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의 포옹으로 남은 절절하고 애끓는 사랑 -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②, 1961
주요섭의 소설을 원작으로 신상옥 감독이 영화한 작품. 신상옥 감독은 두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피아노 음악과 꽃 같은 소품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영화 후반부에서 딱 한 번, 한 선생이 옥희 엄마를 와락 끌어안는 장면이 강한 임팩트를 주는 것도 애끓는 감정의 분위기가 영화 내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글ㆍ사진 김광성 화백
2012.03.19
작게
크게

01.jpg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1961 동네 미장원(80*32cm)

 

사랑방 한 선생을 흠모하는 마음이 깊어갈 무렵, 옥희 엄마는 동네 미장원에서 신부화장을 하고 예식장으로 향하는 신부를 보게 된다. 면사포를 쓴 신부를 구경하는 옥희 엄마의 표정에 심란함이 가득 담겨 있다. 친구인 미장원 원장은 정곡을 찌르는 말을 한다.

“요즘 세상에 과부가 시집가는 건 흉이 아니란다. 아, 갈 수만 있다면 두 번이 아니라 열두 번이라도 가서 팔자를 고쳐야지.”


02.jpg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1961 수원역 풍경(76*35cm)

 

사랑하는 여인을 두고 떠나는 남자의 마음은 아리다. 옥희 엄마의 재혼 이야기가 나오고, 한 선생과 관련된 소문이 떠돌게 된다. 옥희 할머니의 단호한 결단은 결국 한 선생을 내몰게 된다. 몸이 가면 마음도 따라가는 것인가? 아니다. 마음은 얼마든지 두고갈 수 있는 것이다. 동산에 오른 옥희와 옥희 엄마는 그리운 이가 탄 기차를 넋놓고 바라보건만 무정한 열차의 기적 소리는 멀어져만 간다.


03.jpg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1961 성환댁과 계란장수(45*33cm)

 

옥희의 시선을 통해서 절절한 감정이 흐르는 옥희 엄마와 한 선생. 그 둘 사이의 지나치게 무거운 분위기와 상반되는 두 사람이 등장한다. 성환댁과 계란장수가 바로 그들이다. 두 사람은 주인공들과 달리, 거리낌없이 그들의 사랑과 성욕을 질펀하게 풀어놓음으로서 웃음을 선사한다.
성환댁의 물벼락을 맞고 인연이 된 두 사람. 하지만 성환댁(도금봉)은 계란장수(김희갑)를 넌지시 깔본다. 그렇다고 넉살 좋은 계란장수가 순순히 물러설 리가 없다.

“성환댁, 사람 괄시 너무 그리 마시오. 댁이나 나나 저울로 달아보면 한푼 틀림없는 똑같은 처지인데 그럴 거 없잖소? 아~ 댁도 과부라면서 실은 나도 홀애비니까 말이오. 안 그렇소? 허허…….”


04.jpg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1961 수원 방화수류정 주변풍경

 

한껏 멋을 부린 두 사람은 식모와 계란장수이다. 결국 둘은 배가 맞아 백년해로를 언약하고 행복한 미래를 다짐한 것이다.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빠르게 진도가 나간 두 사람은 이제 누가 봐도 어엿한 부부나 다름없다.
결혼식은 했냐고요? 물론 못하지요. 두 번 결혼식을 올리면 욕먹는 시대였으니까…….




 

◈ 영화정보 ◈

 

 


개봉일자 : 1961년 8월 26일
필름정보 : 35㎜/흑백/시네마스코프
상영시간 : 102분
제작사 : 신필름
김독 : 신상옥
출연 : 최은희, 전영선, 김진규, 한은진,
          도금봉, 김희갑, 신영균, 허장강

수상내역 : 대종상(1회)-감독상:신상옥,
                 각본상: 임희재, 특별장려상:전영선
                 부일영화상(5회)-작품상,감독상,
                 여우주연상: 최은희
                 아시아영화제(9회)-최우수작품상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옥희 #신상옥 #최은희
15의 댓글
User Avatar

sind1318

2013.07.31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답글
0
0
User Avatar

heliokjh

2013.06.07

어렸을 때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나요...삶은계란이 제일먼저 떠올라요 ㅋㅋㅋㅋ
답글
0
0
User Avatar

marie23

2013.01.22

이거 봤었는데.. 윤미라님과 노주현님 버젼이었었어요 ㅎㅎㅎ
답글
0
0

더 보기

arrow down
Writer Avatar

김광성 화백

부산에서 태어나, 서른 살이 넘어서야 만화판에 뛰어 들었다. 일찍이 서양화에 뜻을 두어 부산미술대전 서양화 부문에 입선했고, 목우회 미술전에서 특선을 수상했으며, 한국예술문화 대상전에서도 특선을 수상하였다.
『자갈치 아지매』로 데뷔한 후 작품성 있는 작품만을 고집해 왔다.《만화광장》과 《매주만화》, 《빅점프》등에 작품을 연재하였으며, <웅진 애니메이션 전집> 중세 부문 7편을 제작하였고, 1993년 만화가협회상 제1회 신인상을 수상했다.
단행본으로 《영원한 죽음과 윤회》, 《코뿔소를 덮친 사나이》, 《총을 든 의사 체게바라》,《미야자키 하야오》, 《꿈을 이룬 사람들》, 《로마 이야기》등이 있다. 무의미하게 희생된 한국인 가미카제 전사를 소재로 한 《순간에 지다》로 제13회 대한민국 만화대상 우수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