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 힙합의 기반 - 디씨 토크(dc Talk)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힙합 신에도 CCM의 물결이 파고들었다. 드러머 겸 래퍼 스티븐 와일리(Stephen Wiley)가 1985년에 최초의 크리스천 랩 앨범 < Bible Break >를 출시한 것을 시작으로 마이클 피스(Michael Peace), 다이내믹 트윈스(Dynamic Twins), 티 본(T-Bone) 등 크리스천 힙합 뮤지션이 속속 등장했다. 힙합 역사에서 중요한 또 다른 개화의 순간이었다.
글ㆍ사진 이즘
2013.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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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이후 정체기에 접어든 가스펠이 변화를 시도하면서 자리를 잡은 것이 컨템퍼러리 크리스천 뮤직(contemporary christian music, CCM)입니다. 종교적 메시지와 대중음악적 요소가 결합된 CCM은 1980년대에 이르러 힙합과도 접점을 모색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주에 소개해드릴 디씨 토크 역시 대표적인 크리스천 힙합 뮤지션입니다. 빌보트 CCM 판매차트에서 34주간 1위를 차지하는 등 커다란 성공을 거둔 이들의 세 번째 앨범, 를 지금 만나보세요.


디씨 토크(dc Talk) (1992)

가스펠은 19세기 초반 남부 흑인 노예들의 자유를 위한 대이동과 함께 서서히 미국 전역에 전파되기 시작했다. 이후 그것의 곡 구조, 멜로디, 창법은 R&B와 소울에 큰 영향을 주었지만 거대한 상업적 흥행과는 거리가 멀었다. 종교적인 내용의 가사가 압도적 다수의 호응을 구하기란 어렵기 때문이었으며 형식 부분에서도 누구나 다 그런 음악에 호감을 가질 수는 없던 까닭이었다. ‘가스펠의 여왕’ 마헤일리어 잭슨(Mahalia Jackson)의 1948년 곡 「Move on up a little higher」가 8백만 장 이상 팔리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지만 이후 이렇다 할 가스펠 성공작이 나오지 않은 것이 50년대 이후 가스펠의 정체 상황을 말해 준다.


1950년대에 로큰롤이 태동한 이래 젊은이들의 감성에 부합하는 빠르고 강한 사운드가 팝 음악의 헤게모니를 잡게 되면서부터 가스펠은 대중과 더 큰 사이를 두게 됐다. 접점을 찾을 필요가 있었다. 그 결과로 나온 것이 종교적 요소는 그대로 가져가면서 대중음악의 주 소비층인 10대, 20대가 좋아하는 코드에 맞게 팝, 록 등 현대 대중음악 양식으로 나타낸 컨템퍼러리 크리스천 뮤직(contemporary christian music, CCM)이다.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힙합 신에도 CCM의 물결이 파고들었다. 드러머 겸 래퍼 스티븐 와일리(Stephen Wiley)가 1985년에 최초의 크리스천 랩 앨범 를 출시한 것을 시작으로 마이클 피스(Michael Peace), 다이내믹 트윈스(Dynamic Twins), 티 본(T-Bone) 등 크리스천 힙합 뮤지션이 속속 등장했다. 힙합 역사에서 중요한 또 다른 개화의 순간이었다.

토비 매키언(Toby McKeehan), 케빈 맥스 스미스(Kevin Max Smith), 마이클 테이트(Michael Tait)로 구성된 디씨 토크(dc Talk) 역시 크리스천 힙합 신의 중요 뮤지션 중 하나다. 그룹은 《그래미 시상식》 ‘최우수 록 가스펠 앨범’을 세 번이나 수상했으며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최대의 가스펠 음악 행사 《가스펠 음악 연합 도브 시상식》에서 많은 상을 가져갔을 정도로 음악성을 인정받았다. 이들이 발표한 다섯 장의 앨범은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며 대중적으로도 큰 인기를 얻었다.

디씨 토크의 세 번째 앨범 는 랩을 중심에 두면서 뉴 잭 스윙(「That kinda girl」, 「Say the words」), 하우스(「Jesus is just alright」), 록(「Time is…」) 등을 아우르며 다양화도 도모했다. 힙합 골수팬에게는 가볍게 느껴지겠지만 힘을 빼고 친숙함을 앞세운 방법은 다수 청취자를 끌어들이는 장점으로 작용했다. 수록곡 중 백미는 대규모 성가대 코러스를 꾸린 「Free at last」로 열띤 찬양 예배를 보는 것 같은 인상을 들게 할 만큼 현장감과 가스펠의 정서를 잘 구현했다. 하지만 엠씨 해머(MC Hammer)가 1년 먼저 선보인 가스펠 랩 「Do not pass me by」와 구조, 악기 사용 등이 무척 흡사해 노골적인 참조에 대한 의심을 품게 하기도 했다.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노랫말 외에도 이들은 일상의 소재로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힘썼다. 「Time is…」는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을 값지게 사용할 것을 이야기하고, 「Luv is a verb」에서는 조건 없이 표현을 우선으로 하는 사랑 방식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며, 「The hardway」는 실수와 역경을 통해서 교훈을 얻는 게 삶이라면서 겸허한 자세를 취한다. 디씨 토크는 선한 내용의 가사로도 청취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디씨 토크의 성공은 이후 커크 프랭클린(Kirk Franklin)이나 프리처스 인 더 후드(Preachas In Tha Hood), 가스펠 갱스터즈(Gospel Gangstaz) 같은 크리스천 힙합 뮤지션 후배가 등장하는 데 기반이 됐다. 하지만 크리스천 힙합은 힙합의 전체 지형도 안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변방 장르로 머무는 중이다. 활동하는 인원도 적을뿐더러 이들 크리스천 힙합 뮤지션들의 음악이 센세이션을 몰고 올 만큼 아주 빼어나지 않았다는 사항도 있다. 무엇보다도 비(非) 기독교 음악팬들에게 다가가기에 종교라는 벽은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글/ 한동윤(bionicsou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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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