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일에도 불안하고 부정적인 생각을 떠올리나요?
『나는 왜 내 마음이 버거울까?』 유영서 저자 인터뷰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홀로 감당하기 힘든 일 때문에 내 마음이 힘들고 나도 나를 감당하기 버거울 때, 작가의 따뜻하고 사려 깊은 상담을 만나보자. (2023.08.21)
『나는 왜 내 마음이 버거울까?』는 특유의 위트와 진정성 있는 상담툰으로, 인스타그램에 콘텐츠를 업로드할 때마다 수천 개의 '좋아요'를 받는 정신과 의사 캘선생의 첫 번째 책이다.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홀로 감당하기 힘든 일 때문에 내 마음이 힘들고 나도 나를 감당하기 버거울 때, 작가의 따뜻하고 사려 깊은 상담을 만나보자. 작가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다소 예민하고 심각할 수도 있는, 내 마음을 짓누르고 힘들게 하는 문제들을 잘 감당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용기가 생길 것이다.
첫 책을 출간하신 작가님의 소감이 궁금합니다.
굉장히 설레고 쑥스럽습니다. 창작으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지구력이 필요한 일이라는 것 또한 알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많이 녹여서 그런지 몰라도, 약간은 벌거벗겨진 느낌도 들지만 아무쪼록 잘 읽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정신과 의사 캘선생'의 상담툰으로 먼저 많은 사랑을 받으셨습니다. 상담툰을 그리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의사 선생님이 그림까지 그리시는 게 조금은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군의관 시절 초임에 강원도 화천으로 발령이 났거든요. 인적이 드문 곳이라 해가 지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제한되더라고요. 퇴근 시간에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우연히 잡은 것이 아이패드 그림이었습니다. 저의 인스타그램 피드를 끝까지 내려 보시면 알 수 있겠지만, 처음에는 시답지 않은 농담이나 생각, 사건 위주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정말 저와 제 친구들, 가까운 인스타그램 지인들이 낄낄거리자고 그리는 내용이었죠. 스스로 대견한 부분은, 그래도 매주 게시물 하나씩은 올렸더라고요. 당시에는 굳이 정신과와 관련된 내용을 그리려고 하진 않았습니다. 저 스스로 '정신과 의사'라고 내세우기에는 경험과 실력이 부족한 의사라고 느끼기도 했고, 뭔가 의사의 입장에서 의료 지식을 수직적으로 제공하는 만화는 그리 쿨하지 않다고 생각했거든요.
사실 제가 약간 힙스터 병이 있습니다. 아무튼 그러던 중, 3년째 되는 말년에 저에게 모종의 사건이 일어나 충격을 받는 일이 있었고, 그때 마침 제가 그려오던 그림을 스스로 돌보기 위한 좋은 툴로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이후로 방향을 돌려 진료하거나 글을 읽으며 떠올렸던 생각들, 이론들, 내담자와 나누었던 이야기 중에 받았던 감동들에 대해서 톤을 조금 낮추어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그래서 저의 그림과 글이 보시기에 굉장히 개인적이라 느끼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의 그림에 공감을 해주시는 분들이 늘어나게 되었고 결국 이렇게 책으로 찾아뵐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려오신 그림으로 책까지 출판하게 됐네요. 그림들을 책으로 엮게 된 배경도 궁금해지는데요.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또, 인스타그램 ‘정신과 의사 캘선생’에 업로드해주시는 그림들과 이번 책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그림을 씩씩하게 그려 나가던 중, 감사하게도 미래의창에서 출판 제안이 왔고요. 편집자님으로부터 그림과 함께 글을 써달라는 부탁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아무래도 말이 길어질수록 그림에서 오는 감동도 떨어지고 내용도 지저분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생각해보니 저의 그림이 책 전체를 채울 만큼 대단하고 좋은 그림도 아니고 그림을 통해 전달하지 못한 이야기도 함께 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이전에 그려왔던 그림에 제가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나 새로 떠오른 이야기를 덧붙이는 과정에서도 즐거움을 많이 느꼈고요. 그래서 인스타그램에서 그림으로만 보셨을 때의 감각과는 또 다른, 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새로운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아마추어다 보니 그림을 그려 나가면서 묘하게 화풍도 많이 바뀌더라고요. 그래서 그린 지 오래된 그림들의 경우 아예 새 그림을 그리기도 했습니다. 조금 더 읽으시는 분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왜 내 마음이 버거울까?』의 큰 주제는 '내 마음'입니다. 내 마음을 내 뜻대로 조절하는 일은 참 어려워요. 저도 가끔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갑갑하고 버겁기도 하거든요. 우리는 왜 온전한 내 것일 내 마음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걸까요?
소망을 품는 사람들이 겪는 건강하고 신선한 어려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스스로를 지키고 싶은 소망이나 여기서 조금 더 나아지고 싶은 소망, 내 마음을 전하고 싶은 소망이나 사랑받고 싶은 소망 등은 누구나 품는 보편타당한 소망이고, 그것은 절대 비난하거나 억압할 수 없겠죠. 하지만 그 소망들이 한 끗 차이, 한 토씨 차이로 우리에게 어려움을 주곤 합니다. 자기 격려가 자기 비난으로 바뀌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행복을 빌어주는 일이 그 사람을 통제하려는 마음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소망을 품지 않고 살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건 시체들이나 가능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우리의 목표, 그리고 제가 쓴 책의 챕터들을 관통하는 주제는 '어떻게 좋은 소망을 잘 품고 앞으로 나아갈지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책에 '곰'이 자주 등장하는데요. 이 '곰'은 내 마음의 어떤 걸 표현하는 걸까요?
저는 진료할 때 비유를 들어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막연한 불안이나 공포를 이야기할 때 '안개 속에서 악취가 난다면, 안개를 걷어 그것이 곰이 풍기는 입 냄새인지 쓰레기통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는지 보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즐겨 말하곤 했거든요. 그게 그림을 그리는 것에도 이어진 것 같아요. 굳이 콕 집어 이야기하자면, 나를 불안하게 하는 것, 불편하게 하는 것, 내가 두려워하는 것, 걱정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곰이라는 동물이 참 재미있는 동물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곰은 사람을 찢어 죽이지만, 동시에 재롱을 부리게 할 수도 있고 다들 곰을 보며 귀여워하잖아요.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곰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불안과 공포, 걱정이 나를 찢어 죽일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녀석이 우리에게 동기를 심어 앞으로 나아가게도 하니까요. 곰을 잘 다독여 물리지 않으면서 함께 신나게 춤출 궁리를 해보아야 하겠습니다.
책에서 독자들에게 당신의 마음이 어떤지, 잘 지내고 있는지 질문해주시고 있습니다. 독자들에게 질문을 계속하셨던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가끔 정신과 의사는 섬세한 인터뷰어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이 업이 많은 질문을 통해 이루어지는 작업이거든요. 그러니 자연스레 그림도 질문으로 시작해서 질문으로 끝나는 것 같습니다. 똑같은 질문을 똑같은 사람에게 던지더라도 그 대답은 항상 같지 않더라고요. 그날의 기분과 상태, 인지에 따라 심지어 같은 질문을 두 번 연이어 던져도 다른 이야기가 나오곤 합니다. 그 점이 참 재미있습니다. 저는 경험도 적고 아는 것도 많지 않은 의사라, 감히 이래라저래라 길을 제시하기에는 저 스스로 확신이 부족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혹여나 독자님께서 보시기에 자신의 입장에서 저의 그림과 글에서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드신다면, 그건 아마 제가 틀린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질문을 할 수는 있죠. 만일 저의 그림에서 나오는 질문에 떠오르는 대답이 있다면 그 문장을 잘 헤아려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내가 미처 몰랐던 나의 인지와 판단을 알게 될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나는 왜 내 마음이 버거울까?』는 언제 읽으면 좋을까요? 인스타그램에서 작가님의 상담툰을 좋아해주시던 팔로워분들은 이번 책에서 어떤 재미를 찾았으면 하나요?
이게 맞나? 싶을 때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가끔은 누구나 일상적으로 품을 수 있는 감정이 굉장히 특별해지고 난해하게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 살짝 들여다보시고 힌트를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인스타그램에 제가 올렸던 그림들에 미처 담지 못한 제 생각이나 이후에 떠올랐던 생각들, 진료하고 생활하면서 느꼈던 인사이트들을 가볍게 담아 조심스레 엮었습니다. 아마 기존에 저의 그림을 좋아하셨던 분들께서도 조금 더 다듬어지고 친절해진 글과 그림을 통해 다른 즐거움을 찾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부끄러운 사람의 쑥스러운 첫 책입니다. 어떨 때는 이론적인 어프로치가 들어가면서도 어떤 부분은 굉장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쓴, 술에 취한 자전거 같이 정신없는 글이라 느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디 저의 책에서 좋은 영감을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유영서 (글·그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부산에서 태어나 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으며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수련을 마쳤다. 현재는 얌전한 봉직의로 모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에서 일하고 있다. 재미를 찾아 이런저런 일을 시도하다가 엉겁결에 그린 그림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며, '정신과 의사 캘선생'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최근에도 간헐적으로 그만의 생각과 경험을 그림으로 전하고 있다. 태생적으로 굉장히 쉽게 불안해지는 유형의 사람으로, 그 때문인지 불안을 다루고 소통하는 일에 시선이 가곤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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