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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당신은 제법 괜찮은 교사입니다

『당신은 제법 괜찮은 교사입니다』 엄재민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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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고민을 나만 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공감을 나누면서 모든 선생님이 교사로서의 의미를 알아갔으면 합니다.


교사를 꿈꾸는 많은 이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선생님이 되면 아이들과 함께 크고, 그런 과정에서 존경받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선생님 수업 재미있어요.”, “선생님이 좋아요.” 하는 아이들이 많다면 수업 중에 엎드려 자는 아이들도 따뜻하게 품을 수 있을 것이라고. 그리고 그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회상하는 학교에는 내 모습이 있을 거라고. 그러면 행복할 거라고.

하지만 교사 이전과 교사 이후의 학교 현장은 판이하게 다르다. 25년 경력의 중등교사이자 『당신은 제법 괜찮은 교사입니다』를 쓴 엄재민 저자는 5년 전, 과거와는 달라진 후배 교사들의 흔들리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들은 학교와 학생의 아름다움은 알고 있었지만, 그 반대편은 모르고 있었다. 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게 한 시간의 수업만이 아니라는 것을 어느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교사 동아리를 운영하며 후배 교사들의 고민에 머리를 맞대 왔다. 이 책은 그 과정의 결과물이다.

교사가 바로 서야 교사, 학생, 학부모인 교육의 3주체가 바로 선다. 교사로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각자의 해답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지금. 그 핵심이 『당신은 제법 괜찮은 교사입니다』에 담겨 있다.



경력이 눈에 띄네요. 교단에 서기 전 카피라이터로 5년간 일하셨다고요.

제 특징이자 지금으로서는 가장 큰 장점입니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대학 졸업 후 임용고시를 준비하거나 기간제 교사를 합니다. 그리고 학교 외의 세상을 모르는 채 바로 교직 생활을 시작하죠. 그렇지만 교본에 없고, 변수가 많은 곳이 학교입니다. 이상적인 학교는 선생님의 말씀 한마디에 감동을 받고, 그 은혜로 아이들이 성장합니다. 하지만 그런 학교는 영화에나 존재합니다. 경험하지 못한 일이 수시로 벌어지고, 교사가 한 선의의 말이 스스로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그런 상황이 반복된다면 어떨까요? 초반에 가졌던 사명감은 흐려질 것이고, 하루하루를 버텨내기 바빠질 수도 있습니다.

뒤늦게 교직에 들어온 제게 눈에는 이 안타까운 변화가 두드러져 보였습니다. 당차던 선생님들도 일순간에 무너지고, 그것을 혼자서 감내하려 애쓰는 게 안쓰러웠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교사 동아리를 통해 젊은 선생님들이 자존감을 찾고, 자기중심을 잡을 수 있게끔 노력하고 있습니다. 밖에서 수혈한 새로운 피의 역할이랄까요? 남들과 다른 제 이력이 젊은 선생님들의 순탄한 교직 생활을 연결해 주는 다리가 되기를 바라며 계속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런 가교 역할을 『당신은 제법 괜찮은 교사입니다』가 한다는 것이군요. 그렇다면 『당신은 제법 괜찮은 교사입니다』는 어떤 책인가요?

한 마디로, 선생님들을 위한 교직 생활 백과사전입니다. 제가 25년간 교사로 살면서 경험했던 것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 힘들었고, 이럴 때 보람을 느꼈고, 이렇게 하니까 갈등이 줄어들더라. 등의 내용을 글로 풀어놓았습니다. 요즘은 교권이 많이 추락한 시대입니다. 선생님들의 상처를 감싸 주어야 하고, 격려도 필요하고, 자신감 회복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말만으로 하는 것은 충분하지 못합니다. 그저 당연한 듯이 괜찮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잘될 거라고 하는 것은 희망 고문에 불과합니다. 사례별로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를 고민해 보았습니다. 그래서 5년 전부터 준비하던 것을 구체적으로 풀어 놓았습니다.

교직 생활을 다루는 가벼운 에세이는 많이 있습니다. 대부분 비슷합니다. ‘1단계, 꿈과 희망을 안고 교실에 들어선다. 2단계, 정신없는 학교의 일상에 힘들어지고 고갈된다. 3단계, 그래도 아이들의 웃음과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 정신을 차린다. 4단계, 다시 열심히 교사로서의 일상을 살아가려 다짐한다.’

여기에서 내면의 어려움과 상처를 극복하는 방안이 나왔을까요? 결국 스스로 자기최면을 거는 것밖에 없습니다. 일시적으로는 힐링이 되었을지 모르지만, 이런 방황은 지속적으로 순환하게 됩니다. 치유되지 못하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도식적인 것에서 좀 벗어나고자 했습니다. 읽을 때만 편안해지는 글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 지침과 생각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했습니다. 교무실의 책상 위에 꽂아 두고 생각날 때마다 찾아서 읽는다면 그게 실질적인 조언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제가 말하는 것이 절대 정답은 아닙니다. 그래도 이런 식으로 생활한 선배 교사가 있구나, 이렇게 하니까 저런 결과가 나왔구나 하는 것이 반면교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당신은 제법 괜찮은 교사입니다』를 교직 생활 백과사전이라고 하셨어요. 직관적으로 예를 들어주실 수 있나요?

예를 들어, 코로나 이후에 수업 중에 부쩍 화장실 가는 학생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수업 분위기가 흐트러집니다. 그런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화장실행을 막는 건 인권 침해입니다. 고민하다가 방법을 찾았습니다. 수업 시작 전에 화장실 갈 학생은 미리 손을 들게 하고 화장실을 보냅니다. 처음에는 10명이 가다가 5명, 2명으로 점점 줄어들더군요. 지금은 중간에 거의 화장실 간다는 학생들이 없습니다. 미리 다녀왔는데, 갑자기 볼일을 봐야겠다고 차마 손을 들 수가 없거든요. 답답해도 참아내는 거죠. 그래서 달라집니다. 이런 것도 작은 노하우입니다.

 또 다른 예라면, 교사로서 아이를 잘 돌보고 있다는 느낌을 줄 때 문자를 보내거나 카톡으로 사진을 전송하게 됩니다. 그럴 때 어떤 상황에서 어떤 문구를 쓰면 좋은지 교사 동아리에서 예시를 들어준 적이 있습니다. (책에도 예시가 들어있습니다) 얼마 전에, 동아리 활동하셨던 10년 차 선생님이 말씀하더군요. 그때 그 문자 예시를 아직도 활용하고 있다고. 글로든 말로든 학생과 학부모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으면 교사로서는 잘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목차를 보니 모든 선생님이 여러 번 겪어본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나열해 방법을 알려주시네요. 책을 쓰시면서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챕터가 있었다면 어떤 부분이었을까요?

다소 도발적인 이야기지만, 저는 교사에게 수업을 강조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직진하든, 돌아가든 수업 시간의 목표 달성이 중요한 거지 그 방법을 틀에 가두는 게 과연 필요할까요? 아이들에게 지식을 넣어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알아내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선생님이 힘든 이유는 수업을 못해서가 아니라 사람과의 소통을 못 해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과 소통이 잘되면 수업은 저절로 재미있어집니다. 학부모님들과는 신뢰가 무한대로 쌓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수업만을 강조한 나머지 선생님들을 수업 기술자로 만들려는 게 아닌가 하고 의심할 때가 가끔 있습니다.

물론 수업은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저도 지속적으로 고민하는 부분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학생이라는 인간을 어떻게 대하고 키워내야 하는지가 교사들에게는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네 부분 중 ‘교사 편’과 ‘학생과 학부모 편’이 더 애착이 갑니다. 사람을 이해하고 내 편으로 만든다는 건 교사로서 가장 중요한 것일 테니까요.

학부모와 교사의 관계성에 대해 논란이 많습니다. 저자님께서 생각하시는 가장 이상적인 관계 맺음은 무엇인가요?

학부모와 교사는 같은 목적으로 출발한 사람들입니다. 아이의 성장을 위해서 다 함께 가는 파트너일 수밖에 없죠. 그러니 일부 학부모와 일부 교사가 이기적이고 함량 미달이라 하더라도 서로 적대시하는 건 절대 금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이 가야죠. 내 아이뿐 아니라 남의 아이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학교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지식을 위한 공부를 위해서는 굳이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됩니다. 학교에서는 남과 함께 어울리고, 다른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건 사회에 나가서도 무척 중요한 자산이 됩니다.

내 아이만이 아니라, 모든 아이가 무사히 커 나갈 수 있도록 학부모와 교사는 울타리가 되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울타리 한쪽이 뚫려 버리면 그 안에서 아이들이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을까요?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조금씩은 물러선 상태에서 서로를 바라보아야겠죠. 그래서 정확히 손바닥을 마주치며 하이파이브를 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러려면? 대화하고 소통해야죠.

직장인으로서도 이런 선배 한 명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에세이 읽는 느낌도 들고요. 책을 쓰시면서 상상하셨던 독자는 어떤 분들인가요? 어떤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하시는지 알려주세요.

수업은 잘 하지만 학교에서의 수많은 업무들과 관계들에 스트레스 받는 저경력 선생님들이 책을 읽고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책을 통해 그분들의 생각이 좀 더 여유 있게 넓어졌으면 합니다. 사실 학교에서 교사로 살아간다는 게 마음먹기에 따라서 무척 쉬울 수도 있습니다. 조금 더 여유를 갖게 되면 자존감도 지키고 적극성을 찾아 한결 풍요롭게 교사 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 열매는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것일 테죠. 그리고 교사를 꿈꾸고 있는 사범대나 교육대 학생들도 읽었으면 좋겠어요. 교수님들이 말씀하시는 교육 이론의 세계와 학교라는 세계는 다르거든요. 학교에 들어오기 전 미리 경험하는 학교 현장은 분명 도움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나아가 선생님을 대하기 어렵거나 선생님의 삶을 통해 우리 아이를 잘 키워보고 싶은 학부모님들에게도 유용할 것 같습니다. 내 파트너인 선생님을 이해한다면 더 우리 아이를 키우는 데 자신감이 생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어떤 말씀을 하고 싶으세요?

제 경험이 모든 분에게 통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 생각이 다른 분들의 생각과 같은 거라고도 보지 않습니다. 다만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기회를 제 책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책의 이야기가 ‘아니면 말고’ 식의 가벼운 말이 아니라, ‘나도 이렇게 한번 해볼까’로 변주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어려운 시기에 선생님의 흔들림이 다소나마 줄어들 수 있었으면, 그러는 과정에서 제 책이 함께 가는 파트너가 되었으면 합니다.

결국 학교에서 교사는 학생들의 바른 성장을 위한 도구로서의 존재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을 거치면서 교사 스스로 더 살아나고 더 보람을 느낄 수 있다면 그 이상 좋은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선생님들이 시작하면서 꿈꾸었던 것들이 현실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는 학교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교사 집단이라는 동료 의식, 서로 같이 간다는 마음을 가졌으면 합니다. 따로 가는 것 같지만 결국은 같이 가는 것. 그게 바람직한 교사의 세계라고 믿고 있습니다.




*엄재민

충북 제천에서 태어났고,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현재는 충북 제천 대제중학교에서 국어교사로 근무 중이다. 광고회사에서 일하다가 남들보다 몇 년 늦게 교사가 된 지도 벌써 25년 차이지만, 아직도 아이들과 함께하는 교사로서의 치열한 삶 속에서 즐거움을 찾고 있다. 교사 공동체 ‘따로또같이’를 운영하며 저 경력 교사들이 별 탈 없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을 함께하며, 간담회, 워크숍, 독서 등을 통해 그들의 자존감 회복과 능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당신은 제법 괜찮은 교사입니다
당신은 제법 괜찮은 교사입니다
엄재민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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