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 The Bones Of What You Believe >로 성공적인 데뷔를 치른 처치스는 두 번째 앨범 < Every Open Eye >로 그 영광을 이어갈 듯하다. 디페시 모드(Depeche Mode)나 듀란 듀란(Duran Duran) 등, 80년대 신스 팝의 모양새에 현대 EDM의 강렬하고도 날카로운 인상을 첨가한 전작의 작법을 그대로 취용한다.
루프들이 혼잡하게 뒤섞였던 전작에 비해 많이 절제된 모양새다. 여러 가지 신시사이저 사운드를 질서정연하게 배치함으로써 보다 높은 가독성을 모사한다. 시종일관 귀를 채우던 루프들을 일부 걷어냄으로써 로렌 메이베리의 보컬은 더욱 부각된다. 멜로디적인 측면이 강화된 < Every Open Eye >의 결론은 결국 '쉬워졌다.'에 도달하게 된다.
쉬워졌다, 곧 단순해졌다는 수식어는 일부 밴드에게 독이 될 수 있겠지만, 처치스의 경우는 달라 보인다. 이들의 강점이 복고와 트렌드 사이를 가로지르는 사운드의 추출뿐만 아니라, 이에 걸맞은 멜로디 메이킹에도 있음을 입증한다. 예전 신스 팝의 향수를 간직한 「Make them gold」와 「Empty threat」의 멜로디와 「Bury it」의 캐치함은 어느 대중적인 팝과 비교해 보아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밴드는 이러한 대중성을 챙기면서도 원 매력이었던 몽롱함과 청량감 또한 놓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어느 사운드 하나 묻히지 않는, 높은 수준의 믹싱을 보여준다. 귀를 잡아끄는 「Never ending circles」의 강렬한 첫 루프와 「Leave a trace」의 나긋함, 전작의 「Tether」와 흡사한 구성의 「Clearest blue」의 후반부의 날카로운 비트, 앨범은 선명한 채도를 머금은 전자음의 연속이다. 이 외에도, 밴드의 사운드 구현 능력은 「High enough to carry you over」나 「Down side of me」 등 애절하고도 멜랑콜리한 트랙을 연출하는데도 효과를 보인다.
허츠(Hurts)나 니키 앤 더 도브(Niki & The Dove), 세인트 루시아(St. Lucia) 등 일명, 신스 팝 리바이벌이라고 불리는 여타 밴드들 사이에서 처치스의 행보는 당연 돋보인다. 화려한 데뷔작 < The Bones Of What You Believe >와 소포모어의 부담감을 이겨낸 결과물 < Every Open Eye >, 더불어 로렌 메이베리의 귀여운 외모까지. 처치스는 '덕질'해도 좋다.
2015/10 이택용(naiveplante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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