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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11회 대상 작가] 조여름 “작은 도시의 삶은 인터넷에 없습니다”

『작은 도시 봉급 생활자』 조여름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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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잘 살았고, 원하는 방향으로 가면서도 만족스러운 커리어를 얻었습니다. ‘시골과 도시’ 하면 떠오르는 이분법적인 삶이 아닌, 다른 길도 얼마든지 있다는 걸 직접 부딪히고 나서야 알았어요. (2024.07.15)

수도권 인구 집중으로 지방 소멸 위기가 심각하다는 흉흉한 소식이 오가는 가운데 ‘사고’ 싶은 도시가 아니라 ‘살고’ 싶은 도시를 찾아 이주하는 젊은이들이 조금씩 증가하는 중이다. 그리고 여기, 대도시의 고단한 생활을 청산하고 전국 방방곡곡 알짜배기 기회를 찾아 나서는 조금 수상한 청춘이 있다. 작가 조여름이다. ‘영끌’ 해서 은행 대출을 받아도 턱없이 모자란 서울 집값, 혼잡하기로 악명 높은 출퇴근길 대중교통, 살인적인 물가, 미세먼지 가득한 최악의 공기질 등 좀처럼 나아질 것 같지 않은 환경에 지쳐 그는 서울 살이에 종지부를 찍고 남쪽으로 도망쳤다. 그 유쾌하고 짜릿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안녕하세요. 제11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을 수상하셨습니다.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30대에 들어서니 20대 청춘을 기록으로 남기지 못한 게 아쉽더라고요. 그때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 당시의 기분,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흐릿해질수록 ‘잘 기록해둘걸’ 하는 후회가 찾아왔습니다. 단편적인 감상을 나열한 일기보다는 제대로 격식을 차린 글로 지금 제게 주어진 시간들을 정리하고 싶었어요. 마침 ‘브런치스토리’ 서비스가 처음 공개된 때이기도 했고, 군더더기 없이 글쓰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플랫폼이란 생각에 글을 써서 하나둘씩 올리게 되었습니다. 



『작은 도시 봉급 생활자』는 어떤 책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빌딩 숲의 생활을 청산하고 ‘진짜 숲’을 찾아 떠난 30대의 이야기입니다. 어렵게 얻은 공공기관 정규직을 포기하고 조금 더 주체적인 삶을 향해 뛰어든 6년간의 기록이라고 할까요? 망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잘 살았고, 원하는 방향으로 가면서도 만족스러운 커리어를 얻었습니다. ‘시골과 도시’ 하면 떠오르는 이분법적인 삶이 아닌, 다른 길도 얼마든지 있다는 걸 직접 부딪히고 나서야 알았어요. 여기에 더해 도시를 옮길 때마다 세상을 보는 시야도 넓어졌습니다. 어디서도 말해주지 않는 신선한 경험을, 다른 삶을 꿈꾸는 이들과 나누고 싶어 책을 썼습니다. 이 책은 ‘주체적인 삶’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건네는 응원이자 ‘30대의 대도시 탈출 후기’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서울을 벗어나 우리나라 곳곳의 소도시로 거처를 옮겨 다니며 다양한 지역을 경험한 이야기가 책에 담겨 있습니다. 작가님이 거쳐온 도시들에 대해 알려주세요.

대학 진학을 위해 상경한 뒤 10년 동안 서울에서 살았습니다. 회사가 이전하면서 전주혁신도시로 옮겼고, 다시 고향인 상주로 돌아왔습니다. 이후 옆 동네 의성으로, 어쩌다 보니 바다 건너 제주까지 왔네요. 경북 북부에 위치한 상주와 의성은 매년 전국 귀농 1, 2위를 다투는 전형적인 농업도시로 물가가 저렴하고 정이 많은 곳입니다. 시골 창업으로 인기가 많다 보니 여기저기 예쁜 가게들도 생겨나고 있고요. 우리가 생각하는 시골의 낭만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도시였습니다.

반면 대한민국 최남단인 제주는 예상이 빗나갔던 도시입니다. 언어와 문화가 ‘정말 우리나라가 맞나’ 싶을 만큼 새로웠어요. 희귀 동식물의 천국이니 자연은 말할 것도 없고요. 처음 일 년간은 외국에 온 것처럼 호기심 가득한 일상을 보냈습니다. 물론 지금은 육지가 오히려 불편할 정도로 적응해버렸지만요. 항공편이 잘 되어 있다 보니 전국 어느 권역이든 제주와 접근성이 좋다는 점도 의외였습니다. 그리고 제 책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잠시 머물렀던 전주는 맛있는 음식들만 계속 생각날 만큼 명실상부 ‘맛의 고장’이었습니다. 

서울/경기권 외의 지역에 숨어 있는 알짜배기 기회가 많다고 했습니다. 여러 도시를 거치며 발견한 새로운 세계, 잘 몰라서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았던 도시에서 발견한 크고 작은 가능성에 대해 들려주세요.

뉴스에서는 끊임없이 ‘일자리를 찾아 지방을 떠나는 청년들’에 관한 이야기를 보도합니다. 크게 보면 맞는 말이기는 해요.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에요. 작은 도시의 삶은 인터넷에 없습니다. 미디어에서도 알려주지 않고요. 그 정보를 소비할 사람들이 적기도 하고 아무래도 사례마다 제각기 달라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역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은 소문내지 않고 시장의 니즈를 파악하며 조용히(?) 매출을 끌어올립니다. 

예를 들어 대도시에서 창업해야 장사가 잘될 것 같지만 막상 경쟁업체가 많아 살아남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시골은 경쟁업체가 적어 오히려 매출이 높을 수 있죠. 그렇다고 모든 분야가, 모든 시골이 그런 건 아닙니다. 직접 부딪혀서 시장조사를 해봐야 진짜 블루오션이 어딘지를 찾을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이런 걸 수치로 계산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습니다. 

공공기관의 경우, 해당 지역 업체를 이용해야 할 때가 많은데 관련 업체가 하나뿐이거나 제대로 일을 처리해주는 곳이 극히 적다면 상대적으로 쉽게 공공 영역의 일감을 많이 받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가능성’이라는 것도 감자 캐내듯 스스로 캐낼수록 자신의 자산이 되는 거죠.



다양한 지역의 소도시에 정착하고 싶은 젊은 인구가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낯선 지역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게 쉽지 않을 텐데요. 작가님은 더 하고 싶었던 일, 더 갖고 싶었던 커리어를 경험했다고 하셨지요. 수도권 외의 소도시에서 청년 농부나 프리랜서 말고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너무 특수한 분야라 대도시에서만 취업할 수 있다’라는 직종만 아니면 작은 도시에서도 여러 일자리를 얻는 게 가능합니다. 사람 사는 데는 다 비슷하니까요. 대개는 분야의 문제가 아니라 ‘시골에 가면 돈을 못 번다’라는 생각 때문에 주저하는 거예요. 그런데 그건 직접 부딪쳐야 압니다. 미디어에서는 주로 사회 초년생만 다루는 탓에 지방에 일자리가 없다는 게 부각되지만 아무 경험이 없는 20대와 한 분야에서 10년 정도 일한 경력자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는 많이 다릅니다. 저는 직장인의 삶을 선택했기 때문에 취업 시장을 꼼꼼히 알아봤고, 삶의 방향과 명예, 커리어 모두 만족스러운 직장을 얻었습니다. 같은 공공분야로 옮겼으니 경력도 이어지고요. 창업을 한다면 최상의 결과를 내기 위해 지역의 상황과 해당 분야의 시장을 알아봐야겠죠. 상권을 분석하고, 이미 가게를 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합니다. 막연한 생각만으로는, 인터넷에 나와 있는 정보만으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으니까요. 품이 많이 드는 대신 얻는 게 많을 거예요.

그리고 저는 작은 도시로 오려는 분들께 그동안 해오던 분야를 활용하는 걸 권합니다. 잘 쌓아온 커리어를 버리고 너무 쉽게 농사를 짓겠다고 선택하는 건 말리고 싶어요. 실제로 “시골 가서 농사나 짓지”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은데, 농사는 굉장히 많은 노력과 자본, 기술력이 필요한 전문 직종입니다. 농업계 고등학교와 한국농수산대학교를 나온 엘리트라면 성공할 가능성이 크겠지만, 일반인이라면 엄청난 시행착오를 거듭해야 그나마 가능성이 보이는 분야거든요. 20년간 농사일을 도와온 저도 부모님 도움 없이 곶감 농사를 해보며 결국은 텃밭 정도가 제 그릇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막연한 이미지로 생각하지 마시고 자신이 가진 현실적인 자원과 능력을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는가를 구체적으로 따져보세요.

지금 당장 사는 곳을 옮길 수 없지만 지속 가능한 로컬 라이프를 꿈꾸고 있는 분들에게 워케이션을 제안해 주셨습니다. 워케이션, 어떻게 하는 건가요?

복지 차원에서 워케이션을 도입하는 대기업이 많은 것으로 알아요. 이런 제도가 따로 없는 서울 중소기업 재직자라면 서울경제진흥원에서 운영하는 ‘퇴근만큼 즐거운 출근(worcation.sba.kr)’ 사이트에서 알아볼 수 있고요. 회사만 허락한다면 누구든 이용할 수 있습니다. 만일 여기에 포함되지 않거나 다양하게 알아보고 싶으신 분이라면 지역별 워케이션 사이트를 참조해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제주 워케이션, 부산 워케이션, 강원 워케이션, 충남 워케이션 이런 식으로 검색하면 사이트가 나올 거예요. 지역마다 지원 규모나 지원 방법이 다르니 꼼꼼하게 읽어보고 자신에게 맞는 곳을 찾으시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합니다. 

대도시를 떠나기 전, 저는 머리로는 괜찮다고 생각하면서도 꽤 많이 불안했어요.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나 혼자 가는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막상 가보니 저 혼자만 가는 길도 아니었고, 그다지 유별난 길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제 강점을 이용해 대도시에서는 누릴 수 없는 것들을 누리기도 했고요. 그러니 여러분도 너무 겁내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저는 처음 시골로 돌아왔던 때와 같은 모습으로, 새로운 도전 앞에 서 있어요. 이젠 회사를 다니지 않고 웹소설 작가로 살아가기로 했거든요. 그때처럼 똑같이 불안해요. 그래서 그때와 마찬가지로 ‘망해도 어쩔 수 없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끌고 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경험으로 알게 된 건 열심히 하면 기회는 온다는 것, 해보면 어쨌든 후회는 남지 않는다는 거예요. 5년 뒤에 다시 글을 쓸 때, 지금처럼 ‘그때 그 선택이 참 잘한 것 같아요’라고 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조여름

가을이 되면 잘 익은 감이 온 산을 물들이는 상주에서 TV에 나오는 화려한 도시 속 삶을 동경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대학 진학을 위해 상경했으나 가난한 청춘에게 한없이 가혹한 현실을 마주한 뒤 온갖 아르바이트에 허덕이며 반지하와 고시원을 전전했다. 성균관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후 출판사와 대기업, 공공기관까지 두루 경험했지만 높은 집값을 감내하며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해 고향으로 돌아갔다. 빌딩 숲을 떠나며 커리어를 위한 모든 기회를 걷어찼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시골에서 더 큰 기회를 얻어 그간 꿈꾸던 것들을 하나하나 실행해나가기 시작했다. 대도시에서 살 때보다 더 높은 연봉, 더 하고 싶었던 일, 더 갖고 싶었던 커리어를 경험하고 도시를 옮길 때마다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 상주와 의성을 거쳐 제주에 거주하고 있으며, 인생 최종 목표였던 작가의 삶을 살기 시작해 요즘 매일 웹소설과 씨름하고 있다.

* 조여름 작가의 브런치스토리 brunch.co.kr/@brunchni45


작은 도시 봉급 생활자
작은 도시 봉급 생활자
조여름 저
미디어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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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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