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프닝
기차를 타고 여행할 때 가끔 그러지요.
스쳐가는 먼 풍경에 눈을 두고는 있지만
딱히 무엇을 바라보지는 않는 상태.
아무것도 바라보지 않은 채 하지만 무언가를 보고 있다면
그건 자기 내부를 응시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검은 차창에 곧 자신의 얼굴이 떠오를 테지요.
그렇게 생각 없이 멍하니 있는 순간들,
세상의 시간은 점점 그런 멍함을 허용하지 않죠.
그런데 어쩌면 그게 우리의 가장 순수하고 또 평온한 상태인지 모르겠습니다.
말하자면 뇌가 초기화된 상태랄까요.
아무 것도 듣지 않고 보지 않고 애써 느끼지도 않고
자기를 좀 내버려둬 보는 것.
가만히 우두커니 물끄러미가 되는 것.
그렇게 최선을 다해서 멍하니 있기.
그건 아름다움이 앉을 자리를 만들어주는 일입니다.
아르헨티나 시인 로베르토 후아로스의 시 중에도 이런 구절이 있네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
그것이 가끔 세상의 균형
을 유지시켜준다
어떤 중요한 것이
저울의 빈 접시에 올라감으로써."
안녕하세요, 여기는 이동진의 빨간책방입니다.
'책, 임자를 만나다' 이번 시간에서는 라틴 아메리카 문학을 대표하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작가의 대표작 『백년의 고독』을 다룹니다. 이 작품은 5대에 걸친 부엔디아 가문의 끝없이 반복되는 절망과 고통을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전하고 있는데요, 이 작품을 통해 라틴 아메리카 문학을 읽는 즐거움과 마술보다 더 믿기지 않는 그들의 역사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 가문의 마술과도 같은 백년의 역사
1) 책 소개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이 작품은 지금까지 여러 출판사에서 번역되었고, 국내 독자들에게도 많이 알려져 있다.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로 나온 이번 번역은 이 작품의 에이전시와 독점 계약하여 아르헨티나에서 처음 출판된 판본(1967)을 바탕으로 스페인어 전공자인 조구호 씨가 완역한 것이다.
옮긴이는 문장의 흐름을 임의로 끊지 않고(원본에 있는 구두점과 번역서에 있는 구두점이 같다), 단락 구분을 임의로 하지 않는 등 '스페인어로 씌어진 원본을 <단 하나의 가감도 없이> 번역하려 노력'했다. 번역 과정에서 필요한 우리말 교열이나 윤문에도 주의를 기울였고,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필요한 부분에서는 각주를 사용하고 있다.
저자가 23년 동안 생각하고 18개월에 걸쳐 집필했다는 이 작품은 첫 출간하자마자 세계적인 작품이 되었고, 마르케스에게 노벨상을 안겨주었다. 신화적 요소를 도입하여 마꼰도라는 도시의 건설과 비극, 한 가문의 흥망성쇠를 다루고 있으며, 곧 라틴아메리카의 창세기이자 묵시록이라 할 수 있다.
흔히 '마술적 리얼리즘'이라 일컬어지듯이, 책을 드는 순간, 세계의 실제적 요소들과 환상적 요소들이 교묘하게 조합된 '작가 특유의 제3현실, 즉 총체적 허구의 세계'가 우리에게 나타난다. 그 안에서 펼쳐지는 고통과 절망, 사랑(의 결여), 백년 동안의 고독에 동참해 볼 것을 권한다.
2) 저자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콜롬비아 작가. 그는 마술적 사실주의를 전세계에 소개하는 데 큰 공헌을 하였으며, 문학적 성취뿐 아니라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두었다. 많은 문학 평론가들은 가르시아 마르케스를 일컬어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아르호 카르펜티에르, 카를로스 푸엔테스,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훌리오 코르타사르와 함께 20세기 남미의 위대한 작가로 평가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문학에서 환상적 사실주의 경향을 주도해 1982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콜롬비아 마그달레나 주의 작은 도시 아라카타카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가 바란키야로 이주하게 되자, 어린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조부모에 맡겨졌다. 그의 문학 세계 형성에서 어린 시절 조부모에게 받은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후 바란키야로 옮겨 부모와 함께 살다가 바란키야의 기숙 초등학교를 다녔고, 12세에 시파키라의 명문 중고등학교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하여 18세까지 공부하였다. 그 후 수도 보고타의 콜롬비아 국립대학교에서 법률과 언론학을 공부했다. (--- 위키디피아)
1948년 저널리스트로서 출발해 시나리오 작가, 저널리스트, 출판업자로 지내다가 1940년대말부터 단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첫 작품 『낙엽 La hojarasca』에는 그가 즐겨 쓰는 문체의 특징인 리얼리즘과 환상적 구상의 결합이 나타나 있다.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를 보내지 않았다 El coronel no tiene quien le escriba』와 단편집 『마마 그란데의 장례식 Los funerals de la Mama Grande』은 'No One Writes to the Colonel and Other Stories'로 영역되었다. 이 즈음 『암흑의 시대 La mala hora』도 발표했다. 그 밖의 주요 작품으로는 『결백한 에렌디라 외』, 연작 소설 『푸른 개의 눈』, 『족장의 가을』, 『예고된 죽음 이야기』 등이 있다.
가장 유명한 소설 『백년 동안의 고독』은 마콘도의 역사와 이 마을을 세운 부엔디아 가족을그리고 있는데, 이는 콜롬비아의 실제 역사인 동시에 궁극적으로 인류가 체험하는 신화와 전설을 표현한 것이다. 생애의 대부분을 멕시코와 유럽에서 보냈고 말년은 주로 멕시코시티에서 지냈으며, 림프암으로 투병하다 2014년 4월 향년 87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 139-140회 <책, 임자를 만나다> 도서
커플
바르바라 지히터만 저/ 박의춘 역 | 해냄
'책, 임자를 만나다' 다음 시간에서는 '해냄 클라시커 50 시리즈'중에서 『커플』을 다룹니다. 이 책은 세기의 커플 50쌍을 골라 소개하고 있는 책인데요. 실존했던 인물들은 물론이고 소설과 영화 속 커플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담과 이브로 시작해서 영화 『타이타닉』의 잭과 로즈 커플까지. 관습과 신분, 성별 등 사랑으로 모든 초월한 이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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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고독 1가르시아 마르케스 저/조구호 역 | 민음사
죽음의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다시 살아나고, 유령과 대화하며, 돼지꼬리를 단 아이가 태어나는 등 거짓말 같은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현실로 그려지는 서술기법이 매력적인 작품. ‘고독’을 대물림하며 번영과 몰락을 거듭한 부엔디아 가문의 100년 역사를 통해 라틴 아메리카의 슬픈 운명을 그린다. 돼지꼬리를 달고 태어난 아이의 죽음을 마지막으로 끝내 마을에서 사라져 간 부엔디아 가문의 운명은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자아낸다. 우화처럼, 전설처럼 잔잔한 여운으로 읽히는,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대표작.
이동진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