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라네, 내일 뭐 읽지?
가을은 참 이상하다. 쌀쌀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입맛도 살아난다. 무엇보다도 나는 가을 내내 ‘이별의 장면’을 상상하고 재생한다. 종류로는 연인과의 이별일수도 있고, 친구와의 이별일수도 있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15.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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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에서 매주 금요일, ‘내일 뭐 읽지?’를 연재합니다. 보통 사람들보다 책을 ‘쪼끔’ 더 좋아하는 3명이 매주, 책을 1권씩 추천합니다. 매우 사적인 책 추천이지만, 정말 좋은 책, 재밌는 책, 정말 읽으려고 하는 책만 선별해 소개합니다. 엄숙주의를 싫어하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추천하지만, 닉네임을 걸고 약속 드립니다. 나만 읽긴 아까운 책이라고! ‘오늘 뭐 먹지?’ ‘내일 뭐 먹지?’ 만 고민하지 말고, 때로는 ‘내일 뭐 읽지?’ 생각해보는 건,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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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정원

최영미 저 | 은행나무

여름이면 댄스 음악, 가을이면 발라드인데 책은 글쎄… 그나마 여름에는 추리소설이나 스릴러 쪽이 어울리긴 한 듯하지만 가을에는 딱히 뭘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작년 가을에 뭘 읽었는지 되돌아봤다. 블로그에 독서 기록을 남기는 편인데, 작년에 가을에 쓴 기록 중 『청동정원』에 관한 글이 눈에 띄었다. 이 책은 군부 독재 시절, 한 대학을 시공간적 배경으로 설정했다. 아니, 지금 웬 철 지난 운동권 문학이냐고 할지도 모르겠으나, 어떤 사람에게 군부 독재시절은 <무한도전>의 식민지 치하에 희생된 우토로 마을 주민이나 하시마에 강제 지용된 노동자만큼이나 암울한 때였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다양한 일 중 하나는 그들을 기억하는 것. 최영미 소설가의 『청동정원』과 함께 읽기 좋은 작품으로는 권여선 소설가의 『레가토』도 있다. (드미트리)

 

 

 

다정한 편견

손홍규 저 | 교유서가

'다정한 편견'이라니. 아니, '다정한 편견'이라니. 반어적인 느낌을 갖고 있는 단어들의 조합을 목격하면, 마음이 쨍하다. '쨍'은 가을과 안 어울리는 소리지만, 『다정한 편견』은 가을과 어울리는 책이다. 그래서 내일 읽을 책, 주말에 읽을 책으로 골랐다. '아직 읽지 않은 책'이기에 책에 대한 첫인상을 남긴다. 아아아아아…!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는 목차 페이지를 보았다. 1부 '시간이 지날수록 초라해지는 목록' (도정일 교수의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이 생각나는군), 2부 '선량한 물음'(으허허헉, 선량한 물음이라니! 이건 '다정한 편견'에 이은 연타석 홈런. 나도 누군가에게 선량한 물음을 하고 싶다), 3부 제목은 (책 사서 보시길). 이 책은 소설가 손홍규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경향신문>에 연재한 칼럼 '손홍규의 로그인'을 묶은 산문집이다. '로그인'보다 '다정한 편견'이라는 제목이 훨씬 마음을 동하게 한다. 제목 감상을 이렇게 오래 하기는 실로 오랜만이다. 삼청동 카페에서 이 책을 읽고 싶지만 그건 희망사항일 것 같고, 남편과 아이가 잠이 든 주말 밤, 홀로 거실 소파에 누워 한 글자, 한 글자 곱씹으며 읽고 싶다. (꾸러기)

 

 

 

1900년경 베를린의 유년시절/베를린

발터 벤야민 저/윤미애 역 | 길

가을은 참 이상하다. 쌀쌀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입맛도 살아난다. 무엇보다도 나는 가을 내내 '이별의 장면'을 상상하고 재생한다. 종류로는 연인과의 이별일수도 있고, 친구와의 이별일수도 있다. 어제 일도 잘 기억 못하는 머리를 가지고 있지만, 어느 이별은 그날 내가 뭘 입었는지, 무슨 말을 했는지, 입술엔 뭘 발랐는지, 내 앞의 사람이 어떤 종류의 차를 마셨는지조차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그러니까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내게 가을은 기억의 계절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나는 가을엔 과거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책을 만나길 소망한다. 이미 만났던 책들 중 으뜸을 꼽자면, 사심을 듬뿍 담아 발터 벤야민의 『1900년경 베를린의 유년시절/베를린 연대기』가 아닐까. 그의 유년시절의 이미지와 내 이미지를 함께 그려나가는 독서는 진기한 경험이다. 성별도, 시간도, 공간도 다른데 이상하게 겹치고 맞물린다. 나는 벤야민을 따라 <겨울날 아침>에 사과를 굽는 향기를 맡으며, <회전목마>를 타며 '오케스트리온의 연주가 중심에서 우렁차게 울려 퍼지는, 아주 오래된 지배의 도취'에 빠진다. 아주 오랫동안 이 책을 사랑했다. 그나저나 추운 겨울에 난로에다가 사과를 굽다니! 어떤 향기가 날까. 겨울에 먹는 구운 사과라. 무척 궁금했으나 아직 시도 해보지 않았다. 올 가을 사과를 아껴두었다가 겨울엔 구워봐야지. 가을이다, 책도 많이 읽고, 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어야겠다. (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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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뭐읽지 #가을 #이별
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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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10109

2015.09.18

다정한 편견 저도 정말 좋았는데, 가을이랑도 잘 어울릴 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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