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먼드 카버의 '부탁이니 제발 조용히 해줘'
글: 채널예스
2007.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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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와의 미팅이나 이런저런 업무를 보러 외출할 때면 보통 1시간이 넘는 거리를 왔다 갔다 해야 하기 때문에 차는 놔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입니다. 운전하느라 아무것도 못하는 시간이 아까운 것도 있고, 어딜 가든 막히는 서울 길과 어딜 가도 비싼 주차비에 질려버렸기 때문이죠. 투덜투덜.

이렇듯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면 너무 두꺼운 책은 들기 불편하고 장편소설은 너무 집중해버리는 나머지 가끔 정거장을 지나치는 실수를 범하는지라 짧은 단편집이나 에세이집을 주로 들고 다니는 편인데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단편집이 있기에 추천해봅니다.

밑의 프로필에서도 언급한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인데요, 전 집사재에서 나왔던 『숏컷』『사랑에 대해서 말할 때 우리들이 하는 이야기』『부탁이니 제발 조용히 해줘』를 가지고 있습니다만 지금 절판되는 분위기고 문학동네에서 예쁜 표지와 양장으로 책을 만든 것 같으니 기회가 되시면 한 번쯤 읽어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레이먼드 카버’ 하면 “힘 있다. 카버의 산문은 그 평이함에도 불구하고 그가 의도하는 바를 완벽하게 전달한다. 그의 빈틈없는 정교함은 신기에 가깝다”란 추천글이 생각나는데요, ‘아아 맞아. 정말 평범한 이야기지만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어~’라며 끄덕끄덕 공감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 일러스트는 「부탁이니 제발 조용히 해줘」란 단편을 표현해봤습니다. 사실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이 지닌 분위기나 느낌을 표현하기에 제 그림은 많이 밝고 가벼운 편이라 자신이 없습니다만,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작가인지라 나름대로는 평범하면서도 묵직한 카버 소설의 분위기를 표현해보고 싶었습니다. 카버를 좋아하시는 분들께선 ‘이게 뭐야, 그냥 손 가는 대로, 당신 마음대로 그린 거잖아!’라며 흥분하지 마시고 가볍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그나저나 최근에는 차를 가지고 외출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될 정도로 기름값이 많이 올랐습니다. 전 경유차를 운전하는데 차를 구입할 때와 비교해보면 ‘어이쿠 맙소사! 이거 운전을 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라고 큰소리로 외치고 싶을 정도라니까요. 투덜투덜.




부탁이니 제발 조용히 해줘
레이몬드 카버 저/안종설 역 | 집사재

'실제로 사람들이 사용한는 언어'로 쓰여진 작품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진실'이라는방식으로 접근하여 우리 주위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로 쓰여진 소설이다. 자칫 지루해질 방식이나 레이몬드 카버 특유의 놀라운 스피드와 구성, 작품이 끝날 때 밀려오는 슬픔과 아름다움, 뛰어난 이야기 장악 능력과 그것을 플어내는 방법 .
6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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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ie's

2007.05.08

진실이라는 방식? 아주 어렵게 어렵게 읽고 있는 책중에 하난데
언제 그 진실의 끄트머리에 도착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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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블루스

2007.02.01

한 때 저도 레이몬드 카버의 소설에 빠져 있었던 적이 있었는데...
물론 하루키의 영향이었습니다만~ 벌써 10여년 전 일이 되었네요...
하루키를 읽다가 이 책까지 당도하신 분들...! 하루키가 추천하는 책 중에서 잭 히긴스의 <독수리는 내리다>를 읽어 보셨나요?
이 책도 읽어보세요... 아마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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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aface

2007.01.19

그렇군요.ㅎㅎㅎ. 마지막 문장에서 많은 공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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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이니 제발 조용히 해줘

<레이몬드 카버> 저/<안종설> 역

숏컷

레이몬드 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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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드 카버

1938년 5월 25일 오리건주 클래츠커니에서 가난한 제재소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제재소, 약국, 병원 등에서 일하며 틈틈이 문예창작 수업을 받다가 1959년 치코주립대학에서 문학적 스승인 존 가드너를 만나게 된다. 이듬해 문예지에 첫 단편소설 「분노의 계절」이 실린다. 1963년 험볼트대학에서 문학사 학위를 받고, 아이오와주로 이사하여 아이오와 작가 워크숍에 참여한다. 1967년 그의 작가로서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친 편집자 고든 리시를 만난다. 첫 시집 『겨울 불면』을 출간하고 이후 UC 버클리, 아이오와 작가 워크숍 등에서 강의를 하지만, 알코올중독, 아내와의 별거, 파산을 겪으며 불행한 삶이 이어진다. 1976년 첫 소설집 『제발 조용히 좀 해요』를 출간하고, 이듬해 이 작품이 전미도서상 후보에 오른다. 이후 구겐하임 기금, 아트 펠로십 소설 부문 국립기금, 미국 문학예술아카데미에서 수여하는 ‘밀드러드 앤드 해럴드 스트로스 리빙 어워드’를 수상하며 의욕적인 창작활동을 이어간다. 1983년 그의 대표작이라 평가받는 『대성당』을 출간했으며, 이 작품으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과 퓰리처상 후보에 오른다. 미국 문학예술아카데미 회원이었으며, 1988년 암으로 사망한다. 소설집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에세이, 단편, 시를 모은 작품집 『정열』, 미발표 단편과 에세이 등을 묶은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 시집 『우리 모두』 등을 펴냈다. 레이먼드 카버는 ‘미국의 체호프’라 불리며 1980년대 미국 단편소설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