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눈에 비친 한국 사회의 오류
‘진짜 보수’에 의한 ‘진짜 보수’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송 <정규재 TV>가 개국 2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정규재 TV 닥치고 진실』을 출간했다.
글ㆍ사진 임나리
2014.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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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만남-정규재

 

대한민국의 자유주의는 국민들이 선택한 것


‘진짜 보수’를 표방하는 인터넷 방송 프로그램 <정규재 TV>가 개국 2주년을 맞아 『정규재TV 닥치고 진실』(이하 『닥치고 진실』)을 출간했다. <정규재 TV>는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실장을 맡고 있는 언론인 정규재가 진행하는 정치 프로그램으로, 한경닷컴 사이트와 유튜브를 통해 제공되고 있다. 이번 책 『닥치고 진실』은 유튜브에 보관되고 있는 <정규재 TV>의 콘텐츠를 분류하고 정리한 것으로, 그 이야기는 ‘<정규재 TV>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서 시작된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정규재 TV>의 첫 방송이 시작된 2012년 2월에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가 아직 여진을 울릴 때였고, 새로 영업 허가를 얻은 종편들이 방송국을 차릴 즈음이었다. 그 시기 언론인 정규재의 눈에는 “자기도 모르는 주장들에 열을 내고 있”는 방송 기자들과 “마치 앵무새들처럼 멋들어지게 연기할 뿐”인 일부 앵커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방송은 “싸구려 정치이념을 파는 좌편향 굴절기 역할”을 해내고 있었고, 토론 프로그램은 “토론 아닌 불만의 표출이나 자극적 선동을 토로하고 싶은 사람만 등장”하는 장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정규재는 “누구라도 촛불 하나는 켜고 서 있어야 할 것 아닌가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정규재 TV>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저질 평준화가 대세가 된 시대’가 낳은 몸부림이었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지식이 있는 방송, 교양이 있는 방송, 생각할 무언가가 있는 방송”을 목표로 시작된 <정규재 TV>는 개국 2년 만에 1천만 뷰를 넘어서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를 두고 저자는 “직업도 나이도 다양한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된 교양물에 목말라하고 있다는 것이 마침내 확인되었다”고 평가한다.

 

‘정규재 TV’는 스스로 진보를 자처하고 있다. 퇴행적 수구좌파가 아니라, 그리고 무작정 보수 꼴통이 아니라 진짜 보수 말이다. 중도보수나 건전한 보수, 따뜻한 보수 등등의 말도 대부분은 정치적 윤색에 불과하다. 진정한 보수야말로 개혁적이다. 정치 논리나 구차한 진영논리가 아니라 역사적 맥락이 있고 배경적 지식이 드러나며, 논리에 들어맞는, 그런 자유의 가치를 ‘정규재 TV’는 지지한다. 자유만큼 중요한 가치는 존재할 수 없다. 자유롭기 때문에 평등한 것이고 자유롭기 때문에 인간이다. 사람은 국가가 나누어주는 먹이로 살아가는 동물이 아니다. 자기의 책임을 극소수 부자에게 떠넘기는 그런 도덕적 타락과도 거리가 멀다. 그게 ‘정규재 TV’의 철학이다. ( 『닥치고 진실』 16~17쪽)

 

작가만남-정규재


『닥치고 진실』 안의 이야기는 크게 세 가지다. 저자의 눈으로 본 “낭만주의적 무지”에 대한 이야기가 첫 번째이고, 그 결과 발생한 현상에 대한 이야기가 두 번째이며, 경제에 대한 논평이 마지막이다. 이를 통해 정규재는 “경제가 민주화의 대상인가”라고 질문을 던지고 “대기업 일자리에 관한 잘못된 주장들”에 반박하며 “근로시간 단축, 천국은 올 것인가”에 대해 점쳐본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치열하게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는 주제들과 그에 담긴 대중들의 시각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야기는 지난 12일 오후에 열린 『닥치고 진실』의 북 콘서트에서도 계속 이어졌다.

 

<정규재 TV>의 시청자들과 『닥치고 진실』의 독자들이 한 데 모인 자리에서 저자 정규재가 들려준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세 가지 오류’에 대한 것이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분별없는 열정의 오류” “상대주의적 사고의 오류” “대한민국 역사를 부정하고 싶어 하는 오류”라 이름 붙여진 것들이다. 본격적인 강연은 세 번째 오류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었는데, 저자는 이를 일컬어 ‘자신의 출생을 지우고 싶어 하는 오류’라고 말했다. 이승만 대통령 이후의 한국 정치사를 실패로 규정하려는 “노무현 대통령 류의 세계관”이 이에 해당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승만 대통령이 그야말로 대한민국을 만들었다는 것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습니다. 만일 대한민국이 해방 이후에 분단과 6.25 전쟁을 겪지 않고 통일 한국으로 독립했더라면, 아마도 지금 대한민국은 북한이나 캄보디아 정도의 수준에 머물렀을 겁니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에 사회주의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승만 정권이 국민의 열망을 무시하고 자유주의로 끌고 갔다’든지 ‘미국이 개입을 해서 국민의 뜻과 관계없이 자유주의 서방 진영으로 끌고 갔다’고 알고 있는 젊은이들이 있는데,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당시에 북한인구가 960만 명이었는데 그 중에서 최소 140만 명~최대 300만 명의 지식인 그룹이 남쪽으로 내려왔습니다. 남쪽에서 북쪽으로 올라간 사람들은, 납북이 되었든 자발적으로 월북했든 간에, 10만 명에서 15만 명 정도고요. 150만 명 대 10만 명의 비율로 당시 대한민국 국민이 자유주의로 가겠다고 선택을 한 겁니다.”

 

저자는 이승만 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에 반기를 들며, 자유주의를 받아들인 것은 이승만 대통령의 독단적인 결정이 아닌 국민들의 뜻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를 두고 ‘독재 정부가 반공산주의 캠페인을 벌였기 때문’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턱도 없는 거짓말”이라며 일갈했다.

 

작가만남-정규재

 

정부가 ‘경제민주화’를 포기한 이유


『닥치고 진실』 북 콘서트의 두 번째 강연 주제는 “분별없는 열정의 오류”였다. 이를 두고 저자는 ‘분배의 정의와 복지국가의 실현, 기업 지배 구조의 혁신’에 대한 정책에서 발견되는 오류라고 정의했다.

 

“박근혜 정부는 ‘경제민주화’가 엉터리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된 겁니다. 처음에는 잘 몰랐어요. 박근혜 대통령이 신뢰가 있고 거짓말을 하지 않는 건 굉장히 좋은 덕목입니다. 정치인 중에 그렇게 신뢰가 있는 사람은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을 거예요. 그런데 경제민주화가 실질적으로 자유 시장 경제를 파괴하고, 국가의 복지 수준을 낮추고, 국가의 생산력을 후퇴시킨다는 인식에 도달하기에는 소양이 조금 부족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취임 후에) 경제민주화가 사실은 경제를 파괴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셨죠. 그래서 전면적으로 포기했습니다. 그 대신 들고 나온 카드가 규제 완화죠. 완전히 다른 종류의 정책을 뒤늦게 들고 나온 건데, 뒤늦게 깨달은 것만 해도 참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저자의 비판은 『닥치고 진실』 안에서도 계속 이어진다. 그는 “경제가 민주화의 대상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경제민주화로 만들어진 많은 조항들은 사실은 실현 불가능한 것들”( 『닥치고 진실』 62쪽) 이라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상대주의적 사고의 오류”에 빠져있는 사람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적 지식은 잠정적인 지식일 뿐이어서, 아인슈타인의 물리학이 뉴턴에 의해서 무너지고 뉴턴의 물리학이 아인슈타인에 의해서 무너졌듯이 아인슈타인의 물리학도 언젠가는 또 다른 논리나 잠정적 과학적 지식에 의해서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러면서 지금 인류가 도달해 있는 객관적 지식 자체를 부정하려고 시도하는 것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오신) 여러분들은 ‘도대체 어떤 종류의 얼빠진 인간들이 천안함의 북침에 대해서 부정하고 있을까’라고 의심하지만 그런 사람들(상대주의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부정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그들에게는) 어떤 과학적 지식도 상대적이고 잠정적인 지위에 불과하니까요.”

  

이어서 그는 마거릿 미드의 『사모아의 청소년(Comming of Age in Samoa )』을 언급하면서 ‘문화 상대주의’ 역시 같은 오류를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문명적 원시 찬양의 노래들이 20세기 내내 문화 인류학이라는 이름으로 울려 퍼졌습니다. (그 노래들은) 야만으로 갈수록 오히려 더 휴머니티가 있고 계급적 억압이나 갈등, 빈부차가 없으며, 공동 생산,공동 분배,공동 오락의 세계 속에서 평화로운 삶을 누리게 된다고 이야기하죠. 그러면서 상대주의적 세계관이 극단에 이르게 되는 겁니다.”

저자가 문화 상대주의의 오류라고 지적하는 현상은 과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그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오류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문화 상대주의적 열정’ 혹은 ‘관용인 것처럼 보이는 위선’이 우리나라 강남 좌파들의 머리를 지배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미국과 아랍의 투쟁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일방적으로 아랍을 지원하는 논변 중에 대표적인 것이 문화 상대주의라는 거예요. 미국의 세계관을 일방적으로 적용시키는 것은 제국주의적 폭력이라고 말하면서 오히려 아랍세계를 옹호하게 되는 거죠. 아랍세계의 일부다처제는 그들의 문화이고, 문화는 나름대로의 특성이 있는 것이니 지켜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 주장이 맞는 건가요? 자신의 딸이 여러 마누라 중 한 명으로 살게 되도 그렇게 말할까요? 아니면 자신이 아랍의 가난한 남자로 살아보는 건 어떨까요? 아랍은 가난하면 장가를 못 가잖아요. 부자가 여러 여자를 데리고 사니까요. 그렇게 살아 본 후에도 문화 상대주의를 말할까요?”


『닥치고 진실』의 북 콘서트는 저자가 포착해 낸 우리 사회의 오류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졌다. 누군가의 눈에는 오류로, 또 다른 누군가의 눈에는 정의로 보일 그 이야기들은 『닥치고 진실』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리고 그 안에 스며있는 저자의 목소리 역시, 독자들의 시각에 따라 진실 혹은 거짓으로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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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재 TV 닥치고 진실 정규재 저 | 베가북스
‘정규재TV’는 스스로 ‘진보’를 자처한다. 퇴행적 수구좌파가 아니라, 그렇다고 무작정 보수 꼴통이 아니라 ‘진’짜 ‘보’수 말이다. 정치 논리나 구차한 진영논리가 아니라, 역사적 맥락이 있고 배경적 지식이 드러나며 논리에 들어맞는 자유의 가치를 지지한다. 엉터리 보도와 가짜 멘토들에 넌더리가 난다면, 이 책을 통해 ‘진짜’를 만나라. 시장경제의 효율성에 대한 해박한 논거,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믿음, 경제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소신으로 경제정치사회 전반을 꿰뚫는 촌철살인의 논평이 당신의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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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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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선

2014.07.31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보수"라는 단어를 들으면 일단 색안경을 끼려고 집어드는데, 건전한 보수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요즘입니다. 보수를 친일과 동일시하고 진보를 친북과 동일시하는 잘못된 이분법이 하루빨리 혁파되기를 기대하면서, 정규재 님이 말씀하고 강조하시는 보수에서 그 해법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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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