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안젤로, 검은 구세주의 강림
디안젤로는 맥스웰과 함께 네오 소울 시대를 주도했고, 상황이 바뀐 뒤 오랜만에 돌아왔어도 정체성을 앞세운다.
글ㆍ사진 이즘
2015.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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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안젤로 앤 더 뱅가드(D’ Angelo & The Vanguard) < Black Messiah >

 

디안젤로의 14년 휴식기 동안 네오 소울은 점차 힘을 잃었다. 재즈와 가스펠의 소울은 미니멀한 비트로 대체되었고, 이런 스타일은 프랭크 오션, 미구엘로 대표되는 피비알앤비(PBR&B)로 정착했다. 네오 소울보다 더 편안하고 트렌디한 알앤비가 대중의 수요와 맞았던 것이다. 국내 차트 역시 1960년대 레트로를 겨냥한 곡이 쏟아 졌지만 한 해를 유지하지 못하고 어반 알앤비에 자리를 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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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안젤로는 맥스웰과 함께 네오 소울 시대를 주도했고, 상황이 바뀐 뒤 오랜만에 돌아왔어도 정체성을 앞세운다. 네오 소울 아티스트 대부분이 직접 프로듀싱 하지만 유달리 그의 신보 홍보 문구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고 있는 키워드는 아날로그 녹음이다. 기술이 발전해 컴퓨터 스트링이 실제 악기 반주만큼 우수한 소리를 들려줘도 향수를 자아내고, 그의 옹립하기 위해 오가닉 사운드를 고수한다. 빅밴드 '더 뱅가드'와 협업한 것도 음반 전체를 빈티지 장비로만 연주하기 위한 방편이다.

 

재즈, 힙합, 알앤비를 한 곳에 섞어내는 것도 그가 자주 쓰는 방법론으로 이번에는 헤비한 록까지 끌어와 전작 < Voodoo >보다 장르의 범위가 더욱 넓어졌다. 「Ain`t that easy」에 등장하는 거칠고 투박한 기타 앰프 소리와 찌그러진 디안젤로의 보컬은 색다른 매력을 더한다. 그는 이 곡을 인트로에 배치함으로서 음반의 첫인상을 네오 소울에만 머무는 것을 방지한다.

 

미국 남부 출신인 디안젤로는 생활지에서 익혀온 장르의 변화 과정을 앨범 속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The door」, 「Sugah daddy」와 「Back to the future (Part I)」을 듣다보면 모타운 앨범 또는 교회 성가대에서 노래하는 가스펠 중창단이 자연스레 그려지지만 반대로 「Really love」에서는 우아하고 도회적인 분위기도 만들었다. 모두 네오 소울 범주에 포함되는 특성이다. 신보는 이전 작보다 더욱 부드러운 리듬감을 녹여내 건반이나 현악이 만들어내는 재지한 그루브를 즐겨듣는 층에게 더욱 흥겨울 작품이다.

 

스타일의 한계를 넘기 위한 노력도 돋보인다. 남녀 간의 사랑에만 머문다는 작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사회적인 메시지를 곳곳에 녹여냈다. 「1000 Deaths」 도입부에 흑인 정당 지도자 다큐멘터리 내레이션을 가져왔고, 「The charade」에서는 퍼거슨 사태(미국 퍼거슨 시에서 흑인 학생 마이클 브라운이 진압과정에서 백인 경관의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를 비롯한 흑인과 관련된 사회문제에 대한 입장을 전한다. 종교, 흑백논리를 담은 트랙은 많지 않지만 개인의 주장과 신앙을 녹인 '검은 구세주'를 앨범 제목으로 정했다.

 

이처럼 디안젤로는 신보를 통해 클래식 소울의 규범으로 삼으면서도 대안을 고민했다. 지난 세대의 소울, 재즈에서 빌려온 조각들이 세월을 간직하지만 낡지 않은 상태로 조합되어 있다. 듣는 재미를 넘어 살랑살랑 고개를 흔들게 하는 리듬의 향연에 그는 이렇게 말한다. “오랜만이야. 이제 네오소울, 그 악마의 그루브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걸!”

 

2014/12 정유나(enter_cruis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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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Angelo & The Vanguard
2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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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ㅋ

2015.01.09

미국 남부 출신인 디안젤로의 장르 변화 과정을 앨범 속에 고스란히 담아냈다니 궁금해지네요.
재즈, 힙합, 알앤비를 한 곳에 섞어냈다니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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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kem

2015.01.09

음악에는 그 시대의 영혼이 담기는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소울, 반갑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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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