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씨 몽(MC 몽) < Miss Me Or Diss Me >
인맥과 이슈를 활용한 정치적인 컴백이다. 엄중한 과오로 입지가 불투명해지는 위기를 맞은 엠시몽(MC몽)은 대중의 비난이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리며 은둔해 왔다. 자숙을 빙자한 무급휴가가 예상 외로 길어져 답답했으나 '그만 하면 충분하다'는 의견도 많아져 복귀를 결심한다. 하지만 아직도 다수가 힐난의 시선을 보내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자신을 연민하면서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동료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또한 정작 본인은 여론에 무심하다는 듯 '그리워하든 헐뜯든'이라는 발칙한 타이틀을 내걸어 자기를 비방하는 세력들의 관심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냈다. 머리를 제법 잘 굴렸다. 앨범 부제를 '자숙탈출: 진화하는 유인원'이라고 지어도 되겠다.
언뜻 명석해 보였던 난항 극복 방식은 졸렬하고도 아둔한 상술을 느끼게 한다. 총 열세 편의 수록곡 모두에 객원 가수가 등장한다. 주인공인 엠시몽은 하나 적은 열두 곡에서 목소리를 내비친다. 게스트의 과한 분포도 우습지만 어린아이가 부른 「0904」를 제외하고 많은 노래가 유명하거나 요즘 많은 인기를 얻는 가수들의 지원을 받고 있다. 조력자들의 명성을 방패막이로 해서 시장에 안착하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서너 곡만 혼자 불렀어도 티가 덜 났을 것을…, 의도를 노골적으로 나타내 어리석음과 비열함만을 크게 나부끼는 꼴이 됐다. 한심하다.
특기할 혁신 없이 과거의 히트 방식을 반복하는 사항은 게스트와 작곡가에 대한 높은 의존을 더 질책하게 한다. 엠시몽의 디스코그래피 중에서는 「너에게 쓰는 편지」, 「I love U oh thank U」, 「죽을 만큼 아파서」 등 객원 가수의 후렴과 현악기 연주가 등장하는 부드러운 노래가 유난히 좋은 반응을 얻었다. 엠시몽은 이를 염두에 두고 「내 생애 가장 행복한 시간」, 「마음 단단히 먹어」, 「도망가자」, 「My love」 등 서정성을 어필하는 곡 위주로 앨범을 장식했다. 템포나 외관은 차이가 나도 곡들이 내는 정서는 매한가지라서 무엇을 들어도 별로 재미가 없다. 게다가 참여자들이 담당한 보컬이 더 강하게 인식될 뿐 엠시몽의 파트가 기억에 오래 남지는 않는다. 그는 여기에서 과자 포장지 속 질소 같은 존재다.
참여 인원이 많기도 하지만 엠시몽의 변변찮은 기량 또한 주객이 전도되는 분위기를 증대한다. 플로야 습관과도 같아서 쉽게 바뀔 수 없는 것이긴 해도 강세를 두는 부분이 십수 년 전부터 지금까지 거의 정해져 있고 라임 구성 역시 단조롭기만 해 래핑에서 신선한 맛을 느끼기가 어렵다. 사랑이라는 소재에서 미동도 하지 않는 가사는 이목을 사로잡는 근사한 표현 없이 늘 거기서 거기다. 개학 전날 비슷한 패턴으로 부랴부랴 내용을 만들어 대는 초등학생의 일기 같다. 자기 역할에 특출함이 없으니 시종 갑갑하기만 하다. < Miss Me Or Diss Me >에서 후렴구를 걷어 내면 재난의 현장이 목격된다.
우선 매너리즘을 극복했어야 했다. 그동안 지켜 온 틀을 깨려는 시늉이라도 보였어야 했다. 하지만 엠시몽은 자기 개혁 없이 그에게 부와 명성을 허락했고 히트를 보장하는 판에 박힌 스타일을 자랑스럽게 들고 나왔다. 정해진 스케줄을 마치고 얼마간의 휴식을 취한 뒤 돌아오는 일반적인 컴백이 아니었다. 그가 저지른 괘씸한 일에 공분이 사그라지지 않은 상태이기에 최소한 뮤지션으로서 진지함과 고민, 변화를 수반하는 컴백이 됐어야 했다. 하지만 엠시몽의 결정과 처신은 안일하고 태평했으며 성의조차 없었다.
작품성의 부재, 타성의 만연에도 불구하고 < Miss Me Or Diss Me >는 발매 후 음원차트를 싹쓸이했다. 이는 군 미필자에 대한 파시즘, 논란의 스타를 향한 과잉 관심, 뻔한 음악에 길든 대중의 보편적 감수성이 빚어낸 황당한 촌극에 지나지 않는다. 병역 회피를 위해 범한 행동뿐만 아니라 음악에도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글/ 한동윤(bionicsou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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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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