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고 부드러운 숲길, 마음 내키는 대로 걷자
우이천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마주 앉은 초안산과 오패산은 둘 다 1백 미터가 조금 넘는 나지막한 산이다. 하지만 높이에 비해 품이 넓어서 그 속에는 부드러운 숲길이 여러 갈래로 이어져 있고 능선에 서면 예상 외로 전망이 시원하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11.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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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걷기여행
박미경,김영록 공저 | 터치아트
2006년에 출간되어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걷기여행』의 2011년 개정판. 개정판이라기보다는 새 책에 가까운 이 책은 기존의 52개 코스를 대대적으로 개편하여 새로운 코스로 꾸몄으며, 기존에 실렸던 코스라 할지라도 정보를 확인, 보강하고 더 걷기 편하도록 동선과 구간을 재정비했다.
초안산, 우이천, 북서울 꿈의 숲
낮은 산 너른 품에 안긴 고운 숲길


우이천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마주 앉은 초안산과 오패산은 둘 다 1백 미터가 조금 넘는 나지막한 산이다. 하지만 높이에 비해 품이 넓어서 그 속에는 부드러운 숲길이 여러 갈래로 이어져 있고 능선에 서면 예상 외로 전망이 시원하다. 게다가 오패산에는 북서울 꿈의 숲이 들어서서 걸으며 보고 즐길 거리를 다양하게 제공한다. 한편 두 산을 연결해 걷노라면 우이천을 건너야 하는데 이 개울 역시 걷기 좋은 길을 얘기할 때 빠트리면 섭섭하다. 초안산에서 북서울 꿈의 숲으로 건너가기 위해 잠시 지나는 곳이지만 봄꽃 흐드러진 날이면 벚나무 늘어선 둑길과 아기자기한 둔치 산책로를 뒤로 하고 걸음을 떼기가 쉽지 않다.

낮고 부드러운 숲길, 부담 없이 걷자


초안산은 넓고 펑퍼짐한 생김새 덕분에 산책길이 완만해서 걷기에 참 좋다. 정상이라고 해 봐야 딱히 뾰족한 봉우리가 있는 것도 아닌 작은 언덕 같은 산이다. 하지만 이 산에서 심심찮게 마주치는 석물들을 보면 그저 평범한 동네 뒷산은 아닐 것이라고 짐작하게 된다.

어느 산에서나 버려진 무덤 한두 기쯤 보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초안산에 흩어져 있는 봉분이나 석물 들은 사적으로 지정될 만큼 남다른 가치를 지녔다. 조선 시대 내시와 궁녀들의 무덤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무덤이 서쪽을 향하고 있는 점이 특이한데, 이에 대해서는 산의 지형적 조건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고, 임금을 가까이에서 모시던 사람들의 무덤인 만큼 죽어서도 충성을 다하기 위해 궁궐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북서울 꿈의 숲에 있는 창녕위궁재사.

산길을 걸으며 마주치는 석물은 파손되거나 넘어져 있는 것이 많아 안타깝다. 대신 초안산 아래 비석골근린공원에 가면 온전하게 보전된 다양한 석물을 살펴볼 수 있으니 걸음을 재촉해 보자.

비석골근린공원에 들렀다가 우이천을 건너 북서울 꿈의 숲으로 걸음을 옮긴다. 옛날 드림랜드 자리에 조성된 북서울 꿈의 숲은 이름처럼 환상적인 숲이 공원을 감싸고 있다. 연못을 비롯해 잔디밭, 미술관, 전망대 등으로 아름답게 꾸민 공원 부분만 둘러봐도 볼거리가 충분한데, 공원을 감싸고 있는 숲길 역시 걷기 좋은 길로는 빠트릴 수 없다.

숲 속에는 여러 갈래 산책길이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모두 공원 안팎으로 연결되어 있으니 마음 내키는 대로 이리저리 거닐어 보자. 숲길을 반드시 다 걸을 필요도 없고, 원하는 만큼 걷다가 가까운 들머리를 통해 숲을 빠져나가면 되니 부담도 없다.


총 이동거리 7.8km, 총 이동시간 2시간 10분

① 녹천역 → ② 초안산 정상
녹천역 1번 출입구를 등지고 왼쪽 대각선 방향을 바라보면 초안산으로 오르는 계단이 보인다. 계단을 올라가 산길을 따라가면 헬기장을 하나 지나고, 정자 쉼터가 있는 초안산 정상에 이른다.

② 초안산 정상 → ③ 월계2동 주민센터
초안산 정상에서 내려가는 길은 세 갈래다. 월계고등학교 방향으로 내려간다. 10분쯤 산길을 따라 내려가면 ‘초안산 조선 시대 분묘군’ 안내판이 있고, 안내판을 지나 조금 더 내려가면 ‘비석골근린공원’이 있다. 비석골근린공원을 지나면 왼쪽으로 월계고등학교가 보인다. 학교를 끼고 돌아 인도를 따라가다가 오른쪽으로 꺾으면 월계2동 주민센터 앞이다.

③ 월계2동 주민센터 → ④ 우이천
주민센터를 등지고 서면 정면에 청백아파트 3단지와 4단지 사이로 길이 나 있다. 이 길을 죽 따라가서 염광고등학교를 끼고 오른쪽으로 꺾어 계속해서 인도를 따라가면 우이천을 만난다.

④ 우이천 → ⑤ 북서울 꿈의숲 동문
길을 건너 우이천 둔치로 내려가 왼쪽으로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개울을 건너는 작은 다리를 만나면 반대쪽으로 우이천을 건너가자. 월계2교에 이르러 우이천을 빠져나가야 하는데, 미리 개울을 건너두는 것이 편하다. 월계2교 앞 들머리를 통해 다시 도로로 올라간 다음 번동 주공아파트 쪽으로 길을 건너 인도를 따라 곧장 가면 북서울 꿈의 숲 동문에 이른다.

⑤ 북서울 꿈의 숲 동문 → ⑥ 북서울 꿈의 숲 동문
북서울 꿈의 숲 동문으로 들어가 내부를 한 바퀴 둘러보고 다시 동문으로 나와도 되고, 반대편 서문에서 걷기를 마쳐도 된다. 상황에 따라 공원으로 꾸민 가운데 부분만 둘러봐도 되고 숲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를 따라 양쪽 숲길을 거닐어 보는 것도 좋다. 북서울 꿈의 숲에는 출입구가 17개나 있는데, 공원을 감싸고 있는 숲길의 끝은 모두 17개의 출입구 중 하나로 연결된다. 시간과 체력에 맞게 선택해서 걸어 보자.

찾아가는 길

지하철
1호선(경원선) 녹천역 1번 출입구
버스
■ 녹천역 북부역 하차
1133, 1157
■ 창동주공4단지 하차
102

돌아오는 길

버스

북서울 꿈의 숲 동문 앞에서 111, 149, 강북09, 강북11, 강북14 혹은 서문 앞에서 1124, 강북05 등의 버스를 타고 가다가 미아삼거리역, 석계역, 돌곶이역 등에서 지하철이나 다른 버스로 환승한다.


여행정보

■ 북서울 꿈의 숲에 화장실, 매점, 식수대 등이 있고 비석골근린공원에도 화장실이 있다.
■ 북서울 꿈의 숲 전망대 아래 중국 음식점이 한 곳 있지만 주말에는 너무 붐비고, 그 밖에 걷는 길 주변으로는 음식점이 마땅치 않다. 식사를 하려면 도시락을 싸가거나 걷기를 마치고 인근 지하철역 등 번화한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좋다.


Tip
<비석골근린공원>
초안산은 예부터 내시와 궁녀들의 무덤이 조성되어 있어서 일명 ‘내시네 산’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비석골 근린공원은 이곳 초안산과 수락산, 불암산 등 노원구 일대에서 수습한 조선 시대 묘지 석물을 전시해 놓은 공간이다. 문인석, 동자석, 묘비 등 다양한 석물을 조선 초기부터 말까지 연대별로 살펴볼 수 있다. 초안산에 묻힌 내시와 궁녀 등의 넋을 위로하는 문화행사가 해마다 이곳에서 열린다.




 
#걷기여행 #여행 #서울
4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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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고파

2011.07.16

사진을 보는 순간 정말, 감탄이 쏟아졌습니다. 저런곳이 있는데, 이제 알았던 것이 후회가 되네요.~ 꼭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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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

2011.06.17

소개해 주신 우이산, 초안산, 비석골 근린공원 등을 저는 아쉽게도 한 번도 다녀오지 못했습니다. 서울에 사시는 분들이라면 가족과 함께 한 번 방문해 보셔도 좋을 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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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kem

2011.06.03

궁에서 일평생을 보낸 사람들을 생각하니, 짠하네요. 서울 근교에는 좋은 산이 많은 것 같습니다. 더구나 부담없이 걸을 수 있다니 더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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