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반성은 끝나지 않았다
진실 앞에서 눈을 감을 때마다 등짝을 후려치는 꽃다발이 되기도 한다. 반성과 반성 사이에서도 꽃은 피어난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07.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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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은 군부독재 시절이었다.

독재 타도를 외치며, 짱돌을 손에 들고 시위 대열의 선봉에 선 적이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도덕적 경쟁심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독재 정권에 대한 저항 의지로 학생들이 연대해서 시험 거부 투쟁을 벌인 적도 있었다.

나는 벚꽃나무 아래 앉아 한참을 망설였다. 시험 거부는 학생들의 적극적인 시위를 유도하려고 총학생회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한 일이었다. 시험까지 거부할 명분은 없다고 생각했다. 시험을 보지 않는다면 장학금을 받을 수 없었다.

엄마의 가난한 얼굴을 생각하며, 3년 내내 단 한 번도 놓치지 않았던 장학금을 받을 수 없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독재정권보다 장학금이 더 아팠다.

가난하다는 것과 명분 없음을 핑계 삼아 나는 시험장으로 갔다. 낡은 군화를 신고 폐차장에서 막일을 하는 아버지를 생각했다.

열 명도 채 오지 않은 학생들 틈에 앉아 나는 쪽팔리게 시험을 봤다. 남학생은 나 하나뿐이었다. 시험 보는 내내 얼굴이 홧홧거렸다.

장학금을 놓치지 않았다. 내 실력으로는 꺾을 수 없는 친구도 꺾어버리고 일등을 했다. 친구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나를 대해주었다. 친구들 앞에서 얼굴을 들 수 없었다. 남몰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나는 비겁했다. 피리를 불어야만 대가리를 쳐들고 심연 속을 기어 나오는 뱀처럼 나는 비겁했다.

비겁했던 그날의 기억은,
쪽팔렸던 그날의 기억은,
아직도 내 가슴에 쨍쨍하게 살아 있다.
독사의 이빨처럼 아프게, 아프게 살아 있다.
나의 반성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반성한다는 것은 상처에게 길을 묻는 것이다.
상처는 눈물이 되기도 하고 길이 되기도 한다.
진실 앞에서 눈을 감을 때마다
등짝을 후려치는 꽃다발이 되기도 한다.

반성과 반성 사이에서도 꽃은 피어난다.

90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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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전

2011.07.30

반성할 수 있다는 것은 희망의 또다른 이름입니다. 그리고 어떤 일을 다시 시작 할 수 있는 모멘텀역할을 충분히 할 수있는데 매우 큰 영향을 줍니다.
반성도 없고 자기고백도 없는 사람들이 문제겠지요. 인두껍을 쓴 것 처럼 화인맞은 양심인 것처럼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삶들 보다는 이철환님의 가슴 속에서 우러나오는 애끓음이 오늘의 시대를 살아가는 자에게 필요한 덕목이라 여겨집니다. 4년이 지난 내용이지만 영향력은~~ 참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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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만장자

2007.09.30

하하하하. 내가 웃을수 있는것도 내자신이 이랬던적이 있었기에, 나자신도 비겁함을 산적이 있기에, 내자신에게 비웃어 주고 싶다. 비겁하게, 난 하기싫어서 이핑게대고 저핑계대고 슬쩍 발들여놨다가 빠져버리곤 한적이 있었기에 난 내자신을 마음껏 비웃어 주고 싶단 생각이 든다. 왜 반성문이라는 책을 보면내자신이 부끄러워지고,, 마음이 뭉클어져 버리는걸까 ?? 나자신은 아무렇지않게 지금까지 살아왔지만 책을읽을수록 책속에서 날 보게되고, 나자신의 행동은 어떻게 했었나, 돌이켜보기에 한없이 부끄러워만 지는것 같다. 책에감사해야되고 ,, 책을통해서 날 반성하게 해주신 이철환씨에게 더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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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psh

2007.09.20

잘 살고 있다고,바르게 살고 있다고 믿고 있을 때
누군가의 따끔한 충고 한마디에
나는 잘 살고 있노라고 이야기하며
마음으로 바늘같은 고통이 느껴지는 때
내 자신을 반성합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없음을
위로로 삼으면서
앞으로 더 바른 삶을 살겠노라 다짐하면서
마음으로 충고를 주신 그 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세상을 마음을 이렇게 반성하게 해 주신 그 분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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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문

<이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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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환

소설과 동화를 쓰는 작가이다. 수년 동안 여러 지면에 ‘침묵의 소리’와 ‘풍경 너머의 풍경’을 주제로 그림을 연재했다. 지난 10여 년간 TV·라디오 방송과 학교, 기타 공공기관 및 기업체 등에서 1000회 이상 강연을 했으며, 풀무야학에서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작품집으로는 『연탄길(전3권)』, 『행복한 고물상』, 『위로』, 『곰보빵』, 『눈물은 힘이 세다』, 『송이의 노란 우산』, 『낙타 할아버지는 어디로 갔을까』, 『아버지의 자전거』,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자장면』 등 20종이 있다. 400만 이상 독자들이 읽은 『연탄길』은 일본과 중국, 대만에 수출되었고 『곰보빵』은 일본에, 『송이의 노란 우산』과 『낙타 할아버지는 어디로 갔을까』는 중국에 수출되었다. 『연탄길』은 뮤지컬로도 만들어져 제4회 더뮤지컬어워즈에서 ‘소극장창작뮤지컬상’을 수상했다. 작가의 작품 중 총 9편의 글이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과서에 실렸고, 〈뮤지컬 연탄길〉의 대본은 고등학교 문학교과서에 실리기도 했으며, 1편의 글이 영어로 번역돼 고등학교 영어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KBS 1TV [아침마당 목요특강], CBS TV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총 3회), KBS 2TV 특강, JTBC 특강, MBC TV 특강 등 여러 방송에서 강연했다. 2014 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홍보대사로도 활동했으며, 2000년부터 책 수익금으로 운영해온 ‘연탄길 나눔터 기금’을 통해, 낮고 그늘진 곳에 있는 이들을 후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