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 스스로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가장 잘 알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매번 새롭고 낯설어서 알다가도 모르겠는, 때로는 남보다도 파악하기 더 어려운 그런 사람. 내가 도대체 왜 이러는지, 난 어떤 사람인지 자기 자신조차도 자신을 잘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마 꽤 있을 것이다.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내가 살아오면서 경험하고 느꼈던 모든 것들은 지금 현재의 나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나란 사람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것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성격이다.
하지만 사람들 중에서 자신의 성격에 대해 완전히 만족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분명 고치고 싶은 부분도 있을 것이고 너무 오랜 시간 동안 많은 것들이 쌓여 만들어진 성격이기에 쉽게 바뀌지 않아 힘들어 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과연 나의 성격은 바뀔 수 있는 것일까? 성격으로 인해 고통 받고 불안했던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는 것일까? 이날 강연은 성격을 둘러싼 고민들에 대해 조금이나마 의문을 풀어보고,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자리였다.
“이 환자는 30대 후반의 레지던트였어요. 실수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완벽주의적인 성격이었는데 그 여자가 상담을 받으러 와서 하는 얘기가 간호사들이 자기를 싫어하고, 그래서 싸우는 날이 많다는 거예요. 이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 무의식 속으로 들어가 봤더니 어렸을 때 엄마와의 관계에 있어서 문제가 있었어요. 엄마는 항상 공부 잘하는 큰언니만 예뻐하고 자신을 언니랑 비교하고, 한번도 인정받아본 적이 없던 거예요. 그래서 겉으로 보기에 부족함 없어 보이는 사람이었는데도 항상 불안에 떨고, 기가 죽어 있고, 낮은 자존감을 갖게 된 것이죠.”
“이 환자를 1년 동안 치료하면서 마음을 들여다보고, 무의식 속에 들어 있는 경험들과 현재의 성격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이해하는 과정을 계속해나갔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 그 환자가 얘기하길, 본인의 성격이 바뀌니까 예전에 자신을 피하던 간호사들이 요즘은 오히려 자기 주변에 모여들고, 한번은 수간호사가 직접 담근 김치를 자기 먹으라고 갖다 주기도 했대요. 주변 환경 때문도 아니고 오로지 자신의 성격 때문에 불행해지기도 하고, 행복해지기도 하고. 성격이란 참 신기해요.”
이무석 박사는 자신이 치료했던 한 여성 환자의 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했다. 이처럼 남들이 볼 땐 완벽해 보여도 사실상 안을 들여다보면 성격으로 인해 불행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외적인 환경이나 조건이 좋아도 내면이 안정적이지 못하다면 무슨 소용일까. 그는 정신분석가로서 이렇게 마음의 병으로 내적 고통을 겪고 있는 환자들을 상담하고 치료하면서, 그들을 괴롭히는 성격의 굴레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를 행복하게도 불행하게도 만드는 성격
“True Self와 False Self가 있습니다. 이것을 나무 그림에 비유해보면 꼬불꼬불한 나무는 False Self로 사는 사람이고, 반듯한 나무는 True Self로 사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True Self로 사는 것이 진짜 나로 사는 것이고 False Self로 사는 건 연기나 연극을 하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False Self로 사는 사람들의 심리적 특징은 쓸쓸함, 공허함, 허무감을 자주 느낀다는 것입니다. 만일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이 False Self로 살았다면 그것을 고치기는 매우 힘들겠죠.”
어릴 때의 경험일수록 성격 형성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유년기의 경험은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서 큰 토대로 작용한다. 어린 시절부터 엄마의 간섭과 통제가 너무 심했던 사람의 예를 들어 보자. 그 사람은 그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고, 예쁨 받기 위해서 엄마가 원하는 대로 살아야 한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어릴 때 엄마가 만지지 말라고 했던, 하지 말라고 했던 기억이 계속해서 생각나고 그래서 정작 자신이 하고 싶고, 원하는 일은 하지 못한 채 엄마가 원하는 것만 하는 삶을 계속 살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런 사람이 False Self로 살아가는 경우다.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기도 하고, 불행하게 만들기도 하는 성격. 정신 분석학에서 성격을 ‘Lifelong behavior pattern’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성격은 일생 동안 지속되는 하나의 습관이자 우리 삶의 행동패턴이다. 개개인의 성격은 어릴 때부터 형성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쉽게 바뀌기 힘들다. 현재 자신의 성격으로 인해 힘들어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제의 근원이 유년기에 있는 경우가 많다고 그는 전했다. 그만큼 우리의 무의식 속에서, 어린 시절 경험이 성인이 된 후 현재까지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특히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 대다수가 우리 내면에서 들리는 비난의 소리 때문에 고통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무석 박사에 의하면,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 속에서 두 개의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하나는 위로의 소리이고 다른 하나는 비난의 소리이다. 위로의 소리는 우리를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지만 비난의 소리는 우리를 좌절하게 만들고 스스로를 고립시킨다. 우리는 우리 안에서 들리는 소리를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비난의 소리보다는 위로의 소리에 집중하며 자기 스스로를 다독이고 다시 일어날 수 있게 북돋아야 할 필요가 있다.
“나에 대한 이해의 정도가 깊어지면 점점 마음에 여유가 생깁니다. 정신과 의사 생활을 40여 년 하면서 이해가 치료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나의 행동에 숨어 있는 동기들을 이해하는 것. 그것을 통해 성격은 고쳐질 수 있습니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해할 때 변화가 생기는 것이죠.”
그는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나오는 소리를 듣고, 나아가 우리 자신을 좀 더 좋은 쪽으로 변화하게 하는 데 있어서 ‘이해’를 가장 중요한 방법으로 꼽았다. 우리는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좀 더 많이 가질 필요가 있다. 나의 행동이 정말로 내가 원해서 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를 의식해서 하는 것인지. 나의 무의식 속에 숨어서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경험들은 무엇인지, 그 밑바탕엔 어떤 것들이 깔려 있는지 내 마음 속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의 책 제목처럼 우리는 우리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이해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내면의 자유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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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아는 만큼 자유로워진다 이무석 저 | 두란노
나를 발견하고 너를 이해하는 힘, 성격. 타고난 뾰족한 성격도 하나님이 만지시면 보석이 됩니다. 내 안에 숨어 있는 미숙한 아이를 성숙한 어른으로 만드십시오. 하나님이 당신의 삶을 변화시킬 것입니다. 성격만 알아도 관계의 물고가 터지고, 막혔던 벽이 허물어진다. 이 책은 국제 정신분석학의 권위자인 이무석 박사가 지난 42년 동안 상담하고 연구하고 증명해 낸 것을 성경 속 등장인물을 통해 재조명해, 성경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열어 주고 영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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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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