로 발급된 혼인증명서까지 찾아다닌 적도 있었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의 경우, 편지를 읽다 보니 테오가 보내준 돈이 적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죠. 프랑스 국립은행과 프로방스 지방 은행의 홈페이지를 뒤져서 당시 물가를 계산했고, 그가 우리의 생각처럼 반 고흐가 몹시 가난하지는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최연욱 저자가 그린 밥 로스 초상화
내용 중 우리에게 친숙한 화가 밥 로스, 일명 밥 아저씨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밥 로스의 이야기는 꼭 넣고 싶어 직접 밥 로스 초상화를 그려 실었다고 들었습니다. 밥 아저씨 이야기를 꼭 넣고 싶었던 이유가 있나요?
밥 아저씨를 존경합니다. 물론 저는 밥 아저씨가 제 교수님의 친구라 많은 이야기를 듣기도 했습니다만, 자신이 가진 재능으로 인류를 위해 선한 어떤 일을 하고 싶은 분이라면 아마 누구라도 밥 아저씨를 좋아하게 될 겁니다.
밥 아저씨는 원래 직업군인이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독일의 미술교육 TV 프로그램을 보고는 ‘어라? 이거 돈 좀 되겠는걸?’ 하며 미술을 시작했죠. 그러나 그 과정에서 미술이란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해주는 매개체임을 깨닫고, 누구나 쉽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서 전파했습니다.
미술계에서, 그리고 일반 사람들로부터도 ‘달력 그림이나 그리는 화가’라고 무시를 당했지만 그는 TV 프로그램 <그림을 그립시다>를 통해서 누구나 30분 만에 예쁜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전파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미국에서만 수백억 대 새로운 미술 교육시장을 만들었죠.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자신의 모든 작품을 기꺼이 나라와 단체에 기증해서 좋은 곳에 쓰이게 했습니다. 밥 아저씨야말로 미술을 통해서 인류에 행복을 전한 위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미술과 행복, 참 쉽죠?
‘미술을 가까이하고 즐겨라!’고 계속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언어가 생기기 훨씬 전부터 사람들은 그림을 그렸습니다. 잠이 들기 전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까 두려워서 그날의 했던 일을 벽에다 그림으로 기록한 거죠. 이처럼 미술은 수만 년 전부터 인간의 두려운 마음을 ‘힐링’할 수 있도록 도와줬습니다. 권력이 역사를 장악했을 때에는 그 사실을 미술로 몰래 기록했고, 후대에 전했습니다.
지금은 미술이 우리 주변에 널려있습니다. 아기들은 벽에 <최후의 만찬>도 울고 갈 걸작을 즐겨 그리지요. 주머니에 사진기 하나 안 들고 다니는 사람도 없습니다. 우리는 전화가 되는 사진기로 사진을 찍고, SNS라는 온라인 갤러리에 수시로 전시회를 하며, 수많은 팬을 누리고 있습니다. 직접 모델이 돼서 살짝 야시시한 사진이라도 올려보세요. ‘좋아요’ 폭탄 맞습니다.
이런 미술을 ‘나와는 너무 먼 당신’이라며 일부터 편견을 쌓기보다는 미술을 통해서 삶을 즐기고 행복을 누리면서, 아픈 마음을 치유 받으시길 바랍니다. 삶이 힘들 때 사랑하는 사람이나 아름다운 추억이 담긴 사진을 보면 아픔을 잠시 잊을 수 있지 않습니까? 미술 작품도 똑같습니다. 꼭 그런 작품 한 점을 여러분 가까이 두셔서 행복을 누리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작품이 1조 원에 가까운 모나리자가 됐든, 1조 원짜리 계약 서류에 그린 아기의 낙서가 됐든 말이지요.
요즘 미술관은 꼭 미술을 감상하기 위한 곳이 아니라 나들이나 데이트 장소이기도 합니다. ‘즐길 수 있는’ 미술관을 한두 곳 추천해주신다면?
요즘 미술관 데이트를 많이들 하죠. 싱글이시라도 미술관에 가보세요. 제가 아내를 거기서 처음 만났거든요!
그런데 피카소 특별전이나 반고흐 특별전 등, 알만한 화가들의 특별전에 가도 몇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1. 아는 작품이 별로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2. 작품 대신 관객 뒤통수만 보고 올 때도 있죠.
3. 작품이 무슨 의미인지를 모를 때는 왠지 자신이 모자라게 느껴집니다.
4. 티켓 값 15,000원? 둘이면 3만 원인데 남들 뒤통수만 보고, 자존감 다운되기 위해서 쓰기에는 비싸게 느껴집니다.
공감하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그렇다고 내가 아는 작품 한 점 보자고 유럽으로 데이트 갈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저는 갤러리를 추천해 드립니다! 피카소 특별전이나 최연욱 특별전이나 어차피 봐도 모르는 작품! 장점도 많습니다.
1. 대부분 무료입니다.
2. 한가해요. 관람객이 아무도 없을 때가 대부분입니다
3. 여름에는 은행보다 시원하고 겨울에는 백화점보다 따뜻합니다.
4. 갤러리 주변에는 항상 예쁜 카페들이 몰려있습니다.
서울에는 갤러리가 주로 인사동(약 80곳), 청담동, 홍대 앞, 평창동, 대학로, 경복궁 양옆에 몰려있습니다. 특히 인사동은 매주 전시가 바뀔 정도입니다. 수요일 오후에 가면 전시 오프닝 파티를 하는 곳도 있어요. 작품 설명도 작가님으로부터 직접 들어보면 좋잖아요?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으면 블로그나 SNS에 후기도 올려주고요. 여유가 되신다면 한 점 사와도 좋겠네요! 그리고 바로 근처 예쁜 카페에서 작품에 대한 느낌을 나누는 게 어떨까요?
-
비밀의 미술관최연욱 저 | 생각정거장
《비밀의 미술관》은 서양미술사 속 숨겨진 뒷이야기들을 모은 책이다. 예를 들어 〈비너스의 탄생〉속 비너스는 10등신이나 된다. 그 이유는? 모델을 짝사랑한 나머지 그녀의 나체를 상상으로 그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히 ‘썰’을 풀어놓은 책은 아니다. 전부 저명한 서양문헌들에서 발췌한 ‘근거 있는’ 내용으로, 미술에 대한 상식과 깊이를 동시에 충족시켜줄 것이다
[추천 기사]
- 만남의 연속에 흠뻑 빠져보세요, MC탄
- 왜 스마트폰 시장이 위기인가?
- 어릴 때부터 만나는 직업의 세계
- 당신의 컨셉이 당신을 말해줍니다
- 저유가는 우리에게 득일까, 실일까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서유당
2016.02.01
언강이숨트는새벽
2016.01.30
차한
2016.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