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의 양림동 골목은 유독 조용해 산책하기에 좋다.
WORDS : LEE KI-SUN. PHOTOGRAPHS : CHO JI-YOUNG, LEE KI-SUN
am 10:00 - 양림동 최승효고택
고즈넉한 근대기 서양식 건물과 한옥의 뒤편에 지역 예술가와 주민이 그린 벽화며 도자기로 골목을 꾸민 동네. 이곳엔 양림교회, 우일선 선교사 사택, 배유지 기념 예배당 등 과거를 간직한 장소가 남아 있으며, 누군가 담벼락에 알록달록하게 그린 양림동 지도는 여행자의 길을 안내해준다. 주인 없이 커피 포트와 잔만 덩그러니 놓인 다형다방에도 들어가보고, 양림마을 주민창작공방(062 670 5751)에 들러 주민이 만들고 그린 도자기도 구경해본다. 이 공방에선 즉석에서 도예 작가에게 수업을 받을 수도 있다. 양림동에 사는 젊은 아가씨도, 엄마 손에 붙들려 온 꼬맹이도, 귀여운 손 간판에 호기심이 동해 괜히 기웃거리던 이방인도 말이다. 요즘 양림동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집 최승효고택(062 652 2289)엔 반드시 들러야 한다. 올 10월부터 일반인에게 대문을 열었는데, 1921년에 지은 이래 처음이다. 푸른 언덕이 있는 넓은 정원에 구석구석 공들여 꾸민 고택이 안긴 모습은 마치 작은 무릉도원을 연상시킨다. 언덕의 좁은 산책로를 거닐며 무등산을 감상한 뒤, 안채인 자이당(自怡堂)의 불 지핀 방에 앉아 번뇌를 쫓아낸다.
우일선 선교사 사택이 있는 언덕 아래에 자리한 유수마ㆍ원요한 목사 사택은 올 9월부터 게스트하우스로 새단장해 선을 보였다. 이곳에서 하룻밤 머물며 근대기의 양림동으로 돌아가보자. 070 4240 0976.
pm 1:00 - 불로동 카페 바리에
최승효고택에서 15분 남짓 걸으면 충장로 외곽의 한적한 골목이 나온다. 세련된 가게를 몇몇 지나쳐 카페 바리에(Caf? Bari E, 062 224 8241)의 볕이 잘드는 자리에 앉아 인절미 토스트(8,000원)에 라테 1잔(5,000원)을 곁들인다. 인절미 토스트는 따뜻하고 바삭한 식빵 사이에 쫄깃한 인절미를 끼워 넣고, 그 위에 부드러운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얹은 것. 온도와 질감이 각기 다른 음식을 동시에 맛보면 남다른 쾌감이 혀끝에 전해진다. 접시를 비운 후 카페 건물 3층에 자리한 마켓 엠(Market M) 매장을 찾아 인테리어 소품을 둘러본다. 밖으로 나와 따뜻한 겨울 햇살 아래를 어슬렁거리며 조금 전 그냥 지나친 다른 가게를 돌아보기도 한다.
달콤한 인절미 토스트는 한 끼 식사로도 든든하다.
WORDS : LEE KI-SUN. PHOTOGRAPHS : CHO JI-YOUNG, LEE KI-SUN
pm 3:00 - 충장로 광주극장
광주극장에서 1960년대로 시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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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바리에에서 북서쪽으로 중앙로를 가로질러 10분만 걸어가면 광주극장(062 224 5858)이 나온다. 1968년에 지은 낡은 건물엔 철 지난 영화 포스터를 그린 손 간판을 걸어놓아 폐업한 것으로 착각하기 쉽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최신 예술 영화를 상영 중이다(8,000원). 상영관은 1곳만 운영하는데, 1층부터 3층까지 13개 출입구 중 어디로든 들어갈 수 있다. 지정 좌석제를 시행하지 않아 선착순으로 원하는 자리에 앉으면 된다. 용감한 여행자라면 일제강점기에 경찰관이 앉아 영화 검열을 하던 특별 좌석인 임검석(臨檢席)에도 한번 앉아보자. 상영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매표소 바로 옆에서 파는 원두커피(작은 컵 700원, 큰 컵 1,500원) 1잔을 사 들고 옛 영사기와 오래된 영화 포스터를 구경하거나 꼭대기 층의 영사실까지 극장 구석구석을 탐험하는 것도 재미있다.
광주극장에선 매달 1회 클래식 무비 데이를 진행한다. 이번 달 클래식 무비 데이는 12월 13일로, <쉘부르의 우산(The Umbrellas of Cherbourg)>을 상영한다.
pm 5:00 - 대인동 대인시장
시장 골목을 돌면 젊은 예술가의 공방이 나타난다.
WORDS : LEE KI-SUN. PHOTOGRAPHS : CHO JI-YOUNG, LEE KI-SUN
대인시장 구석구석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담은 물건을 만들어 파는 예술가와 젊은 상인의 공간을 만난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한평 갤러리. 1평(3.3제곱미터)짜리 공간 6개가 나란히 놓인 이색 전시장에서 대인시장 상주 작가의 작품을 감상해본다. 바로 옆 안테나숍에선 작가가 만든 작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는데, 품목은 매번 바뀐다. 대인시장에서 무엇보다 특별한 공간은 수작업 예술가의 작업실인 메이커스 스튜디오(Maker’s Studio). 현재 타투이스트와 액세서리ㆍ의류 디자이너가 모인 비 원(Bee 1)과 수제 악기를 제작하는 크리에이티브 그룹 베짱이가 입주해 있다. 문은 언제나 열려 있으니, 스튜디오를 기웃거리다 작업 중인 작가를 만나면 인사를 건네보자. 이 외에도 시장 곳곳에 작업실과 청년 상인의 가게, 벽화가 숨어 있다. 시장을 둘러보기 전에 웰컴 센터(070 8234 8929)에 들러 시장 지도를 챙길 것.
메이커스 스튜디오의 작가에게 미리 연락해 옷과 액세서리, 악기 등 원하는 제품을 주문 제작해보자. 대인시장 내 젊은 작가의 활동을 지원하는 별장 프로젝트의 공식 블로그인 blog.naver.com/byeoljang에 문의.
대인시장 별장 프로젝트의 박우주 팀장이 추천하는 시장의 맛집 할매추어탕(070 4064 5918)에서 추어탕 1그릇(7,000원)으로 요기를 하고 가자. 시래기를 넉넉히 넣은 국물 맛이 고소하고 진하다.
앙코르, 야시장!
대인예술야시장 별장은 지난 11월을 마지막으로 올해 막을 내릴 계획이었으나, 이번 달에 한 번 더 열리게 됐다. 대인시장 예술가와 젊은 상인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구경하거나 구입할 수 있으며, 재봉틀로 엽서 쓰기 등 재미난 행사도 기다린다. 전통 시장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12월 12일과 13일을 달력에 표시해두자. 062 233 1420.
pm 7:00 - 동명동 쿤스트 라운지
동명동의 문화살롱에서 광주에서의 예술적인 하루를 마무리한다.
WORDS : LEE KI-SUN. PHOTOGRAPHS : CHO JI-YOUNG, LEE KI-SUN
광주에서의 근사한 연말 저녁을 위해 동명동 카페 거리로 향한다. 대인시장에서 제봉로를 따라 직진해 걸어가면 15분이 채 안 걸리고, 예술의 거리를 지나는 코스로 우회해 가도 30분이면 충분하다. 카페 거리의 시작점은 갤러리 카페 쿤스트 라운지(Kunst Lounge, 062 223 0009)로, 내년에 개관할 예정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대각선 방향으로 마주보고 있다. 쿤스트 라운지는 동명동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이자, 식사와 예술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 살롱.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황금색으로 표면이 녹슨 것처럼 표현한 에메랄드빛 목마가 앞발을 들어올린 채 반기고, 고풍스럽게 꾸민 실내엔 100년 전 작품부터 최신 현대미술 작품까지 걸어두었다. 그중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살 수 있다. 쿤스트 라운지에서 나와 광주여고 뒤편으로 이어지는 조용한 카페 거리를 거닐며 특색 있는 공간을 찾아보자. 붉은 벽돌 건물에 걸어놓은 산뜻한 간판이 인상적인 플로리다 카페(Florida Caf?)를 지나 몇 분만 더 걸어가면 오렌지색과 샛노란색 컨테이너 박스로 지은 복합 문화 공간 스토아 어바나(STOA Urbana, 070 8885 8142)가 나온다. 올봄 문을 연 갤러리 카페로, 이곳 사장이 직접 설계한 ㅁ자 구조의 컨테이너 건물이 독특한 곳. 잔디 무대에선 이따금 무료 공연을 열며, 네스프레소 캡슐 커피를 마실 수 있다(아메리카노 3,800원).
쿤스트 라운지 지하의 숄츠 앤 융 갤러리(Scholz & Jung Gallery)는 국적을 불문하고 주목할 만한 신진 아티스트의 작품을 전시한다. 아쉽게도 12월엔 예정된 전시가 없다. 다음 전시 정보가 궁금하다면 kunstlounge.com을 방문해보자.
쿤스트 라운지의 저녁 인기 메뉴는 독일 맥주(9,000원)와 슈바인스학세(2인분 3만8,000원). 독일의 족발 요리인 슈바인스 학세를 먹으려면 최소 도착 3시간 전에 예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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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duly
2015.03.03
믿고 떠난 여행이였는데 기름값이 아까울 정도로 볼게 없었다.
앙ㅋ
2015.01.11
동명동의 문화살롱의 이국적인 분위기 멋지네요. 이런 공간이 있다니 감탄~
햇빛자르는아이
2014.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