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 바넷과 존 클라센이 재탄생시킨 옛이야기 그림책
『트롤과 염소 삼 형제』 맥 바넷, 존 클라센 작가 인터뷰
<뉴욕타임스> 선정 베스트셀러 작가 맥 바넷과 올해의 그림책 상 수상 작가 존 클라센이 선보이는 옛이야기!
현대 그림책의 대표 작가 맥 바넷과 존 클라센이 문학적이고 유쾌하며 매력 넘치는 작품으로 독자의 마음을 두드립니다. “나는 트롤, 먹기 위해 살지. 나는 자갈 밟는 소리를 사랑한다네.” 트롤의 첫 대사부터 마음을 사로잡는 이 그림책은 재치 있고 문장 표현력이 남다른 작가 맥 바넷이 다시 쓴 옛이야기입니다.
이번 작품은 오래된 노르웨이 전래동화인데요. 이 이야기를 특별히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맥 바넷: 아이들에게 다시 들려주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골랐어요. 이 이야기가 특히 재미있게 느껴진 이유는 내용 자체가 무척 시각적이었기 때문이에요. 구전동화는 그림이 없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잖아요. 그래서 어떤 이야기가 그림과 만날 때 잘 어울릴지 생각해 봤어요. 『트롤과 염소 삼 형제』 이야기는 크기에 관한 내용이잖아요. 소, 중, 대 이런 식으로 커지죠. 그래서 다른 버전에서는 시도하지 않은 걸 그림으로 표현해 볼 수 있겠다 싶었어요. 작은 염소와 중간 염소를 그리고, 큰 염소는 정말 말도 안 되게 크게 그리는 거지요. 존 클라센이 실제로 이번 책에서 그런 부분을 구조로 만들어 유머로 승화시켜 주었어요.
존 클라센: 네, 많은 옛날이야기가 해피엔딩으로 끝나죠. 문제가 해결되고 모든 게 다 잘 마무리돼요. 그런데 『트롤과 염소 삼 형제』는 그렇게 흘러가지 않아요. 처음부터 악당을 혼내주려고 마음먹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보다는 유머(joke) 그 자체를 더 목적으로 했어요. 이야기보다는 한바탕 농담 자체를 추구했다고 할까요. 그래서 속도를 조절하는 작업이 무척 재미있었어요. 글을 쪼갠 후 악당이 벌을 받는 과정을 최대한 길게 끌어가서 독자의 만족감도 그만큼 더 커지게 한 거지요. 이런 이야기 구조는 별로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이 책에는 운율감 있는 프랑스 음식 이름들이 많이 나오잖아요. 번역하는 데 애를 먹고 있어요. 운율을 맞추는 데 초점을 두었나요? 프랑스 고급 요리 자체가 핵심인가요?
맥 바넷: 아, 맞아요! 어떻게 번역하고 있어요? 저는 되도록 다양한 요리 이름을 등장시키고 싶었어요. 목록 만드는 걸 좋아하는데요. 특히 음식 목록을 좋아하죠.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쓰는 것도 좋아하고. 큰 연회 장면을 좋아해요. 온갖 음식들이 등장하는 연회요. 작가로서 약간 습관 같은 건데요. 늘 매혹당하는 장면이에요. 이 책의 경우 트롤이 엄청 역겹게 표현되어 있잖아요. 다리 밑에 살고 주변에 뼈다귀들이 널려 있고, 늘 코를 파죠. 그런 트롤의 취향이 무척 고급스럽다면 엄청나게 웃기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염소로 요리하고 싶은 최고급 정찬 요리의 아름다운 이름을 계속 늘어놓게 한 거죠. 저는 그게 대조를 이루면서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운율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옛날 전래동화들은 갑작스럽게 운율을 맞추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옛날이야기들의 특징이라고 할까요? 그런 부분을 현대적으로 다시 적용해 보면 좋지 않을까 했어요. 옛날이야기는 마지막 부분에 갑자기 시가 나오거나, 어떤 등장인물이 시를 낭독하거나 하지요. 하지만 악당에게는 그런 기회를 주지 않아요. 특히 트롤같이 징그러운 괴물에게는요. 그래서 저는 트롤을 좀 세련되게 만들어 주면 훨씬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러고 보니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염소 삼 형제보다 트롤 같다고 느껴져요. 의도하신 건가요?
맥 바넷: 이 이야기의 특이한 점은 착한 염소들보다 트롤에 대한 정보가 더 많이 나온다는 거예요. 이상하지 않아요? 착한 주인공이라고 생각한 염소들은 그냥 지나가기만 해요. 우리는 트롤을 계속 보고 있지요. 이야기 첫 장면부터 트롤이 등장하고 마지막에 벌을 받을 때까지 계속 나와요. 그래서 이 트롤을 좀더 풍부한 캐릭터로 만들려고 했지요. 딱히 더 동정심을 갖게 할 의도는 아니었지만, 마지막 부분에 다리에서 굴러 떨어질 때는 좀 더 의미심장하게 보이고 싶었어요.
아이들에게 가장 웃긴 장면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작가님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도 말씀해 주세요.
맥 바넷: 아이들이 많이 웃는 장면 중 하나는 트롤이 자신을 똑똑하고, 재미있고, 심지어 잘생겼다고 하는 부분이죠. 아이들은 이 장면에서 가장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또 소리치면서 막 웃는 장면은, 바로 존이 그린 거대한 염소가 등장하는 장면이에요. 존이 그림책 장인이라는 걸 증명해 주는 장면이지요. 존이 염소가 등장하는 리듬감을 아주 세심하게 설정했기 때문에 각각의 염소가 등장할 때 아이들은 이미 다음 염소가 등장할 걸 알게 돼요. 다음 페이지를 넘기기 전에 다음에 등장할 염소는 더 큰 염소가 올 것을 예상하게 되지요. 하지만 존이 만들어 낸 가장 큰 염소가 등장할 때는 그 기대감을 훨씬 넘어서기 때문에 아이들은 열광하지요.
존 클라센: 그림이 글보다 조금 앞서가는 게 재미있는 것 같아요. 글로만 봐서는 아직 모르지만 그림을 보면 알 수 있지요. 일러스트레이터인 저는 그림을 글보다 조금 앞서갈지, 아니면 조금 더 느리게 갈지를 생각해요. 속도를 글과 맞춰 가지는 않아요. 별로 재미가 없거든요. 글과 그림이 이중으로 표현하니까요. 이번 책은 대부분 조금 앞서가고 있어요. 끝부분에서는 트롤이 떨어지는 장면에서는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잠깐 얘기하기는 해요. 어디까지 떠내려갔는지 모른다는 장면이 나오고, 우리는 다시 염소에게로 시선이 돌아오지요. 그래서 항상 그림이 앞서는 건 아니고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아요.
맥 바넷: 저도 이런 느낌이 들었어요. 그림이 앞서가니까 글도 열심히 속도를 내서 따라가야 하는 것 같았죠. 그런데 다음 페이지를 넘기면 거대한 염소가 트롤을 밀어뜨려 버리죠. 글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게 돼요. 글이 뒤에서 출발했지만 그림을 따라잡은 것 같다고 할까요? 결국 끝에는 글이 앞서서 결승점을 통과하지요.
존 클라센: 여기 그림에서 보면 상황은 모두 끝났는데, 여전히 트롤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하지만 카메라 즉 제 그림은 다음으로 이미 넘어가 버린 거예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트롤을 무시하는 것 같은 느낌이지요. 글에서는 여전히 트롤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어디론가 계속 가고 있거나 아주 멀리 떠내려가는 중이에요. 하지만 우리는 트롤에 대해 더는 신경을 쓰지 않지요.
맥 바넷: 실제로 글 속에서도 트롤은 이미 포기했어요. 마지막 부분에서 트롤이 어떻게 됐는지 모른다고 말해 버리잖아요.
존 클라센: 어떻게 됐는지 더 이상 관심이 없어요. 그림도 관심이 없기는 마찬가지예요. 그림은 우리 영웅들을 다시 보여 주거든요. 이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바로 이 부분이에요. 트롤에 관한 이야기를 마무리하기 전에 이미 그림은 염소들에게 돌아와 있지요.
맥 바넷: 가장 좋아하는 장면 이야기가 나오니까 저도 얘기하자면 가장 웃긴 장면은 아니지만, 이 그림이 정말 웃긴다고 생각해요. 존과 저는 이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같아요. 바로 이 포스터 장면이죠. 존이 처음 이 그림을 보내 줬을 때 이상하게 마음이 울컥했어요. 아름답잖아요. 염소 삼 형제는 이제 행복해요.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지요. 만족스러운 상태지요. 해냈거든요. 잡아먹히지 않았어요. 제일 작은 염소가 트롤에게 잡아 먹히지 않을 가능성이 얼마나 됐겠어요? 작은 염소의 꾀가 통하지 않았다면 아마 잡아 먹혔겠지요. 하지만 삼 형제가 함께 행복하게 풀을 뜯고 있어요. 서로 아끼면서요. 말도 안 되게 거대한 크기에 대해서는 거의 잊게 돼요. 아주 이상한 조합인데도 말이죠. 첫째 염소는 진짜 말도 안 되게 너무 크잖아요. 첫째 염소는 동생들과 함께 있기 때문에 자신이 더 크게 느껴질지도 몰라요.
존 클라센: 이제 이 장면에서는 다시 현실로 돌아와요. 농담은 끝나죠. 삼 형제에 관한 이야기라 애틋한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저도 동생이 둘이고 제가 첫째라서 더 그런 것 같아요. 동생들에게 이런 모습이 되고 싶거든요. 힘이 세고 튼튼해서 어떤 상황 속에서도 동생들을 보호해 주고 싶지요. 그래서 이 장면을 그리면서 동생들이 생각났어요. 이렇게 되고 싶으니까요. 아버지이자 첫째로서 혹은 누구든, 누군가를 보호해 주고 싶지요. 그들 위에 서는 게 아니라 상황을 잘 관리해 주고 싶은 거예요. 문제가 생기면 바로 해결해 주고 싶지요. 어떤 주저함도 없이요. 이런 게 이 이야기의 주제인지는 모르겠어요. 그래서 유머를 거둔 상태로 이 장면을 그리는 동안 이런 생각에 잠길 수 있어서 좋았어요. 비록 크기 때문에 우스꽝스러워 보이기도 하겠지만 저녁노을을 배경으로 서 있는 이 그림은 무척 서정적인 장면이랍니다.
맥 바넷: 그 감성의 벼랑 끝에서 구출해 주는 건 바로 염소의 크기인 것 같아요. 존과 제가 우리의 감정을 최대한 절제해서 표현하면서 지나친 달콤함은 줄여준 것 같아요.
누가 먼저 이 기획을 하게 된 건가요?
맥 바넷: 제가 먼저 옛이야기 세 가지를 썼어요. 그랬더니 출판사에서 존이랑 같이 작업하는 건 어떠냐고 제안했죠. 저는 존이라면 언제든 환영이라고 했어요. 존이 그림을 그려 준다면 전적으로 믿을 수 있으니까요. 무척 신이 났죠. 존이 내가 쓴 이야기 세 편을 모두 읽은 후에 가장 재미있다고 생각한 이야기를 골랐어요.
트롤에게 추천하고 싶은 한국 음식은 무엇인가요?
맥 바넷, 존 클라센: 한국식 바비큐요!
한국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맥 바넷, 존 클라센: 안녕하세요! 저희는 맥 바넷, 존 클라센입니다. 이 책은 우리가 함께 작업한 새 책 『트롤과 염소 삼 형제』입니다. 다리 밑에 사는 트롤이 다리 위를 지나는 염소 형제를 잡아먹으려고 하는 내용이에요. 여러분도 재미있게 보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맥 바넷 미국의 어린이책 작가입니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이며 다양한 상을 받았습니다. 맥 바넷의 책은 전 세계 30개가 넘는 언어로 출간되어 사랑받고 있습니다. 특히 존 클라센 작가와 함께 만든 『애너벨과 신기한 털실』(2012 보스턴 글로브 혼북 상, 2013 칼데콧 아너상 수상), 『샘과 데이브가 땅을 팠어요』(2015 칼데콧 아너상 수상), 『늑대와 오리와 생쥐』, 『세모』, 『네모』, 『동그라미』 등으로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그 밖에도 다양한 작가들과 함께하며 유머와 재치가 돋보이는 작품을 쓰고 있습니다. 지금은 캘리포니아에서 살고 있습니다. |
* 존 클라센 캐나다 출신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쓰고 그린 첫 그림책 『내 모자 어디 갔을까?』가 2011년 뉴욕 타임스 ‘올해의 그림책’에 선정되었고, 『이건 내 모자가 아니야』로 칼데콧 상과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을 받았다. 그 밖에도 칼데콧 명예상을 수상한 『애너벨과 신기한 털실』 『샘과 데이브가 땅을 팠어요』 등이 출간되었다. 어린이 문학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캐나다 훈장을 받았다. 아내와 두 아들과 함께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살고 있다. |
추천기사
<맥 바넷> 글/<존 클라센> 그림/<이순영> 역15,300원(10% + 5%)
[뉴욕타임스] 선정 베스트셀러 작가, 맥 바넷의 재치 넘치는 그림책 유쾌하고 문학적인 대사와 새롭고 과감한 화면으로 재탄생한 옛이야기 그림책 현대 그림책의 대표 작가 맥 바넷과 존 클라센이 문학적이고 유쾌하며 매력 넘치는 작품으로 독자의 마음을 두드립니다. “나는 트롤, 먹기 위해 살지. 나는 자갈 밟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