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스타들은 왜 지니킴 구두를 신고 싶어 할까
할리우드 스타들을 매료시킨 구두 디자이너, 이삼십 대 여성의 워너비 아이콘. 지니킴을 따라다니는 수식어들이다. 하지만 얼마 전 펴낸 책 『지니킴 스토리』에서 그녀는 ‘몇 년 전만 해도 나는 백수였다’는 말로 과거를 회상한다. 평범한 학생이 사랑하는 일을 만나고 잠재된 능력을 발전시켜 가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는 지니킴. 그녀는 여전히 눈을 반짝이며 새로운 마법의 순간을 꿈꾸고 있었다.
2013.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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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유행했던 노래가사처럼 인생은 정말 ‘말하는 대로’ 되는 걸까. 신기하게도 지니킴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면 마음먹은 대로 모든 일이 흘러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단순하고 경쾌한 그녀의 에너지 때문이다.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면 상대방이 그 마음에 감동하고 결국 우주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지니킴의 이야기에는 그러나 조건이 하나 있다. 사랑하는 일을 만나고 그 일에 열정적으로 빠져들 것! 매 순간 마음 속 이끌림에 따라 움직였다는 그녀가 세상을 놀라게 할 수 있었던 건 마음을 다해 일을 사랑한 때문일 것이다.
신나는 걸음으로 꿈을 그려가는 『지니킴 스토리』를 읽고 그녀가 더 궁금해졌다. 봄볕이 따사롭던 날, 지니킴을 만났다. 독특한 미니드레스에 높은 힐을 신고 나타난 그녀 책 속에서 만난 것만큼 꾸밈없고 유쾌했다. 주변의 걱정과 만류 속에서 사랑하는 것을 지켜낸 사람의 자신감도 느낄 수 있었다. ‘지니킴’에 이어 론칭한 ‘페르쉐’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그녀는 이제 LA에 ‘지니킴’ 매장을 세우려 한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즐겨 찾을만한 특별한 콘셉트의 매장이다.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는 지니킴에게서 생기 가득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자신의 꿈은 네버엔딩 스토리라는 그녀. 지니킴의 꿈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요즘 들어 겸손함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아직도 배우고 이루어야 할 꿈들이 많이 남아있다. 구두 디자이너라는 사랑하는 일을 찾았지만, 인생에서 사랑할 수 있는 것들을 계속해서 찾아내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는 않을 거다. 지금까지 있었던 일에 감사하고 다시 겸손한 마음으로 시작하고 싶다.
큰 결정들을 수월하게 해내는 것처럼 보인다. 어떤 일을 결정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선택의 기준이 있다면?
본능에 충실했다. 정말 마음으로 원하는 일이면 그냥 시작했다. 사실 지금은 그렇게 일을 하면 실수를 할 확률이 높다. 일의 규모도 커졌고 내가 책임져야 하는 일도 많다. 하지만 20대 때는 잃을 게 없지 않나. 마음껏 도전할 수 있는 시기다.
의상 디자인을 공부했지만 그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구두의 어떤 점이 자신을 끌어당겼다고 생각하나? 구두 디자인의 매력은 무엇인가?
아무 것도 없을 때 만났기 때문인 것 같다. 지원했던 회사에 모두 떨어지고 가장 힘든 시간에 나타났기 때문에 더 소중하게 생각했다. 철이 좀 든 상태에서 만났다는 거다. 대학시절에는 노는 게 정말 좋았던 것 같다. 친구들과 원 없이 즐겁게 지냈다. 의상 디자인은 주변에 잘하는 친구들도 너무 많았다. 재능도 없는 것 같고, 계속해서 비교하다 보니 시작하기도 전에 흥미가 떨어졌던 것 같다. 하지만 구두 디자인은 혼자 즐거운 마음으로 빠져들어서 배워나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처음부터 구두 디자이너라는 길을 택해서 시작한 사람들에 비해 다양한 길을 거쳐 온 지니킴만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나는 패션 잡지와 PR회사에서 일했고 유학을 가서 패션 비즈니스를 공부했다. 그러다 보니 디자인을 시작할 때 판매나 마케팅까지 모두 생각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전체적인 계획이 서는 거다. 디자인에 매몰되지 않고 비즈니스적인 측면까지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이 내가 가진 강점일 것 같다.
한때는 왜 나는 다른 사람처럼 하나의 길을 걸어가지 못하는지, 왜 나는 이토록 여러 갈래에서 방황하고 있는 건지 회의를 느끼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나는 매 순간 점 하나를 찍고 있었던 것이다. 비록 남들처럼 직선으로 쭉쭉 뻗은 길은 아니었지만, 여러 개의 점을 찍으면서 결국에는 예쁜 그림 하나를 완성하고 있었던 것이다. (p.122) | ||
친구를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다. 살면서 어떤 사람을 만나는지에 따라 그 사람의 많은 부분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꿈과 비전을 나누면서 서로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줄 수 있는 관계가 내가 생각하는 좋은 친구다. 어렸을 때는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난 친구들만 있었지만, 점차 사회생활을 해나가면서 적극적으로 친구 관계를 만들어간다. 같은 관심사나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 좋은 기운을 나누어주는 사람들을 만나 관계를 맺으려 한다. 나는 친구를 따라 무엇이든 많이 하는 편이다. 구두를 시작할 때도 그랬고, 요즘 한창 흥미를 느끼고 있는 요리도 친구 덕분에 시작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친구가 중요하다.
단순히 디자이너가 아니라 한 브랜드의 홍보 전문가이면서 최고 경영자로서 모든 역할을 해냈다. 많은 역할을 소화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어떤 부분인가?
아까 이야기했던 것처럼 나는 디자인을 보면 비즈니스 부분까지 한 번에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디자이너만의 순수한 기쁨을 느끼기에 어려운 점이 있다. 그래서 가끔은 디자인이 가진 예술적인 측면을 마음껏 즐기는 그 기분이 부러울 때가 있다.
지금까지 많은 ‘기적적인’ 순간들이 있었다. 돌이켜 생각했을 때, 일에 있어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꼽자면 언제인가?
맨 처음 온라인으로 구두 주문을 받았을 때가 생각난다. 인터넷으로 주문자명을 쭉 보는데 아! 이 사람들이 내 구두를 사준 사람들이구나, 하면서 굉장히 감격스러웠다. 갤러리아에 입점하게 되었을 때도 정말 행복했다. 오랫동안 바라던 일이라 전화 연락을 받았을 때 꿈같았다. 그리고 잡지에서 할리우드 스타들이 내 구두를 신을 걸 봤을 때도 그랬다. 잡지를 보다가 정말 깜짝 놀랐다.
여자로서나 사업가로서 세상과 만나는 과정에서 조정해 나갈 수 있는 부분과 절대 타협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각각 어떤 것이 있을까?
글쎄. 콕 집어 그런 부분이 떠오르지는 않는다. 나는 굉장히 단순하다. 직관적인 편이라 미리부터 많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다만, 참을 수 없는 건 이런 일이다. 누군가 찾아와서 굉장히 빨리 해외 시장과 연결시켜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그런데 어떻게 하는지 물어보면 아는 사람이 있다고 걱정 말라고 대답한다. 이렇게 정상적인 과정을 통해 인정받지 않고 인맥으로 상황을 해결하면서 일하는 건 정말 싫어한다.
함께 일할 사람을 뽑을 때 어떤 기준을 가지고 뽑는가?
다른 것보다 인성을 많이 본다. 함께 일하는 건데 혼자만 잘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안 된다고 생각한다. 취향도 중요하다. 디자인이 좋더라도 색을 고르고 가죽을 고르는 과정에 따라 어떤 구두가 만들어지는지 결정된다. 그래서 디자이너의 취향이 중요하다. 고급스런 소재를 고르고 배치하는 감각이 있어야 한다.
책에도 ‘좋은 취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비싼 취향’과는 또 다른 것 같다. ‘좋은 취향’이란 어떤 걸까. 젊은 친구들이 좋은 취향에 가까이 가기 위한 팁을 선물한다면?
좋은 취향은 비싼 취향과 다르다. 이제는 한국에서도 좋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 그리고 취향을 만들어가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포도주를 예로 들자면, 처음 포도주를 마실 때는 단 맛이나 과일 맛이 많이 나는 걸 좋아하게 된다. 하지만 계속 마시다 보면 포도주 안에서 나는 다양한 맛들을 즐기게 되고 드라이한 맛이 가지는 매력도 알게 된다. 그러다 관심이 생기면 공부를 더하게 되고 그러면서 좋은 취향을 만들어간다고 생각한다. 가능한 많이 체험하고 즐기고 배우다 보면 좋은 취향에 가까워질 거라고 생각한다.
어느 영화감독이 ‘창작물은 취향의 싸움’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는 좋은 취향을 갖고, 자신의 취향을 잘 알며, 확신을 가지고 그것을 사랑해야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나는 우리의 삶 역시 취향의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나고 자라는 환경이야 어떠하든 노력 여하에 따라서 얼마든지 좋은 취향을 획득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삶의 질을 바꾸게 된다. (p.236) | ||
나는 내가 남들보다 크게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하나님이 주신 재능과 행운으로 여기까지 온 거다. 그렇기 때문에 가진 걸 나누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일이다. 지금까지는 내가 가진 것들이 많지 않아 나눌 수 있는 것도 적었다. 가끔 강연을 다니는데, 강연을 들은 친구들이 덕분에 힘을 얻었다고 이야기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앞으로 점점 많은 것들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자신이 꿈을 그리고 이루어 가는데 중요했던 삶의 낱말 세 가지를 뽑는다면?
제일 먼저 ‘열정’이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열정이 있는 사람과 아닌 사람은 큰 차이가 난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일에 마음껏 뛰어드는 열정이 가장 중요하다. 다음으로는 ‘행동’이다. 나는 치밀하게 계산하고 모두 준비된 상황에서 시작하지 않았다. 원하는 게 있으면 일단, 움직였던 것 같다. 움직이면 다음 문이 열리고 또 다음 문이 열렸다. 마지막으로 떠오르는 건 ‘긍정’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유학을 간다고 했을 때나 구두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 주변에 말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나는 어머니께 400만 원을 빌려 창업을 하면서도 분명히 될 테니까 문제없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의 걱정 속에서도 꿈을 밀고 나갈 수 있었던 힘은 긍정에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저 용기를 내어 문을 열고 들어가는 간단한 방법을 택했다. 문을 열고 들어갈 용기만 있다면 그 다음은 저절로 풀린다.(p.181) | ||
패션 쪽은 흐름이 정말 빠르다. 유행에도 민감해야 하고, 소비자의 니즈도 만족시켜야 한다. 그래서 매번 다양한 변화를 시도한다. 하지만 지니킴이 처음부터 추구했던 로맨틱 할리우드 스타일은 꾸준히 지켜가려고 한다. 지니킴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매 시즌마다 제품의 20-30% 정도는 할리우드 스타일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바자>의 전미경 편집장의 말처럼 지니 킴의 끝은 여기가 아닐 것 같다. 지금 구상하고 있는 최후의 꿈이 있다면 무엇인가?
패션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듯 나 역시 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르는 브랜드를 론칭하는 게 꿈이다. 단순히 구두에서만이 아니라 생활 곳곳에서 지니킴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다.
물론 곁눈질도 많이 해보자. 꿈은 한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직선도로가 아니다. 수많은 샛길이 있고, 길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험한 밭도 있다. 그 많은 갈래 길에 모두 관심을 기울여보아야 한다. 어쩌면 그 길에서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는 진짜 꿈을 발견할 수도 있으니까!(p.323) | ||
- 지니킴 스토리 김효진 저 | 중앙북스(books)
국내 셀러브리티는 물론 할리우드 스타까지 매혹시킨 지니 킴. 스물여덟이란 나이에 400만 원의 자본금으로 첫 론칭한 ‘지니킴’을 샤넬, 구찌, 프라다 등과 나란히 하는 명품 브랜드로 성장시키고 패션의 평등을 꿈꾸며 두 번째 브랜드 페르쉐를 론칭하기까지, 숨 가쁘게 달려온 그녀의 꿈과 도전의 드라마를 담았다. 20대 중반 잘 다니고 있던 직장을 그만두고 유학을 선택해 뉴욕 FIT에서 패션 머천다이징 매니지먼트를 전공하고, 어느 날 우연히 친구가 만든 구두를 보게 된 뒤 운명같이 사랑에 빠져 구두와 함께해온 지난 7년간의 스토리가 고스란히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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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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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정연빈
북극곰이 되기를 꿈꾸며 세상을 거닐다.
어지러운 방에 돌아와 글을 씁니다.
앙ㅋ
2014.07.13
지미 추와 브랜드 이미지가 비슷하네요.
뭐꼬
2013.06.30
즌이
2013.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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