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소설 『셀』 발표한 스티븐 킹 기자 회견(런던)
이번에 출간된 『셀』은 1999년 치명적인 교통사고를 당한 후 은퇴까지 고려하던 킹이 수년간의 침묵을 깨고 발표한 소설. 출간과 동시에 아마존닷컴 베스트셀러 1위,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그 명성이 건재함을 여실히 보여준 작품이다.
2006.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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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사에서 가장 많은 판매고를 올린 아티스트가 비틀즈라면 대중문학사의 비틀즈는 누구일까? 그가 바로 스티븐 킹이다. 현재까지의 총 판매부수가 성경의 판매고를 능가한다는 이 작가는 자신의 데뷔작 『캐리』의 놀랄 만한 성공을 바탕으로 주로 공포와 환상의 세계를 넘나드는 작품을 창작해 왔다.
스티븐 킹은 1947년 미국 메인 주 포틀랜드에서 태어났다. 킹의 어머니는 가정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를 대신해 아들을 키우려고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았지만, 킹은 다른 가정의 아이들과 달리 따뜻한 부모의 보살핌을 받고 자라날 수 없었다. 성인이 되어서는 생계를 위해 세탁 공장 노동자와 건물 경비원 등을 전전해야만 했으며, 1971년에는 작은 공립학교의 영어 교사 자리를 얻었지만 수입은 여전히 날아드는 청구서를 처리하느라 바쁠 정도로 적었다. 그는 각종 성인잡지에 단편 소설을 싣고 그 돈으로 밀려드는 청구서를 해결해야만 했다. 1973년, 첫 장편 소설 『캐리』로 대형 출판사와 계약하기 전까지 킹의 삶과 꿈은 끝없는 구렁텅이의 연속이었다.
『캐리』로 일약 스타 작가로 등극한 스티븐 킹은 이후 20여 년간 텔레비전물을 포함한 500여 편의 작품을 통해, 단연 현대 최고의 작가로 인정받아 왔다. 스티븐 킹은 영화에도 관심이 많아 직접 감독을 하기도 했으며(〈Maximum Overdrive〉), 다른 감독의 영화에 종종 카메오로 출연했다. 평범한 일상을 단번에 엄청난 공포로 바꾸는 스티븐 킹의 소설은 극장용 영화와 텔레비전 드라마를 합쳐 70편이 넘게 영화화되어 원작이 가장 많이 영화화된 작가로서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킹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 가운데 주요 작품으로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샤이닝>, 브라이언 드 팔마의 <캐리>,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초인지대(The Dead zone)>, 로브 라이너의 <미저리>, 프랭크 다라본트의 <그린 마일>, <쇼생크 탈출>, 로렌스 캐스단의 <드림 캐처> 등이 있다. <쇼생크 탈출>, <스탠 바이 미>는 스티븐 킹의 소설 가운데 최고의 수작으로 꼽을 수 있는 『Different Seasons』에 수록된 작품을 영화화한 것이다.
이번에 출간된 『셀』은 1999년 치명적인 교통사고를 당한 후 은퇴까지 고려하던 킹이 수년간의 침묵을 깨고 발표한 소설. 출간과 동시에 아마존닷컴 베스트셀러 1위,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그 명성이 건재함을 여실히 보여준 작품이다. 『셀』 역시 2007년 개봉을 목표로 할리우드에서 주목받는 신예 감독 일라이 로스에 의해 영화로 제작 중이다. 다음은 『셀』과 국내 미번역된 스티븐 킹의 신작 소설 『리시 이야기(Lisey's Story)』 홍보 차, 지난 11월 9일 런던 외신기자협회(FPA)에서 있었던 스티븐 킹 특별 기자 회견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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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 :
따로 소개할 필요조차 없는 최고의 작가인 스티븐 킹은 마흔 권이 넘는 소설로 전 세계의 독자들을 가슴 졸이게 했습니다. 킹 씨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이자 대부분의 작품이 베스트셀러가 된 작가입니다. 오늘, 이 자리는 킹 씨의 아주 특별한 새 작품을 소개하고자 마련되었습니다. 바로 『리시 이야기(Lisey's Story)』입니다. 킹 씨의 새 책이 특별한 이유는 우리의 예상과 달리 이번에는 공포가 아니라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지요. 킹 씨의 새 책을 영국에서 소개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지금부터 약 40분 동안 킹 씨가 기자 여러분의 질문에 답할 것입니다. 그럼 킹 씨에게 마이크를 넘기겠습니다.
스티븐 킹 :
고맙습니다. 그런데 사회자께서는 저를 아신 지 얼마 안 되신 것 같습니다. 한때는 제가 ‘기네스북에 오른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였거든요. 잠시, 아주 잠시뿐이었지만요. (웃음) 그 기록은 오래전에 깨졌습니다. 누가 새 기록을 세웠는지는 … 기억이 안 나네요. 물론 기록을 세운 본인은 알고 있겠지요. 지금의 저는 그냥 평범한 ‘글쟁이(writing guy)’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원래 책을 홍보하고자 나서는 사람이 아닙니다. 커다랗게 써 붙인 작가의 사인이나 시끌벅적한 분위기 같은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리시 이야기』는 제게 매우 특별한, 뜻 깊은 책입니다. 저는 이 책이 여러 가지 의미에서 제가 지금껏 쓴 소설 중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영국의 독자들께 제가 직접 책을 소개하고 싶었고, 『셀(Cell)』(밀리언셀러클럽 51, 52)을 출간하여 큰 성공을 거둔 호더 출판사가 자리를 마련해 준 덕분에 이곳에 올 수 있었습니다. 영국에는 『자루 속의 뼈』를 출간했을 때 와 본 후로 오랜만에 다시 오게 되었습니다. 지난번 영국 여행은 좋은 만남으로 제 기억에 남아 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 같군요. 자, 이제 여러분의 질문에 답하도록 하겠습니다. 편하게 물어봐 주세요.
질문 :
킹 씨는 그동안 수많은 공포 소설을 써서 유명해지셨는데요, 정작 킹 씨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건 뭔가요? 또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요?
스티븐 킹 :
어제까지는 … 조지 W. 부시가 제일 무서웠습니다. (폭소) 아니, 정말이에요. 진짜로. 어제 미국에서 중간 선거가 있었는데, 그 사람 코가 아주 납작해졌더군요. 또 어제저녁에 출판사 파티에 갔다가 사람들 얘기하는 걸 들어 보니 럼스펠드 장관이 경질되었다고 하던데, 그 얘기를 들으니 문득 『오즈의 마법사』가 떠올랐습니다. “마녀는 그렇게 죽었습니다”였던가요? (웃음)
사실 부시 개인을 미워하는 건 아닙니다. 그보다는 그토록 강대한 군산복합체를 통제하는 힘이 그토록 유별난 신앙과 결합하여 유치한 감성을 지닌 사람에게 부여되었다는 사실을 혐오하는 거지요. 그건 정말로 두렵습니다. 미국인들이 그러한 현실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점도 싫습니다. 2000년도 대선에서 600표나 적게 획득하고 대통령이 된 사람인데 말이지요….
제가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죽음입니다.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될까, 하는 것 말입니다.
질문 :
『리시 이야기』의 주인공은 베스트셀러 작가의 아내인데요. 킹 씨 자신의 현실에서 소재를 찾은 것이 아닌가 궁금합니다. 책에서 킹 씨 자신의 이야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됩니까?
스티븐 킹 :
당연히 나올 만한 질문입니다. 저는 작품을 책으로 출간하기 전에 꼭 아내에게 보여 주고 의견을 듣습니다. 평소에는 아내가 좋은 의견을 들려주는데, 이번에는 그러더군요. “스티브, 이 원고는 출간하지 않는 게 좋겠어요. 사람들이 당신은 스콧이고 나는 리시라고 오해하겠어요.” 기록을 위해 분명히 말하지만, 저는 스콧이 아니고 아내는 리시가 아닙니다.
책을 읽다 보면 스콧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나옵니다. 만일 제가 스콧이라면 저는 이 책에서 제가 저지른 범죄를 고백하는 셈이 되는데, 전 그러지 않았거든요. 또 리시는 고졸 학력에 아이가 없는 여성이지만, 제 아내는 대학을 나와서 아이를 셋 낳았고 소설을 여섯 권이나 썼습니다. 저는 아내가 풍부한 교양과 풍요로운 정신세계를 가진 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콧과 제가 닮은 점이 있다면, 똑같은 서재를 가졌다는 사실입니다. 책에 나오는 스콧의 서재는 제가 글을 쓰는 방과 아주 똑같아요. 여기저기 어지럽게 쌓인 책과 원고들, 책상, 양탄자, 모두 그대로입니다. 5년 전에 폐렴에 걸려서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는데, 집에 돌아와 보니 아내가 서재를 싹 치워놨더군요. 가구도 치우고 양탄자도 걷어내 버렸어요. 맨바닥을 드러낸 서재에 들어갔더니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소리가 울렸는데, 예전에 어머니 댁을 치울 때가 생각났습니다.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신 후에 동생과 함께 집을 청소할 때에도 그런 소리가 났었지요. 내가 죽으면 아내도 이 서재를 정리하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게 10년 후가 될지, 아니면 12년, 15년 후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요.
질문 :
『리시 스토리』는 매우 감성적인 소설인데, 킹 씨가 이제까지 써 왔던 스릴러 소설들과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라고 봐도 되겠습니까?
스티븐 킹 :
제가 이제껏 쓴 책들은 모두 감성적이었습니다. 저의 관심사가 바로 독자의 감성을 어떻게 공격할 것인가, 이거든요. 저는 독서가 반드시 지적 유희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요. 헨리 제임스나 이디스 와튼의 지적인 작품을 읽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저는 감성적인 작품을 주로 읽고 감성적인 작품만을 씁니다. 무엇보다 제 안에서 나온 것만을 쓰려고 하고요. 기본적으로 저는 사람의 감정을 치료하는 의사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저를 호러 작가라고 부릅니다. 저는 ‘호러 작가’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을 거부한 적이 없습니다. 거부한 적은 없지만 순순히 인정한 적도 없지요. 단지 호러 장르가 유행했기 때문에 호러 작가라고 불렸을 뿐, 저는 다만 제 일을 했을 뿐입니다. 바로 독자들의 감정을 공격하고 놀라게 하는 일 말입니다.
데이트 약속을 깜박 잊게 하는 것, 불 위에 올려놓은 저녁밥을 홀랑 태우게 하는 것, 런던발 뉴욕행 비행기 안에서 뉴욕이 가까워질수록 아쉬워하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제 직업입니다. (웃음) 제가 하고 싶어하는 일이고요. 만약 독자가 제 소설을 다 읽고 잠자리에 들었을 때 때 침대 밑에 뭔가 있지 않을까 불안해한다면, 대성공입니다.
하지만, 저는 독자들을 겁에 질리게 하는 것만큼 웃게 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리시 이야기』에서처럼 독자들에게 슬픔을 선물하는 것도 좋아하고요. 독자들은 이 책에서 깊은 슬픔과 따뜻한 유대감을 함께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저로 말할 것 같으면, 감성적인 이야기는 언제나 같은 곳에서 만들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건 바로 제 머릿속, 제 마음속, 제 경험 속이지요.
질문 :
첫 장편인 『캐리』(스티븐 킹 걸작선 1)를 출간할 때의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쓰레기통에 처박힌 원고를 아내인 태비사가 건져내서 출판사에 보내게 되었다면서요?
스티븐 킹 :
아내는 제 책의 첫 번째 서평자이자 충실한 조언자입니다. 이 얘기는 한 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만… 사실 『캐리』를 쓸 때 편집자가 작품의 결말에 불평을 제기했습니다. 졸업 무도회 장면에 뭔가 대재앙 같은 게 필요하다고 했죠. 제 본래 의도는 무도회에 가서 돼지피를 뒤집어쓴 캐리가 눈물을 흘리며 뛰쳐나가는 거였는데, 그걸로는 부족하다더군요. 캐리가 복수하는 장면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캐리의 초능력으로 체육관에 모인 사람들을 다 결딴내는 걸로 가자고 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이 안 났어요. 그런데 아내가 체육관 천장의 파이프를 터뜨려서 물을 뿌리고 감전시키는 건 어떠냐고 하더군요. 정말 천재적인 생각이었지요.
사실 편집자나 할리우드 제작자들에게 원고를 보여주면 칭찬밖에 돌아오지 않습니다. “와우, 이건 정말 멋진데요!”라거나 “제가 읽은 소설 중에 최고예요”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 있어요!” “성서보다 훨씬 잘 썼군요!” 같은 소리만 하죠. 그러고 나서 꼭 한다는 말이 “그런데 한두 가지 문제가 있는데 말이죠… 아니, 진짜 한두 가지예요.” 그다음에 열두 쪽짜리 수정 제안서가 날아옵니다. (웃음) 하지만 아내는 그러지 않습니다. 최고의 비평가예요.
질문 :
부부 금슬이 아주 좋으신 것 같아서 여쭤봅니다만, 성공적인 결혼 생활에 꼭 필요한 것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스티븐 킹 :
반드시 결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저는 일부일처제를 믿습니다.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사랑을 믿지요. 사랑이라는 게 있다면 바로 그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질문 :
올해 두 편의 소설을 발표하셨는데요. 어떻게 그렇게 책을 빨리, 많이 쓰시죠?
스티븐 킹 :
전 유난히 두꺼운 책을 많이 썼습니다. (웃음) 왜냐하면 상상의 세계로 떠나는 게 즐겁기 때문입니다. 전 이야기를 쓰는 걸 좋아해요. 책을 많이 쓴 이유가 바로 그겁니다.
올해 초에 발표한 『셀』은 5년 전에 구상을 시작했습니다. 호텔 앞에서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여인을 보고 이런 생각이 떠올랐지요. ‘만일 저 여자가 휴대전화로 이상한 신호를 받고 사람을 죽이고, 죽이고, 누가 쓰러뜨릴 때까지 계속 죽인다면?’ 사실 꽤 예쁜 여성이었는데 말입니다. 세련된 모습이 미국 사람이 아니라 꼭 유럽 사람 같았어요. 매니큐어도 아주 예쁘게 발랐고… 그런 여자가 갑자기 휴대전화 때문에 미쳐 날뛴다면 누가 믿겠느냔 말이지요. 그런데 사실 그런 꼴을 당해도 싸다고 봐요. 전 휴대전화를 정말, 정말 싫어하거든요. (웃음) 실제로 전 휴대전화가 없습니다. 왜 없느냐고 사람들이 물어보면 그렇게 대답해요. “당신이 휴대전화를 소유하는 게 아니라, 휴대전화가 당신을 소유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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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의 신작 소설 『셀』에 대하여...
휴대전화(cell phone)로부터 흘러나온 전파가 사람들을 좀비 살인귀로 만들어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그 같은 일이 스티븐 킹의 최신작이자 기술만능주의에 빠진 문명의 끔찍한 말로를 보여주는 소설, 『셀』에서 벌어진다. 독자들은 일찍이 보지 못한 극도의 광기가 기하급수적으로 전염되는 광경을 보게 될 것이다. 전파가 ‘정상’일 때 전화를 받은 사람은 괴물로 변하지 않는다. 메인 주 켄트 폰드에서 온 일러스트레이터 클레이턴 리델은 전파가 그를 덮쳤을 때 보스턴에서 자신의 작품을 팔고 있던 중이었다.
별거 중인 아내와 아들이 있는 메인 주로 돌아가고자 하는, 그래서 가족들이 이 괴전파에 당하지는 않았나 확인하고자 하는 클레이의 여정이 작품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아마게돈 이후 세계를 보는 것 같은 킹의 상상력은 역시 대단하며, 사회(학)적인 동요 또한 면밀히 고려되어 설득력 있는 전개를 보여준다. 도망치는 클레이와 함께하는 명랑하고 재치 있는 두 명의 동료가 재미를 더해 줄 것이다. 잔혹하지만 역겨울 정도는 아니며, 전형적인 킹 스타일을 찾는 사람에게는 크나큰 선물이 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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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로 일약 스타 작가로 등극한 스티븐 킹은 이후 20여 년간 텔레비전물을 포함한 500여 편의 작품을 통해, 단연 현대 최고의 작가로 인정받아 왔다. 스티븐 킹은 영화에도 관심이 많아 직접 감독을 하기도 했으며(〈Maximum Overdrive〉), 다른 감독의 영화에 종종 카메오로 출연했다. 평범한 일상을 단번에 엄청난 공포로 바꾸는 스티븐 킹의 소설은 극장용 영화와 텔레비전 드라마를 합쳐 70편이 넘게 영화화되어 원작이 가장 많이 영화화된 작가로서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킹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 가운데 주요 작품으로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샤이닝>, 브라이언 드 팔마의 <캐리>,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초인지대(The Dead zone)>, 로브 라이너의 <미저리>, 프랭크 다라본트의 <그린 마일>, <쇼생크 탈출>, 로렌스 캐스단의 <드림 캐처> 등이 있다. <쇼생크 탈출>, <스탠 바이 미>는 스티븐 킹의 소설 가운데 최고의 수작으로 꼽을 수 있는 『Different Seasons』에 수록된 작품을 영화화한 것이다.
이번에 출간된 『셀』은 1999년 치명적인 교통사고를 당한 후 은퇴까지 고려하던 킹이 수년간의 침묵을 깨고 발표한 소설. 출간과 동시에 아마존닷컴 베스트셀러 1위,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그 명성이 건재함을 여실히 보여준 작품이다. 『셀』 역시 2007년 개봉을 목표로 할리우드에서 주목받는 신예 감독 일라이 로스에 의해 영화로 제작 중이다. 다음은 『셀』과 국내 미번역된 스티븐 킹의 신작 소설 『리시 이야기(Lisey's Story)』 홍보 차, 지난 11월 9일 런던 외신기자협회(FPA)에서 있었던 스티븐 킹 특별 기자 회견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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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 :
따로 소개할 필요조차 없는 최고의 작가인 스티븐 킹은 마흔 권이 넘는 소설로 전 세계의 독자들을 가슴 졸이게 했습니다. 킹 씨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이자 대부분의 작품이 베스트셀러가 된 작가입니다. 오늘, 이 자리는 킹 씨의 아주 특별한 새 작품을 소개하고자 마련되었습니다. 바로 『리시 이야기(Lisey's Story)』입니다. 킹 씨의 새 책이 특별한 이유는 우리의 예상과 달리 이번에는 공포가 아니라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지요. 킹 씨의 새 책을 영국에서 소개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지금부터 약 40분 동안 킹 씨가 기자 여러분의 질문에 답할 것입니다. 그럼 킹 씨에게 마이크를 넘기겠습니다.
스티븐 킹 :
고맙습니다. 그런데 사회자께서는 저를 아신 지 얼마 안 되신 것 같습니다. 한때는 제가 ‘기네스북에 오른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였거든요. 잠시, 아주 잠시뿐이었지만요. (웃음) 그 기록은 오래전에 깨졌습니다. 누가 새 기록을 세웠는지는 … 기억이 안 나네요. 물론 기록을 세운 본인은 알고 있겠지요. 지금의 저는 그냥 평범한 ‘글쟁이(writing guy)’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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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
킹 씨는 그동안 수많은 공포 소설을 써서 유명해지셨는데요, 정작 킹 씨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건 뭔가요? 또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요?
스티븐 킹 :
어제까지는 … 조지 W. 부시가 제일 무서웠습니다. (폭소) 아니, 정말이에요. 진짜로. 어제 미국에서 중간 선거가 있었는데, 그 사람 코가 아주 납작해졌더군요. 또 어제저녁에 출판사 파티에 갔다가 사람들 얘기하는 걸 들어 보니 럼스펠드 장관이 경질되었다고 하던데, 그 얘기를 들으니 문득 『오즈의 마법사』가 떠올랐습니다. “마녀는 그렇게 죽었습니다”였던가요? (웃음)
사실 부시 개인을 미워하는 건 아닙니다. 그보다는 그토록 강대한 군산복합체를 통제하는 힘이 그토록 유별난 신앙과 결합하여 유치한 감성을 지닌 사람에게 부여되었다는 사실을 혐오하는 거지요. 그건 정말로 두렵습니다. 미국인들이 그러한 현실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점도 싫습니다. 2000년도 대선에서 600표나 적게 획득하고 대통령이 된 사람인데 말이지요….
제가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죽음입니다.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될까, 하는 것 말입니다.
질문 :
『리시 이야기』의 주인공은 베스트셀러 작가의 아내인데요. 킹 씨 자신의 현실에서 소재를 찾은 것이 아닌가 궁금합니다. 책에서 킹 씨 자신의 이야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됩니까?
스티븐 킹 :
당연히 나올 만한 질문입니다. 저는 작품을 책으로 출간하기 전에 꼭 아내에게 보여 주고 의견을 듣습니다. 평소에는 아내가 좋은 의견을 들려주는데, 이번에는 그러더군요. “스티브, 이 원고는 출간하지 않는 게 좋겠어요. 사람들이 당신은 스콧이고 나는 리시라고 오해하겠어요.” 기록을 위해 분명히 말하지만, 저는 스콧이 아니고 아내는 리시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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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과 제가 닮은 점이 있다면, 똑같은 서재를 가졌다는 사실입니다. 책에 나오는 스콧의 서재는 제가 글을 쓰는 방과 아주 똑같아요. 여기저기 어지럽게 쌓인 책과 원고들, 책상, 양탄자, 모두 그대로입니다. 5년 전에 폐렴에 걸려서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는데, 집에 돌아와 보니 아내가 서재를 싹 치워놨더군요. 가구도 치우고 양탄자도 걷어내 버렸어요. 맨바닥을 드러낸 서재에 들어갔더니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소리가 울렸는데, 예전에 어머니 댁을 치울 때가 생각났습니다.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신 후에 동생과 함께 집을 청소할 때에도 그런 소리가 났었지요. 내가 죽으면 아내도 이 서재를 정리하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게 10년 후가 될지, 아니면 12년, 15년 후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요.
질문 :
『리시 스토리』는 매우 감성적인 소설인데, 킹 씨가 이제까지 써 왔던 스릴러 소설들과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라고 봐도 되겠습니까?
스티븐 킹 :
제가 이제껏 쓴 책들은 모두 감성적이었습니다. 저의 관심사가 바로 독자의 감성을 어떻게 공격할 것인가, 이거든요. 저는 독서가 반드시 지적 유희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요. 헨리 제임스나 이디스 와튼의 지적인 작품을 읽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저는 감성적인 작품을 주로 읽고 감성적인 작품만을 씁니다. 무엇보다 제 안에서 나온 것만을 쓰려고 하고요. 기본적으로 저는 사람의 감정을 치료하는 의사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저를 호러 작가라고 부릅니다. 저는 ‘호러 작가’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을 거부한 적이 없습니다. 거부한 적은 없지만 순순히 인정한 적도 없지요. 단지 호러 장르가 유행했기 때문에 호러 작가라고 불렸을 뿐, 저는 다만 제 일을 했을 뿐입니다. 바로 독자들의 감정을 공격하고 놀라게 하는 일 말입니다.
데이트 약속을 깜박 잊게 하는 것, 불 위에 올려놓은 저녁밥을 홀랑 태우게 하는 것, 런던발 뉴욕행 비행기 안에서 뉴욕이 가까워질수록 아쉬워하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제 직업입니다. (웃음) 제가 하고 싶어하는 일이고요. 만약 독자가 제 소설을 다 읽고 잠자리에 들었을 때 때 침대 밑에 뭔가 있지 않을까 불안해한다면, 대성공입니다.
하지만, 저는 독자들을 겁에 질리게 하는 것만큼 웃게 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리시 이야기』에서처럼 독자들에게 슬픔을 선물하는 것도 좋아하고요. 독자들은 이 책에서 깊은 슬픔과 따뜻한 유대감을 함께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저로 말할 것 같으면, 감성적인 이야기는 언제나 같은 곳에서 만들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건 바로 제 머릿속, 제 마음속, 제 경험 속이지요.
질문 :
첫 장편인 『캐리』(스티븐 킹 걸작선 1)를 출간할 때의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쓰레기통에 처박힌 원고를 아내인 태비사가 건져내서 출판사에 보내게 되었다면서요?
스티븐 킹 :
아내는 제 책의 첫 번째 서평자이자 충실한 조언자입니다. 이 얘기는 한 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만… 사실 『캐리』를 쓸 때 편집자가 작품의 결말에 불평을 제기했습니다. 졸업 무도회 장면에 뭔가 대재앙 같은 게 필요하다고 했죠. 제 본래 의도는 무도회에 가서 돼지피를 뒤집어쓴 캐리가 눈물을 흘리며 뛰쳐나가는 거였는데, 그걸로는 부족하다더군요. 캐리가 복수하는 장면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캐리의 초능력으로 체육관에 모인 사람들을 다 결딴내는 걸로 가자고 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이 안 났어요. 그런데 아내가 체육관 천장의 파이프를 터뜨려서 물을 뿌리고 감전시키는 건 어떠냐고 하더군요. 정말 천재적인 생각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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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
부부 금슬이 아주 좋으신 것 같아서 여쭤봅니다만, 성공적인 결혼 생활에 꼭 필요한 것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스티븐 킹 :
반드시 결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저는 일부일처제를 믿습니다.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사랑을 믿지요. 사랑이라는 게 있다면 바로 그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질문 :
올해 두 편의 소설을 발표하셨는데요. 어떻게 그렇게 책을 빨리, 많이 쓰시죠?
스티븐 킹 :
전 유난히 두꺼운 책을 많이 썼습니다. (웃음) 왜냐하면 상상의 세계로 떠나는 게 즐겁기 때문입니다. 전 이야기를 쓰는 걸 좋아해요. 책을 많이 쓴 이유가 바로 그겁니다.
올해 초에 발표한 『셀』은 5년 전에 구상을 시작했습니다. 호텔 앞에서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여인을 보고 이런 생각이 떠올랐지요. ‘만일 저 여자가 휴대전화로 이상한 신호를 받고 사람을 죽이고, 죽이고, 누가 쓰러뜨릴 때까지 계속 죽인다면?’ 사실 꽤 예쁜 여성이었는데 말입니다. 세련된 모습이 미국 사람이 아니라 꼭 유럽 사람 같았어요. 매니큐어도 아주 예쁘게 발랐고… 그런 여자가 갑자기 휴대전화 때문에 미쳐 날뛴다면 누가 믿겠느냔 말이지요. 그런데 사실 그런 꼴을 당해도 싸다고 봐요. 전 휴대전화를 정말, 정말 싫어하거든요. (웃음) 실제로 전 휴대전화가 없습니다. 왜 없느냐고 사람들이 물어보면 그렇게 대답해요. “당신이 휴대전화를 소유하는 게 아니라, 휴대전화가 당신을 소유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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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의 신작 소설 『셀』에 대하여...
별거 중인 아내와 아들이 있는 메인 주로 돌아가고자 하는, 그래서 가족들이 이 괴전파에 당하지는 않았나 확인하고자 하는 클레이의 여정이 작품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아마게돈 이후 세계를 보는 것 같은 킹의 상상력은 역시 대단하며, 사회(학)적인 동요 또한 면밀히 고려되어 설득력 있는 전개를 보여준다. 도망치는 클레이와 함께하는 명랑하고 재치 있는 두 명의 동료가 재미를 더해 줄 것이다. 잔혹하지만 역겨울 정도는 아니며, 전형적인 킹 스타일을 찾는 사람에게는 크나큰 선물이 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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