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치료 받다가 사랑에 빠져버린 여인들, 정식분석학 개척에 기여
정신과 의사와 환자가 치료과정에서 사랑에 빠진다? 심리 미스터리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실제로도 그런 일이 가능할까? 답은 ‘예스’다. 환자와의 신뢰관계를 형성해야 하는 심리 상담의 특성과 환자의 심리적 전의 등은 종종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빠질 수 있다. 그런 만큼 상담자들은 심리적 거리를 유지하는 데 각별한 신경을 쓰게 된다. 무의식이라는 영역을 개척하며 20세기를 뒤흔들었던 정신분석학은 그 첫 사례부터가 그러했다.
2012.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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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와 환자가 치료과정에서 사랑에 빠진다? 심리 미스터리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실제로도 그런 일이 가능할까? 답은 ‘예스’다. 환자와의 신뢰관계를 형성해야 하는 심리 상담의 특성과 환자의 심리적 전의 등은 종종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빠질 수 있다. 그런 만큼 상담자들은 심리적 거리를 유지하는 데 각별한 신경을 쓰게 된다. 무의식이라는 영역을 개척하며 20세기를 뒤흔들었던 정신분석학은 그 첫 사례부터가 그러했다.
프로이트가 아버지처럼 따르던 브로이어(Josef Breuer)는 ‘안나 오’라는 여인을 최면 치료하고 상담하게 된다. 그리고 이를 프로이트와 의논하면서 두 사람은 서서히 무의식의 실체를 알아가기 시작한다.
그녀는 물이 두려워 6주 동안 물을 못 마셨고, 모국어인 독일어를 잃어버리고 영어와 프랑스어, 이탈리아어로만 말을 했으며, 이유 없이 마른기침을 했다.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환각 증세와 더불어 팔다리가 마비되는 증상까지 보였다. 당시로써는 악마가 들렸다고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최면 치료를 하면서 도중에 안나 오는 스스로가 인식하지 못했던 무의식 속의 불편한 감정들을 떠올렸고, 이에 대한 불평과 혐오감을 털어놓는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런 불편한 감정들을 이야기하고 나면, 어김없이 그 증세가 사라져버린다는 점이다. 가장 쉬운 예가 물과 개에 대한 사례다.
안나 오 (Anna O, 1859~1936)의 실명은 베르사 파펜하임(Bertha Pappenheim)이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빈의 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매력적이고 똑똑한 처녀로 사랑하는 아버지를 간병하고 아버지가 사망하는 과정 속에서
히스테리 증상을 보여 치료를 받았다. 오른쪽은 사회사업에 헌신할 당시의 모습이다.
그녀는 물을 전혀 마실 수 없었다고 한다. 물잔이 입술에 닿으면 자신도 모르게 잔을 밀어냈다. 그래서 6주가 넘게 과일만 먹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최면 치료 중에 그녀가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여자 친구에 대해 비난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그녀의 방에 들어갔더니 작은 개(그녀 말로는 끔찍한 짐승)가 잔에 든 물을 마시고 있더라는 것이다. 당시 그녀는 예의상 아무 말도 못했는데, 그때 쌓인 불쾌감과 울분을 마음껏 표현하고 난 뒤 그녀는 물을 달라고 해서 마시고 최면에서 깨어났다. 그 뒤부터는 아무렇지도 않게 물을 마실 수 있었고, 이런 증상이 재발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녀는 그 기분 나쁜 친구와 개에 대해 평소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의식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마음속에 그 기분 나쁜 사실들을 분명하게 저장해두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무의식이다. 그 무의식이 언제부터인가 현실의 신체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물을 입에 대는 순간 개가 먹던 물에 대한 불쾌감이 물을 거부하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 무의식의 불쾌감을 해소해줌으로써 무의식이 불만을 접고 안정을 찾아가는 것이다.
이로써 브로이어와 프로이트는 의식이 모르고 있는, 무의식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무의식이 의식보다 더 강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의식은 알아채지 못하고 있지만 신체조차도 마음대로 움직이는 무의식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안나 오의 수많은 사례들은 대부분이 이렇게 분명한 이유가 있었고, 무의식의 증거를 만들어주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보통 안나 오의 사례가 실려 있는 책 『히스테리 연구(Studien uber Hysterie)』를 무의식 연구 또는 정신분석학의 시발점으로 본다.
이렇듯 브로이어와 프로이트에게 행운을 가져다준 사례의 주인공 안나 오. 프로이트가 “그녀야말로 사실상 정신분석을 창시한 사람”이라고 지적했을 만큼 정신분석사에 중요한 역할을 한 그녀는, 그러나 브로이어와의 치료과정에서 브로이어를 사랑하게 되고 상상 임신까지 하게 된다. 이에 당황스러웠던 브로이어는 부인과 함께 베스니로 이주해버렸다. 브로이어가 떠난 후 그녀는 여러 정신병원을 떠돌아야 했지만, 다행히 완치되어 유대인여성협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불우한 이웃과 여성들을 위해 헌신한다.
프로이트의 수제자이며 분석심리학이라는 또 하나의 정신분석학을 여는 융 또한 치료자와의 사랑 이야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아니 그는 아예 환자와 연인관계에 빠졌을 뿐 아니라 그로 인해 프로이트와 불편한 관계가 되어버린다.
영화 〈데인저러스 메소드〉의 한 장면. 융은 슈필라인을 환자로 만났다.
하지만 그 둘은 상담과정을 통해 서로의 무의식에 접근하게 된다.
그것은 집단 무의식과 같은 신비체험이며 동시에 격렬한 성행위를 동반하는 것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사비나 슈필라인(Sabina Spielrein, 1885~1942)이다. 〈캐리비안의 해적〉의 여주인공 키이라 나이틀리가 베드신을 열연하고 적나라한 성행위 묘사로 예고편 심의에 걸려 이슈가 됐던 영화 〈데인저러스 메소드〉가 이들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 영화에서는 융이 그녀를 치료하면서 처음 프로이트의 이론을 접목시켰고, 이를 계기로 프로이트와 가까워지게 되었다고 그리고 있다.
분명한 것은 그녀가 실제 융과 강렬한 사랑에 빠졌고, 둘은 격렬하면서도 가학적이고 피학적인 성행위로 빠져들었다는 점이다. 그녀는 어릴 적 아버지에게 받은 가해로 피학적 성충동을 느꼈으며, 죽음의 충동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것은 이후 프로이트에게 죽음의 충동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내게 한다. 또한 그녀와 융의 격렬한 사랑과 신비로운 체험은 융에게 집단의식이라는 새로운 무의식을 정초해내게 한다. 하지만 융은 그녀의 그 격렬함을 두려워했고 그녀를 떠났다. 결국 융에 집착한 그녀는 그들의 연애를 프로이트에게 알렸고, 환자와의 거리를 강조했던 프로이트와 융은 멀어지게 된다. 물론 단순한 연애 사실이 프로이트와 융을 멀어지게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녀가 융의 정신에 되살린 신비주의적 성향이 그 둘을 멀어지게 했다고 봐야 한다.
프로이트를 아버지처럼 따랐고, 프로이트 또한 자신의 후계자가 되기를 바랐던 수제자 칼 구스타프 융. 그러나 그들은 시작부터 결별이 예정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단어 연상 검사를 통해 무의식적인 콤플렉스 등을 밝혀내는 데 몰두하고 있던 융은 그와 매우 유사한 방법인 자유연상법을 사용하는 프로이트에게 끌렸다. 시작은 얼핏 매우 유사해 보였지만, 프로이트는 확고한 기계론자의 접근법을 고수하며 과학적으로 밝힐 수 없는 것에 대한 적대감을 가졌고, 융은 어찌 보면 미신처럼 보이는 인간 정신이 가진 심령적인 면과 과학적으로 밝힐 수 없는 면에까지 식지 않는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 엄격한 과학주의자와 신비주의자 간의 어쩌면 메울 수 없는 간격이 그들을 돌아서게 만든 주요인일 것이다.
이렇듯 칼 융은 과학을 내세우는 많은 심리학자들과 다르게 비과학적이고 영적인 것까지 추구했으며, 그만큼 자신도 신비로운 경험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이론을 처음 접하는 사람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원형(archetype)이니 집단 무의식(collective unconsciousness)이니 하는 그의 이론들은 특히 유물론적 사고에 입각한 사람들이라면 받아들이는 것이 거북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의 이론은 많은 상담 치료와 자신의 경험에 기반을 둔 것이며, 동시에 수천 년을 이어져 온 신화와 다양한 종교 등과도 맥을 같이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그의 뒤를 따르며 자기실현을 꿈꾸고, 심리적 안정과 치료 효과를 경험하게 된다.
프로이트에게 꿈이 성적 충동을 상징하는 것이고, 무의식은 외상이나 욕망 등의 어두운 것으로만 얼룩져 있는 것이었다면, 융에 있어서 꿈은 성적 충동뿐만이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욕망들, 자신이 애써 피하고 있는 자신의 단점, 조상으로부터 전해져오는 원형이라는 신화와 비슷한 체계까지를 포함한다. 그런 이유로 융의 꿈 해석은 예지몽과 조상의 메시지 같은 신비로운 요소까지 해석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어려서부터 자주 신비로운 체험을 겪어야 했던 융으로서는 사비나 슈필라인과의 신비체험을 정신분석학에 반영할 수밖에 없었고, 그런 점에서 이미 프로이트와 융은 사상적 바탕 자체가 달랐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융에게 버림받은 이후 그녀의 삶은 어떠했을까? 그녀는 프로이트의 제자가 되어 최초의 여성 정신분석학자로서, 러시아에 처음 정신분석을 소개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아동정신분석의 개척자로서 자신의 길을 열어나갔다. 그런 점에서 어쩌면 그녀는 시작부터 융에게 환자가 아니라 동등한 치료자요 동료였는지도 모르겠다.
이상의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은 환자와 치료자가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이 아닐 것이다. 여기서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은, 아마도 대화가 통하고 마음이 오갈 수 있는 곳, 바로 그곳에서 사랑이 싹튼다는 것이 아닐까?
프로이트가 아버지처럼 따르던 브로이어(Josef Breuer)는 ‘안나 오’라는 여인을 최면 치료하고 상담하게 된다. 그리고 이를 프로이트와 의논하면서 두 사람은 서서히 무의식의 실체를 알아가기 시작한다.
그녀는 물이 두려워 6주 동안 물을 못 마셨고, 모국어인 독일어를 잃어버리고 영어와 프랑스어, 이탈리아어로만 말을 했으며, 이유 없이 마른기침을 했다.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환각 증세와 더불어 팔다리가 마비되는 증상까지 보였다. 당시로써는 악마가 들렸다고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최면 치료를 하면서 도중에 안나 오는 스스로가 인식하지 못했던 무의식 속의 불편한 감정들을 떠올렸고, 이에 대한 불평과 혐오감을 털어놓는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런 불편한 감정들을 이야기하고 나면, 어김없이 그 증세가 사라져버린다는 점이다. 가장 쉬운 예가 물과 개에 대한 사례다.
안나 오 (Anna O, 1859~1936)의 실명은 베르사 파펜하임(Bertha Pappenheim)이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빈의 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매력적이고 똑똑한 처녀로 사랑하는 아버지를 간병하고 아버지가 사망하는 과정 속에서
히스테리 증상을 보여 치료를 받았다. 오른쪽은 사회사업에 헌신할 당시의 모습이다.
그녀는 물을 전혀 마실 수 없었다고 한다. 물잔이 입술에 닿으면 자신도 모르게 잔을 밀어냈다. 그래서 6주가 넘게 과일만 먹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최면 치료 중에 그녀가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여자 친구에 대해 비난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그녀의 방에 들어갔더니 작은 개(그녀 말로는 끔찍한 짐승)가 잔에 든 물을 마시고 있더라는 것이다. 당시 그녀는 예의상 아무 말도 못했는데, 그때 쌓인 불쾌감과 울분을 마음껏 표현하고 난 뒤 그녀는 물을 달라고 해서 마시고 최면에서 깨어났다. 그 뒤부터는 아무렇지도 않게 물을 마실 수 있었고, 이런 증상이 재발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녀는 그 기분 나쁜 친구와 개에 대해 평소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의식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마음속에 그 기분 나쁜 사실들을 분명하게 저장해두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무의식이다. 그 무의식이 언제부터인가 현실의 신체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물을 입에 대는 순간 개가 먹던 물에 대한 불쾌감이 물을 거부하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 무의식의 불쾌감을 해소해줌으로써 무의식이 불만을 접고 안정을 찾아가는 것이다.
이로써 브로이어와 프로이트는 의식이 모르고 있는, 무의식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무의식이 의식보다 더 강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의식은 알아채지 못하고 있지만 신체조차도 마음대로 움직이는 무의식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안나 오의 수많은 사례들은 대부분이 이렇게 분명한 이유가 있었고, 무의식의 증거를 만들어주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보통 안나 오의 사례가 실려 있는 책 『히스테리 연구(Studien uber Hysterie)』를 무의식 연구 또는 정신분석학의 시발점으로 본다.
이렇듯 브로이어와 프로이트에게 행운을 가져다준 사례의 주인공 안나 오. 프로이트가 “그녀야말로 사실상 정신분석을 창시한 사람”이라고 지적했을 만큼 정신분석사에 중요한 역할을 한 그녀는, 그러나 브로이어와의 치료과정에서 브로이어를 사랑하게 되고 상상 임신까지 하게 된다. 이에 당황스러웠던 브로이어는 부인과 함께 베스니로 이주해버렸다. 브로이어가 떠난 후 그녀는 여러 정신병원을 떠돌아야 했지만, 다행히 완치되어 유대인여성협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불우한 이웃과 여성들을 위해 헌신한다.
프로이트의 수제자이며 분석심리학이라는 또 하나의 정신분석학을 여는 융 또한 치료자와의 사랑 이야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아니 그는 아예 환자와 연인관계에 빠졌을 뿐 아니라 그로 인해 프로이트와 불편한 관계가 되어버린다.
영화 〈데인저러스 메소드〉의 한 장면. 융은 슈필라인을 환자로 만났다.
하지만 그 둘은 상담과정을 통해 서로의 무의식에 접근하게 된다.
그것은 집단 무의식과 같은 신비체험이며 동시에 격렬한 성행위를 동반하는 것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사비나 슈필라인(Sabina Spielrein, 1885~1942)이다. 〈캐리비안의 해적〉의 여주인공 키이라 나이틀리가 베드신을 열연하고 적나라한 성행위 묘사로 예고편 심의에 걸려 이슈가 됐던 영화 〈데인저러스 메소드〉가 이들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 영화에서는 융이 그녀를 치료하면서 처음 프로이트의 이론을 접목시켰고, 이를 계기로 프로이트와 가까워지게 되었다고 그리고 있다.
분명한 것은 그녀가 실제 융과 강렬한 사랑에 빠졌고, 둘은 격렬하면서도 가학적이고 피학적인 성행위로 빠져들었다는 점이다. 그녀는 어릴 적 아버지에게 받은 가해로 피학적 성충동을 느꼈으며, 죽음의 충동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것은 이후 프로이트에게 죽음의 충동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내게 한다. 또한 그녀와 융의 격렬한 사랑과 신비로운 체험은 융에게 집단의식이라는 새로운 무의식을 정초해내게 한다. 하지만 융은 그녀의 그 격렬함을 두려워했고 그녀를 떠났다. 결국 융에 집착한 그녀는 그들의 연애를 프로이트에게 알렸고, 환자와의 거리를 강조했던 프로이트와 융은 멀어지게 된다. 물론 단순한 연애 사실이 프로이트와 융을 멀어지게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녀가 융의 정신에 되살린 신비주의적 성향이 그 둘을 멀어지게 했다고 봐야 한다.
프로이트를 아버지처럼 따랐고, 프로이트 또한 자신의 후계자가 되기를 바랐던 수제자 칼 구스타프 융. 그러나 그들은 시작부터 결별이 예정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단어 연상 검사를 통해 무의식적인 콤플렉스 등을 밝혀내는 데 몰두하고 있던 융은 그와 매우 유사한 방법인 자유연상법을 사용하는 프로이트에게 끌렸다. 시작은 얼핏 매우 유사해 보였지만, 프로이트는 확고한 기계론자의 접근법을 고수하며 과학적으로 밝힐 수 없는 것에 대한 적대감을 가졌고, 융은 어찌 보면 미신처럼 보이는 인간 정신이 가진 심령적인 면과 과학적으로 밝힐 수 없는 면에까지 식지 않는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 엄격한 과학주의자와 신비주의자 간의 어쩌면 메울 수 없는 간격이 그들을 돌아서게 만든 주요인일 것이다.
이렇듯 칼 융은 과학을 내세우는 많은 심리학자들과 다르게 비과학적이고 영적인 것까지 추구했으며, 그만큼 자신도 신비로운 경험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이론을 처음 접하는 사람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원형(archetype)이니 집단 무의식(collective unconsciousness)이니 하는 그의 이론들은 특히 유물론적 사고에 입각한 사람들이라면 받아들이는 것이 거북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의 이론은 많은 상담 치료와 자신의 경험에 기반을 둔 것이며, 동시에 수천 년을 이어져 온 신화와 다양한 종교 등과도 맥을 같이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그의 뒤를 따르며 자기실현을 꿈꾸고, 심리적 안정과 치료 효과를 경험하게 된다.
프로이트에게 꿈이 성적 충동을 상징하는 것이고, 무의식은 외상이나 욕망 등의 어두운 것으로만 얼룩져 있는 것이었다면, 융에 있어서 꿈은 성적 충동뿐만이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욕망들, 자신이 애써 피하고 있는 자신의 단점, 조상으로부터 전해져오는 원형이라는 신화와 비슷한 체계까지를 포함한다. 그런 이유로 융의 꿈 해석은 예지몽과 조상의 메시지 같은 신비로운 요소까지 해석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어려서부터 자주 신비로운 체험을 겪어야 했던 융으로서는 사비나 슈필라인과의 신비체험을 정신분석학에 반영할 수밖에 없었고, 그런 점에서 이미 프로이트와 융은 사상적 바탕 자체가 달랐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융에게 버림받은 이후 그녀의 삶은 어떠했을까? 그녀는 프로이트의 제자가 되어 최초의 여성 정신분석학자로서, 러시아에 처음 정신분석을 소개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아동정신분석의 개척자로서 자신의 길을 열어나갔다. 그런 점에서 어쩌면 그녀는 시작부터 융에게 환자가 아니라 동등한 치료자요 동료였는지도 모르겠다.
이상의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은 환자와 치료자가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이 아닐 것이다. 여기서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은, 아마도 대화가 통하고 마음이 오갈 수 있는 곳, 바로 그곳에서 사랑이 싹튼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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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 주현성 저 | 더좋은책
인문학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초 분야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이 필요한데, 그동안의 많은 교양 입문서는 대부분 한 분야의 지식에만 치우치거나, 단순한 용어 설명과 흥밋거리만을 나열하기에 바빴다. 이런 고충을 해소하기 위해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에는 심리학, 회화, 신화, 역사, 철학, 글로벌 이슈 등 우리가 가장 많이 접하는 인문 교양의 핵심 주제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소개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어렵지 않게 인문 지식들을 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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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주현성
학창 시절에는 실존주의와 니체를, 사회복지 분야를 전공하면서부터는 심리 치료와 사회학에 빠져 주로 시간을 보냈다. 사회학 방법론을 고민하면서 현대 철학에까지 관심을 가져왔다. 현재는 눈뜨면 매일 30분 이상 책을 읽었던 시간들이 쌓여 출판기획자의 길을 걷고 있다. 인문 분야에서는 『진화론의 유혹』 『뇌, 생각의 한계』 『궁정론』 『중국 지식인들과 정체성』 등을 기획 출판했다. 또 청소년 도서 〈강력추천 세계 교양 지도 시리즈〉를 기획, 그중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계지도』는 인문 교양 분야의 베스트셀러가 되어 독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 밖에 기획한 책으로는 『우리 아이의 인생을 위한 첫 번째 수업』 『평범한 아버지들의 위대한 자녀교육』 등이 있다.
공우민
2013.08.31
키이라 나이틀리 나오는 영화 꼭 볼래요 ㅎㅎㅎ
yiheaeun
2013.02.26
봄봄봄
2013.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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