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수의 거리
■ 21세기의 복수?
21세기 영화 속의 복수는 단순하지 않다. 박찬욱의 복수 3부작은 '도대체 왜 복수를 해야하는가 ?'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복수'는 어리석은 인간들의 어리석은 짓에 불과하지만 인간들은 그것을 운명처럼 여기고 바보같이 파멸을 향해 돌진한다. 결국 박찬욱이 그려낸 것은 운명이라는 울타리에 갖혀있는 우매한 우리들의 초상이다. 선배 영화들을 자기 스타일로 재창조한 퀀틴 타란티노의 <킬 빌> 정도를 제외하면 이제 헐리우드에서 '복수' 자체에 집중하는 전통적인 의미의 복수극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4 브라더스>는 고통스런 '복수'의 심리를 다루는 현대 영화들의 흐름과는 다른 길을 간다. <4 브라더스>에는 복잡한 인간 관계가 얽히며 심리적 파탄을 맞이하는 현대 영화 속 캐릭터의 도덕적인 고뇌가 없다. <4 브라더스>의 4형제는 충분히 복수할 만한 동기를 가지고 충분히 복수의 대상이 될 만한 인간을 위해 돌진한다.






■ 도시 웨스턴 (Urban Western)
<4 브라더스>는 캐릭터를 심리적인 벼랑으로 몰아놓아 관객을 당황하게 해 찝찝한 뒷맛을 주는 현대의 영화들과는 거리가 멀다. 고전 액션 영화들처럼 선과 악의 구분은 뚜렷하며 폭력 장면들은 강력하다. 오히려 <4 브라더스>의 영화적 스타일은 최근의 액션 영화들보다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더티 해리> 시리즈나 찰스 브론슨 주연의 <데드 위시> 시리즈 또는 윌리엄 프리드킨의 <프렌치 코넥션>같은 6,710년대의 마초 형사 영화들 또는 이들 '도시 웨스턴(Urban Western)'의 선배인 '서부 영화(Western)'와 닮아있다.
이 영화가 공개되고 비교되었던 헨리 하서웨이 감독, 존 웨인, 딘 마틴 주연의 <서부의 4형제 The Sons of Katie Eider, 1965>와 비교된 것도 '4형제'라는 다수의 캐릭터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기도 하지만 <4 브라더스>가 전통적인 서부 영화의 구조를 차용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두 작솳 모두 어머니의 죽음으로 흩어져 있던 4명의 형제가 다시 모이고 마을 안의 음모에 희생된 어머니의 죽음을 알아내고 배후의 절대악에게 승리한다는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 '공동체'를 위협하는 절대악을 제거해나간다는 (영웅이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설정은 일반적인 액션 영화의 플롯이기는 하지만 개인성이 좀 더 강조되는 최근의 대중 영화 흐름에 비추어 볼 때 '형제애'를 강조하는 <4 브라더스>는 전통적인 웨스턴의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



■ 블랙플로스테이션과 도시 서부극 사이
웨스턴의 정서를 활용하고 있다는 것은 존 싱글턴을 비롯한 영화의 제작진들이 밝히고 있는 바 이기도 하다. 영화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마빈 게이와 템테이션스 등 6,70년대의 소울 음악들로 가득한 사운드트랙의 정서 역시 이런 복고적인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거기에 쇠락한 자동차 도시 디트로이트의 겨울 풍경이 전해주는 을씨년스러운 거리 풍경까지 더해지면서 <4 브라더스>는 꽤 근사한 도시 복수극의 느낌을 잘 살려내고 있다.
물론 <4 브라더스>가 (현대 관객이 보기에) 구닥다리 느낌을 주는 영화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음악부터 촬영까지 복고 액션 영화의 느낌이 영화의 키 포인트를 이루고 있기는 하지만, 데뷔작인 <보이즈 앤 후드>부터 흑인 빈민가의 거리 정서를 담아내는데 재능을 발휘했던 존 싱글턴은 <4 브라더스>에도 장르 영화에 거친 빈민가의 정서를 채워넣음으로서 독자적인 영화적인 색깔을 표현한다. 그래서 <4 브라더스>는 소울 음악들로 사운드트랙을 가득 메우던 <샤프트>를 비롯한 과거의 블랙 플로스테이션 영화들과 거친 도시적 정서와 고독한 영웅 캐릭터를 혼합했던 <더티 해리>류의 백인 '도시 서부극' 사이 어딘가에 자리잡고 있다. <4 브라더스>에는 가족의 그림자를 찾아보기 힘든 6,70년대의 비정한 형사물들의 분위기를 가져오면서도 '공동체'의 정서를 '형제애'로 대체하면서 좀 더 풍부한 감정선을 담아내려 한다.



■ 형제애
(비록 입양되었다는 설정이지만) 기이하게도 2명의 백인과 2명의 흑인으로 구성된 4명의 형제라는 설정은, 헐리우드 대중 영화를 찍는 흑인 감독의 위치를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재미있게도 4형제를 구성하는 2명의 백인과 2명의 흑인 형제 중에서 가족을 꾸리고 있는 것은 두 명의 흑인 쪽이다. 랩퍼 '앙드레3000'으로 알려진 앙드레 벤자민이 연기한 제레미아는 4명의 형제 중 온전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유일한 형제이며 <분노의 질주 2>에 출연했던 타이리스 깁슨이 연기한 엔젤 머서 역시 히스패닉 여자 친구를 가지고 있다. 반면에 리더 역할을 하는 첫째 바비 머서(마크 월버그)는 가족의 그림자와 직업을 모두 알 수 없는(그래서 복수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캐릭터이며, 록커로 그려진 막내 잭(가렛 헤드룬드) 역시 자신의 가정(심지어 그의 밴드조차도...)을 가지지 않은 캐릭터다.
데뷔작 <보이즈 앤 후드, 1991>나 (거칠기는 했지만) <하이어 러닝,1995> 에서 선보였던 인종 문제에 대한 격정적인 분노를 더 이상 존 싱글턴의 영화 속에서 발견하기는 점점 요원하게 느껴진다. 심지어 <샤프트, 2000>와 <분노의 질주 2, 2003> 등의 범작 액션 영화들은 싱글턴의 데뷔작에 대한 의구심까지 들 게 할 정도였다. 하지만 우직하고 단순한 액션 영화 <4 브라더스>는 완벽하지는 않아도 존 싱글턴이 잘 해낼 수 있는 장르 영화의 모습을 잘 설명하고 있는 영화로 느껴진다. <4 브라더스>의 단점은 명확하다. 선과 악은 지나치게 뚜렷하게 나뉘어져 있고 캐릭터의 감정선은 지나치게 단순한 반면 두 말 않고 적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폭력의 표현은 꽤 과격하다.
<4 브라더스>는 주인공 캐릭터에게 감정을 가득 담아 '복수의 쾌락'을 맛보게 하는 전형적이지만 꽤 오래간만에 만나는 단순하고 과격한 오락 액션 영화다. ★★★☆



















1장의 디스크에 담긴 <4 브라더스>의 서플먼트는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정도의 분량이다. 싱글턴의 음성 해설은 평범하지만 충실하고 서플먼트로 수록된 부가 영상은 별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수준으로 구성되어 있다. 풍부한 서플먼트를 기대했다면 조금 아쉽겠지만, 영화 자체가 그다지 많은 함의를 담고 있는 작품이 아니므로 적절한 수준의 서플먼트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영화 속에 풍부하게 담긴 사운드트랙에 대한 메뉴가 있었다면 조금 더 만족스러웠을 듯 하다. ★★★
|

채널예스
채널예스는 예스24에서 운영하는 콘텐츠 플랫폼입니다. 책, 영화, 공연, 음악, 미술, 대중문화, 여행 등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bongc33
2006.02.11
p21kino
2006.02.07
2006.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