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동네 서점들은 예전 같지 않다. 책 판매에만 국한하지 않고 각양각색 변화하여 카페처럼 음료를 판매하기도 하고, 앉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여 독서 소모임에게 장소를 제공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공연을 하는 서점도 있는가 하면 어떤 서점은 아예 서점 업을 하지 않고 전시나 카페로만 운영하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시도가 있는데, 바로 책과 맥주의 조합으로 어색한 듯 어울리는 이 만남은 ‘북바이북’에서 맛볼 수 있다.
북바이북 대표인 김진아, 김진양 자매는 창업 전 일본의 다양한 동네 서점들을 둘러보고 영감을 받아 상암동 골목 안에 북바이북 1호점을 카페 형식으로 시작하였다. 재미있는 책 소개와 다양한 이벤트로 동네 서점들의 불황이라는 시류에도 불구하고 1호점은 성황을 이루어 1년 만에 근처에 2호점을 시작하였다. 2호점은 조금 더 큰 규모에 과감히 생맥주 기계까지 설치했다. 서점에서 판매하는 음료로 보통 카페의 메뉴만 있을 때 북바이북에서는 크림 생맥주와 더치 맥주에 와인까지 잔으로 판매하여 큰 호응을 받았다.
또한 블로그, 페이스북, 등 온라인의 SNS를 소통의 장으로 활발히 활용하며 전국 각지에 있는 사람들과 책 이야기를 나누고, 소소한 이벤트와 소식을 알려 상암동 골목으로 찾아오게 만들었다. 이벤트로는 작가 번개부터 미니 콘서트, 다양한 클래스까지 한달 내내 ‘문화센터’ 같았다. 더 나아가 김진양 대표는 『술 먹는 책방』이라는 단행본을 출간하고 ‘책맥’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켰다.
취재 당일, 1호점에는 북바이북에서 주관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었고 2호점에는 크림생맥주와 빈브라더스에서 공수한 더치커피가 섞인 더치맥주가 기다리고 있었다. 거기에 ‘쌩라면’이라는 이름의 말 그대로 생라면에 스프를 뿌려 낸 원초적인 안주까지 곁들이니 기가 막히게 어우러졌다. 호프집보다 훨씬 쾌적한 책방에 앉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생맥주를 한 모금씩 마시고 주위를 둘러보자 책마다 꽂혀있는 긴 종이가 눈에 띄었다. 구겨지지 않게 코팅된 종이는 누군가가 정성껏 책 이야기를 손 글씨로 적어 놓은 것이었다. ‘책꼬리’라고 불린다는 이 종이는 종이마다 사람들의 개성이 넘쳐 북바이북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었다. 어떤 책꼬리에는 멋진 그림까지 곁들여서 마치 친구가 정성껏 적어준 쪽지처럼 정겨웠다.
앉는 공간 옆에 놓인 기다란 종이와 볼펜 사이에 진한 파란색 종이가 눈에 띄어 보니 도서관에서 봤음 직한 독서카드가 놓여 있었다. 이미 적혀진 독서카드가 두툼하게 놓여있어 단골들이 참 많아 보였다. 기분 좋은 책과 책꼬리, 그리고 정겨운 독서카드에 정말 내가 동네 주민이라면 자주 들리겠구나 싶었다. 아니 멀어도 언젠가 다시 한번 찾아와 책맥을 하며 북꼬리를 적어봐야겠다. 누군가가 나의 책 이야기를 보고 그 책이 읽고 싶어 진다면 그건 꽤 멋진 일임이 분명하다. 게다가 책맥은 치맥보다 훨씬 살이 덜 찐다는 것도 분명하다.
북바이북 본점(2호점)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20-10번지 1층
소설점(1호점)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18-11번지 리안 1층
02-308-0831
운영시간: 월 - 금 11:00 - 23:00, 토 & 공휴일 12:00 - 18:00, 일 휴무
북바이북에서 발견한 책들
술 먹는 책방
김진양 저 | 나무,나무
작은 서점이 모두 사라지는 가혹한 현실에서, 동네 작은 서점이 살아 돌아왔다. 심지어 책을 읽으면서 ‘술’을 마실 수 있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혼자여도 배고파도 졸려도 찾아갈 수 있는, 술 먹는 책방. 상암동에 가면 ‘양양’을 만날 수 있다. 술을 마실 수 있다. 책을 읽을 수 있다. 커피를 마실 수 있다. 김진양은 청춘의 친구처럼 인생의 선배처럼 책방 주인으로, 카페 주인으로 조용히 당신을 맞이한다. 당신은 쫓겨날 염려 없이 눈치 보지 않고 소파에 앉아 크림 생맥주를 마시며 양양이 건넨 책을 하나 펴들고 행복한 책읽기의 세계로 여행할 수 있다.
젊은 기획자에게 묻다
김영미 저 | 남해의봄날
세상 모든 일은 기획에서 시작하고, 기획이 필요하다. ‘어떤 일, 어떤 삶’시리즈의 첫 책 [젊은 기획자에게 묻다]는 다양한 분야에서 기획을 통해 세상을 더 다채롭게 하는 일곱 명의 젊은 기획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오랜 경험을 통해 오랫동안 기획자로 일해온 저자가 전시 기획, 공연 기획, 마을 기획, 홍보 기획 등 서로 다른 분야에서 활발히 자신만의 역량을 펼쳐보이는 젊은 기획자들을 만나 “기획은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가?”라는 기획의 본질에 대한 하나의 공통 질문을 중심으로 심층 인터뷰를 했다.
세상을 여행하는 초심자를 위한 안내서
김현철 저 | MaHo(마호)
MBC 라디오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를 시작으로 라디오와 브라운관을 통해 지치고 상처받는 마음을 소통과 공감으로 따스하게 치유해주는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 김현철. 그가 세상을 여행하는 세상일에 서툰 사람들을 위해 지난 3년 동안 직관과 통찰로 적어 내려간 짧은 메시지를 책으로 엮었다.
서촌 오후 4시
김미경 저 | 마음산책
이 책은 서울에서 살았던 저자의 자아와 뉴욕에서 보냈던 시간 그리고 다시 돌아온 서울에서의 시간이 만나 쉰여섯 살의 나이로 ‘1억 년 후 화가’의 꿈을 어떻게 앞당기게 되었는지 그 ‘열정’의 정체를 시종일관 흥미롭게 털어놓는다. 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고 쉰여섯 살의 나이로 회사를 뛰쳐나와 왜 그림을 그리며 살고 싶어진 것인지, 길거리에서 옥상에서 그림 그리며 어떤 세상을 만나고 있는지, 그가 그리는 서촌은 어떤 모습인지, 그리고 무엇보다 어떻게 한 발짝 한 발짝 화가가 되어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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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 (선임 기자)
달걀을 깨지 않으면 오믈렛을 만들 수 없다.
져니
2015.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