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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의 이별을 겪어본 모든 집사들을 위한 책

『유령집사』 김수빈, 김수완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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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하지 않게 고양이 집사가 되고, 고양이와 사랑에 빠진 유령의 이야기


(왼쪽부터) 김수빈, 김수완 저자 

비바람이 불던 날 길 잃은 고양이가 우연히 유령마을에 찾아온다. 색채라고는 없는 흑백의 세상인 유령마을. 가구도 집도 칙칙하게 낡은 곳에서 거미와 박쥐를 가족 삼아 살아가는 유령에게 뜻하지 않게 찾아온 시끄럽고 정체 모를 고양이라는 존재는 성가시기만 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랑스럽고 생명력이 넘치는 고양이에게 점차 익숙해지고 가족이 주는 행복감을 느낄 무렵 뜻하지 않은 일이 발생한다.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라면, 또는 반려동물을 키워본 어떤 집사라도 그 반려동물이 우리에게 주는 행복감과 사랑에 대해 잘 알 것이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시간이 생각보다 짧고 언제든 이별이 찾아올 수 있다는 것도. 반려동물과의 만남과 이별을 경험한 모든 집사들이 꼭 봐야 할 책이다. 




국내에서는 흔히 보기 힘든 그래픽 노블을 출간하셨는데요. 책을 구상하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유령집사』는 3년 전에 출간된 『수염왕 오스카』를 만들기 훨씬 전에 저희가 키우는 둘째 고양이 베이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아 탄생하게 된 이야기예요. 지금은 네 살인 베이가 당시는 새끼 고양이 때라 아주 작았어요. 허벅지에 올려놓으면 그 길이의 절반도 안 되는 몸이었어요. 털은 솜털이라 구름을 만지듯 보드라웠고 손가락을 깨물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작고 사랑스러웠죠. 그 작은 녀석이 온 집안을 뽈뽈거리며 바쁘게 돌아다니면서 모든 물건들을 하나씩 건드리며 놀았어요. 지금은 겁이 생겨 낯선 물건들에 천천히 다가가지만, 그때는 낯선 물건도 늘 본 물건인 것처럼 겁 없이 건드리고 다녔어요. 그런 베이를 본다면 모두 사랑에 빠지게 되지 않을까, 우리가 무섭다고 느끼는 불가사의한 존재인 유령마저 푹 빠지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죠. 그런 확신에서 유령을 주인공 집사로 삼고 고양이와의 만남과 이별을 그리게 되었던 거 같아요.

베이의 특징을 100퍼센트 살려 그린 다리 짧은 비바람 캐릭터가 완성되고 한동안 들여다봤던 기억이 나요. 그런 비바람에 푹 빠진 유령의 캐릭터는 조금 생소한 'Valais Blacknose'라는 품종의 양을 모티브로 하여 만들었죠. 유령의 검은 얼굴과 손과 발이 주는 묘한 분위기가 비바람과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본문이 흑백과 컬러가 섞여 있는데 흑백과 컬러를 나눠서 쓴 이유가 있을까요?

『유령집사』는 정말 검은색이 많이 들어간 작품이에요. 표지, 면지, 표제지가 전부 검은색이고, 그 검정을 지나면 등장하는 첫 페이지가 흑백이에요. 그래서 아마 처음에는 흑백 만화인가? 하셨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좀 더 페이지를 넘겨보면 컬러풀한 인간 세계가 등장하죠. 이렇게 굳이 흑백과 컬러로 유령 세계와 인간 세계를 표현한 것은 단순히 이들이 사는 곳의 구분을 짓기 위함도 있지만, 흑백이 주는 삭막함이란 게 있잖아요. 딱딱하고 조용하고… 정제된 느낌. 검은색과 흰색은 서로의 경계를 딱 지키고 있기 때문에 더 그렇게 보이죠. 그런 세계에 살고 있는 얼굴이 검은 유령에게 찾아온 인간세계의 고양이라는 변화를 어떻게 하면 좀 더 돋보이게 할 수 있을까, 하여 특별히 비바람과 코와 손, 발바닥을 분홍색으로 칠해줬어요. 우리 베이가 그렇기도 하고요. 그랬더니 그게 꼭 비바람이 인간 세계와 유령 세계를 오갈 수 있도록 허락된 것처럼 보인다는 주위의 말씀이 많았어요.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기존에 두 권의 그림책을 낸 그림책 작가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그래픽 노블과 그림책은 어떤 차이가 있고, 왜 그림책이 아닌 형식을 택했는지 말해주실 수 있나요?

『유령집사』를 구상만 해두었을 때, 토베 얀손 작가님의 『무민 코믹 스트립』을 읽으며 『유령집사』는 이런 다양한 컷들로 가득한 만화 형식이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수염왕 오스카』와 『행복한 세세 씨』를 작업하게 되면서 그림책의 매력에 푹 빠졌고 잠깐 스치듯 『유령집사』의 이야기를 줄이고 줄여 그림책으로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도 잠깐 해보았어요. 하지만 아무리 궁리해도 도저히 뺄 수 없는 장면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림책보다는 그래픽 노블의 형식이 더 적합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더미북을 계속 만들며 텀블벅으로 펀딩을 받아 한차례 세상에 선보였을 땐 지금보다 훨씬 페이지 수가 많았어요. 거기서 조금 더 다듬어 정식 출간을 하게 되었을 때도 삭제한 장면들에 대한 미련이 조금 남을 정도였으니 지금 생각해 보면 그림책으로는 확실히 무리였겠구나 싶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령집사』가 전형적인 만화의 형식을 따랐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림책과 만화 그 중간쯤이지 않을까, 싶어요. 책을 읽고 난 분들께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두 가지를 합쳐놓은 것 같다는….

웹툰 작가로도 활동하는 걸로 아는데 왜 웹툰을 하게 되었는지? 이런 다양한 시도를 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웹툰 작가로 활동하게 된 것은 원래는 계획에 없던 일이었어요. 2021년도에 『행복한 세세 씨』의 출간을 앞두고 우연히 웹툰 공모전을 보게 됐어요. 남은 기간이 2주가 조금 못 됐는데 그래서 할까 말까, 고민했지만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는 마음으로 부랴부랴 하루 만에 이야기를 만들고 남은 기간 동안 간신히 3회차 분량의 원고를 만들어 제출했어요. 공모전에서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연재의 기회를 얻게 되면서 네이버 일요 웹툰 『고양이 타타』 를 시작하게 됐죠.

저희는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편은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저희가 만든 이야기들이 다양한 형식으로 독자님들께 다가갈 수 있다는 것에서 설렘과 떨림을 느끼고 있어요. 앞으로도 더 다양한 작품들로 독자님들을 찾아뵙고 싶은 마음이 커요. 물론 좋은 이야기들로요.

고양이가 주인공인 책만 작품만 하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현재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네, 저희는 지금 고양이 넷과 함께 생활하고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고 밤에 잠들 때까지 모든 순간을 함께하는 고양이들로부터 자연스럽게 많은 영감을 받게 되는 것 같아요. 하품하는 모습, 밥 먹는 모습, 물을 마실 때 나는 소리, 장난감을 사냥하는 몸짓, 자기들끼리 싸울 때의 표정, 맛있는 간식을 원할 때마다 보여주는 애교와 간절함을 보고 있자면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마구마구 떠올라요. 그러면서 이 귀여운 녀석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야기들을 만들게 됐죠. 『수염왕 오스카』의 오스카는 저희 첫째 고양이 세세의 수염이 너무 길어져서 이런 고민이 생기면 어쩌지? 하는 상상에서 시작됐고. 『행복한 세세 씨』는 아예 제목부터 세세의 이름이 들어갈 만큼 아이스크림을 너무 좋아해서 꼭 한 입씩 달라고 조르는 세세의 모습이 그대로 담긴 이야기죠. 『유령집사』도 예외는 아니에요. 둘째 고양이 베이의 엉뚱하면서도 발랄한 모습이 없었다면 비바람이라는 캐릭터는 나올 수가 없었을 거예요. 조금은 짧은 다리로 야무지게 사고를 치며 유령의 마음을 빼앗아 버린 비바람. 그래서 저희는 유령에게 너무 많은 감정이입을 하며 『유령집사』를 만들었던 것 같아요. 결말에 다다를 땐 주책이지만 저희끼리 눈물도 흘렸어요. 이렇듯 저희에게 고양이는 단순한 반려동물이 아닌 그 이상의 존재에요. 작가들은 사랑하는 존재를 작품에 담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들이잖아요. 저희도 마찬가지예요. 이 녀석들이 주인공인 이야기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그걸 책으로 만드는 것 자체가 저희의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기도 해요.

자매 작가로 활동하는 걸로 아는데 장점과 단점은 어떤 것일까요? 앞으로도 두 분이 죽 함께 일하실 계획인지?

저희는 세 살 터울 자매예요. 동생이 글을 쓰고 언니가 그림을 그려요. 저희는 어려서부터 꾸준히 창작에 대한 욕구가 있었어요. 장난삼아 만들어 낸 글과 그림들도 많았죠. 저희의 시작은 늘 이런 식이에요. 갑자기 동생이 대뜸 이런 이야기는 어떨까? 어쩌고저쩌고 하면 제가 듣고는 좋다, 별로다, 나쁘다라고 그 이야기의 첫인상에 대해 솔직히 말해요. 그래도 동생은 자신의 마음에 들면 제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고집이 있어 잘 꺾지 않아요. 그러다가 티격태격도 하고… 이런저런 말도 오가죠. 그런데 저희는 이런 게 좋은 것 같아요. 아무래도 가족이고 자매이다 보니 서로 예의를 갖추느라 우물쭈물하는 시간이 생략되고 그 시간에 훨씬 더 많은 의견을 내고 상의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요. 저희의 모든 이야기는 그렇게 만들어져 왔어요. 『수염왕 오스카』, 『행복한 세세 씨』『유령집사』, 『고양이 타타』… 아마 앞으로도 이렇게 만들어 가지 않을까 싶어요. 우리 고양이들이 있는 한 고양이가 주인공인 이야기들도 계속될 것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글과 그림에 대한 마음도 깊어져서 함께 더 많은, 다양한, 새로운, 좋은 작품들을 만들어 내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작품 계획을 묻지 않을 수 없네요.

우선은 네이버에서 연재 중인 일요 웹툰 『고양이 타타』의 완결을 잘 마무리 짓고, 짧은 휴식을 가진 후에 또다시 작업에 들어갈 것 같아요. 『거대한 여인』과 『알마와 노마』라는 그림책 작업이 남아 있거든요. 두 작품도 마찬가지로 고양이가 주인공인 이야기에요. 만들어 놓은 지 꽤 시간이 흘렀는데 어서 작업을 시작하고 싶어요. 그 밖에도 써둔 이야기가 많은데, 성격 급한 동생 때문에 서둘러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고양이를 키우게 되면서 저희도 알아차리지 못한 사이에 그림책과 웹툰 그래픽 노블로 다양한 도전과 시도를 해 온 거 같아요.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날지 설레고 긴장도 되지만, 계속해서 도전하고 정진하는 것을 목표로 꾸준히 작업하고 싶습니다!



*김수빈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한 고양이들을 돌보면서 고양이를 모델로 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 고양이들과 생활하고 관찰하면서 바라보기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와 그리는 내내 행복해지는 마법에 걸렸고, 그런 마법이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동생과 함께 그림책을 만들었다. 앞으로 아이들과 어른들이 사랑하는 그림이 담긴 그림책을 만들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다. 그림책 『수염왕 오스카』,『행복한 세세 씨』를 지었고, 네이버 일요 웹툰  『고양이 타타의 그림을 그렸다.





*김수완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들로부터 얻은 영감과 일상에서 느낀 감정을 담아 글을 쓴다. 아이들에게는 즐거움과 용기를, 어른들에게는 긍정과 위로를 전하고 싶은 꿈이 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언니와 함께 매일 이야기를 만들고 그림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한다. 그림책 『수염왕 오스카』, 『행복한 세세 씨』를 지었고, 네이버 일요 웹툰 『고양이 타타』의 그림을 그렸다.



유령집사
유령집사
김수완 글 | 김수빈 그림
옐로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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