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되고 외면 당하는 '기타 등등'에 대한 이야기
『기타 등등 동아리를 신청합니다』 류재향 작가 인터뷰
오솔과 친구들은 과연 '기타 등등 동아리'를 만들고 즐길 수 있을까? 『욕 좀 하는 이유나』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류재향 작가의 신간 『기타 등등 동아리를 신청합니다』는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는 어린이들의 마음을 섬세하고 다채롭게 담아냈다. (2023.08.22)
새 학기마다 나오는 뻔한 정규 동아리 목록에 실망한 4학년 오솔. 오솔은 선생님의 도움으로 기타 동아리 개설 건의함을 만들고, 신청한 친구들을 인터뷰한다. 가지각색 구름을 관찰하는 구름 관찰 동아리부터 물웅덩이에서 맘껏 첨벙대는 물웅덩이 체험 동아리, 작고 소중한 것을 모으는 수집 동아리, 방해 받지 않고 실컷 떠들고픈 수다 동아리, 쓸데없고 쓸모없는 발명품을 만드는 발명 동아리... 오솔과 친구들은 과연 '기타 등등 동아리'를 만들고 즐길 수 있을까? 『욕 좀 하는 이유나』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류재향 작가의 신간 『기타 등등 동아리를 신청합니다』는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는 어린이들의 마음을 섬세하고 다채롭게 담아냈다.
『욕 좀 하는 이유나』이후로 두 번째 장편 동화인 『기타 등등 동아리를 신청합니다』가 출간되었어요. 출간 후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우선 공들여 작업한 원고가 멋진 책으로 탄생해서 무척 기뻐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온라인 서점 리뷰나 후기 등을 찾아보며 독자님들 반응을 살피기도 하고요. 방학을 맞이해 도서관 강연을 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곧 『기타 등등 동아리를 신청합니다』로도 어린이 독자님들을 만나게 되는데요.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하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미 정해진 동아리를 선택하지 않고, 용기 있게 기타 등등 동아리를 만들어 나가는 주인공 솔이의 모습이 참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책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올리시게 되었나요?
몇 해 전, 평소처럼 하늘에 두둥실 떠가는 구름을 한참 바라보다가 구름을 관찰하는 모임이 있으면 참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또, 어느 비 오는 날 물웅덩이에 뛰어들려는 아이를 보호자가 말리는 모습을 보며 '비를 맞으며 물 웅덩이에서 마음껏 첨벙거리면 얼마나 신이 날까?' 하고 생각했지요. 그러다가 어른들이 이미 정해놓은 것 말고, 그냥 지나치기 쉬운 작고 사소한 부분에 마음이 끌려서 뭔가 해 보려는 어린이를 떠올렸어요. 그 과정에서 '기타 등등'이란 말이 계속 맴돌았고 그 의미를 되새기며 원고를 쓰게 되었지요.
『기타 등등 동아리를 신청합니다』에는 기상천외하고 재기발랄한 동아리 목록이 많이 등장합니다. 동아리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어린이였을 때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았던가 떠올리기도 했고요, 현재를 살고 있는 어린이들이 원하는 건 뭘까, 어린이라서 누릴 수 있는데 충분히 그러지 못하는 순간은 어떤 것들일까 궁리했어요. 그런데 저를 잘 아는 지인들이 이 책에 나오는 여러 인물들에게서 저다운 부분이 상당히 짙게 엿보인다고 하더라고요.
인물들의 독특하고 생동감 넘치는 이름들이 눈에 띄었어요. 오솔, 정여운, 윤소이, 이산들 등과 같은 등장 인물들의 이름을 구상하면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으신가요?
평소에 캐릭터에 어울리는 이름을 적어놓고 여러 번 발음해 보거나 그 인물을 떠올리며 이름을 부르며 대사를 해 보기도 해요. 한자 뜻과 주제와의 연관성 등을 염두에 두고 짓기도 하고요. 이를테면 전작 『욕 좀 하는 이유나』의 이유나도 캐릭터와 어울리는 이름이면서 '욕 좀 하는 (나름의) 이유나 알아볼까?'라는 질문이 떠오를 수도 있지요. 이 책의 주인공 솔이는 '이끌다', '행하다'라는 뜻을 가진 '솔(率)'을 생각했어요. 원래는 주변인 같은 인물이지만 기타 등등 동아리를 신청하는 일을 직접 제안하고 주도하게 되며 한 뼘 성장하는 어린이이니까요. 여운이는 '구름 운(雲)'을, 희동이는 가만히 있지 못하는 동적인 캐릭터와 어울리는 이름을 떠올렸어요. 소이는 왠지 정말 작고 소중한 느낌이지 않나요?
『기타 등등 동아리를 신청합니다』는 다양한 인물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듣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신 건 무엇인가요?
이 이야기는 일반적인 서사 플롯을 취하지 않은 것 같지만, 어린이 열 명의 열 가지 동아리 순서를 나름 의도적으로 배치하였어요. 정적인 것과 동적인 동아리를 번갈아 놓으며 이야기 내부에 리듬감을 주고 싶었고요. 또한, 솔이가 친구들의 동아리 신청 사유를 인터뷰 하는 동안, 서로 생각과 마음을 주고받으며 작은 성장과 성취를 함께 이루게 되는 모습을 독자님들이 공감하고 응원해 주셨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저는 '왜?'라는 질문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어린이들 각자가 가진 속사정과 기타 동아리를 만들고 싶어 하는 이유를 고민하며 원고를 썼어요. 그 부분을 "...신청합니다"라는 요청의 목소리를 담은 제목을 통해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었어요.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 독자 스스로도 자신과 친구들의 마음에 귀를 기울여보기를 바라면서요.
요즘 작가님이 생각하는 '기타 등등'은 무엇인가요? 사람들이 별로 신경 쓰는 것 같지는 않지만 작가님께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들이요.
갈수록 우리가 소중히 여겨야 하는 가치들이 점점 더 뒷전으로 밀려나는 것 같아요. 뭐가 중요한지 잊은 듯한 혼돈에 빠진 사회에서 이제는 '기타 등등'으로 미뤄 둔 모든 것들이 더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라는 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또한, 사회가 정한 기존 틀 안에 편입되지 못한 채 '기타 등등'으로 치부되는 존재나 형식들을, 차별과 배제의 대상이 아닌 다양함의 일부로 존중하고 포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고 귀를 기울이면 새롭게 보이고 들리는 것들이 반드시 있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작가님이 기타 등등 동아리를 하나 만들 수 있다면 어떤 동아리일까요? 이유도 함께 알려 주세요.
생각만 해도 신날 정도로 너무 많은데, 일단 '문구 탐사대'요. 세계를 돌아다니며 특색 있는 문구들을 수집하는 거죠. 문구에 대한 심미안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요. 저는 예쁜 문구류를 쓰거나 모으고, 지인들에게 선물하며 행복해해요. 그리고 장래 희망이 '작은 문구점 할머니'가 되는 거라서요. 지금부터 다람쥐가 도토리를 모으듯 주섬주섬 모아 놔야 해요.
*류재향 서울 출생. 숙명여자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과 스토리텔링 연계 전공을 했으며 이후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영어 영문학을 전공했다. 이야기 안팎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을 환대하는 작가이고자 노력하며 동화를 쓰고 그림책 번역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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