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북살롱’ 현장, 제주에 살아 행복한 그들을 만나다
지난 11월 9일, <채널예스> 창간 10주년 기념으로 ‘제주도 북살롱’이 제주시 영평동 다음 본사에서 열렸다. 다양한 문화행사를 접하기 어려운 제주도민들을 위한 행사로 제주에 살고 있는 방송인 허수경을 비롯해서 래퍼 박하재홍, 9인조 밴드 사우스카니발 등이 출연했다.
2013.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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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경, 제주가 좋은 이유
11월 9일, 우천이 예보됐지만 ‘제주도 북살롱’이 열린 제주시 영평동 다음 스페이스닷원 멀티홀에는 160석이 빼곡히 가득 찼다. 제주가 고향인 제주도민부터 제주로 이민을 온 도민들까지, 함께 어우러지는 행사가 부족했던 제주도민들은 예스24 <채널예스> ‘제주도 북살롱’ 개최를 한 마음으로 반겼다. 10대 초등학생, 60대 관객들을 비롯해 가족 단위로 온 독자들도 눈에 띄었다. 자녀교육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들은 방송인 허수경의 강연을, 한창 힙합에 빠진 중고등학생들은 랩퍼 박하재홍에게, 20 30대 독자들은 9인조 스카밴드 사우스카니발의 무대에 환호했다.
‘제주도 북살롱’ 사회는 소셜미디어 ‘라이크 제주’ 김현승 대표가 맡았다. 대구 출신인 김현승 대표는 3년 전 제주에 정착해 제주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문화활동을 기획하는 일을 하고 있다. 제주도민 독자들과 제주도에 살고 있는 초대 손님, 사회자까지. 제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제주도 북살롱’은 초겨울 날씨가 무색하리만큼 따뜻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첫 번째 연사는 방송인 허수경. 최근 『왜 사느냐면, 제주도에』 10년 전부터 제주와 서울, 이중 생활을 하고 있는 허수경은 “제주에서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게 삶의 철칙이었지만, 제주도민들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행사인 것 같아 참여하게 됐다”며 제주도민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주변 사람들한테 미안할 정도로 행복하게 잘 살고 있어요. 아마 제주도에 살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제주도에 살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말할 수 있었을까요? 서울에서 일을 하고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도착한 순간, 며칠 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새처럼 날아가요. 제주도에서 만난 사람들이랑 이야기를 할 때면 제가 정말 행복한 사람으로 비쳐지나 봐요. 어쨌거나 잘 살고 있어요(웃음).”
어머니의 고향, 제주도에 정착하게 된 허수경은 서울에서는 일, 제주도에서는 딸 별이와 생활하는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 현재 제주시 조천읍에 거주하고 있는 허수경은 “예전부터 어딘가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이가 들어서 노년기가 되었을 때도 계속 살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하다 보니, 제주에 오게 되었다”고 말했다.
“10년 전에는 이렇게 제주에 사람들이 많진 않았어요. 올레길도 없었으니까요. 그동안 엄청난 개발, 발전이 있었는데 좋기도 한편으로는 나쁘기도 해요. 예전에는 내가 이방인인가 싶은 생각도 있었는데 10년이 되고 나니, 이제 내가 제주도민 같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제주생활을 할 때는 여행자의 모습으로 살고 있는 허수경. 웬만한 제주 명소와 맛집들은 일찍이 파악한지 오래다. 허수경은 제주도민들에게 말하고 싶은 두 가지가 있다고 했다. 첫째는 쓰레기 문제. 아름다운 제주 해변에 가면 놀라울 정도로 쓰레기가 많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특히 해변가를 둘러싼 파라솔의 노끈들이 셀 수 없이 많아 경관을 해치고 있다고. 허수경은 “딸 별이가 수영을 할 때 종종 노끈들을 주우러 다니곤 한다”며, “관리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제주도민들이 먼저 나서서 쓰레기를 주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제주의 괸당문화. 허수경은 “제주도가 결집하고 발전할 수 있었던 문화이기도 하지만, 제주이주민들에게는 결속하기 어려운 문화”라며, “현재 제주도민의 30%는 이주민으로 지난해 6천 명이 제주도민으로 새롭게 등록했다고 알고 있다. 제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좀 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수경은 이주민들과 도민들의 갈등이 빚어지지 않기 위한 ‘제주 이주 정착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허수경의 자녀교육법을 궁금해하는 독자들도 많았다. 제주에서 삼남매를 키우고 있는 한 아빠 독자는 허수경에게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학부모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허수경은 “내년에 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데, 3학년이 되면 서울과 제주의 학교 중에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다른 무엇보다 왕따가 없는 학교에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박하재홍, 사우스카니발 제주의 영혼을 노래하다
두 번째 초대 손님, 박하재홍은 랩으로 인사를 하며 무대에 올랐다. 현재 기타리스트 한정훈과 함께 ‘닥터와 래퍼’로 활동하고 있는 박하재홍은 『랩으로 인문학 하기』 『돼지도 장난감이 필요해』의 저자이기도 하다. ‘동물에게 친절한 인류를 꿈꾸는’ 랩퍼로 아름다운가게에서 자원 활동가로 일했고, 전 세계 환경 모임 ‘뿌리와새싹’ 한국 지부 설립을 돕기도 했다. 지금은 인문적 관점으로 대중음악을 감상하는 수업을 개발해 여러 곳에서 강연과 공연을 함께하고 있다. 박하재홍은 1년간 떠난 세계여행에서 서울이 아닌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우연한 계기로 제주에 정착하게 됐다.
박하재홍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리듬에 맞춰 하는 것이 랩이다. 단, 누군가가 써준 글을 읊는 게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랩으로 표현하는 사람이 랩퍼”라며, “엇박을 강조하는 흑인음악을 좋아하게 되면서, 랩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관객들에게 박수를 치기보다 무릎을 치고, 어깨를 들썩거리라고 권했다. 박수를 치면 랩이 잘 들리지 않기 때문. 박하재홍은 스와힐리어 ‘하쿠나 마타타(Hakuna matata)’를 외치며 관객들의 흥을 돋았다. 하쿠나 마타타는 ‘걱정 거리가 없다’는 뜻이다. 박하재홍은 케냐에 가서 직접 찍은 사진으로 만든 엽서를 관객들에게 선물로 나눠주기도 했다. 박하재홍의 랩 공연은 청소년 관객들에게 특별히 큰 호응을 받았다. 박하재홍은 “언제나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건 10대다. 서태지와아이들 음악에 환호했던 것도 10대들이 먼저였다”며 “요즘 어른들은 청소년들의 예술적 감각을 전혀 모른다. 청소년들이 유행가만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문세의 「붉은 노을」을 들으면서 춤을 추는 이들이 바로 청소년”이라고 말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된 랩퍼들의 디스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하재홍은 “랩퍼들은 싸움도 랩으로 하다 보니 디스전이 가끔 일어난다. 하지만 힙합 역사에서 중요한 부분은 아니다. 힙합의 원동력은 디스가 아니라 배틀이다. 서로를 존중하며 겨루는 방식이 배틀 문화”이라고 말했다. 박하재홍은 ‘닥터와 래퍼’로 활동하는 한편,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랩을 가르치는 수업도 종종 열고 있다. 제주에 사는 랩퍼만 100여 명. 박하재홍은 “제주에서 활동하는 음악가들과 서울에서 온 음악가들이 잘 어우러지는 공연 문화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하재홍은 제주 다랑쉬 오름에 오르며 만든 랩 「다랑쉬」를 끝으로 무대를 마쳤다.
‘제주도 북살롱’의 마지막 손님은 제주의 유일한 스카밴드 ‘사우스카니발(South Carnival). 제주 토박이 멤버들로 구성된 사우스카니발은 2013년 EBS 신인 뮤지션 발굴 프로젝트 ‘6월의 헬로루키’에 선정되면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밴드다. 자메이카 음악인 ‘스카(ska)’의 정서와 제주의 감성을 버무린 사우스카니발의 음악은 제주어 ‘몬딱 도르라’ ‘와리지말앙’ ‘느영나영’ 등을 노래 제목과 가사에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제주어로 음악을 만든 건, 제주도를 음악에 그려 보자는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현재 강경환(보컬, 트럼펫), 석지완(드럼), 이혜미(키보드), 강태형(기타), 고경현(퍼커션, 코러스), 김건후(트럼본), 신우균ㆍ이용문(색소폰), 고수진(베이스)등 9명 멤버가 활동하고 있다.
“제주도에서 이렇게 좋은 행사가 열리니 사우스카니발이 빠질 순 없죠. 사우스카니발은 행복을 드리는 밴드, 제주도의 신나는 축제 같은 밴드입니다. 초창기 ‘사회주의밴드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다가 정치적인 오해를 많이 받아 그룹명을 바꾸게 되었는데, 사우스카니발로 활동하니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기는 것 같네요. 오늘은 특히 제주도민들과 함께하는 공연이라 더욱 신이 납니다.”
최근 ‘헬로루키’에 선정되며 유명세를 얻게 된 사우스카니발은 제주도에도 밴드가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출연했다. 강경환은 “사우스카니발은 제주도의 재밌는 녀석들이 모인 밴드다. 연습을 하다가도 호흡이 맞지 않으면 수영하러 가고 낚시를 하곤 한다”며, “이번에 서귀포감귤홍보대사로 발탁됐는데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제주에 이렇게 멋진 밴드가 있는데 다른 지역 사람들이 홍보를 하면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해 관객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섬나라 제주음악이 울려 퍼진 제주의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한편, 예스24에서는 <채널예스> 10년을 기록한 역대 기사 TOP 100 투표(http://ch.yes24.com/YesEvent/Event10_01)를 진행하고 있다. 오는 11월 30일까지 응모할 수 있으며, 좋아하는 기사에 투표를 한 독자 100명과 댓글을 단 독자 50명에게는 각각 YES포인트 1만 원을 지급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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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엄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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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koko111
2013.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