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과 시간, 마음 한 점을 더한 요리란?
『이윤경 요리』 이윤경 저자 인터뷰
책을 읽고 단순하게 요리하는 즐거움을 찾으셨다는 분들, 요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중한 이에게 선물하셨다는 분들... 책으로, 음식으로 이어지는 인연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자연스럽고 맛있는 요리를 하고 싶습니다. (2024.09.25)
“내가 지어 내가 먹는 밥, 꼭 완벽할 필요가 없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솥밥도 지어보고, 파스타도 만들어보고, 미소도 담가본다. 제철을 맞은 채소들을 손질하면서 본연의 맛 그대로를 살리는 요리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는 시간, 할머니가 해주던 집안의 입말 음식을 재현해보는 시간, 좋아하는 드라마에 나왔던 요리법을 나만의 방식으로 변주해보는 시간, 재료를 건조하고 숙성시키며 그 맛을 기대하는 시간… 이윤경 작가는 독자들도 이런 시간들 속에서 자신만의 건강한 기쁨과 감탄하는 순간들을 마음껏 느끼기를 바라며 이 책을 썼다.
『이윤경 요리』 첫 책을 출간하셨습니다. 간단한 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한남동에 위치한 내추럴 와인바 ‘마나’의 주인장 이윤경입니다. 마나에서는 와인과 잘 조화되는 계절 요리를 만들고 있고, 종종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집에서 해 먹는 요리들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윤경 요리』라는 제목에도 눈길이 가고, 부제로 함께 달린 ‘생각 한 알, 계절 한 스푼, 요리 한 그릇’도 귀여우면서도 특별한 느낌을 줍니다. 이렇게 제목과 부제를 정하게 된 이유 혹은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 시기, 그 계절에만 느낄 수 있는 냄새나 분위기가 있잖아요. 이러한 계절과 함께 별책부록처럼 따라오는 식재료들을 마주하면 두둥실 떠오르는 단상들이 있고요. 그리고 계절에 따른 일상요리 레시피를 많이 담았기 때문에 생각과 계절과 요리가 담긴 요리책이라는 의미로 그렇게 정하게 되었습니다.
책 속의 챕터 자체가 각 재료들로 나뉘어져 있어서 좋아하는 채소나 과일 챕터를 골라 다양하게 시도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중간중간 제철 재료에 대한 에세이도 요리책을 더욱 산뜻하게 만들어주는 느낌이기도 해요. 작가님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챕터가 어느 부분인지, 그리고 그 이유를 말씀해주세요.
모든 챕터에 각별함이 있지만, 봄의 기운을 받아 빼꼼 머리를 내미는 아스파라거스의 기특함이 돋보이는 아스파라거스 챕터를 열어볼 때 생동감이 느껴져 좋아하고요. 제주도 챕터를 펴면 메밀이나 독새기콩 같은 담박한 것들이 저를 편안하게 안아주는 것 같고, 돌아가신 할머니도 생각나면서 애틋한 기분이 들어요.
아스파라거스, 토마토, 복숭아, 양배추, 완두콩… 다양한 제철 재료를 조합해서 새로운 요리로 탄생시키는 능력이 남다르신데요, 개인적으로 이번 가을 독자분들께 이 책에서 가장 추천하고 싶은 메뉴 두 가지만 말씀해주세요.
강판에 간 무를 버터에 뭉근하게 익혀 갓 지은 밥에 가득 올려 먹는 ‘간 무 덮밥’과 머리가 녹진한 제철 암대하의 머리와 껍질을 볶아 가볍게 만든 비스크 육수로 밥을 짓고 새우살을 듬뿍 올려 먹는 ‘암대하 솥밥’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계절을 잘 느낄 수 있고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요리들이거든요.
시오코우지를 심도 있고 다양하게 설명해주신 부분도 좋았습니다. 언제부터 발효, 시오코우지, 누룩, 미소… 이런 것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셨나요? 직접 발효를 해서 먹는 것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발효식품을 먹으면 소화가 잘되어 몸이 편안한 게 느껴지기 때문에 발효와 숙성에 관심이 많은 편이에요. 또한 질 좋은 발효식품은 요리의 과정을 간단하게 만들어주고 맛도 훌륭하게 이끌어주기 때문에 무척 좋아합니다.
직접 시오코우지나 미소, 우메보시 등을 만들게 된 것은 4년여 전 부터입니다. 직접 발효해서 먹으면 일단 질 좋은 재료를 내가 선택할 수 있고, 발효에서 오는 성취감이 기분 좋습니다. 또 그 과정을 가만히 바라보는 것도 좋아해요. 찬장 속에서 시간에 낡지 않고 깊어지고 있는 유리병들을 생각하면 어딘가 애틋한 기분이 들어요.
내추럴 와인에 빠지게 되어, 한남동에서 ‘마나’라는 와인바를 운영하고 계신데요, 이 책의 마지막 챕터가 바로 ‘마나mana’ 입니다. 멸치 파이, 한치 루콜라 샐러드, 사보이 양배추로 감싼 대파 토마토 밥과 라구, 주키니 초콜릿 테린… 마나에서 선보이는 메뉴들도 책에 담았는데요, ‘마나’에 가보지 못한 분들께도 좋은 선물이 될 것 같아요. 이 메뉴들이 아니더라도, 집에 누군가 왔을 때 간단하지만 맛있게 만들어 내어놓을 수 있는 요리가 있을까요?
집에서 대접할 수 있는 와인 안주로 예로부터 전해오던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요리 수란채를 추천하고 싶어요. 채소와 해산물, 수란 위에 정성스럽게 내린 잣즙을 부어 먹는 요리이지요. 올봄 이탈리에 베네토에서 열린 와인페어에서는 질 좋은 이탈리아의 아스파라거스를 더했고 여름에는 부드럽게 삶은 문어와 복숭아, 최근에는 제철을 맞은 한치와 무화과를 더하기도 하였어요. 수란채의 잣즙은 여러 레시피가 있겠지만 저의 경우는 질 좋은 국산 잣에 2배 분량의 물을 더하고 간장과 식초로 간을 맞추어 잣즙을 만들고 한 번 걸러 완성합니다.
리뷰를 보면 글과 사진이 너무 아름다워서 힐링된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누군가에게 힐링을 주는 요리책을 첫 책으로 내셨는데요, 책으로든 ‘마나’로든, 작가님 개인적으로든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책을 내고 많은 분들께서 소감을 전해주셔서 매일 감사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책을 읽고 단순하게 요리하는 즐거움을 찾으셨다는 분들, 요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중한 이에게 선물하셨다는 분들... 책으로, 음식으로 이어지는 인연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자연스럽고 맛있는 요리를 하고 싶습니다.
* 이윤경
2016년 도쿄의 한 내추럴 와인바에서 처음 접한 생명력 넘치는 와인의 에너지에 빠져들었고, 현재는 한남동에 위치한 와인바 ‘마나’를 운영하며 와인을 소개하고 그에 어울리는 요리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함께 나누고 싶은 맛있는 요리들이 생길 때면 개인 SNS 계정에 #이윤경요리로 공유한다. (@leeyoonkyung @mana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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