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uth is only skin deep...! - 〈닙턱〉
2006.12.12

화제의 미국 드라마 "닙턱" 출시 기념 대이벤트!
우리 강아지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면, 사랑스러운 마음과 함께 부러운 마음이 솟는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잉글리시 코카 스패니얼과 아메리칸 코카 스패니얼 버프를 믹스시켜 절묘하게 장점만을 뽑아냈다고 해도, 어떻게 저렇게 커다랗고 동글동글한 눈에, 부드러우면서도 날렵한 얼굴 윤곽, 들어갈 데는 들어가고 나올 데는 나와서 적당히 풍만한 몸매, 거기에 너무도 눈부신 크림색 털과 그 부드러운 웨이브 컬이라니요. 한번은 미장원에 강아지를 같이 데리고 가서 “어떻게 해드릴까요?” 하는 물음에 “얘처럼 절묘하게 웨이브를 넣어 주세요” 하면서 “스타 따라하기 프로젝트”를 시도해 보기도 했답니다.
하지만 그게 다입니다. 평범한 소시민이 자기 모습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시도라고 해야 헤어스타일을 바꿔 보는 게 고작 시작이자 끝인 것이죠. 우리 강아지처럼 기다랗고 동그란 눈을 가져보고 싶기도 하고, 탱크톱까지는 아니더라도 민소매 정도는 거리낌 없이 입어봤으면 좋을 텐데 하고 하나하나 따지다가, 거울에 팔을 들어올려 비추어 보기라도 하면 한숨 한번, 조금 더 밑으로 내려가다가 또 한숨 한번, 뭐 그렇게 됩니다. 그럴 때면 현대의학의 힘을 빌려보면 어떨까, 칼을 댄다고 해도 마취를 하니까 통증은 없을 것이고 다 나으면 흉터조차 남지 않으니, 무에 그리 걱정이, 문제는 오로지 돈밖에 없지 않겠나 하는 진한 유혹에 빠지기도 한답니다. 그런데 그 진한 유혹은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폭스 그룹 산하 케이블 TV 방송국인 FX에서 현재 시즌 3이 방영중인 〈닙턱〉을 보다 보면, 충격요법에 의한 일시적인 효과일지는 몰라도 온데간데없이 싸그리 사라져 버리고 만답니다. 어지간한 강심장이라고 해도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든 사실적인 수술 장면이 매 에피소드마다 등장하거든요.

〈닙턱〉의 이야기를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성형수술”이라는 판타지를 중심에 놓고 파생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상상하시면 됩니다. 럭셔리한 삶에 대한 욕망, 섹스, 돈, 범죄, 마약 등 온갖 이야기가 등장한다고 보시면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아름다워지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방법으로 흔히 지목되는 성형수술의 효과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각종 “메이크오버 리얼리티 쇼”와 차별성이 없다면, 과연 그것을 드라마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까? 〈닙턱〉은 ABC의 〈Extreme Makeover(도전 신데렐라)〉 같은 프로그램, 즉 일반인들을 성형수술로 변화시키는 리얼리티 쇼의 한계와 가능성을 드라마라는 장르의 힘으로 완성시킵니다. 리얼리티 쇼의 “real”이 드라마 〈닙턱〉에서는 특수효과를 통해 수술 장면에서 생생하게 거듭납니다. 리얼리티 쇼의 “show"는 드라마 〈닙턱〉에서 등장인물들이 사고를 치고 극복하고, 내외적인 성장을 겪으며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해 나가는 치밀한 각본을 통해 흥미진진한 쇼로 선보입니다. 이제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이제 구체적인 줄거리보다는 드라마의 이미지만을 말씀드려 보려고 합니다.

둘, 아주… 야합니다. 강렬한 비트의 테크노 음악을 배경으로 깔기 때문에 음악 듣다가 간혹 지나칠 수도 있겠지만, 이런 성적인 묘사 역시 케이블 채널 수위의 마지노선에 근접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하드고어적이고 사실적인 특수효과와 이런 성적인 묘사로 인해 19금이 된 것은 당연한 수순일 것입니다.
셋, 이 드라마는 전형적인 것에다가 반 보만 더 전진하면서, 긍정적인 의미에서의 할리우드적인 센스를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 미국 드라마의 최대 장점으로 뽑는 것 중 하나가 지극히 상식적인 구성을 포용하면서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는 점인데요. 웬만큼 영화 보고 웬만큼 드라마 섭렵한 사람이라면 〈닙턱〉을 보면서, 저 사람 죽겠군, 저거 들키겠군, 다음에는 어떻게 되겠군 하는 예상을 충분히 할 수 있는데도 마냥 재미있다는 것입니다. 잘 만들어진 미국 드라마라는 것이 바로 이 상식적인 구성을 포용한다는 것입니다. 거칠게 표현하면 기승전결 확실하고 권선징악 명료하다는 것이지요. 물론 그냥 눈에 뻔히 보이는 상식적인 구성만을 취한다면 분명 평범한 작품으로밖에 머물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상식적인 구성, 이야기를 꾸며내는 데 필요한 일종의 기본에 대해 진부하네, 할리우드적이네(여기서는 비판적인 의미의 할리우드) 하면서도 대안 없이 무조건 다르고 특이한 방식만을 취하려 했을 때 바로 수작도 컬트도 못되는 잡동사니 못 만든 드라마가 탄생하는 일도 비일비재함을 목격하게 됩니다. 〈닙턱〉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스토리와 구성을 취하면서도, 그것이 진부하지 않게 다양한 장치를 배치하는 방식으로 반 보만 더 전진하는 센스를 보여줍니다. 그런 이유로 폭발적인 대중성을 획득하고 있는 드라마가 〈닙턱〉입니다. 분명 〈닙턱〉에는 컬트나 매니아라는 단어보다는 대중성이라는 단어가 더 들어맞습니다.

우선 공부는 잘하지만 약간 샌님이었던 션 맥나마라, 공부는 못했지만 초특급 오라비인 트로이 크리스천의 관계는 어디서든지 볼 수 있는 평범한 형태의 파트너십이지만 주거니 받거니 사고를 치면서 그것을 해결하고, 극복해 나가고 징하디 징한 우정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그럴 듯하면서도 아주 감동적으로 그려집니다. 또한 션의 아들인 매트 역시 많은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공부는 잘하지 못해도 이해심 많고, 어른스러운 성격의 평범한 틴에이저입니다. 매트는 성품과는 상관없이 어린 나이에 겪기에는 좀 지나치다 싶을 만큼 엄청난 사건에 휘말렸다가, 시즌 2부터는 비로소(?) 틴에이저답게 본격적으로 말썽을 피우게 됩니다. 션의 아내이자 매트의 엄마인 줄리아 역시 이혼 갈등을 야기하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결정적인 불화의 씨앗을 품고 있습니다.
가만히 보고 있자면 〈닙턱〉의 캐릭터들은 인생 전체를 좌지우지할 만한 초특급 울트라 시한폭탄 하나씩을 품고 있어서 늘 아슬아슬하기만 한데도, 얽히고설킨 그들의 이야기를 감당해 내는 드라마의 힘은 놀랍습니다. 누군가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완전 초엽기스러울 수 있는 일들이 무럭무럭 일어나는데도 상당히 안정적인 드라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힘으로 2005년 골든 글로브 TV 부문 작품상을 거머쥐었다고 할 수 있겠지요. 현대인의 욕망과 콤플렉스를 가장 적나라하고 본질적으로 드러내주는 성형수술, 경제적으로나 개인사적으로나 외모 면에서 별로 부족할 것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자신감을 구하고자 벌이는 사투가 드라마 〈닙턱〉입니다. 혹 비위가 약하여 잔인한 수술 장면만은 도저히 못 보시겠다는 분들은 그 장면을 살짝 피해 가셔도 이 드라마의 주제와 줄거리를 파악하는 데는 별로 지장이 없을 줄로 압니다.
|
14개의 댓글
필자

채널예스
채널예스는 예스24에서 운영하는 콘텐츠 플랫폼입니다. 책, 영화, 공연, 음악, 미술, 대중문화, 여행 등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블랙홀
2008.09.06
책벌레군
2006.12.13
하지만... 등장인물들이 캐릭터가 강하다 보니 아주 아주 정이 가죠..
특히 크리스천... 속이 얼마나 착한지...
리우
2006.07.06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