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아트센터가 2025년 두산인문극장의 주제를 ‘지역’으로 정하고, 세 편의 공연과 한 편의 전시, 여덟 번의 강연을 진행한다.
두산아트센터에서 진행하는 두산인문극장은 과학적, 인문학적, 예술적 상상력이 만나는 자리로, 다양한 분야의 관점으로 동시대를 살펴보는 프로그램이다. 2013년 처음 시작된 후 권리, Age(나이, 세대, 시대), 공정 등 매년 다른 주제로 현시대의 사회 현상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올해의 주제는 ‘지역’이다. 소외, 차별, 소멸 등 쏠림 현상으로 인해 일어나는 지역의 문제를 다양한 관점으로 들여다보고, 다 함께 조화로운 상태로 나아갈 수 있을지 고민해 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4월 7일부터 7월 12일까지 4개월 간 진행되는 이번 두산인문극장은 8개의 강연으로 시작된다. 역사, 경제, 문화, 사회 등 각 분야의 전문가가 한국 사회 속 지역 문제를 살펴본다. 세 편의 공연이 그 뒤를 잇고, 종로에서 시작해 도시라는 거대한 구조를 들여다보는 전시 < Ringing Saga >가 마지막을 장식한다.
두산아트센터의 남윤일 프로듀서는 “두산인문극장은 한 가지 주제에 대해서 예술적인 방법으로 관객들과 함께 사유하는 장을 만드는 것”이라며 “주제를 선정할 때는 일시적으로 소모되는 것이 아닌, 지속가능하고 유효한 성격을 지닌 주제, 특히 보편적인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주제를 선택한다.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콘텐츠를 통해 관객분들 입장에서 경험의 선순환이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두산인문극장 공동기획사 이음의 주일우 대표는 “주제를 약 2년 전쯤 결정하기 때문에, 2년 후에도 이 주제가 의미가 있을 것인가 많은 고민을 한다”며 “그 시대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질문을 뽑고, 그 질문에 맞는 연극, 전시, 강연을 고민한다. 중앙으로의 집중, 지방 소멸 등 지역에 관한 문제는 한국 사회에서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문제”라고 주제 선정의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다.
오는 4월부터 순차적으로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개막하는 세 편의 공연이 흥미롭다. 가장 먼저 4월 22일부터 5월 10일까지 연극 <생추어리 시티>가 공연된다. 이민자로서의 삶, 성 정체성, 불법 체류의 위험 등 다양한 불안 속에서 젊은이들의 겪는 갈등과 방황을 다룬다. 배우 이주영, 김의태, 아마르볼드가 출연한다. 이오진 연출은 “20년 전 미국을 배경으로 쓰인 작품이긴 하지만 2025년 한국에서 살기 위해 노력하는 외국인들의 상황과 다르지 않다. 단순히 옛날 얘기, 남 얘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속한 이 세계의 이야기라는 것을 느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다수의 영화, 드라마를 통해 이름을 알린 배우 이주영이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져 화제를 모았다. 이오진 연출은 “주제가 지역이지 않나. 지역은 무 자르듯 자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지역 간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경계를 허물고) 이주영 배우가 참여하는 것이 관객, 창작진에게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약 80개의 장면이 1, 2분 단위로 굉장히 빠르게 변화한다. 인물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역동이 무대를 넘어 객석까지 이어져서, 관객분들이 그 역동을 함께 느껴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연극 <엔들링스>가 5월 20일부터 6월 7일까지 공연된다. 한국에 살고 있는 해녀들과 미국에 살고 있는 극작가 하영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과 지역의 다양한 정체성이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충돌하며 삶을 형성하는지 보여준다.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를 만든 셀린 송 감독의 대표작이다. 두산아트센터와 대전예술의전당, 제주아트센터가 협력하여 공동 제작해 ‘지역’이라는 주제에 힘을 싣는다. 이래은 연출은 “’엔들링’은 한 종의 마지막 생존 개체를 의미한다. 이 작품에서는 여성, 이민자, 노동자, 예술가 등을 향한 사회적 차별, 혐오에서 비롯되는 고통을 대를 잇지 않고 자기 선에서 끝내겠다는 의지와 바람을 담는다”며 “작가는 대본을 통해 ‘모두가 이민자로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이민자로서 느끼는 감각, 즉 당연한 것들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게 되는 시선이 필요한 시대라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두산아트센터 인근, 광장시장과 종로 5가 일대를 배경으로 하는 뮤지컬 <광장시장>은 6월 17일부터 7월 5일까지 공연된다. 시장에 삶의 터전을 잡은 외국인 노동자 아응과 시장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환대의 공간이 만들어지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윤미현 작가, 나실인 작곡가가 참여했다. 이소영 연출은 “미얀마에서 온 인물 아응이 스스로 광장시장을 자신의 자리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낯선 공간을 향해 마음을 여는 용기와 스스로를 그 공간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마음, 스스로 광장시장의 일부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뮤지컬로서 광장시장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했다. 광장시장은 다채롭고, 역동적이면서, 유기적으로 흘러가는 공간이다. 이러한 요소들을 음악과 대사에 잘 담아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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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솔희
뮤지컬 전문 매체 <더뮤지컬> 기자. 좋아하는 건 무대 위의 작고 완벽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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