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에 관심을 갖는 계기 중 하나가 심리테스트입니다.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심리테스트는 정확성 여부를 떠나 흥미롭기 그지없습니다. 무게와 키를 재듯 마음을 잴 수 있고, 나도 잘 모르는 내 마음을 검사로 알 수 있다니! 생각만으로도 설레는 일 아닌가요? 그래서 사람들은 심리테스트로 손쉽게 타인을 검증하려 하고, 단정 지으려 합니다.
심리테스트를 권한다고 해도 말려들지 마세요.
이런 관심을 반영하듯 심리학 전공생들에게 인기 있는 과목 중 하나가 바로 심리검사 수업입니다. 어떤 학생들은 이 수업을 들으면 자신도 간단한 심리테스트 하나쯤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하죠. 하지만 이런 기대를 가지고 수업을 듣는다면 실망이 이만저만 아닐 것입니다.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정체불명의 심리테스트와 심리학자들이 사용하는 진짜 심리검사 사이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심심풀이 심리테스트는 맞으면 좋고 틀려도 어쩔 수 없다는 식입니다.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것이 바로 ‘사이코패스 테스트’인데요, 출처나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여러 버전이 떠돌아다니지만 그중 하나를 싣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여러분도 한번 풀어보세요.
1) 계단 2) 엘리베이터
Q2 옥상에 올라간 당신은 그곳에서 무표정한 A를 목격했다. A는 무엇을 하고 있었겠는가?
1) 아래를 내려다보며 미소를 짓고 있다.
2) 더운 몸을 곧게 펴 바람을 쐬고 있다.
3)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 서 있다.
4) 스토킹을 하려는 듯 맞은편 아파트의 어느 집을 쳐다보고 있다.
여러분은 어떤 답을 골랐나요? 이 심리테스트는 Q1에서 ‘1) 계단’을, Q2에서 ‘3)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 서 있다’를 골랐다면 사이코패스라고 합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심리테스트에 붙어 있는 해석은 다음과 같습니다.
Q2 사이코패스들은 보통 3번이라고 한답니다.
이 해석을 풀어보자면 1번 문제는 사이코패스가 공포라는 감정을 잘 느끼지 않으며, 대부분의 사람들과 다르게 행동할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사실은 틀린 전제라 당황스럽지만, 그래도 나름의 설득력을 가지려고 애쓴 흔적이 보입니다. 그런데 2번 문제의 해석은 당황을 넘어 황당하기까지 합니다. ‘사이코패스들이 3번을 고르니, 당신이 3번을 골랐다면 당신도 사이코패스’라는 순환논리의 오류를 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디 이 테스트뿐일까요? 여러분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심리테스트가 이런 식, 즉 하나의 특성만을 강조하거나 무조건 우기는 식이죠.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웃고 넘기겠지만, 이 때문에 자신의 성격이 이상한 것이 아닌지 고민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고 느껴지니까요.
누군가가 정말 재미있다면서 여러분에게 심리테스트를 권한다고 해도 말려들지 마세요. 물론 그 사람을 민망하게 만들면서 거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상대방이 무안하지 않게 재미로 따르더라도, 제대로 된 심리검사가 아니라면 그 결과가 어떻든 절대 믿지 말라는 것입니다. 앞부분의 사이코패스 테스트에서 1번과 3번을 골랐더라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마 이런 분은 그저 담력과 체력이 뒷받침된, 타인에게 약간 무관심한 사람일 뿐일 테니까요.
심리학은 이런 간단한 테스트로 사람의 마음을 알게 해주는 것이 아닙니다. 심리학은 과학으로 인정받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을 측정하려 많은 애를 썼습니다. 이를 위해서 신뢰도, 타당도, 표준화에 맞춰 제대로 된 심리검사를 만들어냈지요. 따라서 심리 측정을 하고 싶다면 심리학자들이 정확하게 만들어낸 심리검사를 따르는 게 좋습니다.
-
저는 심리학이 처음인데요 강현식 저 | 한빛비즈
저자는 그간 심리학에 대한 대중의 기대에 어느 정도 부응하면서도 가능한 학문으로서의 심리학의 입장을 많이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심리학 핵심개념들을 간결하면서도 통찰력 있게 풀어주고, 독자의 쉬운 이해를 위해 가능한 한 많은 예시를 들고자 노력했다. 이를 위해 영화나 대중가요, 다큐멘터리 등 대중에게 친숙한 소재들을 이용해 심리학을 알려왔다. 흥미와 재미 위주가 아닌 보다 객관적이고 다양한 정보로 심리학에 대해 처음부터 제대로 알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은 두고두고 읽을 좋은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추천 기사]
- 공감능력도 개발이 가능하다고?
- 당신의 집단, 과연 합리적일까?
- 혈액형, 어디까지 믿을까요?
- 슈퍼맨 아빠, 우리 어디 갈까요?
강현식
‘누다심’이라는 필명으로 활동 중인 심리학 칼럼니스트로, 〈누다심의 심리학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심리학을 쉽고 재미있게 알리겠다는 일념하에 다양한 주제로 글쓰기와 강연을 하고 있으며, 다양한 주제로 각종 모임과 집단 상담도 진행하고 있다.
앙ㅋ
2014.09.18
그림이 더무셔버 ㅎㅎ
tongkyung
2014.09.17
옥상까지 가는 엘리베이터는 없다는 생각에 계단했는데 어허허.
책방꽃방
2014.09.16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