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 섬 제주 유산』은 유네스코 3관왕에 빛나는 제주의 황홀한 자연부터 뭍사람은 공감 못 할 섬나라 특유의 문화, 자부심 넘치는 항쟁의 역사까지 한 권으로 만나는 제주 이해 완결판이다. 5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책은 매월 매주 차 시즌에 맞게 제주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 밤새워 단숨에 읽을 만큼 재미가 넘친다. 특히 주별 테마에 함께할 수 있는 여행지 정보도 지도로 수록하고 있어 여행서로서의 실용성도 겸비했다. 제주 습지 여행부터 돌 문화 여행, 지질 트레일 코스, 4.3 평화 기행, 5월 메밀꽃 여행, 10월 서귀포 층과 용천수 탐방까지 매달 자연과 역사 문화를 넘나드는 여행을 통해 아름다운 우리 섬나라 제주의 ‘진짜 모습’을 만나 보자. 이 책과 함께라면 천년 제주가 머릿속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 10대를 위한 역사책을 주로 써오시다가, 이번에 『신비 섬 제주 유산』을 쓰시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제주 역사에 대한 칼럼인 ‘제주옛썰’을 2021년부터 제주 인터넷 신문에 연재하고 있었어요. 작년에 <우리들의 블루스>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제주에 대한 책을 내보고 싶었던 출판사 편집자가 그 칼럼을 보고 연락을 해왔고. 그래서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그 칼럼은 대상이 어른들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성인으로까지 책의 독자층이 확장된 건데요. 사실 청소년을 위한 역사책처럼 쉽게 읽히도록 썼습니다.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제주의 역사와 문화, 자연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교양서입니다.
『신비 섬 제주 유산』은 1년 열두 달에 걸쳐 제주의 이모저모를 골고루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런 구성에서 제주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수많은 역사가 흐르는 장소, 사랑할 수밖에 없는 장소임을 더 크게 느낄 수 있었는데요. 구성을 이렇게 짜신 이유와 특히 신경 쓴 부분이 무엇인가요?
제주인, 제주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역사를 공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주의 자연까지 공부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제주 역사, 문화, 자연을 각각의 흐름으로 구성해서 원고를 보냈습니다. 원고를 본 편집자가 ‘독자들이 보다 더 편리하고 재미있게 접근하게 하기 위해서 열두 달 인문학 여행’으로 구성을 잡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습니다. 처음엔 월별로 나누는 일이 어렵고 복잡했는데 하다 보니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기도 하고 재미가 있었습니다. 역사, 문화, 자연을 월별로 골고루 들어가게 차례를 잡는 과정이 조금 어려웠는데요. 시간을 들여 많이 신경 쓴 만큼 결과적으로는 제주의 다채로운 이야기가 멋지게 플레이팅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두고 ‘제주 사람이지만 이런 이야기가 있는지 몰랐다!’라는 독자평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어요. 작가님이 가장 인상적으로 느끼는, 꼭 기억하면 좋을 제주의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적어도 제주 사람이라면 탐라국, 출륙 금지령, 제주 4.3 그리고 아아 용암, 수성 화산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주의 학교에서도 이 정도는 알려줘야 하고요. 특히 출륙 금지령은 처음 이야기를 접했을 때 충격적이었습니다. 제주와 제주 사람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사건이 아닐까 싶습니다. 도대체 반역을 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한 지역을 사실상 앨커트래즈 감옥처럼 만들 수 있을까요? 조선이란 나라의 이중성을 그대로 보여준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합리적인 유교 문화를 표방하지만 결국은 한양, 남성, 양반 중심의 문화인 거죠.
제주 사람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문화인데 비제주인은 이런 걸 엄청나게 놀라워하더라 싶었던 일이 있으셨나요?
역시 냉국에 된장이 가장 충격적인 것 같더라고요. 육지 사람들은 제주인들이 미역냉국에 된장을 풀면 거의 외계인 보듯 보는데요, 이 반응을 접한 제주 사람들은 반대로 이렇게 되묻습니다. ‘그러면 냉국에 된장 말고 뭘 넣어?’ 하고요. 제주 된장은 육지와 다른 발효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된장 특유의 냄새가 강하게 안 나요. 그래서 냉국도 가능한 게 아닐까 싶네요.
독자들이 제주에 여행 왔을 때 꼭 방문하길 추천하는 장소가 있다면 어디인가요?
제주는 어디나 다 좋습니다. 어디에 계시든 힐링이 되죠. 산은 산대로 바다는 바다대로 숲은 숲대로. 그리고 요즘은 여행 오시는 분들이 더 정보를 잘 알고 오기도 하고요. 그중 저는 습지 여행을 추천하고 싶은데요. 람사르 습지 말고도 제주에는 습지들이 많습니다. 가령 웃바매기오름 부근에도 상상도 못 할 만큼 멋진 습지들이 많습니다. (습지 여행은 되도록 여름은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운이 좋아야 가능하지만, 태풍이 온 뒤 사라오름 산정호수 다리를 건너는 일도 추천해 드립니다. 물이 영혼을 정화한다는 말의 의미를 느끼겠더라고요. 그 감흥이 정말 아직도 생생합니다.
다음 책에는 제주의 어떤 모습을 쓰고 싶으신지 궁금해요.
제주 역사를 공부하다가 가장 깜짝 놀랐던 일이 있습니다. 섬 중의 섬인 가파도에서 일제 강점기 때 해녀들의 문맹률이 0이라는 얘기였습니다. 그리고 이 작은 섬에서 서훈된 독립운동가만 세 분이시고 그중 두 분이 여성입니다. 저는 이 독특한 공동체 문화를 ‘가파도이즘’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이 가파도이즘에 따라 인권, 여성 해방, 항일자주독립을 추구했지만 제주 4.3과 분단의 비극 속에 안타까운 삶을 마감하신 이경선 선생님과 그분의 부친이신 이도일 선생님 이야기를 준비 중입니다. 서국식 민주주의, 영국식 사회주의, 북유럽 사회민주주의 등등의 이름이 있듯이 저는 이 가파도이즘이 제주형 공동체주의의 완성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경선 선생님 부녀를 통해 이것을 증명해 보려고 합니다.
끝으로 다양한 이유로 이 책의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주는 오랫동안 지도 위의 까만 점이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하나의 콘텐츠로 자리 잡았죠.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깊이 사색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자연과 인간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로 나아갈 수 있는 길잡이가 된다면 글꾼으로서 영광일 것입니다. 또 제주 사람이라면 어딜 가나 느끼는 제주인의 정체성, 제주 DNA의 실체를 찾아보는 그런 책이었으면 합니다.
*고진숙 용눈이오름 아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스무 살에 제주를 떠난 후 평범한 한국인으로 살아왔다. 긴 시간이 지나 다시 제주를 돌아보니 날것의 아름다움과 숭고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지도에서 점 하나로 표현되기엔 모자란 풍부한 이야기, 시간과 공간을 거슬러 넘나드는 자유의 역사가 제주엔 가득했다. 역사를 통해 우주와 인간을 탐구하고 이야기를 찾아 나서는 글꾼의 삶에 이보다 더한 축복은 없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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