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를 누볐던 땡땡의 모험
2007.07.26
최근 에르제의 『땡땡』 시리즈를 다시 읽는 중입니다. 첫 두 편과 마지막 편을 제외하면 거의 다 커버가 됐어요. 예상 외로 권수가 많지 않은 시리즈죠. 에르제는 평생 겨우 23권의 『땡땡』 만화책을 쓰고 죽었습니다. 국내에 번역 출판된 『땡땡』 시리즈는 24권이지만 마지막 권인 『땡땡과 상어 호수』는 만화영화를 책으로 옮긴 것입니다.
땡땡의 나이는 어떻게 되던가요? 만화 주인공들에게 그걸 묻는 건 실례입니다. 말이 안 되기 때문이죠. 그는 혁명 이전의 소비에트 러시아를 탐방했고 일본군에게 침략당한 중국에도 다녀왔습니다. 그건 모두 1930년대에 일어났던 일이죠. 하지만 그는 달나라에 착륙한 최초의 사람일 뿐만 아니라 보잉 707을 타고 여행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그동안 그는 계속 십대 후반의 소년이란 말이죠. 그의 애완견인 밀루 역시 나이를 먹지 않고요. 하긴 땡땡이 사는 세계가 우리와 전혀 다른 곳일 수도 있겠죠. 그 세계에서는 이상할 정도로 제2차 세계대전이 무시되고 있고 실다비아라는 작은 왕국이 엄청난 국제적 영향력을 행사하니까요.
그의 나이가 중요할까요? 중요하죠. 땡땡의 모험은 사춘기 이전 남자 아이들의 판타지입니다. 영영 어른이 되지 않으면서도 틴에이저의 몸으로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웬만한 남자 어른도 감당하지 못하는 온갖 모험을 펼치는 거요. 물론 틴에이저만 되어도 땡땡의 판타지에 완전히 동의는 못할 겁니다. 땡땡의 세계에서는 섹스가 거의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비중 있는 고정 여성 캐릭터는 아독 선장을 따라다니는 나이 지긋한 오페라 가수 카스타피오레 부인뿐이죠. 땡땡이 사는 세계는 총과 비행기와 잠수함이 있는 남성 클럽입니다. 여자는 엑스트라죠. 아마 지금 그가 이 시리즈를 다시 쓰기 시작한다면 이런 식으로 쓸 수는 없을 겁니다. 여자가 없는 세계를 그리기엔 이미 이곳저곳에 여자가 너무 많죠. 20세기를 거치면서 세계가 엄청나게 바뀐 겁니다.
이만큼이나 세계가 바뀐 걸 확실하게 보여주는 건 세계 곳곳을 누리는 땡땡의 모험담입니다. 지금의 세계도 땡땡이 돌아다녔던 세계와 마찬가지로 역동적이죠. 하지만 땡땡이 다녔던 곳처럼 이국적인 별천지는 아닙니다. 북한 같은 몇몇 희귀한 예외를 제외하면 모든 나라에 맥도널드가 있고 모두가 안젤리나 졸리나 톰 크루즈가 누군지 압니다. 세상이 그만큼 좁아진 거예요. 20세기는 아직도 세상의 나라들이 고유의 풍속과 문화를 간직하고 있었지만 증기선과 비행기를 타고 그들을 방문할 수 있었던 희귀한 시기였습니다. 물론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 그리고 앞으로 우리의 후손이 살게 된 세계는 모두 그 시기를 거쳤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죠.
그동안 세계관도 바뀌었습니다. 『콩고에 간 땡땡』에서 땡땡은 너무나 노골적으로 벨기에인 식민 경영자처럼 행동했습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은 땡땡을 인종차별적이라거나 제국주의적, 서구중심적이라고 비판하고 그 비판은 상당히 맞습니다. 하지만 전 땡땡이 그만큼이나 마음이 열린 친구고 시간이 흐르는 동안 작가인 에르제와 마찬가지로 많은 걸 배웠다고 믿습니다. 땡땡의 모험담은 서구중심적인 만화가가 조금씩 세계관을 수정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기도 했습니다. 『티베트에 간 땡땡』이나 『푸른 연꽃』과 같은 작품을 보면 그가 이전엔 몰랐던 나라와 세계에 대해 얼마나 꼼꼼하게 공부를 했는지 알 수 있죠. 물론 우리가 보기엔 충분치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짧고 우린 우리가 살았던 시대에 얽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얼마 전 스티븐 스필버그와 피터 잭슨이 땡땡을 주인공으로 한 장편 영화를 만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 영화가 어떤 모양으로 완성될지 전 정말 모르겠어요. 하지만 우리가 사는 21세기가 무대는 아닐 겁니다. 그건 21세기를 무대로 하는 『해저 2만 리』를 만드는 것처럼 무의미한 일이죠. 아무리 역사의 일부가 얼렁뚱땅 무시되었다고 해도 땡땡의 모험은 20세기의 모험입니다. 그동안 땡땡은 밀수업자, 독재자, 반란군뿐만 아니라 20세기라는 세계 자체가 만들어내는 엄청난 파도와도 싸웠던 거예요.
땡땡의 나이는 어떻게 되던가요? 만화 주인공들에게 그걸 묻는 건 실례입니다. 말이 안 되기 때문이죠. 그는 혁명 이전의 소비에트 러시아를 탐방했고 일본군에게 침략당한 중국에도 다녀왔습니다. 그건 모두 1930년대에 일어났던 일이죠. 하지만 그는 달나라에 착륙한 최초의 사람일 뿐만 아니라 보잉 707을 타고 여행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그동안 그는 계속 십대 후반의 소년이란 말이죠. 그의 애완견인 밀루 역시 나이를 먹지 않고요. 하긴 땡땡이 사는 세계가 우리와 전혀 다른 곳일 수도 있겠죠. 그 세계에서는 이상할 정도로 제2차 세계대전이 무시되고 있고 실다비아라는 작은 왕국이 엄청난 국제적 영향력을 행사하니까요.
그의 나이가 중요할까요? 중요하죠. 땡땡의 모험은 사춘기 이전 남자 아이들의 판타지입니다. 영영 어른이 되지 않으면서도 틴에이저의 몸으로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웬만한 남자 어른도 감당하지 못하는 온갖 모험을 펼치는 거요. 물론 틴에이저만 되어도 땡땡의 판타지에 완전히 동의는 못할 겁니다. 땡땡의 세계에서는 섹스가 거의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비중 있는 고정 여성 캐릭터는 아독 선장을 따라다니는 나이 지긋한 오페라 가수 카스타피오레 부인뿐이죠. 땡땡이 사는 세계는 총과 비행기와 잠수함이 있는 남성 클럽입니다. 여자는 엑스트라죠. 아마 지금 그가 이 시리즈를 다시 쓰기 시작한다면 이런 식으로 쓸 수는 없을 겁니다. 여자가 없는 세계를 그리기엔 이미 이곳저곳에 여자가 너무 많죠. 20세기를 거치면서 세계가 엄청나게 바뀐 겁니다.
이만큼이나 세계가 바뀐 걸 확실하게 보여주는 건 세계 곳곳을 누리는 땡땡의 모험담입니다. 지금의 세계도 땡땡이 돌아다녔던 세계와 마찬가지로 역동적이죠. 하지만 땡땡이 다녔던 곳처럼 이국적인 별천지는 아닙니다. 북한 같은 몇몇 희귀한 예외를 제외하면 모든 나라에 맥도널드가 있고 모두가 안젤리나 졸리나 톰 크루즈가 누군지 압니다. 세상이 그만큼 좁아진 거예요. 20세기는 아직도 세상의 나라들이 고유의 풍속과 문화를 간직하고 있었지만 증기선과 비행기를 타고 그들을 방문할 수 있었던 희귀한 시기였습니다. 물론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 그리고 앞으로 우리의 후손이 살게 된 세계는 모두 그 시기를 거쳤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죠.

얼마 전 스티븐 스필버그와 피터 잭슨이 땡땡을 주인공으로 한 장편 영화를 만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 영화가 어떤 모양으로 완성될지 전 정말 모르겠어요. 하지만 우리가 사는 21세기가 무대는 아닐 겁니다. 그건 21세기를 무대로 하는 『해저 2만 리』를 만드는 것처럼 무의미한 일이죠. 아무리 역사의 일부가 얼렁뚱땅 무시되었다고 해도 땡땡의 모험은 20세기의 모험입니다. 그동안 땡땡은 밀수업자, 독재자, 반란군뿐만 아니라 20세기라는 세계 자체가 만들어내는 엄청난 파도와도 싸웠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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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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