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너무 좋아. 평범한 일상에 각각 다른 의미를 불어넣거든.'
시간은 7년이나 흘렀고, 낭만적인 아일랜드의 거리는 잠들지 않는 도시 뉴욕의 뒷골목이 되었다. 국내에는 생소했던 뮤지션 글렌 헨사드와 마르케타 이글로바 대신 키이라 나이틀리, 마크 러팔로, 마룬 파이브의 애덤 리바인 등 쟁쟁한 스타들이 스크린을 수놓는다. 하지만 음악에 대한 사랑을 담백하면서도 진중하게 그려낸 < 원스 >의 잔향은 녹슬지 않은 그 모습 그대로다. 부드럽고 따뜻한 음악과 함께 도시는 낭만적인 한 폭의 그림이 되고, 서정적인 하나의 노래가 된다.
예술영화와 블록버스터의 결합인 '아트버스터' 영화로는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이례적인 성공을 써내려가는 < 비긴 어게인 >의 힘은 진솔한 음악에서 나온다. 1990년대 말 「You get what you give」로 인기를 얻었던 밴드 뉴 래디컬즈(New Radicals)의 리더 그렉 알렉산더(Gregg Alexander)의 손에서 탄생한 곡들은 순간순간 거부할 수 없는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 원스 >의 서정성은 가져오면서도 훨씬 세련되어진 모양새의 낭만이다.
소소하면서도 특별한 일상의 조각들이 노래로, 음악으로 녹여진다. 실패한 음악 제작자, 잘나가는 팝스타로 출세한 이와 그가 버린 여인, 그리고 그 여인의 친구 모두 기타로 생각을 전하고 피아노 선율에 목소리를 담는다. 영화 대사처럼 '도시에 홀로 남겨진 이들을 위해' 지하 클럽에서 울려 퍼지는 「A step you can't take back」을 시작으로, 바래진 일상은 음악을 통해 다시금 깨끗한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어쿠스틱 밴드 구성으로 뉴욕 시내 곳곳을 누비며 레코딩을 마치는 이들의 여정은 비록 비현실적일지 모르나 충분한 아름다움과 낭만을 선사한다. 밤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꼭대기에서 펼쳐지는 레코딩 「Tell me if wanna go home」과 뒷골목 동네 꼬마들의 목소리를 담은 「Coming up roses」의 풍경, 떠나간 전 연인에 대한 회한과 그리움을 섞어 표현한 「Like a fool」의 감정은 쉬이 잊히지 않을 기억으로 남는다. 이리 저리 지인들을 동원한 간이 세션맨들의 연주, 다양한 악기를 사용하지 않은 단출한 구성에도 그 잔잔함 속에는 모든 희로애락이 다 담겼다.
< 비긴 어게인 >의 부제는 '노래가 당신을 구할 수 있나요?(Can a song save your life)'다. 좌충우돌 엉망진창, 생채기 나는 일상이라도 반짝이게 만드는 음악 앞에 서먹한 부부관계도, 아련한 실연의 아픔도 눈 녹듯 사라지며 아름다운 미소를 선사한다. '어둠을 밝히려 하는, 우리 모두는 길 잃은 별들'이라 노래하는 「Lost stars」의 긴 잔향은 방황하는 우리 모두에게 잠시나마 행복을, 다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불어넣는다. 분명 노래는 당신을 구할 수 있다.
음악 팬들 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 < 비긴 어게인 >의 가치는 음악이나 영화 자체의 퀼리티 그 이상에 있다. 음악을 사랑해야 할 이유가 또 하나 늘었다.
2014/09 김도헌(zener12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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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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