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경사’ 노벨상을 거부한 사람은?
노벨상은 세계적으로 저명한 과학자들이 추천하고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에 의해 비밀리에 치밀한 선발과정을 거친다. 그래서 지금까지 큰 실수 없이 수상자를 선발했다. 선발 기준의 하나는 업적이 인정되기 전에 죽으면 받지 못한다는 원칙이다. 노벨의 유언에 따라 물리학, 화학 그리고 생리학 및 의학 분야에서 그 해에 “인류를 위해서 최대 공헌을 한 사람”에게 상을 주라는 노벨의 유언을 따른 것이다. 이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면 18세기 과학자인 뉴튼, 갈릴레이 갈릴레오, 맥스웰 등 이미 죽은 쟁쟁한 대가들에게 상이 돌아갔을 것이다. 산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되는 불가피한 모순을 해소하기 위한 규정이다.
글ㆍ사진 이기진
2011.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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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수상자 사망”
기사를 보고 연구실에 모인 학생들이 이야기를 나눈다. 해마다 10월이면 물리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수장자를 기다리며 “서프라이즈”를 기대한다. 노벨상은 상 그 자체를 떠나 물리학의 발전을 이끈 살아 있는 “물리학의 역사” 이기 때문이다.

10월 3일 노벨위원회가 노벨 생리학상 수상자 3인을 발표했다. 하지만 공동 수상자인 랠프 슈타인머 박사는 발표 며칠 전에 췌장암으로 숨졌다. 노벨위원회는 새로운 수상자를 선정하지 않기로 하고 수상 규정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노벨위원회 입장에서는 생사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발표함으로써 오점을 남긴 셈이지만 발표원칙을 따른다면 별 문제 없을 것이다.



노벨상의 제1원칙은 업적이 인정되기 전에 사망하면 안 된다는 원칙이다.

노벨상은 세계적으로 저명한 과학자들이 추천하고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에 의해 비밀리에 치밀한 선발과정을 거친다. 그래서 지금까지 큰 실수 없이 수상자를 선발했다. 선발 기준의 하나는 업적이 인정되기 전에 죽으면 받지 못한다는 원칙이다. 노벨의 유언에 따라 물리학, 화학 그리고 생리학 및 의학 분야에서 그 해에 “인류를 위해서 최대 공헌을 한 사람”에게 상을 주라는 노벨의 유언을 따른 것이다. 이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면 18세기 과학자인 뉴튼, 갈릴레이 갈릴레오, 맥스웰 등 이미 죽은 쟁쟁한 대가들에게 상이 돌아갔을 것이다. 산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되는 불가피한 모순을 해소하기 위한 규정이다.


노벨상을 받기 위해 얼마 동안 연구해야 하는가?

노벨의 유언대로라면 연구에서 수상까지 채 1년이 걸리지 않아도 상을 수상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다양한 연구들 중에서 최고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사실상 1년으로는 불가능하다. 또 그 연구의 중요성이 확인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노벨상 초기는 연구에서 수상까지 기간이 짧았다. 그러나 현대물리학이 발전되면서 물리학의 내용이나 틀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연구결과가 1년 안에 노벨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인공 방사성 원소 발견한 졸리오와 퀴리부인, 인슐린을 발견한 밴팅과 메클라우드가 있다. 이런 연구 결과들을 그 당시 인류를 위해 개발된 연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장 기간은 55년이 걸렸다. 1986년 전자 현미경으로 수상한 루카스 박사는 전자현미경의 원리가 된 전자광학에 관한 최초 논문을 1931년 발표한 공로가 인정되어 55년이 지난 후 노벨상을 받았다. 다행인 것은 그는 당시 80세로 생존해 있었다.


아인슈타인 박사는 상대성이론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것이 아니다.

아인슈타인 박사는 연구 16년 만에 노벨상을 수상했다. 노벨위원회는 상대성이론을 공리공론이고 자연 현상의 설명이라기보다는 수학적 정식화라는 견해를 표명했다. 물리학 발전보다는 인류를 위해서 특별하게 공헌한 과학자들에게 우선적으로 상을 수여한다는 입장에서 보면, 상대성이론이 당시 노벨상을 받지 못한 것은 타당한 면도 있다. 당시는 상대성이론을 결코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더구나 광범위한 공격을 받고 있었으므로 과학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논쟁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광전효과 법칙은 실험적으로 입증돼 아인슈타인에게 노벨상을 수여함에 있어 극히 안전한 이유가 되었다.

1922년 아인슈타인은 일본의 출판사로부터 초청을 받는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을 태운 배가 일본에 도착하기 전에 노벨상 수상 소식을 듣는다. 수상자가 자기 스스로 노벨상을 받으러 가지 못할 경우에는 본인의 나라 주재대사가 대신하여 받는 것이 관례였다. 아인슈타인은 스위스 대사가 자기 대신 이 역할을 해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당시 독일 측에서 이의를 제기해 독일 주재 스웨덴 대사가 개인적으로 증서와 메달을 서베를린의 아인슈타인 앞으로 보낸 것으로 마무리했다.


오래 살아 있어야 업적을 인정받는다.

노벨상 최고령 수상자는 1973년 꿀벌의 행동양식을 연구한 공으로 노벨 생리학 및 의학상을 수상한 프리쉬 박사다. 그의 나이 87세 때 노벨상을 수상했다. 또 한 사람, 페이톤 라우드 박사는 육종 바이러스를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아 87세에 노벨상을 받았다. 그는 시골에 살고 있었고, 어느 날 이웃집 농부가 목에 혹이 난 닭을 들고 와서 그 이유를 물어본 것으로 연구의 모티브를 삼았다. 그는 닭의 목에 혹이 난 것은 육종바이러스라는 것을 밝힌다. 이 바이러스는 암 연구에 중요한 결과를 제공했다. 좋은 연구 결과를 내놓았더라도 당시 생존해 있지 않으면 노벨상을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최연소 노벨상 수상자는 20대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윌리엄 로랜스 브래그다. 그는 X-선에 결정 구조 해석연구로 1915년 노벨상을 받았다. 초기에는 물리학상을 받은 연령이 40세였지만 최근는 60대가 많아지는 경향이다.


노벨상을 거부한 사람들도 있다.

노벨상은 개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상이기도 하지만 국가적으로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거절하지 않고 거의 수상한다. 특별한 경우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수상 당시의 정치적 여건으로 받지 못한 사람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의지로 노벨상 110년 역사상 이 상을 거절한 사람이 있다.

1964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장 폴 사르트르는 실존주의 철학자로 이념에 따라 문학활동을 했다. 하지만 실존주의 문학활동을 함께 했던 프랑스의 알베르 까뮈보다 훨씬 늦게 노벨상을 받은 데에 불만을 표시했다고 전해진다. 까뮈는 1957년 최연소 나이로 노벨문학상을 타게 되는데, 까뮈보다 나이가 많은 사르트르는 1964년에 노벨상을 수상자로 결정됐지만 자신의 라이벌이 카뮈보다 늦게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된 데 불만을 품고 수상을 거부하였다. 사르트르의 수상 거절은 당시 노벨상 심사 위원회의 노여움을 샀다. 그 이유로 해서 20년 동안 프랑스 작가에게는 상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또 한 사람은 베트남 출신의 정치가 레둑토이다. 그는 노벨평화상을 거부했다. 그는 월남전 당시 파리에서 미국 측 헨리 키신저를 상대로 여러 해 동안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휴전을 이끌어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지명되었다. 그러나 그는 월남에 아직 평화가 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상을 거부한다. 동시에 서방세계에서는 공산주의자에게 노벨평화상을 주었다는 이유 때문에 논란이 일기도 했다.



◎ 에필로그

내가 매년 참여하는 학회가 있다. 학회기간은 3박 4일이지만 마지막 날 오후엔 마라톤 경기가 있다. 이 학회를 참가하는 학자들은 자신이 발표할 논문과 함께 마라톤에 필요한 신발과 운동복을 가지고 온다. 처음에 참가할 땐 너무 당황했다. 10킬로를 달리지만 중간에 포기할 정도로 힘이 들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이 학회에 참가한 나이 드신 분들은 거뜬히 10킬로를 달리고 자신의 작년 기록과 비교까지 했다. 학회 마지막 날엔 그 해의 달리기 기록을 발표하고 나눠줬다. 그 후에 달리기를 시작했다. 학생들을 설득해 달리기 경기에 함께 참가하기도 했다. 지금 나는 술 마신 다음날도 가뿐하게 10킬로를 달릴 정도다.

이 학회를 매년 빠지지 않고 가고 싶은 이유 중 하나는, 사실 논문보다도 학회 마지막 날 나 자신을 시험할 수 있는 달리기 기록 때문이다. 학문은 체력이다. 올해 기록을 얼마나 갱신할지 열심히 노력하고 싶다.







#물리학 #노벨상
12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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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ugi

2012.03.22

학문은 체력이다, 라는 말씀이 깊이 와닿네요. 노벨상 수상을 하려면 그만큼 오래 살아야 하니 평소 건강관리도 철저해야 하듯이 말이죠. 그리고 고삼 수험생들을 보면서 뼈저리게 느끼는 것도 결국엔 체력이더라구요. 학회의 마지막날 10킬로미터 마라톤을 하는 아이디어는 처음에 누가 낸 것인지 모르겠지만 획기적이고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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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nose

2011.12.28

노벨상이라면 누구라도 받고 싶을 정도의 유명한 상인데도 단순한 질투때문에 상을 거부한 사람이 있다니 대단하네요. 우리나라에서도 평화상 이외의 노벨상 받는 사람이 나오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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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ㅋ

2011.11.21

학회 마지막날 마라톤식 회의 가 아니라 진짜로 달리다니 체력의 탄탄한 뒷받침과 함께 학문에 매진 하느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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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