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과 로퍼』 작가가 이야기하는 비하인드 스토리
『스킵과 로퍼』 타카마츠 미사키 작가 서면 인터뷰
타인에게 한 걸음 다가갈 힘을 주는 만화 『스킵과 로퍼』의 창작 비하인드를 작가 다카미츠 미사키에게 서면으로 물었다.
2020년 이 만화가 대단하다! 7위와 일본 만화대상 3위, 2023년 1월 일본에서 100만 부를 달성한 청춘 만화 『스킵과 로퍼』. 일본은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예스24 종이책 펀딩 목표 금액을 20배 초과달성하는 등 반응이 뜨겁다.
주인공 이와쿠라 미츠미는 총무성 관료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혼자 상경하여 도쿄의 명문 고등학교에 입학한다. 무엇이든 잘하려고 애쓰지만 어딘가 허술하고, 엉뚱하지만 밝은 기운이 넘치는 미츠미에게 여러 친구들이 다가온다. 멋진 외모로 전교생의 인기를 한몸에 받지만 속내를 잘 털어놓지 않는 시마 소스케, 차가운 인상의 미인이지만 알고 보면 솔직하고 정이 많은 무라시게 유즈키 등 각자의 개성을 지닌 친구들과의 즐거운 학교생활이 펼쳐진다. 미츠미와 친구들을 통해, 타인에게 한 걸음 다가갈 힘을 주는 만화 『스킵과 로퍼』. 한국 팬들의 애정에 보답하기 위해, 작가 다카미츠 미사키는 11월 18일 예스24 목동점, 강서점에서 사인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스킵과 로퍼』 창작 비하인드를 작가 다카미츠 미사키에게 서면으로 물었다.
『스킵과 로퍼』는 전자책은 물론, 예스24 종이책 펀딩 목표 금액이 20배 초과 달성 하는 등 한국 독자들의 반응이 뜨겁습니다.
SNS에서도 자주 한국 독자분들이 감상을 올려주시는 걸 보고 있어요. 말의 전부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재미있게 읽어주시는 것 같아 기뻐요. 감사합니다!
계절감이 잘 느껴지는 표지를 기다린다는 독자들도 많았습니다. 매 권 표지를 그리실 때 어떤 즐거움이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작중의 평상복보다 멋을 주거나, 교복에 변화를 준다거나, 표지이기에 가능한 변주를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 즐거워요.
『스킵과 로퍼』는 이시카와현 근방을 모델로 한 변두리 마을에서 자란 이와쿠라 미츠미가 도쿄의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요. 처음에 어떤 구상에서 출발했는지 궁금합니다.
일부러 우리에게 익숙한, 소년이 소녀를 만나 변화하는 ‘보이 미츠 걸(Boy meets girl)’의 구성을 채택했어요. 흔한 설정 속에서도 아직 깊이 파고들 수 있는 부분이 있지는 않을까 도전해 보고 싶어서요.
주인공 미츠미에게 반한 독자들이 많습니다. 미츠미는 매사에 진심이고, 실수를 할 때도 많지만, ‘엄청나게 잘’ 일어나서 씩씩하게 자신의 방식으로 해내는 캐릭터인데요. 캐릭터를 구상한 비하인드가 궁금합니다.
초반은 변변치 못한 소녀가 하이스펙의 도시 소년에게 왠지 관심을 받는 신데렐라 스토리로 보였다가, 어느샌가 독자 안에서 인상이 역전되어 가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다고는 해도 주인공이 압도적으로 뛰어난 인격에 무쌍한 이야기로는 하고 싶지 않았기에, 어디까지나 ‘착한 친구’ 정도의 친숙함이 있는 캐릭터를 지향하고 있어요.
시마는 모두에게 친절하지만, 그만큼 자신의 감정을 감추고 소통에 허둥지둥하는 면도 갖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그런 시마와 미츠미가 서로에게 끌리는 이유도 궁금했습니다.
시마와 미츠미는 초반 ‘자신에게 없는 요소’에 끌리는 이미지예요. 미츠미는 집단행동에서 눈치 빠르게 행동하는 것이 서툴러도, 자신의 가치관을 확실히 갖고 있고, 유연성도 있죠.
시마는 어떠한 자리에서 요구되는 퍼포먼스를 잘 해내지만, 사실 자기 의견을 주장하는 것은 굉장히 서투르죠. 그래도 ‘마음으로부터 이끌린다는 것은 서로의 단점도 알고 난 후에야 가능한 걸까’라고 현재로서는 생각하고 있어요.
미츠미의 고향인 이카지마정은 이시카와현 근방을 참고로 한 가상의 마을인데요. 만화를 그리며 ‘고향이란 뭘까?’라는 생각을 자주 하셨다고요. 이 작품에서 고향은 캐릭터의 개성에 많은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지방 마을의 아이와 도시에서 자라난 아이, 어떤 차이를 두고 싶으셨나요?
도시와 지방의 학력 격차는 심각한 문제이지만, 지방 출신인 저는 자연 속을 달리고, 게임을 하고, 낮잠을 자고 그렇게 무엇에도 재촉 받지 않았던 시간이 제 인생에 있어서 정말로 다행이었다고 생각해요. 시골 출신에게는 도전을 위해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어려움이 있고, 도시 출신에게는 집에서부터 갈 수 있는 거리 내에 무엇이든 있는 만큼 ‘밖으로 나가는 기회를 잃어버린다.’라고도 할 수 있죠. 시골도, 도시도,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일장일단으로 묘사하는 데에 신경을 쓰고 있어요.
미츠미의 친구들도 한 명 한 명 뚜렷한 개성을 갖고 있습니다. “이 만화는 조연의 가치관을 부정하지 않는 게 중요한 테마”라고 밝히셨지요. 주인공인 미츠미만을 부각하지 않고, 한 명 한 명 동등한 이야기를 전개한 이유가 있나요?
연재된 곳이 청년잡지여서, 기본적으로는 성인이 읽는다고 가정하면서 10대도 읽을 수 있는 내용을 그리려고 하고 있어요. ‘너무나도 좋은 아이들만 등장하면, 성인 독자들은 그러지 못했던 자신들을 떠올려, 용서받지 못한다는 기분이 들지 않을까’라고 상상했어요.
트위터에서 미카의 독백이 공감되고 좋았다는 후기가 있었습니다. (“나는 현명하고 다정한 사람을 좋아한다. 그렇기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게 될 일은 없다”) 미카는 남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는 만큼 스스로를 부정하는 캐릭터인데요. 미카는 초기 설정에서 많이 달라진 캐릭터라고 하셨는데, 그 변화 과정이 궁금합니다.
미카의 성격 자체는 원래의 이미지에서 그렇게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미츠미와 사이가 좋아지는 것은 생각해 두지 않았어요. 주인공이 무쌍하지 않기 위해, 서로 받아들이지 못하더라도 서로를 인정해가는 입장의 캐릭터를 만들 생각이었죠. 일단 그리고 있다 보면, 사회인보다 거리를 줄여가는 속도가 꽤 빨랐어요. 그리고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성인 독자가 읽는다고 가정했을 때,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기회가 자연스럽게 늘어난 것이 미카였죠.
이 만화의 ‘어른’을 담당하는 나오 고모의 존재도 좋았습니다. 고향에서 좋은 기억을 가진 미츠미와 달리, 나오 고모는 정체성을 이해받지 못하고 도시로 와서 안정을 얻었는데요. 그래서 미츠미를 보며 복잡한 감정을 느끼기도 합니다. 나오 고모의 에피소드를 그릴 때, 어떤 기분이셨는지 궁금합니다.
미츠미처럼 고향을 좋아하는 아이도 있는가 하면, 괴로운 기억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어도 좋아, 라는 의미로 나오의 캐릭터를 설정했어요. 미츠미는 운 좋은 만남 덕분에 즐거운 학교 생활을 보내고 있지만, 힘든 학교 생활을 보낸 나오도 결코 인격이 좋지 못해서가 아니라는 것도, 계속 읽어나가는 동안 전달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인물들이 다른 인물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각자의 상처와 콤플렉스를 갖고 있으면서도 서로의 뒷모습을 오래 바라봐 주는 마음이 느껴져서였는데요.
10대 때, 주변과 비교되는 삶에 놓여진 것 같다는 기분이 든 적이 많았어요. 미츠미가 시마에게 센베를 주기 위해 되돌아가는 장면은, 시마도 미츠미도 똑같은 고등학교 1학년이라고 하는 것을 표현한 소중한 장면이에요.
많은 순정만화들이 ‘연애’에 중점을 두지만 이 만화는 인물들 간의 소통이 섬세하게 다뤄집니다. 인물마다 각자 마음의 콤플렉스가 있어도 서로에게 한발짝 더 나아가게 되는 힘은 어디에서 온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자신을 바꿔주는 만남이나 말은 반드시 ‘대단한 사람’이나 ‘아름다운 대사’가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가끔은 훌륭함이 고통이 되거나, 한심함이나 미움 속에 구원이 있죠. 그래서 미츠미는 모든 캐릭터를 구하지 않고, 결점이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 끌리는 경우도 있어요. 그리고 그건 어디까지나 계기일 뿐, 결국 각 캐릭터의 갈등이나 반성이 변화를 가져오도록 그리고 있어요.
*타카마츠 미사키 일본의 순정만화가. 애프터눈 사계상을 통해 데뷔한 여성 만화가로, 본작이 애프터눈 잡지에서는 두번째 연재작이며 전작으로 '카나리아들의 배'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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