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왔는가
인간 사회에서 발생한 폭력을 분석한『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부터, 스파이 스릴러의 전설적 거장 존 르 카레『모스트 원티드 맨』, 일본의 장서가가 얘기하는 책에 관한 다양한 에피소드『장서의 괴로움』까지…. 읽지는 않았지만 최근에 산 책들을 소개합니다.
글ㆍ사진 이동진
2014.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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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스티븐 핑커 저/김명남 역 | 사이언스북스

프라하의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사상가 중에 한 명인 스티븐 핑커의 저작입니다. 이 책은 저자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책의 분량이 엄청납니다. 무려 1,400페이지입니다. 처음 이 책을 접하면 이런 분량 때문에 위축 되는 것이 사실이죠. 하지만 스티븐 핑커는 일반 독자들도 염두에 둔 글쓰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읽는데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이 책의 핵심 주장은 ‘현대에도 세계 곳곳에서 폭력적인 참상이 빚어지고 있는데, 사실은 인류 역사상 지금이 가장 평화로운 시대이다.’ 라는 주장입니다. 사실 현 시대를 진단할 때 부정적으로 서술하면 인기가 있는 게 사실이죠. 그런데 스티븐 핑커는 인간의 본성에서 말하자면 희망 같은 것을 보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모스트 원티드 맨

존 르 카레 저/김승욱 역 | 알에이치코리아(RHK)


안톤 코르빈 감독의 영화 <모스트 원티드 맨>을 봤는데 굉장히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굉장히 좋은 작품을 보고 나니까 원작을 읽고 싶어졌습니다. 이 작품의 작가는 스파이 소설의 대가 존 르 카레입니다. 이 분야의 엄청난 대가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직 작품을 읽어본 것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으로 시작을 하게 되었는데 책은 영화와 대체적으로 비슷합니다. 그런데 매체의 차이 때문에 이야기의 풍성함에 있어서는 원작이 단연코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사실 모든 직업인들에게는 유사한 업무를 반복해서 하다보면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는 묵직한 무심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에서는 바로 그런, 엄청난 사건을 치열하게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파이들이 지독한 책임감 뒤로 가지고 있는 직업적인 냉담함을 무척이나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소설은 원론적으로 이런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도 합니다. 부분적으로는 악행을 저지르지만 전체적으로는 선한 인간을 악한으로 봐야 하느냐, 선한 사람으로 봐야 하느냐라는 문제를 제시하기도 합니다. 이런 메시지를 모두 포함해서 작품은 전체적으로 입체적이고 깊은 맛이 있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성 영웅의 탄생

오카자키 다케시 저/정수윤 역 | 정은문고(신라애드)

당신의 서재는 안녕하십니까? 3만권의 장서가가 말하는 장서술 이야기


일본의 장서가 오카자키 다케시의 책입니다. 이 분은 3만권 정도의 책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책이 워낙 많아서 겪어야 했던 수많은 고충들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그런 고충 끝에 결국은 장서를 줄여야겠다고 결심을 하게 되는데요, 그 과정에서 자신이 소중하게 모아온 책을 줄이면서 느꼈던 괴로움들도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다른 장서가들의 에피소드 들인데, 예를 들면 책이 너무 많아서 집이 무너진 이야기 같은 것이 나옵니다. 저자는 이런 예를 들어가며 결국 그렇게 책을 많이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500권 정도가 적당한 장서량이다.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모스트 원티드 맨 #장서의 괴로움 #이동진 #빨간책방
3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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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ㅋ

2014.09.15

3만권 정도의 책을 소유한 분의 수많은 고충들을 묘사하고 있다니 깊이 공감이가네요. 방방마다 책으로 넘쳐서 잠자는공간을 제외하고 책더미에 에워쌓여 자칫 건드려다가 책탑이 무너져버리는 무서움을 무릎쓰고서라도 책이 좋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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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보석

2014.09.10

예전부터 전 성악설과 성선설 중에 어느것이 맞다고 생각해 본적은 없어요. 다만 세상속 사람들이 점점 끔찍해져 가니까 아무리 환경에 지배당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성악설을 믿고 싶더라고요.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를 읽고나면 생각이 조금 바뀔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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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

2014.09.05

인간본성이 선하다는 그말을 정말 믿고 싶어요. 요즘 워낙 흉흉한 이야기가 많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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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