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상처로 괴로운 어른들을 위한 기록
『우리 가족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골디락스 저자 인터뷰
좋은 배우자와 결혼해 부모와 거리를 두며 살아지는가 싶었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잠들지 못하는 밤이 찾아오면 분노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어떻게 이렇게 예쁜 아이에게 사랑을 주지 않을 수 있었을까.' (2023.08.21)
'골디락스'라는 필명으로 글을 쓰는 작가는 20대에 우울증을 진단받았다. 전형적인 불안정 애착이었다. 어른이 되었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고,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 도무지 자신이 없었다. 선명한 학대의 흔적은 없었다. 하지만 딸로 태어나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고, 팍팍한 삶에 지친 부모는 그에게 충분한 관심과 지지를 보내주지 못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좋은 배우자와 결혼해 부모와 거리를 두며 살아지는가 싶었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잠들지 못하는 밤이 찾아오면 분노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어떻게 이렇게 예쁜 아이에게 사랑을 주지 않을 수 있었을까.' 그것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향한 또 다른 분노이기도 했다. 그래서 작가는 이제라도 부모와의 문제와 마주하기로 했다. 다시는 우울증의 늪에 빠지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었다. 자신이 해결하지 못한 과거의 감정이 아이들에게 분명히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그래서 글을 썼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부모와 관련한 모든 기억을 끄집어내 글로 옮겼다. 『우리 가족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는 그 처절한 몸부림의 기록이다.
이번에 나온 책 『우리 가족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를 소개해주세요.
글이라도 쓰지 않으면 병이 날 것 같아서 토해내듯 글을 썼어요. 그렇게 매일매일 써낸 글이 우연히 제10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받게 되고, 멋진 출판사와 인연이 닿아, 이렇게 책으로 세상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1년 동안 매일 책상에 앉아 화가 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한 수많은 감정을 마주한 그 시간이 참 값졌어요. 너무 날것 그대로의 원고라서 감정이 과하기도 하고, 양이 많기도 했는데, 실력 있는 편집자분을 만난 덕분에 예쁘게 다듬어져서 멋진 책이 만들어질 수 있었습니다.
생애 첫 번째 책을 출간하셨는데요. 소감이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신기해요. 아주 어릴 때부터 혼자서 끼적끼적 글을 쓰곤 했는데요. 우연히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면서 공개된 글을 쓰게 되었어요. 혼자 쓰는 글과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글은 컵라면 작은 것과 큰 것 차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책을 출판하고 나서는 책이 되어서 묶인 글과 그렇지 않은 글 역시 큰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은 나의 글을 바탕으로 편집자, 디자이너, 홍보 담당자 등등 여러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는 거니까요. 여러 사람의 애정과 사랑이 듬뿍 담긴 책이 더 많은 사람에게 위로와 사랑을 전해주기를 바랍니다.
어린 시절부터 겪어온 개인적인 이야기를 토대로 이번에 책을 내셨는데요. 부모에 관한 글이다 보니 어려운 점이 적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쉽지 않았지만 꼭 하고 싶었고, 해야 했어요. 사람마다 숨기고 싶은 무언가가 있잖아요. 큰 흉터가 있는 팔뚝을 숨기고 싶은 사람도 있고, 학벌을 숨기고 싶은 사람도 있겠지요. 저는 가족이 콤플렉스였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다른 사람들은 나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는데, 나 혼자 숨기려 끙끙 애를 썼구나 싶지만 그때는 그랬어요. 오히려 주변에서 책을 읽은 지인이 "남의 일기장을 훔쳐본 것 같아서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라고 말하기도 했어요.(웃음) 글을 쓰는 동안 나의 상처가 나와 분리된 느낌이 들었어요. 평생 치렁치렁 링거 바늘을 팔에 꽂고 다니다가 떼어낸 기분이에요. 쓰는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쓰기를 잘했다고 자주 생각해요.
『우리 가족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에 담긴 글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거나 가장 애정하는 글은 어떤 것일까요?
「엄마의 돈을 뜯어내는 방법」이라는 글이요. 매일 아침에 일어나 글을 썼는데요. 어떤 날은 너무 열받아서 씩씩거리며 키보드를 부숴버릴 듯 글을 쓰기도 했고, 또 어떤 날은 고맙고 조금 안쓰러워서 울면서 쓰기도 했고 그랬어요. 무작위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써 내려갔는데, 그 글을 쓰면서 '아, 엄마도 아빠도 나름의 최선이라 생각하는 사랑을 나에게 주었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엄마 아빠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셨지'라는 생각은 예전부터 종종 했지만, 그런 마음이 든 건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저는 머리랑 가슴이 참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인가 봐요.
평소 네이버 블로그와 카카오 브런치 등에 꾸준히 써오셨다고 들었어요. 책을 낼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을 것도 같은데요, 매일매일 글을 쓰기 위한 작가님 나름의 방식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글을 매일 쓰는 방법을 알고 있어요. 중요한 건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아주 작지만 나만의 글쓰기 공간을 만드는 것. 눈에 소파가 가장 먼저 들어오는 곳에서는 눕게 되고, 의자가 있는 곳에서는 앉게 되잖아요. 저는 공간이 주는 힘을 아주 크게 생각해요. 옷방 구석 작은 책상과 의자를 놓는 순간이 제가 작가가 된 순간 아닐까요.
『우리 가족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를 읽고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써보고 싶다는 분들, 가족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독자분들의 후기가 많이 보이는데요. 책을 내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을 만큼 인상 깊은 독자 후기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너도 한번 커 봐라. 아무리 부모님 욕해봤자, 너도 똑같이 자식들 대하게 된다. 젊음이 영원하다고 생각하지 말거라"라는 독자의 후기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독자분들의 반응은 대략 세 가지인 것 같아요. 이 책을 읽고 재밌지만, 이해가 안 되고 그다지 공감도 안 된다는 독자를 만나곤 해요. 부러워요. 저도 이런 책을 읽으면 도무지 이해가 안 되도록 우리 아이들을 사랑으로 키우고 싶습니다. 그리고 큰 위안을 받았다는 독자들을 만나면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마지막으로 욕을 하는 독자들을 만날 때면 그래도 책 쓰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독자분 마음속의 무엇인가가 건드려진 것이니까요. 모든 독자분이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커다란 사랑을 결국 찾아내기를 기도하는 마음입니다.
향후 이런 글을 써보고 싶다거나 하는 등의 집필 계획 같은 것이 있을까요?
카카오 브런치에 '불행한 사람 중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될 거야'라는 제목으로 글을 연재하고 있어요. 일상에서 만나는 작은 행복, 평범한 일상에서 문득 느끼는 평안한 감정에 관해 글을 쓰고 있어요. 『우리 가족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의 출간과 함께 제 마음속이 대청소가 되어서, 아름답고 행복한 글을 쓰고 싶어졌거든요. 이 글이 잘 엮여서 가까운 시기에 두 번째 책이 될 거라 믿고요. 당장은 아니지만, 천천히 준비하고 있는 책으로는 제주도에서 농사를 배우는 영농 일지를 쓰고 싶어요. 그리고 결국에는 드라마 시나리오를 쓰게 될 것 같아요.
끝으로, 작가님을 응원해주시는 독자분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려요.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계속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앞의 질문에서 글을 꾸준히 쓰기 위한 방법으로 공간이라는 대답을 했는데요. 그 이전에 사실은 '내 글을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글이 정말 좋다고, 알림 설정해두고 읽고 댓글을 매번 남겨주는 몇몇 분들이 계셨어요. 이런 분들이 없었다면 공간이 있더라도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날 수 없었을 거예요.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시기에 오늘도 이렇게 글을 씁니다.
*골디락스 자유롭고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글을 쓴다. 글을 쓰며 가장 좋은 점은 마음 깊이 숨어 있던 슬픔과 아픔, 그리고 추잡한 감정이 꽤 아름답게 포장되어서 밖으로 나온다는 것. 앞으로도 써야 할 글이 많다. 스스로가 아무것에도 중독되어 있지 않다는 것에 가장 큰 자부심을 느낀다. |
추천기사
<골디락스> 저13,500원(10% + 5%)
골디락스라는 필명으로 글을 쓰는 작가는 20대에 우울증을 진단받았다. 전형적인 불안정 애착이었다. 어른이 되었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고,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 도무지 자신이 없었다. 선명한 학대의 흔적은 없었다. 하지만 딸로 태어나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고, 팍팍한 삶에 지친 부모는 싸우느라 그에게 ..