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신영옥을 지탱하는 세 가지 힘, 노래, 가족, 신앙
신영옥은 줄리어드 음대와 대학원을 거쳐, 1989년 스폴레토 페스티벌에서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의 수잔나 역으로 데뷔했다. 1990년 메트로폴리탄 콩쿠르에 입상한 후부터 지금까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그는 주역으로 무대에 섰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08.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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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옥은 줄리어드 음대와 대학원을 거쳐, 1989년 스폴레토 페스티벌에서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의 수잔나 역으로 데뷔했다. 1990년 메트로폴리탄 콩쿠르에 입상한 후부터 지금까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그는 주역으로 무대에 섰다.

‘외유내강’이라는 말이 신영옥만큼 잘 어울리는 사람도 없다. 여린 인상에 가냘픈 몸매, 맑고 부드러운 음색. 저 몸으로 어떻게 몇 시간 동안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연기를 할까, 걱정이 될 정도다. 그러나 그는 강하다. 노래를 위해서라면, 무대를 위해서라면 엄청난 에너지가 몸에서 솟아난다. 음악에 있어서 신영옥은 지독한 악바리다.


신영옥의 영화음악 선물

이번에 발매된 앨범 에 대한 에피소드를 듣다가 악바리 신영옥을 잘 보여주는 에피소드를 들었다. 영화 <태양의 제국>에 나오는 웨일즈 민요 ‘수오 간 Suo Gan’을 녹음할 때의 일이다.

“이 노래의 딕션을 배우려고 선생님을 찾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는 거예요. 언어학교에 가도 그 언어를 가르치는 분이 없고. 물어 물어서 지휘자 선생님께 소개를 받았는데 은행에서 근무하는 분이셨어요. 그분에게 전화로 코칭을 받았지요.” 그렇게 애를 먹었지만 녹음할 때는 두 번 만에 OK 사인이 났다고 말하며 웃었다.

“저는 정확하게 부르는 건 성악가의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생각해요. 단 한 사람이라도 그 차이를 아는 사람이 분명 있을 테니까. 일단 제가 못 견디게 창피해요.” 관객들은 모른다. 물 흐르듯이 흘러나오는 신영옥의 노래가 얼마나 어마어마한 코칭의 결과인지. 희한하게도 코칭을 많이 받은 노래일수록 녹음은 쉽게 끝나고 듣는 사람의 반응도 좋다고 했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힘들게 녹음한 곡은 뭘까? “엔니오 모리코네의 ‘넬라 판타지아’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 같아요. 스무 번도 더 녹음했으니까. 이번 앨범의 노래는 제가 좋아하는, 개인적인 취향의 노래에요. 슬프고 아름답고 여리고 환상적인 노래들입니다.”

아쉽지만 한국에서는 신영옥의 오페라 무대를 볼 기회가 적다. 한국에서 오페라는 아직 대중들이 가까이 가기에 힘든 장르다. 앨범도 역시 오페라 레퍼토리보다는 사람들에게 친숙한 클래식 곡이나 크로스오버 앨범이 더 많이 사랑 받는다. 그런 점이 아쉽지는 않았을까?

“일반인들에게는 오페라가 재미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뮤지컬에 비해 오페라는 사람들과 거리가 멀죠. 우리나라 음악도 아니고, 가사도 외국어잖아요. 관심이 없는 사람이 두 시간 반 동안 오페라를 듣는 건 굉장히 고역일 수 있어요. 부담 가지지 마시고, 마음의 여유가 있고 시간의 여유가 있을 때 오페라를 들어 보셨으면 좋겠어요. 오페라의 세계는 굉장히 넓고 다양하고 깊어요. 이야기가 재미있는 것부터 보다 보면 오페라의 세계에 푹 빠지게 될 거예요.”


프라이드와 실력으로 자신을 주역으로 만들다

소프라노 신영옥
신영옥은 자기 색깔과 영역을 지키며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왔다. 아무리 유명한 작품이라도 자기와 맞지 않으면 거절했고, 무대와 지휘자, 함께 공연하는 성악가들의 명성보다는 자기가 최고로 잘할 수 있는 무대만을 골라서 섰다.

메트로폴리탄 콩쿠르에 입상한 후, 매니지먼트 회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파바로티가 나오는 <사랑의 묘약>에 출연하지 않겠냐는 제안이 왔어요. 그런데 역이 조역인 ‘쟌네타’였어요. 매니저는 좋은 기회라고 꼭 하라고 했지만 거절했어요.”

조역을 하면 계속 조역만 맡지 않을까 두려워서였다. 그 작은 몸 어디에 그런 고집이 있는지 모르겠다. 신영옥은 나를 제대로 알아주는 무대, 내가 주역일 수 있는 무대만을 지금까지 고집했다.

그는 주변에서 철저하다, 깐깐하다, 프로페셔널하다는 평을 받는다. 그는 그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여긴다. “성악가는 몸이 악기니까 스스로 엄격하게 컨트롤하지 않으면 안 되요. 그런데 나이가 먹으니까 예전처럼 스스로를 닦달할 힘이 없어요. 그래도 음악을 할 때는 깐깐하고 프로페셔널하게 하려고 항상 노력합니다. 생활적으로는 좀 느긋하게 변한 것 같아요.”


신영옥을 지탱하는 또 하나의 힘, 신앙

신영옥의 인생은 노래, 가족, 그리고 신앙이 지탱한다. 그가 부른 ‘Mother of Mine’을 듣고 눈물을 흘렸다고 하는 사람이 많다. 어머니에 대한 끊을 수 없는 그리움을 노래한 그 노래는 어머니에 대한 그의 사랑을, 그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을 짐작하게 한다.

신앙은 그가 가장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언덕이다. 유학 시절, 수없이 오디션에 떨어졌을 때도 그는 새벽 기도를 했고 지금도 하루에 한 번은 꼭 짬을 내서 성경책을 가까이 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종교를 남에게 강요하는 싫어한다. 그래서 인터뷰에서 신앙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읽는 이들에게 ‘종교를 믿어라!’라고 강요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걱정했다.

“저는 제가 신앙인으로 누구에게 말할 만큼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어요. 그런 질문을 받으면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제일 고민이 돼요. 누가 저더러 굉장한 신앙인이라고 하면 부끄럽죠. 제가 힘들 때 일방적으로 하나님께 의지하고 투정하고 위로 받고 그래요.”

그의 기도는 단순하다. 오늘 미운 사람을 용서하고, 오늘 건강함을 감사하고, 내일도 건강할 수 있음을 허락 받고, 배고프고 상처받은 아이들을 구해달라는 소원을 덧붙인다.

“나는 이렇게 행복하고, 배부르고 따뜻하게 사는 데 지구 어딘가에는 고통 받는 아이들이 있잖아요. 참 가슴이 아파요. 신앙은 저를 겸손하게 하고, 낮추게 하고, 주변을 돌아볼 수 있게 해요. 어느 날, 거울에 비친 제 얼굴을 가만히 봤어요. ‘세상엔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도 많고, 나보다 노래를 잘하는 사람도 많은데, 이 정도 달란트 밖에 가지지 않은 내가 어떻게 세계적인 성악가가 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아, 내게는 노래를 통해서 뭔가를 나눠줘야 하는 사명이 있는 거구나’를 깨달았어요. 그래서 좋은 음악이 있으면 장르에 관계없이 제 능력이 닿는 한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요. 음악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도요.”




#신영옥 #소프라노
8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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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ㅋ

2012.04.04

노래하는 삶속에 사랑이 가득차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하시죠. 무대위에서도 디바 지상에서도 디바인 삶 음악보다 인생 가족이 먼저라는 말에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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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봄봄

2008.10.15

가장 좋아하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바로 신영옥 씨입니다. 듣기 편하다고 할까요......외모도 음악하는 분하고 많아 어울리시는 것 같고요. 언제나 화이팅이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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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uamilk

2008.10.15

우리나라에도..이젠..꽤 많은 세계적인 음악가가 있다...
그 중에서도...가장 유명한 소프라노 중의 한 명이...
신영옥씨가 아닐까?

물론 조국을 위해 노래를 부르진 않겠지만..
그녀의 열창을 듣고...
나 또한 그녀와 같은 대한민국인이란게
정말로 자랑스러웠다...

언제나..그 자리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그녀 덕분이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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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옥

1961년 서울 출생으로, 국제무대와 비평가들 사이에서 찬사를 받고 있는 정상급 오페라 가수이다. 선화예술고등학교 졸업 후 도미한 그녀는 줄리아드 학교와 동대학원에서 수학, 1990년 드디어 세계 3대 오페라 극장으로 손꼽히는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입성하면서 화려한 무대 인생을 시작했다. 이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영역을 넓혀간 그녀는 영국의 로열 오페라 하우스, 프랑스의 바스티유 오페라, 독일의 쾰른 오페라, 이탈리아의 레지오 극장 등 유명 오페라단과 페스티벌, 콘서트, 리사이틀 무대에서 연이은 성공을 거두며 오늘에 이르렀다. 작곡가가 의도한 극중 리릭 콜로라투라 배역들을 완벽하게 소화해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녀의 대표적인 레퍼토리로는 베르디의 『리골레토』(질다), 『가면 무도회』(오스카), 도니체티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루치아)와 『사랑의 묘약』(아디나), 벨리니의 『청교도』(엘비라)와 『몽유병의 여인』(아미나), 들리브의 『라크메』(라크메), 구노의 『로메오와 줄리에트』(줄리에트),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수잔나) 등이 있다. 그녀와 함께 무대에 오른 음악가들로는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tm, 라몬 바르가스, 롤란도 비야손, 레오 누치, 새뮤얼 래미, 제임스 레바인, 제임스 콘론, 넬로 산티, 에도아르도 뮬러, 에사 페카 살로넨 등으로 이들 모두 명실공히 세계 정상급 음악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것은 곧 세계무대에서 그녀의 위상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다가오는 2010년은 그녀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데뷔하여 세계무대에서 활약해온 지 20주년이 되는 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