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의 절반은 제주도, 나머지는 서울. 매주 ‘이중 생활’을 하는 방송인 허수경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교통비가 굉장할 텐데” “체력적으로 가능해?” “아이한테 정말 좋을까?” 등. 대부분의 사람들은 허수경을 두고 ‘열혈 엄마’라고 칭하지만 그의 삶을 깊이 살펴보면 ‘느린 엄마’에 가깝다. 8년 전, 엄마의 고향 제주로 터를 옮긴 허수경은 제주 생활을 하며 “엄마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고, 2년 뒤 별이의 엄마가 됐다. 태어난 지 100일이 된 날부터 제주도에서 살고 있는 별이는 제주의 자연을 친구로 둔 덕분에 꼬마 시인이 됐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흩날리자, 별이는 말했다. “엄마, 바람이 나를 자꾸 만져. 바람은 손도 발도 없는데.” 내년에 초등학생이 되는 별이는 가끔 서울에서 잠을 자게 되는 날이면 엄마에게 채근한다. “엄마, 서울에는 왜 별이 안 보여?” 서울 생활에 제법 흥미를 느낄만한 나이가 됐지만 여전히 제주를 더 좋아하는 별이. 엄마 허수경은 행복하다. 그래서
『왜 사느냐면, 제주도에』를 썼다. 제주의 행복을 혼자 알고 있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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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를 명문 대학에 보내는 길이 학원보다는 자연 쪽에 더 가까이 있다는 판단에서 제주도의 삶을 선택한 것이 결코 아니다. 인간을 포함해 자연을 구성하는 모든 것의 다양한 삶과 변화, 그리고 다채로운 색깔의 행복. 그것을 체득하는 과정이 없이는 어떤 것에서도 진정한 자기만의 것을 찾기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명문 대학은 그저 딸기 생크림 케이크의 딸기 한 톨쯤 될 뿐, 촉촉한 빵과 생크림의 부드럽고 달콤한 맛은 딸기 없이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아무것도 올리지 않은 치즈 케이크도 맛있고 초콜릿으로 전체를 덮어도 맛있다. 인생은 자기가 좋아하는 케이크 만들기라고 나는 생각한다. 별이가 미래에 만들 별이만의 케이크는 타인이 인정해주든 그렇지 않든, 충분히 별이를 만족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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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자연이 나에게 선물한 딸
“행복했어요. 책을 쓸 때, 별이가 항상 옆에 있었거든요. 예전에는 정말 상상해보지도 못한 그림이었으니까요. 별이가 자기랑 안 놀아준다고 투정을 부리다가도, 제가 잠시 자리를 비우면 컴퓨터 앞에 앉아서 자기만의 글을 쓰더라고요(웃음). 뭐라고 썼나 들여다보면서 ‘아 정말 이 상황이 꿈 같다’고 생각했어요. 별이가 쓴 문장을 찾아내서 지우느라 애를 먹었지만요.”
『왜 사느냐면, 제주도에』를 펴내며 엄마 허수경은 딸 별이에게 허락을 받았다. “별이야, 별이 사진을 책에 좀 실어도 될까? 마음에 들지 않은 사진 있으면 빼도 되고.” 별이는 흔쾌히 수락했지만 엄마의 사진만큼은 꼼꼼히 확인했다. 엄마의 외모에 신경을 쓰게 되는 나이, 어느덧 일곱 살이 됐기 때문이다.
“자기 사진은 다 좋대요. 그런데 엄마 사진을 그렇게나 유심히 보더라고요. ‘이거 예쁘게 나왔네’ ‘다른 사진은 없어?’라면서(웃음). 저는 별이가 예쁘게 나오면 좋은 건데, 우리 딸 입장에서는 엄마 얼굴이 중요한 거예요. 여자 애들이 크면서 엄마 외모에 대해 많이 관찰하고 관심을 갖잖아요. 이렇게 컸나, 싶기도 하고 신기하고 뭉클하고 그랬어요.”
『왜 사느냐면, 제주도에』는 방송인 허수경이 아닌 ‘8년차 제주도민’ 허수경이 쓴 제주 생활 가이드다. 일곱 살 별이와 함께 보낸 제주의 2년을 담으며, ‘제주 이주’를 꿈꾸는 독자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까지 친절하게 소개했다. 기후를 고려한 집 짓기 노하우, 감귤 농사법, 제주의 보편적인 임대 방식 ‘연세’ 등 현지인만이 할 수 있는 세심한 조언들을 담았다.
“제주뿐만 아니라 귀농 귀촌 인구가 점점 많아지고 있잖아요. 제주도는 최대 수용 인구가 60만 명인데, 벌써 이 숫자를 넘어섰어요. 그만큼 외지인들이 많이 들어오다 보니 많은 갈등이 빚어져요. 사람들은 대부분 ‘경치 좋은 땅을 사서 원하는 집 짓고 산이랑 바다랑 가까이에서 살아보자’ 이런 마음으로 오는데, 새로운 곳에 정착하면 그 지역에 흡수되어야 해요. 제주는 특이한 게 새로 이주해서 오는 사람들이 제주도민들을 이방인으로 봐요. 거꾸로 된 거죠. 젊은 부부들이 귀촌하는 경우가 많은데, 목적은 다 다르죠. 하지만 누구라도 새로운 곳에 오면 이 곳의 문화에 적응하는 게 맞잖아요. 현지인의 눈에서 본 제주 생활을 솔직하게 써보고 싶었어요. 덕분에 별이와 보낸 제주의 모습들도 담을 수 있었고요.”
8년 전, 허수경이 제주도 생활을 결심할 무렵 별이의 존재 가능성은 전무했다. 결국 제주의 자연이 별이를 만날 수 있게 허수경의 마음을 이끈 것이다. 삶의 터전을 서울에서 제주도로 옮긴 후, 허수경은 두려울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제주는 엄마의 자궁처럼, 그를 자유롭게 해주고 세상의 모든 걱정거리를 잊게 만들었다. 서울에서 지내는 3일은 방송인 허수경의 모습으로, 제주에서 별이와 함께하는 4일 동안은 ‘절대 일을 하지 않는다’는 모토로 살고 있다.
“모든 것을 잊고 감귤 농사를 지으며 안빈낙도하는 삶, 그게 제가 처음에 꿈꿨던 제주도의 삶이었어요. 별이가 등장한 건 저에게도 기적 같은 일이 있어요. 놀라운 축복이었어요. 확실히 다르고 새로운 삶을 생각하자, 별이가 찾아온 것 같아요.”
그림책 즐겨 보는 별이, 읽지 않고 대화해요
만삭일 때도 허수경은 방송을 했다. 고맙게도 그를 찾는 일들은 끊이지 않았고, 제주와 서울을 넘나드는 이중생활을 하게 됐다. 두 모녀는 매주 이별을 해야 하지만 엄마 허수경도, 딸 별이도 어느새 짧은 이별의 시간들을 잘 소화해내고 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없다는 걸 실감해요. 서울에 머무는 시간을 늘려야 할 때는 그렇게 해서 버는 돈이 별이가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을 하루 더 양보할 만큼 많은가를 계산해요. 이제 별이가 엄마가 왜 서울에 가야 하는지, 왜 돈을 벌어야 하는지를 잘 알아요. 동시에 자신이 왜 제주도에서 자라야 하는지, 왜 엄마가 자신을 서울에 데려가지 않는지를 궁금해하더라고요. 그래서 별이한테 생각할 시간과 선택할 환경을 주려고, 실험처럼 연습처럼 별이를 데리고 종종 서울 나들이를 했어요.”
별이는 처음에는 서울 생활을 즐거워했지만 곧 지루해하고 답답해했다. 엄마가 일을 하러 가는 동안 어디엔가 맡겨진 시간들을 괴로워했고, 서울은 재미 없다며 제주로 내려가자고 졸랐다. 별이는 엄마와의 3일간의 이별을 감내하더라도 제주에서 살겠다고 말했다.
“내년이면 별이가 초등학생이 돼요. 저는 아이가 어디에 있든지 긍정적인 욕구를 느끼는 곳이 좋은 곳이라고 생각해요. 아이가 ‘제주 생활이 지긋지긋 해’라고 하면 물론 서울로 올라오겠죠. 그런데 어떤 넓은 것, 깊은 것, 양질의 것을 경험하면 그것보다 낮아지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고 했을 때, 도심의 아주 고급 교육시설에 가면 여러 가지 창의력을 높이기 위한 도구를 사용할 텐데, 그게 아마 답답할 거예요. 책상에서 친구들 모두 똑같이 주어진 색종이, 가위, 풀을 가지고 놀기는 답답하겠죠. 부모가 강요하고 선택할 필요가 없어요. 그래서 어린 시절이 중요해요. 자신의 취향이 생겨나니까요.”
제주의 자연이 가장 친한 친구가 된 별이. 언젠가 삼촌네 식구들이 제주에 왔다가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 별이는 “공항으로 가는 길이 오늘은 아주 아주 멀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매번 헤어짐이 서운해 울음을 찾지 못하는 별이지만, 이 날은 어쩐 일인지 울지 않고 눈을 감은 채 끝까지 친척들에게 인사를 하지 않았다. 별이의 숙모가 “별아 공주님처럼 우아하게 손 좀 흔들어주세요”라며 말하자, 별이가 꺼낸 말이 과연 남다른 감수성을 여지 없이 드러냈다. “저는 눈을 감고 있을 거예요. 그러면 떠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요. 떠나는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계속 내 곁에 있다고 느낄 수 있어요. 난 그냥 이렇게 눈을 감고 있을래요.”
“별이 때문에 그 날 숙모는 물론이고 삼촌까지 펑펑 울면서 서울로 돌아갔어요. 별이가 종종 시적인 표현을 많이 해요. 한동안 적어 놓기도 했는데, 잊어버릴 까봐 전화통화를 할 때는 녹음을 하기도 해요. ‘우리 애가 이런 표현을 했어’라고 자랑하기보다는 이게 자연의 선물인 것 같아요. 자연 속에서 자란 아이들은 섬세하게 느낄 수가 있어요. 자연 자체가 섬세하기 때문이에요. 아주 작은 변화도 너무 또렷하게 보여주니까 놓칠 수가 없어요. 아이들도 자기가 봤던 걸 상대방한테 그대로 전달하자면 표현력이 풍성해질 수밖에 없어요.”
별이는 책을 무척 좋아하지만, 허수경은 다독을 자제시킨다. 보통 부모들이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이야기다. 그는 “책을 많이 읽는 것보다는 양질의 책을 골라서 읽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책을 읽었다는 자체가 아니라 무엇을 느꼈느냐를 중요하게 보기 때문이다.
“책을 읽어주기보다는 별이한테 읽어 보라고 말해요. 글자를 몰랐을 때는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지어냈어요. 실제 글로 쓰여진 이야기랑 비슷할 때도 있고 전혀 다를 때도 있어요. 아마 읽는 시간은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월등히 오래 걸릴 거예요. 그림에 나오는 주인공들이랑 모두 이야기를 나누니까요. 저는 별이가 이야기하는 주인공의 상대방 역할을 해줘요. 전혀 다른 책 읽기를 하고 있어요. 별이는 자연에서 자란 아이라서 사람하고만 이야기하지 않고 벌레, 꽃하고도 이야기 해요.”
매일같이 꿈이 바뀌곤 하지만 요즘 별이의 장래희망은 발레를 할 줄 아는 배우다. 엄마 덕분에 손숙, 양희경의 공연을 최연소 관객으로 볼 수 있었는데, 무대에 선 엄마의 선배들이 신기했나 보다. 또 글 쓰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자란 까닭인지 시인이 되고 싶다고도 한다.
“별이가 하는 말을 듣고 종종 어르신들이 ‘네가 하는 말을 적으면 시가 되겠다’고들 하세요. 그런 말을 들으면 별이는 ‘엄마, 나는 시인이 되어 볼까?’라고 묻곤 해요. 별이를 보면서 가끔은 부러울 때가 있어요. 이 좋은 자연환경에서 그래도 주어진 조건에서는 최대치를 누리면서 살고 있으니까요. 오히려 어떤 때는 소중함을 모를 까봐, 도시에 한 번씩 데리고 나와요. 그러면 ‘엄마, 하늘이 너무 멀어. 왜 별이 안 보여’라고 말해요. 이럴 때, 소중함을 알겠구나 싶죠.”
“어머니가 아파서 제가 간병인 노릇을 해야 한 적이 있었어요. 병간호를 하느라 제주도에 자주 가지 못하니까 별이가 많이 서운해했어요. 그래서 제가 ‘별이야, 만약 엄마가 아프면 어떡할 거야?’ 그랬더니 별이도 엄마를 간호해줄 거래요. 제가 또 이랬죠. ‘별이야, 너한테 엄마가 소중하듯이 엄마한테도 할머니가 소중해. 이건 네가 양보해야 해’. 지금 건강한 엄마가 네 옆에 있다는 것도 감사해야 할 일이라는 것. 이런 소중함을 놓치지 않고 환기 시켜주는 게 제가 할 일이라는 생각이에요. 못해준 거에 대한 미안함을 갖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그래도 많은 사람들 가운데 넌 축복 받은 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내 아이처럼 자라는 아이들이 많아야 해요
제주뿐 아니라 귀촌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다만 부모들이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이유는 아이들의 교육 문제 때문이다. 돈이야 서울보다는 당연히 적게 들고, 더 큰 집에서도 살 수 있다. 부모와 아이 모두 행복한 삶을 위해 새로운 곳을 꿈꾸지만, 열악한 교육환경이라는 단점 때문에 망설이게 된다. 그런데, 과연 좋은 교육환경이라는 기준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모두의 목표는 같아요.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애쓰는 거예요. 그런데 ‘잘’에 대한 개념이 다른 거예요. 제 방식이 맞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 한번 분석을 해보자는 이야기에요. 모든 부모는 아이가 행복하길 원하잖아요. 그러면 행복이 뭐냐, 여기에서 잘 키우기 위한 방식이 나오는데, 학군이 좋은 도심 지역에서 키우는 게 잘 키우는 게 아닐 수도 있어요. 한번 설득을 해보고 싶은 거예요. 제 입장에서는 별이처럼 자라는 아이가 많아야 해요. 한 가지 걱정은 언젠가 다른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과 함께 어우러질 때가 올 텐데, 분명 괴리가 있을 거예요. 별이처럼 큰 아이들이 잘 자라난다는 걸 검증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니, 저에게도 이웃이 필요한 거예요. 저 혼자 만이 아니라 그 아이들이 모두 잘 자랄 수 있는 거니까요.”
허수경은 지금까지 쓴 책들의 판매 부수를 걱정해본 적이 없지만,
『왜 사느냐면, 제주도에』 만큼은 “한 번 읽어보세요”라며 손에 쥐어주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 지금까지 자신이 살아온 틀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에게 “완전히 다른 삶도 있다”며 제안해보고 싶은 것이다.
“일종의 급물살에서 빠져 나오기 힘든 거랑 같아요. 그런데 이 물길이 어디로 가는 지는 안 보는 거예요. 급물살에 휩쓸려 어디론가 가고 있는데, 그 끝에 낭떠러지가 있을 수도 있는 거예요. 그래서 헤엄쳐 나와야 할지도 모르는 거고요. 이 책이 작은 용기를 줄 수 있는 책이었으면 좋겠어요.”
허수경은 아이를 키우는 문제는 ‘80년을 내다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부모가 아이의 운명이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아이가 부모의 운명이 된다. 아이의 행로가 부모의 행복과 불행을 결정하게 된다. 때문에 아이가 80년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대학을 가면 뭐해요. 자녀 대학 입학 시킨 부모들 이야기 들어보면 취업 걱정하고 있어요. 취업 잘하면 뭐해요. 또 골치 아픈 일 생겨요. 결혼하고 나면 또 골치 아픈 일 생기고, 아이를 키우면서는 또 얼마나 힘들어요. 끝도 없이 골치 아픈 일은 생겨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시기가 제일 중요하다는 거예요. 아이가 80년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가 결정되는 중요한 시기가 어린 시절이에요. 영어나 가르치고 한자나 배우게 하는 걸로 시간을 보내면 안 되는 이유에요. 이런 건 정말 어디 가서 강의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에요. 우리 아이만 잘 자라면 뭐해요. 더불어 살아가야 아이들도 행복해야죠. 급물살을 빠져 나오는 게 쉽지 않잖아요. 정말 애를 써야지 나올 수 있어요. 어쩌면 이 책이 열 명 중 한 명에게라도 동기 부여를 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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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별이의 운명이다. 그리고 별이는 나의 꿈을 먹고 자란다. 엄마의 딸이라는 명찰을 붙이고 세상에 나선 별이는 당분간은 엄마의 길을 졸졸 따라다닐 것이다. 별이는 엄마의 꿈을 따라 제주도에까지 왔다. 과연 내가 잘하는 것일까? 하루에도 수십 번씩 되묻는 질문이다.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나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 컸다고 제법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는 별이를 보면서 나는 별이의 의지에 따라 내 운명이 바뀔 날도 멀지 않았음을 느낀다. 별이는 자라면서 조금씩 곁길을 만들 것이고 새 길을 찾아 나설 것이다. 길은 점점 더 멀어져 어느 순간부터 별이만의 삶이 시작될 것이다. 제주도 오두막에서 그릇을 굽다가 오랜만에 찾아온 딸이 반가워 한달음에 달려가는 일이 그리 까마득한 미래는 아니다. 내가 만든 그릇 위에 내가 키운 텃밭 채소를 올려 별이에게 주고 싶다. 별이는 제주도에 살았던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맛있게 먹을 것이다. 그리고 그 때가 참 좋았다고 말해줄 것이다. 꼭 그렇게 말해주기를 소망하고 또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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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사느냐면, 제주도에 허수경 저 | 중앙m&b
2012년 봄부터 1년간 월간지 [여성중앙]에 딸 별이와 함께 제주에서 사는 이야기를 풀어냈던 그녀는, ‘리얼 제주 라이프’와 함께 ‘제주 이주’를 꿈꾸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실질적인 조언을 더해 한 권의 책을 펴냈다. 이 책을 통해 그녀는 어렵사리 다시 찾은 행복을 조심스레 꺼내 보인 동시에, 도시에서 ‘꿀벌’처럼 사는 이들에게 그녀가 발견한 ‘완전히 다른 삶’의 한 단면을 소개한다. 제주에서라면 우리에게도 새로운 삶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가, 전혀 다른 깊이와 속도의 행복이 불현듯 시작될지도 모른다. 이 책 《왜 사느냐면, 제주도에》에 그 힌트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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