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최하위권 분야인 ‘시’의 반등
요즘 출판계의 이슈 중 하나는 ‘시의 반란’이다. 언제나 매출 하위권을 담당하던 ‘꼴찌 분야’ 시가 요즘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베스트셀러 목록에 시집이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는가 하면, 오프라인 서점의 알짜배기 자리라는 중앙 통로 부근에 시집만 모아둔 특별 매대가 설치되기도 한다. 판매량이 적다는 이유로 매대를 없애 신간이 나와도 서가에 꽂혔던 몇 년 전을 생각하면 상전벽해에 버금가는 발전이다. 딱딱하게 굳은 대중의 마음을 촉촉이 적신 시의 힘이 무엇인지 차근차근 들여다보았다.
시집의 새로운 도전
‘감동적이거나 재미있거나’
출간 직후부터 화제를 모으며 전국 오프라인 서점과 온라인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내 하루는 늘 너를 우연히 만납니다』는 베스트셀러가 된 것이 놀라운 ‘순수한 시집’이다. 출판계에서 이례적이라 평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특별한 ‘콘셉트’나 ‘세일즈 포인트’는 없다. 정진정명 시의 힘만으로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이다. 사랑과 이별, 그리움에 대한 시인의 절절한 감성이 많은 이들의 가슴에 스며들었다는 평을 듣고 있다.
SNS에 익숙한 세대는 하이쿠처럼 짧지만 강렬한 여운, 특히 재치와 유머가 배어 있는 시집을 선호한다. 『서울 시』, 『읽어보시집』, 『이환천의 문학 살롱』은 “이런 것도 책이야?”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시집이다. 낙서와도 같은 그림, 인터넷 게시판에서 본 듯한 촌철살인의 유머러스한 말들이 쏟아진다. 이런 책을 누가 사나 싶다면, 당신은 기성세대임이 분명하다. 이 책들은 요즘 세대의 ‘힙’한 문화로 ‘가열차게’ 소비되는 중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형태로 다양성 추구
시집의 편집 방향과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마음 필사』,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명시를 쓰다』는 시를 한 편 소개한 다음 옆에 필사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둔 새로운 개념의 ‘시 필사본’이다. 일상이 수작업과 멀어지면서 오히려 손으로 하는 것들이 각광받는 요즘 세태에 발맞추어 나온 책이다. 필사하며 시 한 편 한 편을 음미하듯 꼭꼭 씹어 먹는 기쁨과 즐거움을 누린다는 독자들은 시집 필사 도서가 더 많아지기를 기대할 정도다.
마치 한정품처럼 다채로운 에디션을 선보인 책도 있다. 『내 하루는 늘 너를 우연히 만납니다』는 표지를 세 가지 버전으로 제작했다. 마음에 드는 표지를 골라 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표지가 예뻐 같은 책을 다른 표지로 세 권 모두 구매했다는 독자도 있다.
시를 말하는 책, 시 읽어주는 책
2000년대 말, 책에 대한 책, 즉 서평 도서가 큰 인기를 끌며 ‘새로운 분야’로 자리 잡았다. 사람들은 책을 선택하는 방법부터 소화하는 법, 독후감 쓰는 법까지 서평 도서를 통해 익혀갔으며, 현재까지 이 분야는 진화를 거듭하며 독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지금, 시 분야에도 같은 바람이 불고 있다. 시와 동떨어져 살며 시를 잊은 세대에게 시란 무엇인지, 어떤 시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책들이 각광받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건 재일조선인 서경식 작가의 문학 에세이집 『시의 힘』이다. 절망의 시대, 인간을 구원하는 문학과 시의 힘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하는 이 책은 우리 삶에 시가 존재해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 절절하게 설명한다. 이성적이고 감성적인 시 감상법을 소개한 『시를 잊은 그대에게』는 팍팍한 삶에 지친 이들에게 ‘시를 읽는 기쁨’을 알려준다.
시인이 직접 시를 해설해주는 책도 있다. 『시를 어루만지다』는 유명한 작고 시인의 시, 신예 시인들의 시를 본인만의 시 독법으로 해석했다. 『그리움은 언제나 광속』은 본인이 쓴 시와 함께 짧은 에세이를 곁들여 그때의 감정과 단상을 소상하게 드러낸다.
[추천 기사]
- 여행은 열애와 비슷한 것 같아요
- 재테크의 달인, 세계여행을 떠나다
- 간혹 보이는 빈틈은 매력적이다
- 기자 역은 박해진, 지창욱, 퇴출 형사는 윤계상, 서인국?!
- 『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내가 소설을 쓰게 된 이유
채널예스
채널예스는 예스24에서 운영하는 콘텐츠 플랫폼입니다. 책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kokoko111
2015.08.11
반갑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