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맨>, <이미테이션 게임>, 그리고 흥행신화를 이어가는 <국제시장>과 맞붙었지만 역시 이변 없이 구정 연휴의 승자는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이하 <조선명탐정>)이었다. 누적관객 300만을 돌파한 <조선명탐정>은 명콤비의 탄생이라 불러도 모자라지 않은 김명민, 오달수의 생생한 캐릭터를 유연한 웃음 코드와 잘 녹여 많은 관객을 매료시켰다. 2010년 흥행작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 이후 5년만이다. 당시 <각시투구꽃의 비밀>은 <평양성>, <헬로우 고스트> 등 쟁쟁한 경쟁작들과 겨뤄 최고의 흥행신화를 이뤄낸 작품이었다. 드라마 PD였던 김윤석 감독의 영화 데뷔작이었고, 드라마에서의 인기와 달리 김명민은 영화계에서 딱히 흥행작으로 내세울 작품이 없었기 때문에 큰 기대를 얻지 못했다. 그렇게 쉽게 예측되지 않았던 흥행 성공의 비법은 역설적으로 TV 시트콤 식의 치고 빠지는 캐릭터와 김명민이 무게감을 내려놓고 천연덕스럽게 연기하는 허당 캐릭터에 있었다. 마니아층의 지지를 받은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의 김윤석 감독은 코믹하지만, 동시에 감정이입이 가능한 캐릭터를 잘 조리하는 감독이었다. 역시 잘난 척 하지만 속물인데다 허당인 양반 김민과 톰과 제리처럼 으르렁거리지만 결국 서로를 향하는 서필이라는 캐릭터를 꽤 탄탄하고 매력적인 콤비로 직조해 낸다. 넉살좋고 유쾌한 두 캐릭터는 시리즈를 기대하게 만들었지만, 2편이 만들어지기 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2015년의 <조선명탐정>은 전작을 보지 않은 관객들도 유쾌하게 만족시키고, 또 다른 시리즈물이 나와도 좋겠다는 기대감을 준다는 점에서 그 목적에 충실한 오락영화다. 때는 정조 19년, 불량 은의 유통을 막은 공로를 세웠지만 공을 인정받지 못하고 오히려 외딴 섬에 유배된 명탐정 김민(김명민), 어느 날 단짝 서필(오달수)이 찾아와 사라진 줄 알았던 불량 은이 다시 나돌고 있음을 알린다. 사라진 동생을 찾아달라며 매일 김민을 찾아오던 소녀가 실종되면서 김민은 유배지를 이탈한다. 그런 그들의 앞에 의문의 여인 히사코(이연희)가 나타난다. 김민과 서필은 불량 은 유통사건과 사라진 소녀를 찾는 두 가지 미션을 수행하는데, 이 두 가지 사건에 연결고리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4년 만에 재회한 김명민, 오달수 콤비의 호흡이 2편의 성공의 관건이었는데 마치 어제 본 연속극에 이어지는 것처럼 두 배우는 늙지도 않고, 한층 더 자연스러워졌다.
영화의 질감이나 느낌이 전편과 이어지는 것은 감독은 물론 주연배우, 그리고 참여 스태프들 대부분이 다시 참여했기 때문이다. 한지민의 뒤를 이어받은 이연희는 남모를 사연을 감춰둔 게이샤가 되어 홍일점으로서의 매력을 충분히 선보인다. 물론 연기력 보다 앞서는 미모도 극의 흐름에 유연함을 더한다. 여기에 조연 황정민과 반전 캐릭터를 선보이는 조관우는 기대 이상의 연기로 이야기를 더욱 긴박하게 만들어 준다. 여기에 육지, 바다, 하늘을 종횡 무진하는 어드벤처 영화의 틀을 담아낸다. 마치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보는 듯한 대규모의 세트와 조선판 행글라이더 비거의 등장이 박진감을 더한다.
<조선명탐정>은 전작의 성공 모델과 이야기 구조를 고스란히 따른다. 이 점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면서 어쩌면 가뿐히 건너뛰어야 할 함정이 될 수도 있었다. 김민과 서필이 조사하는 사건의 중심에 선 여자 주인공은 악녀처럼 보이지만, 또 다른 속내를 감추고 있다는 점에서 전작과 매우 유사하다. 그래서 그녀의 정체가 완벽하게 감춰지지 않는다. 대신 반전의 몫은 장님 악사로 강화했다. 탐정이라는 직함이 등장할 수 있었던 정조 무렵의 시대적 배경을 활용한 것은 시리즈의 연속성을 위해서이다. 하지만 긴박한 이야기를 직조하면서 몇 가지 명쾌하게 풀리지 않는 이야기도 있다. 예를 들어 김민이 왜 유배를 가게 되었는지는 끝내 밝혀지지 않는다. 하지만 극의 흐름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다. 전작의 호흡을 그대로 답습했다는 평가를 하는 사람도 있지만 <조선명탐정>이 이뤄낸 성과는 훨씬 더 가치있다. 캐릭터가 살아있는 한국형 시리즈의 탄생이자, 프랜차이즈 영화로서의 시발점에 섰기 때문이다. 2편의 흥행성공으로 당연히 3편이 만들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점도 반가운 일이다. 단, 이토록 반가운 한국형 연작이 3부작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3편부터는 조금 달라질 필요는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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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훈
늘 여행이 끝난 후 길이 시작되는 것 같다. 새롭게 시작된 길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보느라, 아주 멀리 돌아왔고 그 여행의 끝에선 또 다른 길을 발견한다. 그래서 영화, 음악, 공연, 문화예술계를 얼쩡거리는 자칭 culture bohemian.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졸업 후 씨네서울 기자, 국립오페라단 공연기획팀장을 거쳐 현재는 서울문화재단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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