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 기억과 망각 사이의 슬픈 시간여행
치매에 걸린 노부부를 통해 한평생의 삶과 사랑과 관계에 대한 소설 『당신』, 작지만 위대한 물건들의 세계를 탐사하며 그 의미와 역사를 추적한 책 『문구의 모험』, 지금 내가 잘 살고 있는 걸까’라는 의문을 품으면서 시작된 이야기를 담은 책 『방구석 라디오』등의 눈에 띄는 이주의 신간을 소개합니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15.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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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5주 신간

 

당신

박범신 저 | 문학동네

지난 2월부터 7월까지 문학동네 네이버카페에 ‘꽃잎보다 붉던-당신, 먼 시간 속 풍경들’이라는 제목으로 일일 연재되기도 했던 이 소설은, 치매에 걸린 노부부를 통해 한평생의 삶과 사랑과 관계에 대해, 또 그 현상과 이면에 대해 남김없이 천착해 펼쳐 보인다. 한편으로는 치매 걸린 노인의 정신이 먼 과거의 기억을 향해 달려나가듯이, 다른 한편으로는 그의 육체가 빠른 속도로 죽음을 향해 무너져내려가듯이, 이 소설은 현재 시점에서 노부부가 살아온 과거의 시공간을 종횡으로 오간다. 하고픈 말을 다 하지 못한 채 끝을 맺고 만 ‘당신’의 사랑을 달래고 기리는 진혼곡으로 [당신-꽃잎보다 붉던]은 씌어졌다.

 

 

 

 

 

문구의 모험

제임스 워드 저/김병화 역 | 어크로스

미국의 저명한 출판 기획자 존 브록만이 세계의 석학들에게 “지난 2000년간 발명된 것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졌을 때, 미디어 이론가 더글라스 러시코프는 “지우개”라고 답했다. 수정 용액처럼 과거로 돌아가 실수를 바로잡을 기회를 주는 것들이 없었더라면 과학과 사회, 문화와 윤리의 발전도 없었으리라는 것이 그 이유다. 지우개는 단순히 종이로부터 흑연 가루를 털어내는 도구가 아니라 중요한 사고의 전환을 가져온 도구라는 것이다. 우리의 책상 위에 자리 잡은 문구들은 이처럼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새로운 장을 열어젖힌 조용한 공로자들이다. 형광펜은 메모하고 표시하고 공부하는 새로운 방식을 가져왔으며 색인 카드는 자료를 정리하고 재배열하고 업데이트하는 정보처리 방식에 혁명을 가져온 도구다. 《문구의 모험》은 이 작지만 위대한 물건들의 세계를 탐사하며 그 의미와 역사를 추적한 책이다.

 

 

 

방구석 라디오

모자 저/민효인 그림 | 첫눈

『방구석 라디오』는 여느 평범한 삼십대처럼 직장생활을 하던 보통의 한 남자가 ‘지금 내가 잘 살고 있는 걸까’라는 의문을 품으면서 시작된 이야기다. 우리가 한 번쯤 고민했으면서도 너무나 사소하다고 느껴 지나쳐버린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더 행복한 인생을 고민하고, 잘 살고 있는 건지 돌아보고, 미래를 걱정하고… 지난 시절을 추억하는 저자의 모습은 잊고 있던 나의 일상과 솔직한 내 마음을 돌아보게 만든다. ‘방구석 라디오’라는 말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이 책에는 라디오 사연마냥 자유로운 소재와 다양한 감정이 실린 에피소드가 있다. 행복하기 위해서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 건지 의미를 잃어버렸다고 느낀 순간, 당신의 고민들이 결코 하찮거나 당신이 지나치게 예민한 사람이 아님을 이 책이 깨닫게 해줄 것이다.

 

 

 

웃음은 힘이 세다

허은미 글/윤미숙 그림 | 한울림어린이

《웃음은 힘이 세다》는 웃음이야말로 우리의 건강과 행복을 지키는 강력한 처방임을 보여 줍니다. 많은 어린이 그림책을 통해 따뜻한 시선과 메시지를 전해 온 허은미 작가는, 아이들 그리고 자신을 비롯한 모든 어른들이 크게, 함께, 많이 웃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습니다. 여기에 우리나라 그림 작가로는 처음으로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라가치 상을 수상한 윤미숙 작가가 뜻을 모아, 웃음을 터뜨리는 아이들과 동물들의 모습을 실과 바늘로 한 땀 한 땀 떠서 개성 넘치는 작품으로 완성했지요. 그래서인지 책 속의 인물들이 하나같이 생동감 넘치고, 유쾌하고, 사랑스럽고,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웃음은 힘이 세다》를 펼쳐 하하하 크게 웃고, 하하하 많이 웃고, 하하하 함께 웃어 보세요. 웃음은 온 우주를 통틀어 가장 강력하고 힘센 행복 바이러스니까요!

 

 

 

이토록 멋진 문장이라면

장석주 편저 | 추수밭

이 시대의 문장 노동자이자 다독가인 장석주 시인이 추천하는 책 속 명문장 51. ‘감정을 다스려주고’, ‘인생을 깨우쳐주고’, ‘일상을 음미하게 해주고’, ‘생각을 열어주고’, ‘감각을 깨우는’ 다양한 색채의 문장들을 한 권에 담았다. 오래도록 기억할 만한 시, 소설, 산문의 문학 작품과 인문서에서 의미를 곱씹으며 따라 쓰기 좋은 텍스트를 발췌하고, 장석주 시인이 그에 대한 생각과 감상을 덧붙였다. 인문학적 사유와 시인의 시선이 오롯이 담겨 있는 그의 글에서도 명문장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오밤중 삼거리 작업실

홍동원 저 | 동녘

이 책의 제목이 《오밤중 삼거리 작업실》인 이유도 거기에 있다. 디자이너들은 클라이언트로부터 하나의 주제를 받고, 기로에 선다. 왼쪽 길로 가야 할지, 오른쪽 길로 가야 할지 수차례 망설인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야만 디자인은 완성된다. 홍동원은 자신의 작업 일화를 감정을 걸러내지 않고 서슴없이 기록했다. 그 과정에서 느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디자이너가 처한 작금의 상황을 토로하기도 했다. 어찌 보면 그의 사적인 면까지 엿보이는 이 책이 디자인 분야에 몸담고 있는 이들에게는 공감과 선배 디자이너의 앞선 경험이 주는 지혜를, 출판디자인을 지망하는 이들에게는 머릿속에 디자이너로서의 상이 그려지는 현장감을 제공할 것이다.

 

 

 

 

마흔, 두 번째 스무 살을 준비하다

이현숙 저 | 팬덤북스

이 시대의 아버지, 중년 남성이라 불리는 이들은 자신들의 이야기, 고민, 상처를 꺼내는 데 서툴다. 그럴수록 남모를 상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더 깊어지고 낫기가 어려워진다. 그러다 찬바람이 불고 낙엽이 질 때쯤, 못 견디게 쓸쓸해지면 슬금슬금 속을 털어놓는다. 《마흔, 두 번째 스무 살을 준비하다》는 40대에서 60대에 이르는 대한민국 중년 남성들의 말 못 할 고민을 토대로 쓰였다. 어디서도 쉽게 꺼내지 못했던 중년들의 서글프고도 해묵은 고민에 인문학의 지혜를 더해 위로의 메시지로 전한다. 저자는 중년들에게 ‘청춘들 앞에 기죽지 말라’고 말하며 머리로 아는 지식이 아닌 삶의 여유를 부르는 지혜를 강조한다. 청춘을 부러워하고 ‘그때가 좋았지’라며 젊은 날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진정한 중년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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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신간 #10월5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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